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1 (일)
초여름 허형만(許炯萬, 1945~) 물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추천인:김형선(한국서지연구회 회원) "이미 가버린 것을 갖고서도 내일을 담고 있는 이 초여름 풍경. 이 나이 다시 마주하는 4월 초, 회한보다 설레임이 더 크다.”
벚꽃 송연우 봄의 고갯길에서 휘날리는 꽃잎 잡으려다가 깨트렸던 내 정강이 흉터 속으로 나는 독감처럼 오래된 허무를 앓는다 예나 제나 변함없이 화사한 슬픔, 낯익어라 추천인: 홍두표(우리음악 하기회 회원) "문득 ‘나는’이란 1인칭에서 내 유년의 산벚나무 꽃비를 맞았던 기억을 떠 올렸다. 나도 화사한 동심, 있다.”
빗방울은 둥글다 손동연(1965~ ) 만약에 빗방울이 세모나 네모여 봐 새싹이랑 풀잎이랑 얼마나 아프겠니? 추천인: 김니은(아리랑연합회 회원) "配慮! 우리도 풀잎에게~”
벚꽃 김영월(1948~ )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애다 흰빛이 눈부시게 떨린다 살아서 황홀했고 죽어서 깨끗하다 추천인:무세중(전위예술가) "이제 어느 모퉁이 벚꽃나무는 눈부시게 제 멋에 겨워하겠지. 나도 그적에 그런 세월이 있었단다. 내 너의 그 모습 볼 때마다 ‘나 황홀하게 또 깨끗하겠노라’를 염송했노라. 이제 몇 번이나 더 너를 견줘 염송할런지~ ”
봄비 양광모(1963~ )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추천인: 유광모(한러교류협회 이사) "스미는 봄비 스미는 사랑 소리 없이 마음에~ ”
[국악신문] 작가:신길복 3월에 이해인(1945~ )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추천인:장왕기(LA우리문화회 회원) ...
[국악신문] 초정 김상옥선생 생가를 돌아 나오는 골목길 유리창에 걸린 김춘수 님의 ‘앵오리’ 시화(詩畵) 사진 앵오리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 고치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 퐅이라고 한다. 코를 케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명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봄길 정호승(鄭浩承, 1950~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A spring Road Even where a road...
출처:https://blog.naver.com/withflower5/222213044169 설날 윤극영(尹克榮, 1903~1988)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 하셔요 우리집 뒤 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
눈 이불 이만유(1953~ ) 추위와 목마름에 청보리 쩔쩔맬 때. 하얀 눈 소복 내려 솜이불 덮어주네. 따뜻한 이불 안으로 파고드는 보리싹. 추천인:기미양(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이번 눈이 마지막 눈이겠지라며 손바닥으로 하얀 눈을 받다가 문득 며칠 전 선물로 받은 시 한 편을 떠 올렸다. ‘청보리’의 청신한 색감이 금방 기분을 밝게 한다. 혹시 지금 들녘을 지나는 이가 있다면, 살포시 눈이불 들어 ‘보리싹’에 ...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이동순(李東洵/1950~ ) 새해가 왔는가 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 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 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 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 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 파헤쳐 놓은 수도공사도 끝내지 못했는데 태어나리라던 아기예수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여지껏 나무에 대룽대룽 매달려 애잔한 잎들은 팔랑이는데 못다 쓴 원고뭉치...
새해의 노래 김기림(金起林/1907~?) 역사의 복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가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민족과 민족의 아우성 소리 어둔 밤 파도 앓는 소린가 별 무수히 무너짐인가? 높은 구름 사이에 애써 마음을 붙여 살리라 한들 저자에 사무치는 저 웅어림 닿지 않을까 보냐? 아름다운 꿈 지님은 언제고 무거운 짐이리라. 아름다운 꿈 버리지 못함은 분명 형벌보다 아픈 슬픔이리라. 이스라엘 헤매이던 2천년 꿈 속의 고향 시온은 오늘 돌아드는 발자국 소리로 소연코나. 꿈...
그랬다지요 김용택(金龍澤/1948~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추천인:김연광(민족음악연구원 이사) "이맘때쯤이면 기억나는 시. 누군가가 그립다. 만나고 싶다. 또 꽃이 지기 전에!”
개세가(慨世歌) 목은 이색(牧隱 李穡/1328∼1396)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추천인: 이한구(시조연구회 회원) 며칠 전 해질녘 폭설로 갈길 몰라 했다. 문득 포근한 눈, 매화를 티우는 살폿한 눈이 그리워졌다. 선조의 시조 한 수가 입김과 함께 흘러나왔다.
[국악신문] 사진:기세택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 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채로 도착해 있었다. 추천인:김삼목(국악신문 자문위원)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어떻게 왔는지. 기특하게도 우리는 한날한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선에서 한날한시에 출발한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다. 2012년 교보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