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선생님을 뵈온지 코로나 시기 4년. 청명한 계절쯤에는 뵈올 수 있으리라 고대하고 있던 중 뜻밖의 부음을 맞았습니다. 선생님, 그립고, 그립고 한없이 그리울 따름입니다.
10여년 전 종묘와 창경궁의 연결로가 생긴다며 같이 걸어 보자하셔서 종묘와 창경궁을 함께 거닐고, 이곳 장례식장 앞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저께 선생님의 부음을 듣고 가랑비를 맞으며 이곳 식장을 올라 영정을 뵙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국악로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논의하던 후인들은 이제 선생님을 기억 속에만 담게 되었으니 황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학계에 계시지는 아니하셨지만 존경스런 학자로 사셨습니다. 늘 고서와 문헌을 귀하게 여기시고 가까이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국악인이 아니시지만 어떤 국악인 못지않게 국악을 애호하셨습니다. 국악로 제정에 앞장 서셨고, 만담보존회를 설립하셨고, 근대 국악 명인들의 전기를 저술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공직자는 아니셨지만 종로의 전통문화 보존정책 수립에 어느 공직자 못지않게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1993년 저의 건의에 고심하신 끝에 종로문화원을 설립하셨고 초대 원장을 역임하시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한 문화유산을 관장하는 종로구의 전통문화 보존정책 수립에 기여하셨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한 때 심취하셨던 수석 예찬을 다 두시고 어떻게 가십니까?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구입 하시고 그 장대함을 감탄하시던 문자향을 어이 두시고 가십니까? 박춘재 이창배 같은 명인들의 국악혼을 어찌 두시고 가십니까? 선생님의 자태만큼 정갈한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마련하시려던 소박한 그 꿈을 그냥 두고 어떻게 가십니까?
선생님, 이제 이 영결식으로 영영 선생님을 보내드립니다. 선생님의 인자하심을 가슴 깊게 담고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새겨 놓으신 국악로와 종로문화원 역사는 세월이 갈수록 빛을 발할 것입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선생님 편안히, 편안히 영면하옵소서
2023년 10월 16일 후인들을 대신하여 김연갑 삼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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