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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月荷 선생이 타계하신 지 벌써 20년이 흘렀단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은 누구나 입버릇처럼 흘리지만, 월하 선생을 영별한 지도 이미 아득한 옛일이 되었다니, 정말 세월의 무상함을 지울 수가 없다.
월하의 음악 세계를 떠올리자니 문득 교목지가喬木之家의 고색창연한 고택의 잔상殘像이 떠오른다.
고즈넉한 야산 밑에 중후하게 자리 잡은 선비댁의 와가瓦家. 넓은 대청이 있고 주렴이 처져 있고, 뜨락엔 봉선화며 백일홍 꽃밭이 있고, 마당가 한 자락엔 아담한 연지蓮池가 푸른 창공을 품고 있는 전형적인 대갓집 고택.
틀림없는 말이다. 월하 음악의 진수는 바로 지난날 선비댁의 고택 문화에서 발효되고 빚어진 음악임이 분명하다. 그렇듯 월하의 음악 속엔 지난 세월 우리네 선비문화의 원형질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학처럼 고고하고 수정처럼 해맑고 백합처럼 단아하고 청초했다. 그런가 하면 그 속엔 좀해서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고 격조가 있었으며, 예술의 진경을 흠뻑 느끼게 하는 풍격風格이 있었다.
오호라, 월하 선생 가신 지 20개 성상을 맞아 가슴 한구석이 허전함은 어인 일인가? 짐작하듯 이제는 또다시 천년고택의 정취가 배어나는 고아高雅한 월하의 정가를 만나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가 가면 인걸도 가고 문명도 바뀌는 것이 우리네 삶의 실상이지만, 그래도 월하 없는 오늘의 정가계正歌界는 연지에 연꽃도 없고 기왓장도 낡아 버린 퇴락한 대갓집의 고가古家를 접하듯 소슬한 마음 떨칠 수 없음이 사실임을 어찌하랴!
월하 선생 서거 20주년을 맞아 그분이 부른 ‘황학루’ 시 한 수 들으며, 그분만이 고고하게 걸어간 참다운 예인의 길을 재삼 반추하고 존경하며 추모의 옷깃을 여민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