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음반] 정창관의 신보유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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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정창관의 신보유람 49

이호연의 창 <경기십이잡가>

  • 특집부
  • 등록 2021.08.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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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호연의 창 <경기십이잡가>, (2021년 M Story Entertainment 음반번호없음 4CD)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경기 12잡가의 연원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대략 1840년대부터 성창했다고 추측된다. 경기 12잡가는 여느 민속 성악과 같이 구전심수로 전해졌는데, 남창으로는 사계축 소리꾼, 여류로는 삼패 기생을 전승 주체로 본다. 경기 12잡가는 본래 8잡가와 잡잡가로 구분된다. 8잡가는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집장가, 소춘향가, 선유가, 형장가, 평양가로 8곡이고 잡잡가는 달거리, 십장가, 방물가, 출인가로 4곡이다. 이들은 20세기 중반 이후 12가사처럼 한 묶음이 되어 전승되고 있다.

 

경기 12잡가는 긴잡가로도 불리며 경기 소리를 대표하는 하위 장르이자 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의 전승 과제 곡이다. 그런데 12잡가의 음계를 살펴보면 악곡마다 경토리 뿐만 아니라 서도토리가 쓰이기도 하며 어떤 악곡에서는 경토리와 서도토리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서도토리가 쓰이는 악곡에서는 서도소리 고유의 요성이 도드라진다. 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울, 경기지역 소리꾼들과 서도 소리꾼들이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며 음악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함께 취입한 음반 기록과 극장 공연 기록, 특히 20세기 초 남진해 서울 극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평양 날탕패의 기록이 그 근거가 된다.

 

경기 12잡가는 1974년에 경기민요라는 이름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되었고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 선생이 예능 보유자로 인정받았으며 이후 활발한 전승 활동을 통해 현행에 이르고 있다.

 

이호연 명창은 11살 때 큰아버지이자 국악인, 이범석 옹이 운영하던 고전음악학원에서 민요와 무용에 입문하였다. 16세에는 경서도소리계의 거목, 이창배 선생과 정득만 선생에게 경서도 소리와 가사, 시조를 학습했다. 22살 때는 당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던 안비취 선생 문하에 입문, 전수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인 전통예술가의 길을 간다. 1996년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되었고, 이후 이호연 국악예술원을 설립, 전수 활동을 활발히 하며 2020년, 전승교육사로서 전수 및 이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연 명창의 경기 12잡가는 직계 가족인 이범석 옹에게 발굴되어 이창배, 정득만 선생에 의해 뿌리를 내렸고, 초대 예능 보유자인 안비취 선생을 만나 꽃을 피운 전통의 원형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음반에는 2008년 녹음과 2020년 녹음의 경기 12잡가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 선보이는 음원으로 장구는 김보연 소리꾼이 잡았다.

12년의 차이를 두고 한 소리꾼의 12잡가를 같이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악보집도 같이 출판되어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경기 12잡가’는 경기소리꾼이 넘어야 할 태산이다. 2개의 태산을 넘고 있는 이호연 명창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다.

 

 

* 본 음반 소개 글의 많은 부분은 해설서와 악보집에 글을 쓴 경기음악연구회 전병훈 대표의 글을 인용함.

* 관련 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Z-AM-21F&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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