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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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월성계곡 새하얀 눈꽃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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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해운대달맞이온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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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통춤문화제, "'수건춤100년사'를 무대에서 만나다"(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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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삼일절 기념 '대한민국 임시정부 특별전'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3·1절 10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LA 한국문화원은 국가보훈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함께 오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문화원 내에서 '민주 공화정의 시작, 대한민국 임시정부'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상설 전시를 대표하는 유물 23점을 소개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주요 활동을 보여준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27년간의 임시정부 역사를 영상과 그래픽, 모형 등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정상원 LA 문화원장은 "LA는 미주 이민 1세대의 정착지이자 일제강점기 때 북미지역 독립운동의 대표적인 거점 지역"이라며 "이번 전시로 한인 2·3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오후 4시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전시 개막식에는 김희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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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의 아픈 '기억'…광주서 선보인 연극 '봉선화Ⅲ'"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일본인 배우들이 한국 민요 '아리랑'을 부르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커튼이 내려가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쳤다. 24일 오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연극 '봉선화Ⅲ'는 일제 강점기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소녀들의 애환과 40여년에 걸친 인권 회복 운동 과정이 오롯이 펼쳐졌다. 일제 강제 노역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 나고야시민연극단이 마련한 이 연극에는 중고등학생부터 70세까지 아마추어 일본인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조선인으로 분해 일제의 인권 유린 역사를 몸으로 표현했다. 이날 연극은 광주문화재단이 사전 예약을 받아 무료로 진행했으며 매진됐다. 600여석의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소녀들이 강제 노동을 하던 중 숨죽이며 노래를 부르거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피해소송에서 이겼을 때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나카 토시오 감독은 "봉선화 첫 공연을 했던 2003년도 당시에는 배우로 출연했고, 연극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느끼고 감독을 맡게 됐다"며 "모든 배우가 아리랑 음악을 유창하게 부를 수 있었던 건 일본에서 재일교포에게 직접 배우고, 연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원고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무토 요코 씨는 "(일본)시민으로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를 준) 미쓰비시와 정부가 부끄럽다"며 "미쓰비시와 정부가 과거에 저질렀던 행실을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걸 양금덕 역을 맡으며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20분간 공연이 마무리되고, 출연한 배우들의 충혈된 눈을 보고 '대본에 의한 연극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연극'이라는 걸 느꼈다"며 "광주는 역사를 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역사적 사실이 기억·계승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직접 대본을 쓴 연극 '봉선화'는 지난 2003년 나고야에서 초연됐으며 2022년 나고야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올려져 1천여명이 관람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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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속 전국서 풍성한 정월대보름 행사(종합)색이 있는 오곡밥을 먹고 단단한 부럼을 깨며 한해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인 24일 전국에서는 흐린 날씨 속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제39회 해운대 달맞이 온천축제가 열렸다. 달집 앞에 제례 상을 차려놓고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월령 기원제'를 지내고, 달이 뜨는 오후 5시 58분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를 진행했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서는 이날 오전 김빈길 장군 추모제를 시작으로 장승·솟대 세우기, 당산제, 인절미·떡국 나눔, 큰 줄다리기, 전통 공연이 선보였다. 낙안읍성 놀이마당에서는 제기차기, 투호, 단체줄넘기, 윷놀이, 비석 치기, 팔씨름 등 전통 민속놀이도 펼쳐졌다.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에서는 새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필봉정월대보름굿 축제가 열렸다. '기굿'을 시작으로 각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당밟이굿'을 진행한 뒤 저녁 무렵에는 '채굿', '호허굿', '풍류굿', '영산굿', '노래굿', '대동굿' 등이 이어졌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도 전주 삼천동 일원에서 정월 대보름굿 '망월이야'를 열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이날 행사는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 체험과 짚풀공예가 유춘수 옹의 공연과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 체험이 펼쳐지며 축제장으로 변했다. 행사는 시민들의 희망을 담은 2천여장의 소원지를 단 달집을 태우며 마무리됐다. 