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1930년대 경성의 의대생이 완전히 낯선 세상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만났을 때 느끼는 낯선 감정과 짜릿함, 심지어 괴상함까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모범생 윤이선이 우연히 듣게 된 오페라 음악의 선율에 온 마음을 빼앗긴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태리 창극'에 묘한 끌림을 느끼던 그는 이윽고 오페라에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일 테노레'는 진정한 꿈을 발견한 청춘의 설렘과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일 테노레'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15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소극적인 의대생이었던 주인공 이선이 한국 최초의 오페라 테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며 "이선이 오페라와 사랑에 빠지는 동안 느끼는 감정을 현실적이고 순수하게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일 테노레'는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의사이자 한국 최초 오페라 전막 공연을 선보였던 실존 인물 이인선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극중 인물인 윤이선은 항일운동단체 학생들과 조선 최초의 오페라 '꿈꾸는 자들'을 준비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작품은 어리숙한 모습의 이선과 학생들이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며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따라간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음악적으로 이선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초반부와 후반부 넘버에 명확한 차이를 뒀다.
두 사람은 "초반에 이선이 의대생으로 부르는 넘버에서는 지나친 고음이나 큰 성량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며 "극 후반부 이선이 테너의 꿈에 가까워질수록 넘버도 격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가상의 오페라에 사용되는 노래들은 실제 오페라 스타일로 작곡해 설득력을 높였다. 대학 시절 클래식을 전공한 애런슨 작곡가는 19세기 오페라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뮤지컬에 어울리는 감정과 분위기를 지닌 노래를 만들었다.
애런슨은 "실제 오페라라고 가정하고 좋은 오페라 곡들을 작곡하려 애썼다"며 "19세기 오페라에 사용된 요소인 라이트모티프(반복해 사용되는 짧은 주제)도 활용했다. 또한 오페라 곡들의 멜로디가 다른 곡에서도 반복되며 극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성을 지니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전달하려 꿈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강조했다. 작품은 오페라를 향한 이선의 꿈과 조국 독립을 향한 학생들의 꿈이 부딪히는 순간을 극적으로 부각한다.
박 작가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에 생기는, 온전히 혼자 짊어져야 하는 '꿈의 무게'를 그리고 싶었다"며 "저와 윌은 무사히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2년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처음 작가와 작곡가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2018년부터 작품을 개발해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일 테노레'는 이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라고 한다.
박 작가는 "'일 테노레'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앙상블들이 공연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넘버를 보면서 많은 뭉클함을 느낀다. 특히 개발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해준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이선에게서 발견한 매력을 관객들도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습실과 무대에서 이선이 '반짝'하고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더러 있었습니다. 이선의 순수함, 열정,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일 테노레'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달 25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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