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정선군과 사단법인 아리랑연합회의 공동발의로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기념비'가 유네스코 등재 10년이 되는 12월 5일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 강가에 세워진다. 비 건립에 동참한 전승단체는 40개 단체로 북으로 인제뗏목아리랑보존회, 동으로 울릉도아리랑보존회, 남으로 서귀포아리랑보존회, 국외로는 동경, 연변, LA, 호주, 사할린, 하바롭스크아리랑보존회이다.
이 국내외 40개 지역 전승단체들은 자발적으로 전통아리랑 또는 창작아리랑을 공동체를 결성하여 전승하고 있다. 실제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리랑 전승단체는 이보다 더 많다. 그래서 무형문화유산 중 종류와 전승단체가 가장 많기로는 첫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등재 무형유산은 2001년 첫 등재 유산 ‘종묘제례악’으로부터 금년 등재한 ‘탈춤’까지 총 22개 종목이다. 한편 유형문화유산 등재의 경우는 문화유산 앞에 공식적 표식을 세워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체계가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의 경우는 이런 표식을 내세울 수 있는 방편이 없다. 그래서 무형문화유산은 등재 사실과 그 의미를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채널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등재 10주년 기념비는 그동안 등재된 무형문화유산 전체 종목의 가시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리랑 무형문화유산만 기념비를 세우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남과 북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이고, 180개국 동포사회를 아우르는 국내외 위상에 주목한 결과이다. 근현대에 들어 임금(고종)으로부터 산골 초부(樵夫)까지 전 계층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아리랑이고, 역사적 순간이나 역사적 인물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불려 온 노래가 또한 아리랑이다. 어디에나 스미고 번지는 보편 문화로써 세대를 거쳐서 계승되어 온 삶의 노래요. 문화인 것이다.
특히 세계인에서 ‘아리랑’을 ‘한국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되는 상징성을 표상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아리랑의 위상을 유네스코가 인정하여 그 가치를 인류와 함께 공유하겠다는 선언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외 지역 아리랑전승단체가 함께 가치 발현을 다짐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추동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리랑의 고향인 정선군과 1982년 결성된 아리랑 전승단체의 협의체인 (사)아리랑연합회가 뜻을 같이하여 40개 국내외 전승단체의 동참을 이끌어 기념비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상과 같은 취지와 함께 정선에 건립하는 아리랑비는 다음과 같는 규모와 위상에서 상징성과 명분을 획득하게 되었다.
첫째. 정선에 세워지는 비는 유네스코 등재라는 세계성과 10주년이란 정주년을 담보한다. 이에 걸맞는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전국에 세워진 아리랑비가 20개가 된다. 각 지역 비의 성격은 사설을 새긴 노래비, 유래비, 관련 시비(詩碑) 등이다. 규모에서는 도립공원 문경새재 입구에 세워진 높이 5m가 되는 ‘문경새재아리랑비’가 가장 크다.
이러한 아리랑비들과 견주어 이번 기념비는 전국 아리랑비 중 가장 큰 높이인 5m 50cm, 화강암 자연석으로 세우기로 한 것이다. 광개토대왕비의 높이가 6m 40cm임을 대비하면 규모는 짐작할 수 있다.
비에 새기는 정면 글씨는 대형 15자이다.
"유네스코 아리랑 등재 10주년 기념 인류무형문화유산아리랑”
둘째는 수많은 아리랑 전승지역 중 왜 정선에 세우는가라는 명분에 관한 문제이다. 정선군은 ‘아리랑의 고향’ 또는 ‘아리랑의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현재적 전승 기반으로 볼때, 이는 틀린 표현은 아니다. 명실상부한 사실이다. 그리고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1971년 지정)은 전승활동 국면에서 한반도 전체 아리랑의 ‘맏형’이라는 위상을 획득했다.
이러한 정선아리랑의 대표성과 위상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고, 앞으로 우리는 맏형의 표용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조직된 ‘유네스코 아리랑 등재 10년 기념사업회’가 정선군, 문경시, 영천시 등에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기념비' 건립 취지를 전한 바 있는데, 이에 가장 선의적 반응을 보인 지자체가 정선군이었다. 이후 약 3개월 기간 동안 숙의와 자문을 거쳐 건립을 확정한 것이다.
셋째는 왜 ‘아우라지 강가'에 세우는가라는 장소성에 관한 문제제기이다. 아우라지의 어원에 대해서는 ‘丫’(가라지 아)에서 나온 말과 ‘아우러지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음과 의미가 유사하여 둘 다 수용할 수 있다. 이런 지명의 아우라지는 역사성과 의미가 남다르다. 남한강 문화권의 최상류로 청동기 유적지이고, 정선아라리 사설의 유래지이기도 하다. 골지천과 송천이 합쳐져서 한강의 본류(조양강)를 이루는 곳이다.
이처럼 아우라지는 두 물길이 만나 하나로 합수하여, 더 큰 물길을 낸다는 의미가 있다. 이 큰 물길의 의미를 확장하면 대동성을 뜻한다. 이를 ‘아우라지 미학’(시인 김지하)으로 개념화하기도 한다. 이는 유네스코의 정신, 즉 유네스코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로서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여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기구라는 취지와도 부합이 되는 것이다.
이에 아우라지 강가라는 장소성은 청동기 유적지라는 역사성과 어우러짐이라는 대동성에서 기념비 건립지로는 최적지인 것이다.
이같은 명분과 위상에서 정선 아우라지에 건립하는 유내스코 등재 기념 아리랑비는 국내외 40개 지역 단체의 대통합과 함께 상징성을 획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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