심영배 전주기접놀이대표는 "최근 연일 비가 내리자 달집이 물을 머금지 않도록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냈다"며 "귀밝이술을 나눠 먹는 분들 모두 올 한해 좋은 소식만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금호강 둔치, 월광수변공원, 달성군민운동장 등 5곳에서 4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경북에서도 청도군 청도천, 경주시 서천 및 칠평천, 경산시 남천 둔치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이와 함께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광장에서 열린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에는 1만여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강원도 춘천시청 호반광장에서는 춘천문화원 주최로 '2024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가 열려 소원지 쓰기, 가훈 써주기, 부럼깨물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선보였다. 오후 5시 40분부터는 한 해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대형 달집에 매달아 태우는 '달집태우기'가 열렸다. 화재 예방과 관람객 안전을 위해 실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폭죽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속초시는 속초문화원과 함께 '2024 정월대보름 한마당-오오오! 청룡의 기운으로 소원UP!' 행사를 속초해수욕장에서 열었다. 달집태우기를 비롯해 연 만들기, 제기차기, 소원지 쓰기, 소망등 만들기, 떡메치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과 동별 민속경연대회, 속초돈돌라리와 지역 가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동촌 냇가 일원에서 '갑진년 무사 안녕 기원제례'를 열고 풍물 공연과 시민노래자랑 등을 진행했다. 의령군에서는 '제23회 정월대보름 전통민속축제'가 열려 떡메치기와 농악공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양산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열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이날 관람객들에게 문화유산 사진카드 4개 중 하나를 골라 한 해 운수를 점쳐보는 행사를 마련했다. 소원 쓰기 코너도 마련해 추첨으로 선정된 100명에게 보름달처럼 둥근 도넛 모바일 교환권도 증정했다. 북한과 불과 1.4㎞ 떨어진 경기 김포 애기봉의 평화생태공원에서도 이날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생태공원 전시관 앞에서는 전통놀이 체험 행사가 운영되고 있고, 딱지 만들기와 캐리커처 등 체험행사와 밴드 마술 공연도 선보였다. 충북 옥천에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 강줄당기기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주민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볏짚을 꽈 만든 용 모양 강줄로 윗말과 아랫말이 줄다리기하는 것이다. 윗말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같은 시간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주민 50여명도 마을 어귀 원추형 돌탑 앞에 모여 무병장수를 비는 '탑신제'(塔神祭)를 지냈다. 마한시대부터 유래된 이 행사는 1976년 충북도 민속자료 1호로 지정됐다. 이날 오후 2∼7시 청주시 청원구 정북동토성에서는 이범석 시장과 시민 등 1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월 대보름 축제가 열렸다. 이들은 연 만들기, 연날리기, 소원지 쓰기, 달집태우기 등을 하며 시민 안녕 등을 기원했다. 증평군 증평읍 보강천변 미루나무숲에서도 이재영 군수와 군민 등 700여명이 모여 2시간여 동안 윷놀이와 투호놀이, 연날리기 등을 즐기며 군민 화합을 다졌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이 흐리거나 눈비가 내려 상당수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달을 보기 어려웠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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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빛' 광주·전남 보도사진전, 내달 6일 개막광주와 전남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들이 지난 1년간 취재 현장에서 기록한 보도사진을 전시한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는 내달 6일부터 12일까지 광주신세계백화점 1층 갤러리에서 2024 광주·전남 보도사진전을 연다. '현장의 눈빛'을 주제로 작년 한 해 동안 광주·전남지역 일간지와 뉴스통신사 소속 사진기자들이 취재한 보도사진 80여 점을 선보인다. 같은 달 23일부터 열흘 동안 전남도청 윤선도홀에서 순회 전시도 이어간다. 6일 개막식에서는 1993년 아시아나 항공 추락 사고를 취재하다 순직한 박경완 기자를 기리고자 제정한 '박경완 기자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로 제19회째를 맞은 수상자는 조선일보 김영근 기자가 선정됐다. 김 기자는 11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남 화순탄광의 마지막 출근길에 오른 광부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전시에는 할아버지인 전두환 씨를 대신해 5·18 유가족에게 사죄한 손자 전우원 씨, 정율성 공원 건립을 둘러싼 이념논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시·도민의 반응 등을 현장에서 포착한 보도사진들이 전시된다. 올해 전시에는 한국영상기자협회 광주·전남지부 소속 동료 기자들이 제작한 영상 기록물도 함께 선보인다. 또 전시 안내 책자를 사진집 형식으로 제작해 소장 가치를 높인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개막식 이후 광주·전남사진기자회 누리집(https://www.sajingija.co.kr/)에서도 온라인 전시를 한다. 김진수 광주·전남사진기자회장은 22일 "환희의 순간, 좋았던 일도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전시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며 "사진기자 각자의 개성이 담긴 보도사진 작품을 부각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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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기자상에 연합뉴스 '민주주의 피습 직후' 등 6편한국기자협회는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연합뉴스가 보도한 '민주주의 피습 직후'를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채널 A가 보도한 '대통령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는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한국일보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은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은 서울신문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에, 기획부문 방송부문 수상작은 MBC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에 각각 돌아갔다. 