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만났다. 기대한 탓일까?
그동안 사진으로 봤을 뿐 대면하는 건 처음이다. ‘고서 사랑’, ‘책의 남자 박대헌’. 본보에 연재하고 있는 그 분이다.
매주 보내오는 원고에는 오타 한 자 없다. 올곧게 지켜가는 고서에 대한 신념이 담긴 진지한 글 속에는 가끔 웃음도 있다.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고집쟁이 어른이 아니다. K선배로부터 성품에 대해 들었던 터라 만나고 싶었던 분이다.
삼례역에서 걸어 5분, ‘삼례+책+마을’이다. 역에서 가깝게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삼례책마을 찾는 방문객들은 가는 길만큼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듯하다. ㄷ자형으로 잔디를 품고 있다. 평화롭고 사랑스런 풍경이다.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와 주위에 있는 모든 건물이 책마을 덕에 빛나 보였다. 선생은 ‘고서점 호산방’ 주인이며 ‘삼례책마을조합’ 이사장으로 이곳을 일구고 지키는 분이다.
선생과 악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쯤 일찍 왔다. 점심을 먹고 나면 맞아떨어질 것 같아서다. 삼례책마을 전경을 얼른 한눈에 넣고는 작은 도로를 건너 이름이 고운 ‘새참누리’ 식당으로 갔다.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데, 몇 명의 일행이 들어왔다. 이곳을 잘 모르는 듯 한 일행과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한 중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중절모를 썼다. 크지 않은 체구에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몰두해 온 듯한 어깨와 나지막한 목소리까지 직감적으로 만나야 할 분임을 알았다.
연재 담당 기자로서 짧게 몇 번 통화한 선생의 목소리도 낯설지 않았다. 그들이 들어올 때 내가 앉은 자리를 지나게 되니 혼밥 하는 이가 있다는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나를 의식한 듯 보였다. 그래선지 얼마 후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첬다. 순간 나는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 분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로 맞아주었다.
짧은 순간 사진으로 기억되는 전혀 다른 선생의 모습을 지워 버렸다. 다 먹어가던 참이었지만 식사하는 선생의 뒷모습이 혹시나 혼자인 나를 신경 쓰는 거로 읽혀져 바로 식당을 나왔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식당 밖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인사는 생략되었다. 바로 오전에 올 줄 알았던 일행과 같이 움직여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면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말수가 적고 전문적인 말만 할 줄 알았는데 유머가 배고 세심한 배려에 내가 그린 모습과 달랐고 훨씬 좋았다.
선생의 안내를 받으며 처음 만난 일행과 함께 삼례책마을을 둘러보았다. 책마을은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해가려고 지었던 양곡창고를 개조해 박물관과 고서점, 전시관을 갖춘 것이라고 한다. 화려하고 높은 건물의 규모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을 허물지 않고 책마을로 탄생시켜 더 귀하고 가치 있어 보였다. 삼례역이 가깝게 있는 것도 일제가 쌀을 빠르게 운송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3가지 테마의 전시를 선생의 설명으로 볼 수 있었다.
먼저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 전시다. 미라보 다리 시로 알려진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와 연인 마리로랑생’에 관한 전시와 ‘나폴레옹과 조선 서해안 항해기’, ‘근대 프랑스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 되어 있다. 그 중에 폴 세잔의 작품도 있다.
나: 아폴리네르가 왜 좋아요?
선생: 나보다 잘 생겼잖아요.
두 번째로 ‘요정과 마법의 숲 그림책 미술관’이다. 1940년대 영국 동화작가 그레이브스와 나오미 헤더 그림책이 출간되지 않은 미간행 원고의 전시다.
마지막으로 ‘문자의 바다 전’이다. 기원전의 자료까지 희귀하고 진기한 작품들이다. 알 수 없는 문자, 그 뜻과 깊이를 알지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자료가 반갑기도 했다.
세 곳의 전시를 안내 받은 뒤 책방 카페에 마주 앉았다. 그 곳을 들어서면 책이 2층까지 쌓여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온 몸이 지식으로 채워지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백석’을 검색하기도 했다. 여유를 갖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저서를 찾아보고 싶었다. 이 소망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세계의 고서, 그림, 음반 등 많은 양과 희귀한 자료들. 그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선생의 혜안이 부럽다. 영월책박물관에서 오늘의 완주삼례책마을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제도 있었다. 그러나 삼례에는 비로소 선생으로 하여 책문화 도시가 형성되고, 이것은 삼례뿐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 문화에 퍼지고 있다. 마당에 서니 선생이 흘린 땀으로 일구어진 ‘책의 꽃’이 삼례에서 피어 나고 있음을 5월의 신선한 바람이 알려 주었다.
전시관을 이동하면서 틈을 타 카메라를 내밀면 선생은 쑥스러워서 소년처럼 미소를 지었다. 사진 속의 또 다른 분이다. 무뚝뚝한 표정을 지을 것만 같은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겉으로는 강한 듯 하지만 속은 여린 중년이다.
삼례역까지 배웅해 주었다. "호랑이가 잡아 가면 어쩌나~”하면서. 오랜만에 듣는 옛날 이야기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었다. 창밖 점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
5월말의 삼례 책꽃 향기는 계속 서울로 가는 길까지 따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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