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위영금(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 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막내딸이 이주한 이국땅에서 한국인이 애호하는 화투를 손자에게 가르쳐 주고 가지런히 칫솔질을 따라 하며 어느새 서로를 닮아가는 그곳,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내 놓는 붉은 고추가루를 받고 또 다시 울컥해 하는 딸, 그리고 고향의 언어는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머니는 고향땅에서 가지고 온 미나리 씨를 미국 땅에 뿌린다.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 약효인지는 모르지만 어린 손자의 병은 기적적으로 호전되지만 대신 할머니가 병을 얻고 가족들이 집을 비운 날에 정신을 잃어 실수로 그동안 일궈온 모든 농작물과 집을 태워버린다. 병원에서 손자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 가는 할머니, 그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가족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감독의 의도이다. 그리고 그 힘은 가족이라는 의미로 전달된다.
영화에 몰입하면서 고향에서 늘 먹었던 ‘미나리 김치’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탈북민이라는 존재의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나리’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식용과 약용으로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이다. 그리고 너무 흔하게 널려 있어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고향음식이다.
미나리는 고산지대를 제외하고 습지나 음지에서 잘 자라고 항암작용과 염증치료에도 좋고 특히 간에는 특효이다. 해독제로 쓰인 미나리는 생선을 잘못 먹어 부작용이 있을 때 이것을 처방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국가정책으로 미나리밭 조성까지 했으니 지천에 널린 것이 푸른 미나리이다.
봄부터 시작하여 가을까지 자라는 미나리는 냉국이나 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미나리 김치’는 한약 같은 특이한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절임으로 봉인했다가 며칠 뒤에 발효가 되어 숙성이 되면 꺼내 먹는다. 이제는 그 맛도 잊혀진 ‘미나리 김치’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 미나리처럼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희망조차 없는 탈북민의 소망은 무엇일까?
영화는 바퀴달린 집이라도 가족이 모여 사는 것이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타국 멀리 있더라도 어머니를 만날 수 있고 고향의 맛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4월 25일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인이 서툴지만 ‘미나리’라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나도 이 사회에 속해 있는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에게 호명되는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필자 소개
위영금: 경기대학교 대학원 북한학 박사
시집 '두만강 시간' 출간(2020)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내고향만들기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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