부산일보가 보도한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는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모두 6편이며 시상식은 이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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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을 심은 700만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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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삶 담긴 음식 문화는…조선의 '요리 비법'을 찾아서"임금의 복통과 설사가 심하여 약방에서 입진(入診·궁중에 들어가 왕을 진찰함)하고 황금탕을 지어 올렸다." (경종실록 1724년 8월 22일 기사) 1724년 조선의 제20대 임금인 경종(재위 1720∼1724)은 여러 날 동안 아팠다. 병환이 낫지 않아 수라를 드는 것도 힘들어했고, 여러 의원이 번갈아가며 진찰하기도 했다. 복통으로 시달리던 경종이 끝내 숨을 거두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 건 생감과 게장이었다. 조선 후기부터 전해지는 한글 요리서 '음식방문이라'는 과실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감과 배와 게를 함께 먹지 말라"는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에 널리 쓰인 '요리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펴낸 '조선 요리 비법: 장서각 소장 주식방문·음식방문이라·언문후생록 역주'는 한글 요리서 고전 3종의 가치에 주목한 책이다. 음식을 문화·인문학·역사학의 관점에서 연구해 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각 분야 학자 10명이 참여해 장서각 소장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했다. '주식방문'과 '음식방문이라', '언문후생록'은 모두 붓으로 필사한 자료다. 주 교수는 책 앞부분에 쓴 해제에서 이들 한글 요리서 3종의 특징과 구성, 다른 기관이 소장한 자료와 차이점 등을 분석한다. 요리법 항목이 몇 가지인지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장서각이 소장한 '주식방문'에 음식 이름이나 요리법 재료 등이 적힌 항목은 총 114가지이며, 이 중에는 병과(餠菓·떡과 과자)류가 35가지로 가장 많다.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 중인 '음식방문이라' 내용을 살펴보면 요리법과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할 일 등 110가지, 의료와 가옥 관련 내용 12가지가 담겨 있다. '언문후생록'은 조선 후기 음식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요리법은 상세하지 않지만, 음식 이름과 재료 명칭을 한자와 한글로 함께 써놓아 조선 후기 음식 이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19세기 이후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요리서는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의 음식문화가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음식 문화에 담긴 선조들의 재치와 민간 신앙도 눈여겨볼 만하다. 밤을 구울 때 타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그중 하나를 남이 모르게 손에 쥐어 감추라'라거나 '밤마다 눈썹 위에 세 번씩 문질러 구워라'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낸다. 책은 원문 이미지와 판독 내용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한글로 필사한 각 단어의 뜻, 비슷한 어휘 등을 주석으로 달았고, '현대어역' 부분에서는 요리서의 각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주영하 교수는 "조선시대 요리책을 연구할 때 필요한 것은 '책의 문화사'라는 시선"이라며 "역주서가 국어학, 음식학, 생활사 연구에 이바지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640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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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마지막 만찬 장소·백두산 천지…사진 속 역사1936년 10월 발행된 사진집 '아동인화집'(亞東印畵輯)에는 중국 창춘(長春)의 한 건물을 찍은 사진이 담겼다. 사진 아래에는 '근세사의 유서가 깊은 곳'이라고 적혀 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가 1909년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지기 전날 만찬을 즐겼다고 알려진 장소다. 훗날 이곳은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개보수 공사가 이뤄진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창업관 모습을 비롯해 1920∼1940년대 옛 만주국 지역과 조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정리한 자료집이 나왔다. 주성지 동북아역사재단 팀장과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부교수가 엮은 '제국일본이 본 동아시아: 만주ㆍ조선 편'은 약 100년 전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총 3권으로 이뤄진 책은 1920∼1940년대에 나온 두 사진집을 토대로 한다. 당시 중국 다롄(大連)을 중심으로 활동한 아동인화협회가 펴낸 사진집 '아동인화집', 아세아사진대관사가 발행한 '아세아대관'(亞細亞大觀)의 사진 1천600여 면(장)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정리했다. 조선과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네이멍구(內蒙古), 만주 등의 모습이다. 디지털 역사학과 한국 근대사를 전공한 두 엮은이는 사진을 확인해 촬영지를 분석하고 설명을 추가했다. 발행 당시 적혀 있던 사진 설명은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총 1천700여 쪽에 달하는 자료집에서는 당시 삶과 역사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백두산 천지의 모습부터 금강산의 절경, 압록강 변 주민들의 생활, 정어리잡이 배로 가득 찬 항구,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여인 등 일상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 곳곳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청일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해군기지가 있었던 지역에 세워진 기념비 등이 대표적이다. 만주사변 발발의 원인이 된 주요 인물과 관련한 기념물 사진도 있다. '아동인화집'과 '아세아대관'은 특히 하얼빈 역과 관련, '이토 공의 죽음이 회상되는 깊은 인상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토 히로부미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자료집은 약 10년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주성지 팀장은 개인 연구를 하며 디지털 역사 자료를 정리하던 중 2014년 10월 일본 동양문고(東洋文庫) 누리집을 통해 '아동인화집'을 열람하게 됐다. 이후 '아세아대관'까지 확보해 김주용 부교수와 함께 사진을 정리하고 자료집을 완성했다. 주 팀장은 "역사 연구는 철저하게 고증되어야 하고, 사진 자료라는 사료에 대한 궁구(窮究·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한다는 의미) 역시 고증의 절차"라고 밝혔다. 