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기자의 객석] 9월, “문화유산에 빠져들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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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객석] 9월, “문화유산에 빠져들어도 좋습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을 골라보는 기회
국립중앙박물관 내 3곳에서 무료관람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아리랑 종목 등


종묘제례악, 남사당놀이, 판소리, 강강술래, 아리랑, 처용무, 농악, 줄타기, 가곡(전통 성악곡 중 한 종류), 강릉단오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 나라 문화유산이다. 이들을 오는 9월 9-25일 국립중앙박물관(서울시 용산구) 내 시설(열린마당, 거울못, 극장 용)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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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인류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 (2005년 지정)

 

[류기자의 객석]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로 진행되는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 시리즈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한 전통·창작 공연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고 전통예술의 현대화, 일상화를 지향하고자, 지난 2018년도부터 시작된 기획이다. 올해는 총 17개 공연이 선보이게 되며, 각 문화유산의 전통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전승자의 무대는 물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무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공연은 무료관람이며, 8월 18일부터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전통문화 원형 중심의 공연 중, 지역의 문화와 생활이 묻어 있는 귀한 공연도 눈에 띈다. 바다의 평온과 풍작, 풍어를 기원하는 제주의 대표의식 중 일부인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초감제’((사)제주칠머리당 영등굿 보존회), 풍물놀이와 무당 굿놀이 등이 혼합된 경북 김천만의 독특한 빗내 농악 12마당을 공연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진굿의 중심, 김천금릉빗내농악’((사)김천금릉빗내농악보존회), 단오제의 무속의례 중 하나로 민중신앙의 핵심을 경험할 수 있는 ‘강릉단오제 단오굿’((사)강릉단오제보존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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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2009년 지정), 초감제’. 9.18(일) 열린마당 공연예정.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그 외에도, 줄타기, 소고놀이, 버나놀이 등의 남사당놀이를 선보이는 ‘바우덕이 서울나들이’(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판소리 다섯 바탕의 백미를 경험할 수 있는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 전’(방수미 명창, 강길원 명창, 김태영 고수), 지역별 특징을 담은 아리랑과 민요를 즐길 수 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강효주 명창, 차세대 경서도 가객, 두레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이아미 명창의 시조와 가곡을 감상할 수 있는 ‘풍류방의 노래들’, 종묘제례악, 처용무, 자진한잎과 결합한 가곡, 그리고 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정악가무’(아우프윈드), 강강술래, 처용무, 태평무 등의 전통춤을 감상할 수 있는 ‘고풍(古風)’(한누리 무용단), 서울대 국악과 노은아 교수의 해금연주와 처용무를 감상할 수 있는 ‘2022 위대한 유산, 해금과 만나다’ 등의 공연이 선보일 예정이다.


국악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창작공연을 경험하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줄 타는 듯 불안한 현대인의 삶을 현악, 타악, 인형, 전통춤으로 구현하는 창작연희극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광대생각)은 어린이의 취향까지 저격할만한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형극과 산대, 그림자극으로 구성된 ‘꼭두각시 산대 WALL&MOON’(남사당놀이 관악지부 예토), 강강술래를 춤이라는 메시지로 재해석한 ‘CODE-강강:술래’(판댄스컴퍼니) 등은 전통문화가 우리 삶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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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2014년 지정)

 

그 밖에, ‘다올소리와 함께 떠나는 제주음악여행’(다올소리), ‘느닷X난장앤판 '관객모리’'(사물놀이 느닷, 전통연희단 난장앤판), ‘바로크 판소리 심청’((주)목성) 역시 각자의 색깔로 재해석한 전통을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 시리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행사를 축소 진행해오다, 2년 만에 전면 대면공연으로 돌아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통문화공연의 경우, 각 문화유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압축하여 밀도 있게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했고, 다수의 창작공연이 포함된 실내공연이 8회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무대 효과와 구성으로 실내공연만의 색다른 매력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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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 (2009년 지정), ‘고풍(古風)’. 9.24(토) 극장 용 공연예정.

