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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인생 70년 기념공연 이은주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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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뉴스

소리인생 70년 기념공연 이은주 명창

  • 김지연
  • 등록 2006.05.02 17:39
  • 조회수 1,669
소리인생 70년 기념공연 이은주 명창

열 다섯의 나이에 소리판에 입문한 이래, 하루도 소리를 놓아본 적이 없는 경기 민요 인간 문화재 이은주(85) 선생이 올해로 소리 인생 70년으로 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70년을 기념하는 흥겨운 잔치 마당을 펼친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쳐서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은데 놀기나 하면서 쉬어가세. 니나노 늴리리야 니나노 얼싸 좋다 얼씨구 좋아...”

한국전쟁 중, 오랫동안 불려지지 않던 민요 ‘태평가’를 복원해 온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국악계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은주 선생님(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은 “좁은 방에서 피란살이를 하려니 속이 상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이 노래 가사를 지었다”며 “전쟁 후 김백봉 선생의 ‘부채춤’에도 쓰이는 등 엄청나게 많이 불렸다”고 회고했다.

이은주 명창은 1922년 경기도 양주군 장항면 (현재 고양시 장항면)에서 태어났다. 소리에 대한 욕심이 많았으나 부친의 반대로 소리를 배울 계기가 없었으나 어머니의 도움으로 15세 되던 해 경서도명창이던 원경태 선생에게 시조, 가사, 잡가 등을 사사받았으며 1939년 인천 홍명극장 명창대회에서 대동강 물을 먹어야만 그 맛을 제대로 낸다는 평안도 민요 ‘수심가’를 불러 1등을 차지, 일약 대중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같은 해 경성방송국에 방송출연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이은주 명창은 스승으로부터 윤란이라는 이름 대신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를 지녔다’며 ’은주‘라는 이름을 받았다.

해방 직후 대한국악원 민요부원으로 활동했으며 특히 1946년 서울중앙방송국 전속 민요부원으로 뽑혀 오랫동안 방송활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1949년 서울중앙방송국 녹음실 착공기념전국 팔도민요 녹음 때 경기민요 대표로 긴아리랑, 이별가등 주옥같은 민요를 녹음하기도 했다.

1948년부터는 고려레코드사 킹스타, 레코드사 등에서 이은주의 민요를 녹음, 한국전쟁이후 1960년대 초까지 유성기음반만도 약 80여회 녹음했다. 특히 이은주 명창이 한국전쟁 중 대구 피난 시절 복원한 태평가는 한국전쟁직후 가장 인기 있는 민요로 유니버셜레코드, 오아시스레코드, 신세기레코드, 도미도 레코드 등 각 음반사에서 경쟁적으로 녹음하기도 했다. 1955년 단성사 명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여 그 명성을 다시 한번 만방에 떨쳤으며 1958년 부터는 경기민요의 중시조 이창배가 설립한 청구고전성악학원의 강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경기민요의 제도적 전승과 보전을 목표로 1962년 설립된 한국민요연구회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듬해 안비취, 묵계월, 김옥심 등과 함께 한달간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동포위문공연을 강행하기도 했다. 1969년 TBC 명인명창대회에서 또 다시 장원을 차지하는 등 그 실력을 입증 받아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후보로 지정되며 1975년 안비취, 묵계월과 함께 경기민요 예능보유자가 되었다.

이은주 명창은 48년 고려레코드와 킹스타 레코드에 첫음반을 취입한 이래 지금까지 취입한 음반은 유성기 음반 80여장, 엘피 300여장으로 소리꾼으로는 가장 많은 음반을 발매했으며 지난 1999년에는 79세의 나이로 경기 12잡가 전곡을 녹음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또한 지난 2006년 3월에는 국악찬양곡 ‘할렐루야 상사디야’를 비롯, 이별가, 정선아리랑 같은 주옥같은 민요를 취입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제자양성에 힘써 수제자 김금숙을 비롯해 김장순, 한진자, 이선영, 노경미 등 국악계의 중견 명창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리꾼을 비롯 약 30여명의 이수자 외 200여명의 문화생을 직접 키우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 받아 지난 91년에는 KBS 국악대상 공로상, 93년에는 대통령표창 옥관문화훈장을 서훈받기도 했다. 또한 2005년에는 국악협회가 선정한 ‘10대 명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은주 명창은 민요 가운데 이별가와 긴아리랑을 가장 잘 부르는 명창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태평가와 정선아리랑에도 꼭 맞는 목구성을 가진 명창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태평가가 흥과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라면 이별가는 태평가와는 반대로 몹시 슬프고 애절한 곡. 특히 경기민요중 정선아리랑과 함께 가장 까다로운 곡인 이별가와 긴아리랑은 명창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도 알려진 민요이다. 구순의 세수이지만 아직도 50대 못지않은 맑고 청아한 목을 구사하는 이은주 명창.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이번 공연에서는 이 명창의 일생을 조명하는 영상자료와 유성기 음반들이 소개되며, '정선아리랑' '긴아리랑' '이별가', 경기12잡가 중 '집장가' 등 경기민요의 대표적 노래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또 지난해 소리계를 떠난 묵계월 명창과 '트로이카'의 뒤를 잇는 경기민요 명창 이춘희 씨가 이 명창과 함께 12잡가 중 '평양가'를 병창하는 축하 무대도 마련된다. 공연 문의 : 02) 765-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