그는 "두 자료집은 동아시아의 근대적 변화를 전후한 시기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출처와 근거, 그리고 동시대성'을 가진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 536쪽, 672쪽, 544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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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문장들"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누군지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구절이다. 버나드 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묘비명을 쓴 사람 정도로 주로 알려졌지만, 실은 희곡 '피그말리온', '인간과 초인' 등을 쓰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작가이자 사회비평가였다. '버나드 쇼의 문장들'은 불문학자이자 영어·불어 번역가인 저자가 버나드 쇼가 남긴 작품과 글들에서 추린 명문장들을 영어 원문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버나드 쇼, 나를 말하다', '버나드 쇼의 아포리즘', '버나드 쇼의 작품 속 문장들'의 세 부분으로 나눠 버나드 쇼가 남긴 촌철살인의 구절들을 엄선해 담았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그 점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 "셰익스피어는 나보다 훨씬 크지만 나는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다" , "대중을 멀리하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자신의 꿈을 좇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민주주의는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 만큼 다스려지기를 보장하는 하나의 장치다" 등 천천히 곱씹어볼 만한 구절들이 많다.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으로 알려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역자는 이렇게 우리말로 옮겼다. "이만큼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마음산책.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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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의 삶 엮은 오페라 등 창작산실 신작 4편천재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을 엮은 오페라, 국보 반가사유상의 자세에서 영감을 얻은 무용 등 톡톡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부터 개막하는 네 작품을 소개했다. 오는 3월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는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했던 천재시인 이상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지은주 예술감독은 "사람들에게 오페라 하면 어렵고 힘들다, 외국어로 된 노래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K-문학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금 한국어로 제작된 '이상의 날개'를 통해 세계에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오감도', '꽃나무'를 비롯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의 시를 음악과 시각적 요소를 엮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임선경 연출은 "이상의 시는 듣고 말하는 작품일 뿐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시이기도 하다"며 "감각적인 면을 놓칠 수 없어 시를 영상화해 보여주거나, 출연자들의 대형으로 구상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달 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무용 '반가: 만인의 사유지'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취하고 있는 특유의 자세를 모티프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차수정 예술감독은 "반가사유상이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올린 편안한 자세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며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현대인들이 가진 외로움과 상처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관객의 이동과 몰입을 콘셉트로 무용과 체험을 가로지른다. 관객은 공연장 로비, 분장실, 무대 등 여러 장소를 거치며 부처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차 예술감독은 "공연장을 부처가 깨달음을 얻는 여정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깨달음의 마지막 과정이 펼쳐지는 무대 위에는 나지막한 수조 형태로 호숫가를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토끼를 매개로 순수함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웨어 이즈 더 래빗?'(Where is the Rabbit?)은 다음 달 1∼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벨기에 출신 안무가 그레이스 엘렌 바키가 출연해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거문고 명인 허윤정은 40년간 만들어온 음악 세계를 전통예술 공연 '무한수렴의 멀티버스'에 담는다. 오는 23∼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라 전통음악에 관한 생각과 철학을 들려준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하고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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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이주 160주년…인천·안산·연해주서 기념사업올해 '고려인 이주 160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추진하는 기념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북아 지역 동포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동평·이사장 김현동)는 오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동평 관계자는 "2024년은 러시아 연해주 지신허(地新墟) 마을에 13가구의 한인이 정착한 후 1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세계 코리안 디아스포라 역사의 시발점인 연해주와 국내 고려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축제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의 슬로건은 '세계 코리안 네트워크와 문화로 유라시아 평화 협력'이다. 