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PICK인터뷰] [10월 특별 기획] 독서운동, 지역 삶을 바꾸는 거점되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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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인터뷰] [10월 특별 기획] 독서운동, 지역 삶을 바꾸는 거점되다(下)

독서, 지역의 삶을 바꾸다
고양시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
문고봉사로 시작, ‘경선옥’ 마마봉사단 단장

시각장애인을 위한 들려주는 책읽기’,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


최근 미디어의 발달과 용이한 접근성으로 오디오북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들려주는 책은 누군가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바로 시각장애인들이다. 이들의 책읽기는 점자책 혹은 오디오북으로 제한되어 있다. 특히 오디오북은 음향과 함께 제공되므로,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생동감 있는 읽기가 된다. 이들을 위해 들려주는 책읽기봉사를 실천하는 모임이 있다. 바로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대표 장영재)이다.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에 있는 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낭독봉사자들 대상 강연을 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시각장애인 분들께서 녹음된 것들을 테이프나 CD 형태로 전환해서 대여하시는 것을 보고, ‘경제적으로 힘드신 분들이 많고, 복지 시스템이 생각보다 낙후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_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_의 낭독 봉사자들. 2022.  사진제공  _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_.jpeg
[국악신문]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의 낭독 봉사자들.


장영재 대표는 음향 관련업에 종사하는 자신이 보다 양질의 녹음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고양시 자원봉사센터에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이라는 정식 봉사단체로 등록했다.(2013)


현재, 봉사단은 글, 시 등 녹음된 콘텐츠에 음악작업을 한 뒤, 한 달에 50편 정도를 모아서, 서울과 경기 각지의 장애인 단체 및 복지관 등에 전달한다. 메일을 통해 기관으로 전송하면, 기관에서는 방문한 분들의 핸드폰에 저장하거나, 음성사서함 등의 형태로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약 6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지 샘터’, ‘시낭송’, ‘수필’, ‘일반도서’, 기타 소식지 등 분야를 나누어 영역별로 전문성을 갖춰 활동하고 있다.

낭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가 되고, 글의 진정성을 담아 그들의 귀와 가슴에 전하는 낭독은 쉽지 않다. 때문에 장영재 대표는 낭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얼굴 예쁘다고, 마음 예쁜 것이 아니듯이, 목소리가 좋다고 해서, 글을 잘 읽는 것은 아니거든요. 듣는 분에게 글의 정보와 느낌이 잘 전달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국어 공부에 많이 신경 씁니다. 띄어 읽기, 문법적인 것, 말의 느낌, 문해력 등을 교육을 통해서 하나씩 교정해갑니다.”


교육과정은 기본 6회로 진행되며, 이후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면, 낭독 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녹음 과정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 낭독자들에 대한 트레이닝도 함께 진행한다. 때문에, 도중에 하차하는 봉사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셨지만, 쉽지 않음을 느끼시죠.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하고, 발음의 한계 등을 느끼시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도중에 그만두시는 분들도 많아요. 처음 20-30명에서 시작하면, 1-2년 지나면 3-4분 정도 남으시고, 3년 지나면 1-2분 남으세요. 3년 정도 꾸준히 하신 분은 더 길게 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장 대표는 낭독 봉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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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의 (좌측부터) 구현, 이득조, 박정미 낭독봉사자. 

 

"주위에 낭독봉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하지만, 잘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지, 글로 어떻게 읽으면 되는지 등 기초적인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잘 하시지 못해도 꾸준히 하는 것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경기도자원봉사센터 도민이 전하는 자원봉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usb플레이어350, 봉사단의 녹음한 작품들이 수록된 메모리 350개를 경기도 의정부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다. 내년에서 지원받게 되면 다른 지역에도 기증할 계획이다. 장대표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녹음된 콘텐츠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도 필요합니다. 내년에도 사업에 선정되면, 고양시 중증장애인, 자체 장애인 분들이 필요하시다면,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국악신문] 낭독마을 책읽는 사람들의 문하연 낭독봉사자.

