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화)
이규진(편고재 주인)
기물의 표면을 안과 밖이 통하도록 뚫어 장식한 것을 청자투각이라고 한다. 이 기법은 반건조 상태의 태토를 조각칼로 뚫어 조각을 해야 함으로 상당히 노련한 솜씨를 필요로 한다. 뚫린 문양이 작고 섬세할 경우 유약에 의해 투각이 메꾸어 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와 같은 청자투각은 고려 초기부터 말기까지 지속적으로 시도된 것으로 보이지만 제작이 까다롭다보니 전하는 유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근래 청자투각편을 한 점 구했다. 크기가 작아 기형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아 망설이다가 구입을 한 것은 색감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비색이라고 할 수 있는 녹청색인데 안쪽으로만 빙렬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균열이 없이 말끔하다. 거기에다 파이고 깍인 홈에 따라 유색이 짙어지고 엷어지는 등 농담의 효과도 있어 더 아름다운 색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하면 이 청자투각편의 기종은 무엇이며 나타내고자 한 문양은 무슨 꽃이었을까.
청자투각에서 보이는 꽃은 대개가 연당초문 아니면 모란당초문이다. 그런데 청자투각편에서 보이는 꽃은 연꽃이나 모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꽃잎은 12장으로 되어 있으며 꽃잎과 씨방에는 음각으로 선을 그어 입체감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연꽃이나 모란이 아니라면 청자투각편의 꽃은 아무래도 국화문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청자투각에서 국화문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보면 이 청자투각편의 꽃이 국화라면 여간 흥미로운 문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면 청자투각편의 기종은 무엇이었을까. 청자투각의 기종으로는 돈(墩)이 가장 많이 보이고 화분받침 필가 베개 향로 등도 더러 실견할 수 있다. 하지만 청자투각편은 필가나 베개 향로 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콕 집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돈이나 화분받침 쪽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청자투각편에서 보이는 국화문은 흔치 않은 것이지만 사실 여타의 청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꽃은 흑백상감의 국화문이다. 왜 고려인들은 그처럼 국화를 좋아했던 것일까. <양화소록>을 보면 국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 충숙왕 때라고 한다. 이때 국화에 대한 중국의 문화적 인식과 관념도 함께 전해진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황국은 신비한 영약으로 달여 마시면 장수를 한다고 믿어 왔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환갑잔치 같은 때 헌화로도 사용하고는 했다. 유교 쪽에서 보면 국화는 의(義)를 상징하기도 한다. 뜻을 지켜 꺽이지 않는 선비정신과 일치하는 은일화(隱逸花)라 하여 속세를 떠나 숨어 사는 은자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 모두가 꽃 치고는 고아한 습성을 지닌 뜻으로 풀이해서 의미를 부여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국화는 조선시대에도 꽤 귀하고 비쌌던 모양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 자식에게 보낸 편지에는 국화 한 이랑만 팔아도 한 달치 식량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로 보아 과거에는 국화가 지금처럼 흔한 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국화가 장례식 때 고인의 영전에서 많이 보이는 것도 서양처럼 동양에서는 장미가 흔치 않아 대용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보면 귀한 꽃으로 흔치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현재 남아 있는 청자투각편을 보면 꽃과 줄기 모두 사실적이지는 않다. 도안화 되어 장식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타의 청자에서 보이는 흑백상감의 국화절지문이 그나마 사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청자투각편의 국화문은 군더더기를 지우고 거의 알몸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는 한다. 따라서 아름다운 색감의 비색과 더불어 작지만 도안화 되어 현대적인 맛과 멋을 풍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명가의 조건, 남원 몽심재(夢心齋) 우리는 무엇을 명가(名家)라 하며 명문(名門)이라 이르는가 지리산 골골이 짙은 숲들을 지나 남원 견두산 자락 단아한 고택서 죽산박씨 종...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규진(편고재 주인) 분청덤벙이라고 하면 이제 고흥 운대리는 보성 도촌리를 뛰어넘어 확실하게 지평을 넓힌 듯한 느낌이다. 일제감점기 시...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한류문화 칼럼니스트) 그동안 "시용향악보”의 ‘오음약보’와 ‘정간보’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계속해서 고려가요의 음악적 특징으로 나타...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
낮 최고기온이 10∼15도로 예보된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24.3.13 전통 ...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첫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를 찾아 나서는 앙상블 시나위의 콘서트 ‘고요의 바다’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