추진위는 올해 11월까지 지역별로 조직을 꾸리고 경기 안산시, 인천광역시 등과 협업해 우즈베키스탄 고려 무용단 국내 순회공연, 홍범도 장군 사진전, 고려인 이주 160주년 톡 콘서트, 동북아 동포 정책 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연해주에서는 아리랑 가무단 순회공연, 코리안 미술가 공동 창작 및 전시, 160주년 기념식, 고려인 음악가 기념 공연, 블라디보스토크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제, 한·중·일·러 예술단 공연, 유라시아 청소년 댄스 대회 등을 진행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재외 한인 공동체 발전을 위해 차세대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차세대들이 한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경헙 의원, 임채완 사단법인 재외동포연구원장이 맡는다. 임 공동위원장은 "과거 고려인 등 재외동포는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다"며 "지금은 모국 사회와 연계해 경제·문화 교류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에는 이부영 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해찬·이인제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 등이 참여한다. 또 광주고려인마을, 대한고려인협회,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 이주동포정책연구원,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 재외동포협력센터, 재외한인학회, 재한동포연합총회, 중국동포연합중앙회, 지구촌동포연대 등 단체들도 힘을 보탠다. 동평과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이사장 신은철)가 추진위 사무국 역할을 담당한다. 재외동포청과 인천시, 충북 제천시, 안산시 등은 후원한다. 한인의 러시아 이주는 1863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제정 러시아 당국이 정착 허가를 내준 1864년을 이주 원년으로 보고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러시아 공식 기록상 정착 시점은 1864년 9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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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김유정 고향 주민들의 '실레마을 러브스토리' 무대 눈길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소설가 김유정의 소설을 배경으로 연극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춘천을 중심으로 연극 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문화프로덕션 도모는 24일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 아트팩토리봄에서 '실레마을 러브스토리'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도모가 춘천문화재단의 문화활동지원사업인 'ON(온)-다'에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마련하는 것이다. 온다는 도심과 농촌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이에 도모는 올해 초부터 실레마을 초등학교 등에서 주민들과 함께 두 달여 간 김유정의 소설 봄봄과 동백꽃을 각색한 작품을 준비했다. 지난해 어르신만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10대부터 90대 이상까지 전 세대가 참여해 무대를 꾸미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공연에는 이번 지원사업에 함께 선정된 '비단병풍협동조합'의 사물놀이와 합창공연도 함께 열린다. 김미아 연출은 19일 "김유정 소설가의 고향 신동면은 도시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곳으로 사랑방에 모여 동네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 풍경을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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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뮤지컬도 변해…세트·의상·음악도 미련없이 바꾸죠""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잖아요. EMK 뮤지컬은 10주년 공연이 끝나는 동시에 대본만 남겨두고 다 바꿔요. 제작비가 부담돼도 시대 변화에 맞춰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요." 엄홍현(48)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 대표의 시간은 공연 폐막 일주일 전부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뮤지컬의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조명부터 의상, 대사까지 무대 전체를 손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 엄 대표의 손길을 거친 작품은 모든 것을 바꿨다는 뜻으로 '올 뉴'(All New)라는 수식어를 달고 관객을 만난다. 엄 대표는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고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19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엄 대표는 "100% 만족할 수 있는 무대는 없기에 매번 공연을 바꿔나간다"며 "외국은 무대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전통이지만, EMK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초연 10주년을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바꿀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달 27일 개막하는 작품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엄 대표는 "현재 버전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세트를 남기면 혹시 미련이 남을까 봐 공연이 끝나면 폐기처분을 할 예정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작품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혁명을 선도하는 가상 인물 마그리드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소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원작으로 2006년 일본에서 초연한 작품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해 2014년부터 무대에 올렸다.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데다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어 여러 오해를 받은 작품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화한다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고, 정치적 견해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었다. 엄 대표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작품이고 어떤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며 "2년 전부터 작품을 올리기로 정해둔 것인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연락을 받고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가 훨씬 과하게 묘사된다. 원작자도 인물을 공부해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인물에 대한 평가를 관객에게 맡겼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그는 다음 시즌 무대에 관한 구상을 일부 들려주기도 했다. "부의 상징인 귀족이 무대 위쪽에서 군중을 아래로 짓누르는 것처럼 연출한 부분을 바꾸려 합니다. 