 

장 대표는 활동하면서 얻었던 보람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작년 여름, 인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담당자께 녹음한 것 50편을 모아서 메일로 드렸는데,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답신을 보내셨어요. 그 한마디 말씀에 너무 감사했어요. 아마도 받는 즉시 공유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죠. 회원들 단톡방에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또 함께 보면서 책임감도 다지는 기회가 됐어요.”


"저희가 현재 지역의 문해학교(文解學校, 평생교육기관)에서 어르신들께서 시 쓰신 것들을 연세 드신 봉사자분들께서 낭송하시고, 녹음해서 기관에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이분들의 시가 길지는 않아도, 살아오신 절절한 삶이 담긴 내용들이거든요. 장애인, 어르신분들은 글자를 읽는 것이 어려우시니, 이렇게 들려드리면 이분들이 겪으시는 문자 독서의 어려움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장 대표는 낭독단의 봉사가 시각장애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올릴 수 있는 과정에 함께 하고 있음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얼마 전에 저희와 연계되어, 낭독하는 잡지를 지원해 주시는 한 출판사 편집장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인데요, 80대 시각장애인 분께서 저희가 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도 어느 복지관을 통해서 오디오를 듣고 계신데, 그것을 듣고 당신도 용기를 내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살아온 인생 이야기도 써서 투고해 볼 테니, 자원 봉사자가 읽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밀알복지재단에 이석희 간사님이라고 계세요. 올해 초에, 저희에게 본인이 뇌병변 장애인이고, 시를 많이 썼는데, 읽을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대독을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매달 보내주시는 시를 저희가 녹음해서 드리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시고 계세요. 채널 이름은 장애를 이야기하는 남자들이에요.”


장 대표는 이석희 간사님처럼 더 많은 장애인분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상황이 된다면, 코로나 이후에 하지 못했던 또 다른 기획도 준비 중이다.


"코로나 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 낭독 콘서트를 했어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시각장애인분들도 초대하고요. 무대에서 저희 낭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콘서트죠. 낭독 나눔 대회라는 타이틀로 낭독이나, 목소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 대상으로 낭독 대회도 겸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


낭독봉사단에 대한 정보는 네이버 카페 - ‘낭독마을 책읽는사람들(책읽사)’, ‘인스타그램 - 보이스북 _ 일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_마마봉사단_ 경선옥 단장과 단원들이 학생들과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_마마식당_ 활동 모습.  2022.  사진제공  _마마봉_.jpeg
[국악신문] 마마봉사단, 경선옥 단장과 단원들이 학생들과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마마식당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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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마마봉사단, 경선옥 단장과 단원들이 학생들과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마마식당 활동 모습. 

 

문고(文庫)봉사로 시작한 26년 봉사의 길

마마봉사단경선옥 단장


서울시 관악구 한 지역에서 26년 넘게 봉사해온 선이 굵은 봉사자가 있다. 바로 관악구 마마봉사단경선옥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마마봉사단은 현재 마마식당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경 단장의 봉사 시작은 1996년 시작한 새마을문고자원봉사 활동이었다. 경 단장은 약 20년 동안 활동했던 문고봉사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시부모님과 저희부부, 자녀 넷이 함께 살았어요. 대가족이죠. 첫째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신림2(서림동) 동사무소였어요. 그때,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헌책(버리는 책, 안 읽는 책 등)들을 가지고 오셔서 기증하셨고, 그 책들을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것을 장부에 기록했어요. ‘여기서 이렇게 문고 봉사하면 되겠다.’ 생각해서, 견출지에 책 넘버링(번호 매김)하는 일로 시작했죠.”


동사무소 문고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증받은 책들로 대여했지만, 이후에 보조금을 받고, 구매한 책들이 추가되었다. 기금이 부족하여 봉사자들이 쓰지 않는 용품들을 활용하여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하루 2-3시간씩, -금 매일 봉사했다. 그러나 문고를 위한 공간을 따로 배정받지 못하여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당시 동사무소 내부에 문고 사무실 없어서, 사정에 의해서 진열했던 책을 옮겼다가,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동사무소 안에서 떠돌이 생활을 한 셈이죠. 지금은 공간이 생겨 정착됐지만요.”


