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이만유/향토사연구원
‘미르’는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조선 중종 22년(1527)에 어문학자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용(龍)’자를 ‘미르 용’이라 한 기록이 있다. 그리고 하늘에 거대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는 은하수를 우리 조상들은 큰 용이라고 생각하여 ‘미리내’라고 했는데 ‘미르’가 용(龍)을 뜻하므로 미르와 개천, 시내를 뜻하는‘내’가 합쳐서 용의 내[川], ‘미리내(미리는 미르에서 변천한 것)’가 된 것이다.
문경시 산양면 진정1리(辰井一里)에 ‘미르물’이란 마을이 있다. 조선조 초기 초계변씨 이흠(李欽)이란 선비가 이곳에 정착하여 보니 마을에 우물 3개가 나란히 이어져 있어 그 형상이 용같이 생겼다 해서 미르물(미르우물)이라 하였고, 용이 살던 우물이 있다 하여 미르물(辰井) 이라고도 하였다. 지금도 이 마을에는 상․중․하 용정(龍井)이 남아 있다. 또 미르물 동북쪽에 영양남씨(英陽南氏)가 정착해 살고 있는 텃골에는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지형의 비룡상천지형(飛龍上天之形)을 이루고 있는 청룡산(靑龍山)이 있다. 그리고 진정2리(辰井二里) 추산(秋山)에는 제주 대정현감(大靜縣監)을 지낸 추재 김진석(秋齋 金振錫)의 장수지소(藏修之所) 추룡대(秋龍臺)가 있다.
산북면 김룡리(金龍里)에는 전통사찰인 운달산 김룡사(雲達山 金龍寺)가 있다. 김룡리는 480년경 효성이 지극한 김장자(金長者)라는 사람이 정착해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면서 영롱한 일곱 빛 무지개가 빛나면서 김장자는 용이 되어 승천하였다. 그 후 사람들이 이 마을을 김룡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眞平王) 10년(588)에 운달조사(雲達祖師)가 창건하고 운봉사(雲峯寺)라 하였는데 김장자(金長者)가 용초에 살던 용왕의 딸과 결혼하게 되어 아들을 낳아 이름을 용(龍)이라 하였다 하여 마을 이름을 김룡리라 하고, 절 이름 또한 김룡사라 개칭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문경팔경인 운달계곡(雲達溪谷) 냉골에는 용이 살다 승천하였다는 용추(龍湫)가 있고 김룡사 암자(庵子)인 금선대(金仙臺)에는 용왕탱(龍王幀)이 봉안되어 있다.
산북면 이곡리(梨谷里) 배나무지 남쪽에는 옛날에 용(龍)이 살았다 하여 용바우라는 큰 바위가 있으며, 용바우 아래는‘용바우소’라는 깊은 소(沼)가 있다. 석봉리 희룡골(希龍谷)에도 회오리치는 깊은 소(沼)가 있었는데 그 소에 두 마리의 용이 살고 있다가 한 마리가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있어 희룡골이라 불리어졌다. 종곡리(種谷里)에는 마을 앞산의 모습이 나는 용의 형상으로 된 비룡산(飛龍山)이 있어 마을 이름을 비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마을 북쪽 큰 바위 아래 소(沼)가 있는데 이곳에 살던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고 용난소(沼)라고 부른다.
약석리(藥石里)구룡판(九龍板) 용호동(龍湖洞)에는 마을 뒷산 봉우리가 아홉 마리의 용이 서로 다투어 승천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구룡판이란 지명은 구룡산 남쪽 산기슭에 평평한 곳이 있어 이곳에 마을을 세우고 마을 이름을 구룡판이라 하였다 한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세를 보고 조선에 큰 인물이 날 지세라며 군사들을 시켜 산혈(山穴)을 끊어 버리자 아홉 용의 피가 흘러 이 지역 모든 흙의 색깔이 붉게 되고 산 고개도 잘록해졌다고 전해오고 있다.
회룡리(回龍里)는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이 흡사 용이 몸을 뒤틀며 기어가는 형상이라 하여 마을 이름을 회룡이라 하였으며, 1963년 이 냇물을 막아 ‘회룡못(回龍池)’이 축조되었다. 그때 사람들은 이제 용의 안식처가 생겨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내리(池內里)에는 용마산(龍馬山)이 있다.
동로면 명전리(鳴田里) 당골마을 입구에 연못이 있고 이 연못 가장 깊은 곳을 용소(龍沼)라 하는데 아주 옛날 용(龍)이 승천을 하다가 벼락을 맞아 연못에 떨어져 죽었다는 안타까운 전설이 있다. 또 벌내에 있는 보(洑)를 용이 살고 있다고 해서 용보(龍洑)라고 하였다.
농암면 사현리에도 용바우 지명이 있고, 뭉어릿재 아래에는 깊은 소가 있는데,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해서 날이 가물면 기우제를 지냈다. 농암리(籠岩里)에는 새장터 북쪽 가실목고개 아래에 ‘청룡끝’ 또는 ‘청룡등끝’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고려말 청룡사(靑龍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여 청룡골이라 하고, 풍수지리설에 의한 좌청룡의 등 끝에 위치한다고 하여 ‘청룡등끝’이라 부른다고 한다. 선곡리 칠봉산에도 용과 관련된 용소곡(龍沼谷:용추골)이 있다.
내서리 쌍룡계곡(雙龍溪谷)은 도장산 자락의 옥계수가 굽이굽이 휘감아 돌아가는 계곡으로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청룡과 황룡이 희롱(戲弄)하며 살던 곳이라 하여 용유동(龍遊洞)이란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여기에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간다는 깊은 용소(龍沼)가 있다. 신라 시대 고찰인 심원사(深源寺)가 있고 조선시대 유학의 꽃이며 성리학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화운(華雲) 민우식(閔禹植)이 경영한 쌍룡구곡이 있는 곳이다.
연천리에는 용이 산다는 용추(龍湫)가 있는 궁기천 변에 후백제 왕 견훤과 관련된말바우(마암-馬岩)가 있다. 견훤이 왕이 되기 전에 오색 운무가 자욱한 어느 날, 이 바위에서 바람보다 빨리 달리는 하늘이 내린 용마(龍馬)를 얻었다고 하여 그때부터 이 바위를 말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견훤이 한껏 상기되어 용마가 빠른가 화살이 빠른가를 시험해 보려고 적지산으로 화살을 쏘는 동시 말을 달려 목표지점에 이르니 이미 화살이 꽂혀 있는지라 견훤이 크게 노하여 "이놈이 무슨 용마냐”고 소리치며 칼로 용마의 목을 베어버리자 순간 퓨웅∼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견훤이 처음 본 화살은 전날 무예를 수련하며 쏜 화살이었다. 이에 견훤은 ‘시불이희여 장차내하오(時不利 將次奈何, 세월의 불리함이여 장차 어찌할거나)’하며장탄식하며 자신의 경솔함을 크게 후회하고 방성대곡(放聲大哭)하였다고 전해 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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