이제는 좌우 구도로 귀족과 군중을 배치하고 서로 밀고 당기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무대 조명과 배우의 동선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는 관객들이 작품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관객의 눈높이와 수준이 달라진 것을 체감할 때면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제는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작품도 좋아야 하고, 캐스팅도 잘해야 하고 심지어 공연장 로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결국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힘들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와 티켓 가격 상승으로 국내 관객들의 재관람률이 낮아진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엄 대표는 외국인 관객을 발굴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티켓값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외국처럼 장기 공연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지고, 배우들을 전속 단원으로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인건비와 10년 사이 2배 넘게 오른 대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객에 관해서는 "최근에는 당일치기로 공연을 보고 귀국하는 일본 관객도 생길 정도다.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에서 1등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외국인 관객을 겨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2009년 EMK를 설립한 엄 대표는 영미권 뮤지컬이 주류였던 한국에서 '레베카', '엘리자벳' 등 유럽 소재 작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새 흐름을 만들어왔다. 올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베르사유의 장미'로 EMK 특유의 화려함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들이 무대의 화려함에 있어 최종장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베르사유의 장미'로 프랑스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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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에 올리기 위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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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뱅이 두레'와 한국민속예술 축제2023년 9월에 영광군에서 개최된 제6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전 서구의 ‘숯뱅이두레’가 1등상인 ‘금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최근에야 접했다. 대전 서구에 관련된 '농요'이라면, 2000년도에 필자가 서구문화원과 함께 펴낸 ‘민초의 소리’며, 대전광역시 논매기소리를 총괄한 ‘충남지방 논매기소리 총서(하권)’을 2015년 발간하였기로 ‘숯뱅이두레’가 어느 지역을 일컫는지 궁금하였다. 숯뱅이 지역은 대전 서구의 탄방동과 용문동 지역을 일컫는다. 대전 서구 지역의 마지막 생존자인 김용근(90세)의 고증과 시연으로 농신제로부터 '아시-이듬-만물매기'로 작품을 엮었다. 김용근 님에 대하여는 나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고, 대전 서구문화원의 다른 출품작에 대하여도 관여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2016년에 논산문화원과 함께 ‘논산의 민요’를 발간했을 때도 논산의 ‘백중놀이’ 보유자이신 그를 취재하였다. 김용근 님은 1928년생이시며 대전이 아닌, 강경읍 출신이시다. 숯뱅이 두레 수상과 관련하여 몇 편의 영상물이 공개되어 있으면서, ‘백중놀이’의 농신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농신제로 시작하였고, '아시-이듬-만물매기'의 논매기소리에 대하여는 전혀 한마디 언급이 없는 것은 그 이전의 서구 지역 출품 내용 등을 고증자료로 내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 염려되는 것은 그간에 한국민속축제(전국민속경연대회 후신)에서 국무총리상이나 대통령상을 받게 되면, 지정문화재와 같은 국내의 등재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한번, 시도지정 문화재(2024년부터는 문화유산)가 되면, 출품 당시의 내용이 표본이 되어, 민속축제에서 큰 상을 받았던 그대로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으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충북 무형문화재 제11호인 ‘진천 용몽리 농요’는 2000년도에 제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03년도 이래 충북 제11호로 보호 받고 있다. 필자는 ‘충북지방 논매기소리 총서’를 2017년에 첨부 USB 음원과 함께 펴냈고, ‘진천 용몽리 농요의 개선점에 대하여’(2019년)도 관련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보존회로 책과 음원을 보내면서 일 년에 1회 의무적으로 발표하는 정기 공연이 아닌, 일반 공연 때에는 이를 반영하여 더 풍성한 공연이 될 수 있기를 권해도 보았지만, 제도상 막혀 있어 요원한 얘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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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산에서 이른 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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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체감할 혁신 주문했지만…문체부 소속·공공기관장 공석 7곳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다수 소속·공공기관의 리더십 공백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문체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정책방송원 등 소속기관 3곳과 한국관광공사, 예술경영지원센터,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공공기관 4곳까지 모두 7곳이다. 또한 다음 달에는 공공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기관장 임기도 만료된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확대기관장 회의를 잇달아 열어 국민이 체감할 혁신과 적극 행정을 주문했지만, 기관별 현안과 정책에 속도를 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문화재청을 제외하고 문체부 소속기관은 18곳·공공기관은 31곳으로, 일부 기관장 공석이 된 배경과 임명 절차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관광공사 김장실 전 사장과 한국정책방송원(KTV) 하종대 전 원장은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3년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우고 지난달 조기 퇴임했다. 