 

올해 5년째 이 기획을 이어오고 있는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대외협력팀 심재흥 팀장은 이 기획에 대한 자부심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올해 공연은 누가 봐도 즐겁게 볼 수 있을만한 공연으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이 시리즈 첫 회 시작할 때,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들을 일반 관객 분들이 좋아하실까 걱정했는데, 우려와는 다르게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종묘제례악 공연에 일반 관객 분들이 최소 3-4천분 오셨는데, 잠깐 보다 가시지 않고, 끝까지 다 보고 가시는 것을 보고 저희도 의외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만큼 이런 종류의 공연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고 믿어요. 평상시에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비로운 경험일 수도 있고, 또 이런 훌륭한 문화가 우리 것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정 팬 같은 분들도 생겨서, 연락 주시고 관심 보이는 분들 보면, 보람도 느낍니다. 전통공연도 이런 형태로 대중 속으로 파고 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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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인류무형문화유산 '줄타기' (2011년 지정)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또한 심팀장은 5년째, 공연의 장으로 함께 주관을 맡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장소에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박물관 관람 오셨다가 우연히 저희 공연을 보시고, 관심을 갖게 되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전통문화와 직접적인 연이 없는 분들이거든요, 이런 과정이 공연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전통문화 공연의 관객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리랑 리커넥티드’는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2009년부터 아리랑의 의미와 가치를 현재의 방식으로 수용하여 제작해 온 음반 중, 가장 최근 음반인 <The Name of Korean vol.8>의 수록곡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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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2012년 지정) '아리랑 리커넥티드'’. 9.25(일) 극장 용 공연예정.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코로나로 인해 멈춰진 일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상실감을 아리랑이란 정서와 함께 담아냈으며, 국내 및 해외 음악인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음반이기도 하다. 2020년 음반 공개 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공연이며, 제작 당시,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했던 해외 음악인 중, 프랑스 플루티스트 조스 미에니엘(Joce Mienniel)과 함께, 월드 뮤직 그룹 ‘블랙스트링’의 허윤정 서울대 교수, 이아람, 황민왕, 박경소, 김율희 등의 연주로 전통음악의 최신 흐름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친환경 행사를 진행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 및 종이팩 생수를 사용하고, 생분해성 기념품 배포 및 플라스틱 물품을 수거하여 업사이클링한 물품으로 교환해주는 이벤트 등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환경의 중요성 또한 함께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다.

 

전통문화예술 자체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압축된 형태임을 생각한다면, 공연들 그 자체로 자연친화적이며, 관객들의 친환경 실천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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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인류무형문화유산 '줄타기' (2011년 지정)‘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 도마뱀’. 9.18(일) 극장 용 공연예정.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또한 대부분의 공연은 사회자의 프로그램 설명과 함께 이루어지고,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안내책자가 배부될 예정이므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든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심재흥 팀장은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한 곳에서 다양한 전통행사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행사는 드물거든요. 공연들 보시면서, 진짜 우리의 새로운 전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께서 전통은 고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와서 보시면, 그렇지 않다는 것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음악, 특히 판소리의 경우도 음악 자체에 서사가 있어서 주는 감동이 있고, 그것을 실제 음악인이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 느끼는 감동은 서양음악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심팀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행사로서, 이후에 여건이 허락된다면, 각 종목의 원형을 가감 없이 대중에게 보여드릴 수 있 기회를 기약하기도 했다.


원활환 행사 진행을 위해 예약 관람을 장려하고 있다. 예약자에 한해서 소정의 친환경 기념품을 제공 받을 수 있고, 야외공연의 경우, 예약자는 보다 나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행사 현장 관계자는 특히, 예약 후 관람하지 않는 ‘노쇼(No Show)’는 다른 관객의 관람 기회 가져가는 것이므로, 성숙한 관람문화 정착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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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2014년 지정) ‘진굿의 중심, 김천금릉빗내농악’. 9.24(토) 열린마당 공연예정.(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장소별 공연시간대를 살펴보면, 열린마당 공연은 오후 2시, 극장 용 공연은 오후 5시 혹은 저녁 7시 30분, 거울못 공연은 오후 6시이다. 또한 실내공연(극장 용)은 36개월 이상, 그 외 공연은 전체연령이 관람 가능하므로, 가족, 지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누리집에 따르면, 무형문화유산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되며, 인간과 주변 환경, 자연의 교류 및 역사 변천 과정에서 공동체와 집단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공동체 및 집단에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며, 문화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 증진시키고, 공동체간 상호 존중 및 지속가능발전에 부합한다.”


‘2022 위대한 유산, 오늘을 만나다’를 통해, 이런 훌륭한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민족적 동질감은 물론, 세계 문화강국으로서의 뿌리를 확인하고, 역사를 초월한 문화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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