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박대헌 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1) 눈감 땡감
"이게 무슨 책이오?”
"잘 모르겠소.”
"얼마면 되겠소?”
"십만 원만 주시오.”
"눈감 땡감, 오만 원만 합시다.”
"좋소, 눈감 땡감. 가져가시오.”고서나 골동의 세계에는 ‘눈감 땡감’이란 말이 있다. 가치를 잘 모르는 물건을 사고팔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아주 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사고파는 사람 모두가 그 가치를 잘 모르면 답답하기도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시원시원하다.
사실 눈감 땡감이란 말에는 깊은 속내가 깃들어 있다. 사는 사람은 혹시 이 물건으로 ‘땡’잡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고, 파는 사람은 별로 신통치 않은 물건을 모른 척하고 잘 파는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전혀 답답할 이유가 없다. 서로의 속내를 눈감 땡감이란 말로 합리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물건치고 제대로 된 것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잘 모르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또한, 정말 잘 모르면서 파는 물건이라면 주인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주인은 나름대로 알아볼 것은 다 알아봤을 수도 있다.
눈감 땡감은 얄팍한 상술과 헛된 욕심이 만들어낸 저속한 거래 방식이다. 예컨대, 고서를 잘 모른다면서 버젓이 고서를 파는 고서점 주인이 있는데, 이들에게 이런 거래 방식은 대개 겸손이 아니라 유치한 상술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러한 고서점이 장사가 잘된다.
(2) 조 노인과 『추사서첩(秋史書帖)』
책값을 깎는 데 그 수법이 남다른 수집가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서 거간꾼 조성호 노인은 특히 글씨를 보는 안목이 뛰어났다. 고서계에서는 신용만 있으면 고가의 물건이라도 위탁으로 내주는 것이 상례다. 조 노인은 골동품 가게에서 물건을 위탁받아 다른 가게나 수집가에게 판매하는 일을 했다. 그는 일단 물건을 입수하면 내게 제일 먼저 보여주곤 했다.
한번은 내가 노인에게 추사의 글씨를 위탁으로 내준 적이 있었다. 십여 장의 글씨가 붙어 있는 작은 서첩이었다.(*사진 38) 며칠 후 노인은 이것을 K씨에게 판매했다. 그 후 물건 값을 받아 와 모든 거래를 끝냈다. 그러고 얼마 후 노인이 찾아와, 판매한 서첩에 문제가 생겼으니 반품할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사연인즉 이러했다.
노인이 또 다른 물건을 역시 K씨에게 판매하고 약속한 날에 돈을 받으러 갔더니, 물건 값을 대폭 깎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구입한 『추사서첩』이 가짜이니 그만큼의 값을 깎아 주든지, 아니면 『추사서첩』을 반품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노인은 K씨에게, 『추사서첩』을 구입하기 전에 나름대로의 감정을 거쳤고, 또 그 대금은 주인에게 이미 지불한 상태라 반품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K씨는 어찌 되었든 『추사서첩』 대금을 갖고 와야 물건 값을 내주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던 것이다. 『추사서첩』은 그렇다 치고 그 물건은 조 노인이 다른 가게에서 위탁받은 것이라 물건 임자에게 가부간에 결정을 해주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추사서첩』은 내게 다시 돌아왔고 조 노인과 K씨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물론 나와 조 노인은 이 서첩이 진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 쪽에서 가짜라고 하면서 돈을 내놓으라니 조 노인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수집가 중에는 거간꾼들이 가져온 물건을 얼마에 사기로 결정해 놓고는, 막상 셈을 할 때는 다시 또 얼마를 깎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고약한 버릇이다. 그후 서첩은 다른 곳으로 팔렸고, 몇 년 후 한 전시장에서 이 서첩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사고 싶었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뛴 상태였다.
(3) 『나한사전(羅韓辭典)』
1990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고서전 때의 일이다. 영국의 ‘한산당(寒山堂, HAN-SHAN TANG)’이란 고서점 부스에 『나한사전(羅韓辭典, Parvum Vocabularium Latino-Coreanum)』이 눈에 띄었다.(*사진 39)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라틴-조선어사전으로, 1891년 홍콩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펴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한두 해 전 서울의 어느 고서점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망설이다가 마침 가진 돈도 부족하여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는데, 며칠 후 서점에 들러 보니 그 책은 이미 팔리고 없었다. 그때의 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그 책은 당시 가격으로는 매우 비쌌기에 그런 비싼 가격에 쉽게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평소 서점 주인하고도 잘 아는 사이라 외상은 물론 예약만 했어도 살 수 있었던 책을 놓친 것이다.
서운함도 잠시, 나는 그 정도의 돈을 주고 그 책을 사 간 사람이 과연 누굴까 생각해 봤다. 그러나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웬만한 고서 수집가들의 성향까지도 거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바로 그 책을 일본에서 만난 것이다. 그 대가로 나는 서울에서 본 가격의 대여섯 배를 주고 그 책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대구의 한 고서점에서 이와 똑같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격은 일본에서 산 것의 수십분의 일 수준. 그것도 일본에서 산 책은 표지가 떨어져 나가 수리해야 했는데 이 책은 상태가 완전한 것이었다. 이때의 기분을 표현한다면, 일본에서는 제값을 주고 샀지만 대구에서는 ‘땡잡은’ 것이었다. 어쨌든 둘 다 기분 좋은 일이다. 이것이 바로 고서의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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