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수)

[국악신문] (18) 석문구곡石門九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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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18) 석문구곡石門九曲

이만유의 문경사랑 18

  • 편집부
  • 등록 2022.05.07 07:30
  • 조회수 1,680

  석문구곡石門九曲

                          

                                                 문경구곡원림보존회 초대 회장 이만유

        

제1곡 농청대弄淸臺

제1곡 농청대弄淸臺.jpg


월방산月芳山 끝자락 남으로 뻗어 나와

층암절벽層巖絶壁 태고암太古巖 청대淸臺 서와書窩 있던 곳

밤이면 달빛 가득 산 은연隱然히 비치고

벼루 아래 금천수錦川水 맑음을 희롱하네


*淸臺 :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권상일의 호

*書窩 : 선비가 글하는 움집


제2곡 주암舟巖

제2곡 주암舟巖.jpg


부벽浮碧 건너 산 아래 배 한 척 떠 있다

어휘야 선유仙遊를 즐기며 뱃머리 돌리니

근품산近品山이 눈앞일세 노 저어 나아간다

일월봉日月峯 산그늘에 대나무 푸르네

 

*浮碧 : 강에 떠있는 푸른 바위


제3곡 우암대友巖臺

제3곡 우암대友巖臺.jpg

 

군자봉君子峯 우뚝 솟아 우암정友巖亭 그림 같고

부유富裕하나 검소儉素한 삶 아름다운 이야기 있네

우암채공友巖蔡公 장수지지藏修之地 천년바위 창연蒼然한데

난간欄干에 기대서니 멀리 모연暮煙이 아련하네


*藏修之地 : 학문에 힘쓰는 곳

 

제4곡 벽입암壁立岩

제4곡 벽입암壁立岩.jpg

 

현리縣里 큰들 목 축이는 새들보 맑은 물에

바위 위 붉은 꽃 비치니 선경仙境이 예로구나

두꺼비 바위 뒤에 뱀산이 노려보고

뱀산을 노려보는 황새바위 멀리 있네

  

제5곡 구룡판九龍坂

제5곡 구룡판九龍坂.jpg


아홉 용龍 서려 있어 구룡판九龍坂 마을이라

큰 인물人物 난다 하여 산혈山穴 끊어 붉은 흙

수양버들 휘늘어진 언덕 훈풍薰風이 산들산들

어위야 뱃노래 한곡 꾀꼬리가 화답和答한다


제6곡 반정潘亭


제6곡 반정潘亭.jpg


세월歲月의 무정無情함에 산천山川도 변하였나

나그네 쉬어가던 반정潘亭은 볼 수 없네

큰 나무 그늘에 황소가 누워있고

비파산琵琶山 소나무 위에 백로白鷺가 한가롭다


 제7곡 광탄廣灘

제7곡 광탄廣灘.jpg


두 줄기 물길 만나 넓은 여울 이루고

푸른 산과 어울려 동천洞天을 이뤘구나

금빛 모래 너부내에 붉은빛 잠기면

영각影閣의 천년千年 노송老松 전설傳說을 이고 섰다


*洞天 : 神仙이 사는 곳/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선비의 은거지/ 살만한 곳

*너부내 : 넓은 내


제8곡 아천鵝川

제8곡 아천鵝川.jpg


돌산을 휘돌아 조약돌 맑은 물

야산野山과 냇물이 어우러진 수려秀麗한 계곡溪谷

세심대洗心臺에 마음 씻고 물 위를 바라보니

복숭아꽃 둥둥 극처極處가 멀지 않네


*極處 : 궁극에 다다른 곳=이상향 

 

제9곡 석문정石門亭

제9곡 석문정石門亭.jpg

 

금천錦川 청류淸流 양편兩便으로 바위 절벽 높이 솟고

근품재近品齋 채헌蔡瀗 머물던 석문정石門亭 고고高古한데

연비어약鳶飛魚躍 별천지別天地에 광풍제월光風霽月 가득하니

무위자연無爲自然 복거卜居한 여기가 도원桃園일세


*鳶飛魚躍 :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온갖 동물이 생을 즐김을 이르는 말.(생명 약동)

*卜居 :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정함./ 복지, 복택

*光風霽月 :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시원하고 깨끗한 인품을 형용한 말.


석문구곡石門九曲은 경북 문경시 산양면과 산북면 일대에 자리하는 원림園林으로 금천錦川과 대하천大下川을 따라서 약 9㎞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이곳에 근품재近品齋 채헌蔡瀗(1715-1795)이 석문정石門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복거卜居하였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중심으로 구곡원림을 경영하며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희朱熹(朱子)가 무이구곡武夷九曲을 경영한 것과 같이 이 원림에서 성리학性理學을 구현하고 무위자연의 삶을 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