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김호규 - 우리의 오랜 친구,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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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규 - 우리의 오랜 친구, 개

1, 민중의 심리에 잠재된 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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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우리 민족에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그의 위치는 집을 지키는 수호신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죽어서 인간을 보신시켜 주는 희생양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의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의 의미는 여러 가지 상징을 부여받아 왔다.
개가 출현한 꿈의 경우는 법관쪾경찰관쪾경비원쪾신문기자쪾탐정가 등의 사건해결사로, 충복, 머슴 등의 경우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뜻하기도 한다. 동시에 전염병이나 방해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중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개띠의 사주로는 天藝星(천예성)이라고 하여, 기예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마음이 착하고 유순하다. 부지런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재물 운이 좋아 성공이 빠르며, 청렴하고 정직한 편이다. 남자는 색욕이 강한 편이고 호언장담을 잘하여 가정에 소홀 하는 경향이 많다.

 

 구비문학을 통해서 살펴 본 개의 존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개가 전형적인 忠(충)의 실천적인 동물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가 개관련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주로 속담에 나타나는 것으로 비천한 개의 본성을 통해 인간의 그릇된 성질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설화를 중심으로 할 때 개는 미물이기는 하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상징적인 존재물로 부각되어 있다. 개가 그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개무덤형 전설>의 유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이야기까지도 형성하면서 전승을 이루었다. 이러한 이야기의 형성은 개의 속성이 사람을 잘 따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생각된다. 이외에도 개는 악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적인 위치에 놓여진 이야기도 있는데, 이 역시도 개가 후각을 통해 물건을 잘 찾아내는 본성과 관련되어 형성된 것이다. 

 

 

민요의 경우는 낱말의 유희요와 같이 개의 반복을 통한 개타령도 있으나, 대개는 정요(情謠) 형태의 내용을 취하고 있다. 즉 여자가 임을 기다리는 심정을 바탕으로 개가 이것을 방해한다는 일종의 심리적인 미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의 역할은 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밤중에 집으로 접근하는 일반인을 경계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개의 상징은 절대적인 미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리적인 상황을 노출하는 의미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속담에서도 개의 본성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비유는 원초적으로 사악하거나 멍청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쁘게 말할 때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개의 본성, 예컨대 똥을 먹는다거나 흙구덩이에서 노는 습성들이 속담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의 존재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이며 인간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세계에 오래 전부터 소속되어 왔기 때문에 개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그러나 현재 인간들의 생활공간이 변화되면서 개의 육체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는 작태를 벌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의 공간에서 개를 못 키우게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개의 성대를 잘라 버리는 수술이 유행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2, 우리의 일상생활 중 개와 관련된 말들 중에는 좋은 말보다 나쁜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많다.
'말도 안되는 무슨 개 같은 말’이냐고, 또 ‘개 같은 짓’을 한다며 비상식적인 일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형편없이 나쁜 상황을 개 같은 일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개떡이란 말도 있다. 심하게는 욕을 할때도 개 같은 ××란 말로 남을 비하하기도 한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자’ 라는 말에서도 개같이 번다는 뜻의 의미는 별로 좋은 뜻은 아니다. 이처럼 개와 관련된 말을 하면서 고상해지는 경우는 없다.

 

3, 우리의 일상생활 중 개는 사람들을 위해 충복의 역할을 한다.
먹을 것도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는다.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게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노인분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주는가 하면 맹인이 길을 걸을 때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사냥할 때는 사냥감을 찾아 주기도 한다. 마약탐색도 해 주고 범죄 수사시 많은 활약을 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을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심지어 배가 고프거나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살신성인의 역할로 잡아 먹히기까지 한다. 죽어가는 주인을 위해 수건에 물을 적셔와 회생시켰다는 일화도 있다. 개는 인간을 위해 하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로 고마운 일을 많이 한다. 사람들이 개를 넣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때면 개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개들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개자를 넣는지’하고 억울해할 것이다.

 

4, 개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짖는다.
생각해 보면 동물이 소리를 낼 때 운다고 하고, 노래한다고 표현한다. 새가 울고 꾀꼬리가 노래하고, 여우도 운다고 하지 짖는다고 하지 않는다. 새도 여우도 닭도 짖는다고 하지 않는다. 개는 노래한다고, 운다고 하지 않는다. 짖는다는 표현은 개에게 붙이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개가 짖는다고 한다. 왜 개는 짖는다고 할까. 사전을 찾아보면 ‘짖는다’는 지껄이다를 농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일상 말하는 것을 농으로 표현하면 짖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될 때는 그런 의미로 상용되지는 않고 있다. 개는 세가지 경우에 짖는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 짖어 겁을 먹게 하고, 도둑이 들어 왔음을 주인에게 알린다. 또 주인이 왔을 때 반가워서 짖는다. 그 어느 경우가 헛소리로 해석될 것인가. 개는 가장 중요하고 필요할 때 짖는다. 도둑을 물리치거나 마약탐색을 하는 개들의 행위는 매우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인도하는 것은 약자를 위한 숭고한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그 같은 일을 어느 누가 개같은 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올해는 개의 해다.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하지 말자. 개는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태어난 자기 자식도 열심히 키운다. 우리 개의 해에 다같이 개같이 잘 살자. 무엇인가 열심히 자기 몫을 다하는 개처럼 뛰자. 개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짖는다.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평등하고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꼭 필요하고 보람된 일을 위해 개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