경 단장에 의하면, 국회도서관장 출신인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전후에 문고 시스템이 전산화되거나, 신간 서적들이 구비되는 등 도서관 서비스가 정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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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봉사단 경선옥 단장이 과거 새마을문고 봉사활동 당시, 독서왕 시상 모습. (사진=경선옥 단장)

 

처음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왔지만, 주로 성인들이 많이 오셨어요. 매일 오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헌책이라서 먼지도 많고, 빌려 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요. 이후에 문고가 활성화되면서, 초등학생들도 오기고 했지요.”


또한 문고의 자원봉사자들은 문고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물론, 인근 초·중등학교를 직접 방문, 연계하여 학생들의 독후감을 모아 심의하여 장학금을 증정하기도 했다. 봉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학생들의 독서를 장려한 것이다. 경 단장은 이것이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중등교육이 무상(교육)이 아니라서 중등학교에 장학금 전달하는 것에도 의미를 두었어요. 저희 바자회에서 발생한 수익금과 관악구에서 받은 지원금을 모아서 장학금으로 전달했죠. 이후에, 구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확장돼서 지금은 관악구 21개 동별로 독후감을 모은 후에, 구에서 시상하고 있어요.”


이렇게 활발한 문고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새마을문고 회원(자원봉사자) 간의 돈독한 유대관계도 큰 몫을 차지했다. 경 단장은 동료 봉사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동료들의 집안사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봉사에 참여할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한 고마운 주민들과의 기억은 늘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책 빌려 가신 어떤 분이 과일을 잔뜩 사가지고 오셔서, 책을 넘기다가 찢어져서, 서점에서 구매하려고 하는데, 절판된 책이라서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은 정말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너무 감사했죠. 또 어떤 분들은 책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는데, 가까이에 (동사무소 새마을문고가) 있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 요구르트를 주시면서 애쓰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 이런 분들 덕분에 힘든 것, 속상한 것도 잊어요. 그런 맛에 봉사하죠.”


문고 활동이 활발해지고, 회장의 임기가 생기면서, 경 단장은 임기를 마치게 되었다. 이후, 관악구청을 통해 시작한 마마봉사단’(‘마마식당’)의 활동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 5년 차에요. 처음 시작은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먹고, 놀고,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집에 데려다주기도 했죠. 코로나 때, 잠시 중단되었고 비대면으로 다시 시작했어요. 주로 초등학교에서 추천받은 아이들, 주민센터에서 추천받은 독거 어르신분들께 반찬 3가지, 간식, 마스크 등을 비대면으로 배달해 드리고 있어요. 구청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부족해서 최근에 1일 음식점을 운영하고 얻은 수익금을 보태서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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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봉사단' 경선옥 단장이 과거 '새마을문고' 봉사활동 당시, 독서왕 시상 모습.

 

경 단장은 부족할 때는 개인 비용도 적지 않게 사용한다고 하며, 이것을 이해해 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또한 문고 봉사를 오래 했기에 현재의 활동과의 연계를 이렇게 희망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도서관이 있지만, 어르신들은 혼자 계시는데, 도서관 봉사자들이 책을 가지고 댁에 직접 방문해서 대화도 하고, 책도 읽어드리는 활동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식사 드리려고 96세 한 어르신 댁에 갔는데, 사람이 그리우신 거예요. 들어오라고, 제 손을 꼭 잡고, ‘배고파 죽겠어.’ 말씀하시더라고요. ‘왜 안 드셨어요?’ 여쭤보니,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셔요. 댁에 있던 바나나를 물에 으깨서 숟가락에 드렸더니, ‘이건 먹을 만하다.’라고 하셨어요. 요양보호사가 있지만, 제한된 근무시간이 있기 때문인지 드시는 것까지는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았어요. 또 말씀도 나누면서 가지고 간 음식들도 드실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해서 드리니 더 드시더라고요. 이분들에게 누군가 책이라도 읽어드리면, 외로움도 덜 느끼시고, 살아가는 힘도 얻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 단장은 봉사활동으로 인해 지난 2021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에서 우수상(관악구와 마마봉사단공동수상)을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관악구 내외에서 다양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6년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그들을 위한 '책 읽기'가 독거 어르신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진정 절박한 것이 무언인지를 고민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