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눈 이불 이만유(1953~ ) 추위와 목마름에 청보리 쩔쩔맬 때. 하얀 눈 소복 내려 솜이불 덮어주네. 따뜻한 이불 안으로 파고드는 보리싹. 추천인:기미양(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이번 눈이 마지막 눈이겠지라며 손바닥으로 하얀 눈을 받다가 문득 며칠 전 선물로 받은 시 한 편을 떠 올렸다. ‘청보리’의 청신한 색감이 금방 기분을 밝게 한다. 혹시 지금 들녘을 지나는 이가 있다면, 살포시 눈이불 들어 ‘보리싹’에 ...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이동순(李東洵/1950~ ) 새해가 왔는가 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 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 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 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 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 파헤쳐 놓은 수도공사도 끝내지 못했는데 태어나리라던 아기예수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여지껏 나무에 대룽대룽 매달려 애잔한 잎들은 팔랑이는데 못다 쓴 원고뭉치...
새해의 노래 김기림(金起林/1907~?) 역사의 복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가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민족과 민족의 아우성 소리 어둔 밤 파도 앓는 소린가 별 무수히 무너짐인가? 높은 구름 사이에 애써 마음을 붙여 살리라 한들 저자에 사무치는 저 웅어림 닿지 않을까 보냐? 아름다운 꿈 지님은 언제고 무거운 짐이리라. 아름다운 꿈 버리지 못함은 분명 형벌보다 아픈 슬픔이리라. 이스라엘 헤매이던 2천년 꿈 속의 고향 시온은 오늘 돌아드는 발자국 소리로 소연코나. 꿈...
그랬다지요 김용택(金龍澤/1948~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추천인:김연광(민족음악연구원 이사) "이맘때쯤이면 기억나는 시. 누군가가 그립다. 만나고 싶다. 또 꽃이 지기 전에!”
개세가(慨世歌) 목은 이색(牧隱 李穡/1328∼1396)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추천인: 이한구(시조연구회 회원) 며칠 전 해질녘 폭설로 갈길 몰라 했다. 문득 포근한 눈, 매화를 티우는 살폿한 눈이 그리워졌다. 선조의 시조 한 수가 입김과 함께 흘러나왔다.
[국악신문] 사진:기세택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 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채로 도착해 있었다. 추천인:김삼목(국악신문 자문위원)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어떻게 왔는지. 기특하게도 우리는 한날한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선에서 한날한시에 출발한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다. 2012년 교보문고 ...
새해의 기도 이성선(李聖善/1941~2001)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 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추천인:박승찬(...
다시 겨울 아침에 이해인(李海仁/1945~ )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12월 눈오는 겨울아침, (사진: 러시아 동포 3세 스텝핀 블라디미르(Степин Владимир/한국명:이미르)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바라보는 산 2020.01.30.(사진:기찬숙) 눈 윤동주(1917~1945)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진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추천인:황정수(세종시 한누리국악원 원장) "그제 어딘가에 첫눈이 왔단다. 아마 그 곳은 추웠나 보다. 이제 내 사는 곳도 추워지겠네. 그러면 나는 포근하겠지?”
초겨울 편지 김용택(金龍澤/1948~ ) 앞 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추천인 김도형 교수(다큐 ‘다시 부르는 아리랑’ 감독) "눈은 모든 것을 가린다. 그리고 그 위에 기억을 새긴다. 눈 위에 그릴 그 첫 기억은 아마도 보고 싶은 이일 것이다. 매년 첫 눈을 기다리며 몸살을 앓는 이유일 것이다.”
[국악신문] 사진:기광룡 첫 눈 이정하(李禎夏/1962~)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서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색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
다 못 쓴 시 유재영 (1948∼) 지상의 벌레 소리 씨앗처럼 여무는 밤 다 못 쓴 나의 시 비워 둔 행간 속을 금 긋고 가는 별똥별 이 가을의 저 은입사(銀入絲)! 추천 정현조(남북아리랑협의회 회원) "시를 써오는 사람으로서 남의 시를 읽다 환호하기도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얼마 전 읽은 윤재영 선생의 ‘다 못 쓴 시’를 읽고 절망했다. 나는 이 시처럼 일물일어(一物一...
가을의 기도 김현승(金顯承/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추천인:이창구(남북국악교류추진위 간사) 晩秋! 어린 시절...
가을은 김월준 (1937∼) 가을은 홍시처럼 빨갛게 익어 가고 가을은 하늘처럼 파랗게 깊어 가고 가을은 가랑잎처럼 한잎 두잎 져가고······ 추천인:송옥자(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 회장) "문경의 가을은 사과 색으로 온다. 겨울은 사과나무 사이에서 부는 휘파람으로 온다. 한겨울은 낮은 다듬이 소리로 온다. 그리고 나의 나이도 그렇게 온다.”
섬 정현종(1941~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추천인황효숙(울등도아리랑보존회 회장) ‘섬’을 시로 만난 것은 국어시간. 유치환선생의 ‘울릉도’이다.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鬱陵島)로 갈거나~" 학창시절로부터 멀고 먼 후, 다시 만난 시. 정현종 선생의 ‘섬’이다. 이 시를 알고서 나는 깨우쳤다. 내가 사는 울릉도는 ‘섬’이 아니라 ‘나라’라는 사실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1961~ )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추천: 남은혜(공주아리랑보존회 회장) "한 때는 겨울이 오면 연탄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정겨운 시절이기도 하다. 이 시는 내가 체험으로 기억하는 작품. 군밤타령과 함께 떠오르는 나의 애송시이다.”
그 꽃 고은(1933~ ) 노란 민들레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추천: 정은하(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 회장) "단 석줄 15자 시 그 꽃이다. 문학 수업을 받을 때 인용된 시이다. 지금도 팔공산 자락을 오를 때면 떠올리는 시이다. 사람이든 꽃이든 우리는 곧잘 내려오면서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미련함을 깨...
강강술래 이동주(李東柱/1920~1979)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레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白薔薇) 밭에 공작(孔雀)이 취(醉)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
김한나 시 이무성 글씨 김한나(1978~ ) 2020년作 아리랑향기 너에게서 나는 향기 계절의 옷 아무리 갈아입어도 언제나 피어 있는 꽃처럼 네가 있는 아리랑산천은 시들지 않는 아리랑향기다. 추천인: 화백 이무성 "가곡 아리랑산천에(백병동 작곡)의 연가곡 가사인 듯 아리랑에 대한 사랑이 담뿍 담긴 예쁜 시이다. 내 작은 화단에서 아리랑 향기를 맡고 싶다.”
태평무 국가무형유산 '태평무'는 강선영(1925-2016)선생에 의해 전해지면서 격조있는 무대예술로 발전 되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지니...
강원도 아리랑을 쓰다. 한얼(2024, 선면에 먹, 53× 26cm) 봄바람 불어서 꽃 피건마는 고닯은 이 신세 봄 오나마나 ...
최근 BTS를 배출한 하이브와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소식이 연일 연예 문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 하이브의 주가가 약 1조원 가까...
거문도의 인어 신지끼 "안개 있는 날에 백도와 무인도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출몰 바위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기도 벼랑위에서 돌 던지기도 한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 위험 경고...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
# ‘이호연의 경기소리 숨’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제자들 20명과 5명의 반주자와 함께 경기잡가, 경기민요, 강원도...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
4월 18일부터 20일, 남산국악당에서 아트플랫폼 동화의 모던연희극 ‘新칠우쟁론기’가 펼쳐졌다.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나승열)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