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전쟁과 같은 극단적 위기의 순간은 인간 본성의 밑바닥과 고귀함을 치열하게 발현하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는 갖가지 선언문과 격문으로 표출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함성과 노래로 나타난다. 곧 35년 간의 압박에서 갑작스럽게 맞은 해방공간과 그 3년 후에 맞은 한국전쟁기가 그것이니, 시민들은 아리랑으로 그 격정을 표출하였다. 오랜 세월 불러오는 아리랑은 저항성과 대동성과 상생정신이 담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뉴욕에서 발행한 한국 안내서 ‘THE KOREANS AND THEIR CULTURE’에는 아리랑을 "··· one of the most famous of all Korean songs"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리랑은 이미 한국을 상징하는 노래로 알고 있었다. 이는 다음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술통신’ 1946년 7월 25일 자 ‘아리랑 곡이 미국에 대유행’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근착(近着) 미국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목하 미국의 경음악계엔 난데없이 ‘아리랑’이라는 애틋한 동양정서의 신곡이 급작스럽게 유행하고 있는데, 거리나 사교실에서 이 노래의 다정다한한 멜로디는 모든 사람의 귀를 기울이게 하고 너도 나도 창화(唱和)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더욱이 미국에서 유명한 흑인재즈밴드 B.C.B의 뉴욕 연주엔 이 노래가 가장 인기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리랑’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아리랑’이 틀림이 없는데 바다 건너 몇 만 리 미국 본토엔 그동안 조선 38선 이남에 주둔하였다가 제대 귀국한 병사들이 돌아와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조미(朝美)문화 교류의 선봉을 차지하게 된 터이라 한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전에 참전하는 미군들은 일부이지만 아리랑을 알고 오게 되었다. 그리고 한반도에 집입 하기 전 일본 오키나와(沖縄県)기지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도 아리랑 익히게 되었다. 일부 간부에게 한정된 과정이기는 하지만 포로 관리에서 중국군과 북한군을 구부하기 위해 아리랑을 부르게 하여 부르지 못하거나 서툴게 부르면 중국군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다. 또한 일반 병사들은 참전 중 통역 등 한국군에 의해 알게 되거나 위문공연 등의 기회를 통해 알게 된다. 한국전쟁기 미 제3사단 15 연대 정찰소대 통역병이었던 전 경안서점 주인 김시한 사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하였다.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서로 친해졌다. 언어소통도 어느 정도 해결되니 자연히 서로 대화가 쉬워졌다. 한 친구는 나에게 군에 오기 전 무얼 했느냐고 물어서 티쳐(Teacher)라고 했더니 무엇을 가르쳤냐고 물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쳤다, 특히 음악을 많이 가르쳤다'라고 했더니 한국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 애국가를 가르쳐 봤더니 어렵다고 해서 아리랑을 불렀더니 아주 흥미를 가지고 따라 부르더니 쉽게 배우고 흥겹게 부르며 미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리랑만 부르면 흥겨워했다. 그리스 군인도 우리와 같이 근무한 일이 있었는데, 이들도 아리랑을 쉽게 배우고 흥겹게 불렀다."
이런 실상이 반영된 것이 영화 '전송가'(Battle Hymn)의 내용이다. 1957년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록 허드슨이 주연하여 한국전쟁 당시 전쟁 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던 미 공군 조종사 딘 헤스(Dean E. Hess) 대령의 6.25 참전 실화를 다룬 것이다. 고아들이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인상 깊게 인식한 결과로 아리랑을 주제가로 한 것이다.
한국전쟁 중 아리랑 사연으로 더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 1951년 1월 12일자 ‘조선일보’의 기사 '아리랑은 좋은 것, 효과 백퍼센트이다. 아리랑을 전쟁기간 중 심리전의 일환으로 활용된 사례인데, 국군에게는 향수를 달래는 노래로, 인민군에게는 귀순을 유도하는 선무용으로 쓰였던 것이다. 전쟁 중에 활용 된 것이니 소리로 만들어진 총탄이나 마찬 가지이다. 그래서 기사에는 '음탄(音彈)'말이 나온다. 민족의 비극과 함께했던 아리랑의 슬픈 운명이 보인다.
"중부전선 854고지 대적방송(對敵放送)의 음탄(音彈)은 아리랑.
우리나 님은요 날 그려 울고
전쟁판 요내들 임 그려 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울며 넘네
"실황 대적방송으로 7169부대에 귀순병들만 하루 평균 40명이나 된다. 귀순병은 대개 40대가 많았다. 적병들은 "아리랑 타령에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했다.”
(사)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이사장은 이 기사에 대해 "죽음을 목전에 둔 전쟁터에서 이런 가슴 시린 아리랑은 필시 적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는 총탄의 기능을 했음직하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북한 측에도 적용된 듯하다. 중국이 1953년 발행한 ‘항미원조 전쟁 군가집’에 실린 중국군 군가 중 '빨지산아리랑'이 있어 확인된다.
이 군가는 밀양아리랑 곡조에 이러한 가사로 되어있다.
"백두산봉우리에 공화국깃발 날리고
제주도한라산에 유격대깃발 올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전쟁으로 지치고 아픈 마음을 달래 주는 한편에서는 무기가 된 것이니 아픈 아리랑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아픔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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