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국악신문] 한국국악협회는 계륵(鷄肋)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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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국악신문] 한국국악협회는 계륵(鷄肋)인가

  • 편집부
  • 등록 2021.11.22 07:30
  • 조회수 6,522

화면 캡처 2021-11-21 231715.jpg

 

단체 설립 목적을 "국악의 전반적인 발전 향상과 문화유산의 보존 육성을 기하며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민족문화 전통예술의 정립에 기여함이라고 밝힌 단체이다. 13개 분과, 17개 지회 산하에 170개 지부를 둔 국내 최대의 국악인 공동체이다. 60년 전인 19611124, 오늘의 국악 역사 중추를 이룬 명인들에 의해 창립되었다. 바로 국악을 위한, 국악인에 의한 특수 목적법인 ()한국국악협회를 말한다.

 

지금 이 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악인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목적 활동은 물론, 창립 60주년이란 뜻깊은 정주년 기념사업까지도 엄두를 못 내는 처지에 봉착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20202월 총회에서 선출된 이사장이 결선투표 8표 차 낙선자에 의해 당선무효소송을 당한 상태기 때문이다. 청구원인은 이사회가 정회원 심의과정 없이 선출한 미자격 대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되었기에 정관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년여에 걸쳐 양 측 간에 격심한 분란을 겪고 있고, 협회 운영이 거의 마비 상태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반경, 소송에 휘말린 국악협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고등법원 458호 법정에서 열린 당선무효소송 24차 공판에서였다. 각기 1940년과 42년생으로 여든에 이른 원로 국악인 두 분의 법정 출석 사실이다. 두 분이 증인석에 서서 억누른 긴장감으로 "~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는 선서를 하는 순간은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어진 젊은 변호사의 반대심문에 당혹해하고, 처음 들을 법한 법률용어에 쩔쩔매는 모습에서는 긴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평생 국악만의 길을 걸어온 이분들을 누가, , 이런 협회 운영 쟁탈전의 한 가운데 서게 했는가라는 의문에 이르고, 어쩌면 회유이거나 강권에 의한 출연(出演)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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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한국국악협회; 엠블럼

 

40여 분간의 공방, 20여 년 간의 활동에서 회원’, ‘정회원’, ‘대의원에 대한 심의를 "단 한 번 정도만 한 것으로 기억한다라는 피고측 증언 대() 4년에 한 번씩은 "규정은 없지만 해 왔다.”라는 원고 측 주장이 대치되고, "그러면 신입회원들은 4년간 선거 직전의 이사회에서 심의하기 전까지는 자격도 없이 회비만 내고 기다려야 하는가?”라는 공방에는 황설수설했다. 그러나 이런 쟁점보다는 오히려 "국악협회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어 왔다라는 두 분의 합창이 더 크게 들렸을 뿐이다. 결국 어느 측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느 측에게도 유리한 증인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재판부는 예상과 다르게 한 번 더 변론 기일을 잡았다. 1223일 오후, 5차 변론을 치르고 내년 1월 중에야 2심 판결을 내리기로 하였다. 그러니 양측에게는 협회의 정상화를 위한 모색 기간이 아니라 운영권 쟁탈을 위한 적대적 관계를 강화해 갈 시간을 주게 된 것이다. 원고의 청구원인과 피고의 항소이유 어디에도 국악인과 국악협회를 위해서라는 표현이 없고, 오직 상대측에 대한 비난과 일방적인 주장뿐인 것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한 측은 규정 미비의 문제를 차가운 법정으로 끌고 갔고, 또 한 측은 무원칙한 대응으로 고유 업무를 방기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없고 보복심리로만 대치하여 단체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고유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선 국악인 누구도 이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소위 정악계라는 원로들은 물론이고, 국악협회 이사, 감사, 이사장을 역임한 원로 외원들은 물론, 대부분의 회원들은 아예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어느 한쪽 편에 기울어져 논의를 사양하고 있다. 문제의 2020년 총회 당시 대의원이거나 이사의 직 등을 수행한 일부조차도 "그거야 뭐,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라는 정도이다. 그야말로 오불관언(吾不關焉)에 격안관화(隔岸觀火)이다. 게다가 협회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상황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지도 감독을 방기한 상황이다. 국악협회가 얼마나 존재감이 없으면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

 

이런 사정이라면 국악협회는 같은 식구인 국악인에게서도, 지도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로부터도 시시한 단체로 취급받는 것이 분명하다. 버리기는 아깝고 챙기기는 귀찮은 계륵 취급을 받는 것이다. 며칠 후면 창립 60돌을 맞는다. 이 정도의 연치라면 지나 온 족적 자체가 크게 내세울 역사일진대, 그 위업들은 모두 묻어버리고 비루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과연 이 나잇값을 누가 나서서 찾을 것인가. 생각하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니 빨리 길을 찾아야 한다. 바로 여작계륵’(如嚼鷄肋)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이 고사의 교훈은 갖고 있기도 그렇고, 버리자니 그러한 처지라면 비로소 버려야 얻을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수습의 길은 찾을 수 있다. 현재 양측의 상황으로는 2심 판결이 어떻게 나든 어느 한 측은 불복하여 상고할 것이 뻔하다. 그런 만큼 국악협회는 더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되어 있다. 이런 정황이니 이제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두 분이 증언했듯이 무원칙한 협회 운영 체제를 본원적으로 개혁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양비론이나 양시론 같은 구구함을 넘어 새로운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체제의 한국악협회 탄생,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위상 회복과 한류시대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제 어디선가, 누군가는 촛불을 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거대한 횃불로 점화하여 결단의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단호하고 빠르게". 이것이 ()한국국악협회 60회 생일을 맞는 진정한 의미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