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어제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유튜브 정창관의 아리랑’이 큰 호응을 얻었다. 렉쳐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는 우리 음반사 속의 아리랑 음원의 출현 배경과 관련 음원의 실증적 제시, 그리고 솔리스트 들이 출연하여 사연있는 아리랑을 전해주는 매우 인상 깊은 무대였다.
정문교 전 신나라레코드 사장은 "아리랑 등재 1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는 무대”라고 평했고, 박상진 동국대명예교수도 "렉쳐 형식으로 무게를 더해 유익한 기념행사”라고 평가했다. 정평있는 국악애호가의 대표로 꼽히는 김덕영 선생도 "고령의 조영숙 선생의 진가를 알고 초대한 정선생의 탁견에 감사해 할 뿐‘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행사의 성공에는 주최, 주관자인 정 선생이 직접 해설과 진행을 맡아 설득력을 더한데 있다. 그리고 유튜브에 수록된 주요 아리랑의 음반사적 배경과 사연들을 통해 아리랑 음원의 각별함을 명료하게 전달한 점이다. 특히 실제 많은 아리랑 음원을 접한 경험에서 나운규 감독 영화‘아리랑’ 주제가와 현재의 ‘본조아리랑’ 간의 차이가 있음을 주장하고, 이를 실제 음원과 초대 소리꾼 전병훈을 통해 입증하는 무대는 매우 소중했다.
레파토리도 알찼다. 정 선생의 고향 창녕 특산품 양파를 주제로 한 ‘창녕양파타령’과 ‘창녕아리랑’을 왕서은 명창이 불렀다. 아리랑이 지명을 통해 ‘고향’을 주 정서로 전한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발탈 예능보유자 조영숙 선생이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육자배기 조에서 기름기를 뺀듯한 시김새 없는 진도아리랑이 일품이었다. 재담소리 보유자 최영숙 명창의 정선아리랑도 흔들리는 듯한 성음이 오히려 애절함을 더해 주어 유튜브 조회수 높은 배경을 입증하였다. 이지영 교수의 가야금 ‘아리랑연곡’도 맑고 힘찬 음색으로 아리랑의 다양한 맛을 전해주었다. 경기음악연구회의 간결한 반주도 메세지를 명료하게 전하는데 기여했다.
관객층도 다양했다. 진객(珍客)으로는 김옥심 명창의 조카 김화자 선생과 재한일본여성 아리랑 단체인 ‘후지아리랑회’ 회원들이 자리를 빛냈다. 그리고 창녕향우회 회원, 음반계에서 이무성 화백과 정문교 신나라 前사장, 학계에서 박상진 동국대명예교수, 공연단체로 ‘왕십아리랑보존회’ 이혜솔 회장과 회원들, 출판계에서 송남숙 새롬출판사 대표, 언론계에서 (주)국악신문사 주필 등이 함께했다. 당연히 부인 송유진, 장남 정인용, 딸 정주혜씨도 스텝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의미있게 한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다음의 네 가지인데,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념’에 값한 행사임을 입증한다.
하나는 제시한 주요 음원과 공연에서 ‘문경새재~’라는 지명이 1930년대 이전에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독일에서 확인되는 1900년대 이전 舊아리랑류와 1926년 발매된 밀양아리랑, 1934년 발매된 진도아리랑 등에서 모두 확인이 되었다. 이는 경복궁 중수시 ‘문경새재’를 삼남지역에서 오간 부역군들이 수난과 정한의 상징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소위 아리랑의 ‘경복궁중수 파생설’을 자료와 공연을 통해 방증해 준 것이다.
둘은 1932년 이영산홍의 소리, 씨에론사 발매 ‘舊아리랑’의 첫 공개이다. 이 음원을 통해 오늘날의 분류와는 다르게 실제 음원은 ‘긴아리랑’임을 밝힌 점이다. 이는 1926년 전문 국악인들에 의해 취입된 아리랑은 긴아리랑 뿐으로, 오늘날 舊아리랑, 즉 H. B. 헐버트 채보아리랑은 미국과 독일 등 해외에서 확인되는 음원뿐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 것이다.
셋은 3, 600여종의 아리랑 음원 중 조회수와 댓글 수가 가장 높은 아리랑이 ‘서울제(김옥심제)정선아리랑’이고, 이 중에서도 2012년 신나라 발매 ‘최영숙 아리랑’ 중 ’정선아리랑‘이란 사실이다. 정 선생의 분석으로는 김옥심의 곱고 호소력 짙은 경기민요 성음의 애절함을 좋아한 결과이고, 최영숙의 음원이 20여 분 정도의 비교적 긴 사설을 반영하여 감상용으로 수용된 결과라고 밝힌 점이다.
마지막은 1926년 9월 발매된 김금화의 ‘밀양아리랑’ 음반의 곡명이 ‘미량아라니량’이란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로 해석이 된다. 하나는 이 시기 음반 제작 과정에서 조선(서울)과 일본 요코하마 같은 제작 현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을 추정하게 한다. 단순한 지명 ‘密陽밀양’을 ‘미량’으로 표기한 것은 일본인들이 지명임을 몰라 음가대로 표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아라니량’이란 표기 문제다. 이는 ‘아라리’에 ‘랑(량)’이 첨가 된 결과로 볼 수 있게 하는 단서로서 의미가 크다. 즉, ‘아리’→‘아라리’→‘아리랑’(렁/성/롱)으로 변이 되었다는 사실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는 점에서다.
하나의 무대를 통해 아리랑의 많은 사실과 사연을 이해하고, 전하여 즐기게 한 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충실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꼼꼼함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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