관광공사 사장의 경우 공사 임원추천위원회 공개모집과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현재 임원추천위는 구성했지만 후보 등록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력 개방형 직위인 한국정책방송원장은 이달 인사혁신처에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서혜란 전 관장의 임기 만료 이후인 2022년 9월부터 1년 6개월째 공석이다. 역시 개방형 직위로 2022년 6월과 12월, 2023년 6월 세 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임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국립민속박물관도 1월 김종대 전 관장의 임기가 만료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 임명한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과 같이 개방형 직위인 민속박물관장을 내부에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속박물관장은 이전에도 내부에서 임명된 사례가 있다. 문체부 담당자는 "박물관마다 전문 분야는 따로 있지만, 전시·보존처리 등 공통적인 업무 분야에 대해선 교류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부 임명을 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저작권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문체부 장관이 위원을 위촉하고, 위원 간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영진위의 경우 박기용 전 위원장 임기가 1월로 끝나 김선아 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됐다. 영진위는 임기 3년의 9인 위원 체제로 구성되는데, 박 전 위원장을 포함해 임기가 끝난 위원은 2명이다. 신임 위원을 위촉해야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관련법상(영비법) 영진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임기를 수행하게 돼 있다"며 "다만, 박 전 위원장의 개인 사정상 직무대행 체제가 됐으며, 다른 한 분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9인 위원의 임기(3년) 만료 시점이 같아 3월 새롭게 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연초 '수장' 공석이 되는 기관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역량 있는 적임자를 찾는 데 고심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새 기관장은 전문성과 현장성, 역량을 갖춘 적임자가 임명되도록 고심 중"이라며 일부 기관의 경우 특수성을 감안해 기관장 선임 방식과 대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 장관은 또한 일부 기관의 조직과 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전반적인 문화예술 분야 조직과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예컨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과거보다 예산 규모와 사업 범위가 커졌다"며 "변화된 기능까지 고려할 때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하고 내부 인사까지 고민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 후보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기관의 (기관장 임명) 기본 절차가 상이하다"며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최대한 빨리 임명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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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CEO "'오징어 게임2' 세계관·게임에 큰 기대…흥분된다""'오징어 게임'이 올해 새 시즌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아직 세트장에 가보지 못했는데요, 세트장에 가게 돼서 굉장히 기대되네요."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넷플릭스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여러분이 보내주는 피드백과 의견이 저희가 좋은 쇼를 만들어내고, 그 쇼들이 세계에 울림을 주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기대하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로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와 예능 '피지컬:100' 시즌2,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3 등을 꼽았다. 지난해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는 영화 '길복순'과 드라마 '더 글로리'를 언급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약 8개월만에 한국을 찾은 서랜도스 CEO는 이날 넷플릭스의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 산하 '아이라인 스튜디오'를 방문해 임직원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다음날 충청도 모처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을 방문해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그는 특히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 방문 계획을 언급하며 "황동혁 감독이 이번엔 어떤 세계관과 게임을 보여줄지 굉장히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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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제주 전통초가…장인들 "이제 은퇴 할 때"편집자 주=제주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생성된 독특한 문화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세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문화와 함께 제주의 정체성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고 불안합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후진적이고 변방의 문화에 불과하다며 천대받았던 제주문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속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치유하고 환경과 더불어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제주문화가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라는 우리말은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란 뜻 외에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또는 '하다가 그친 것을 계속해서'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제주문화를 돌아보고 새롭게 계승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해 제주문화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계승해 나갈 방법을 고민합니다. 제주의 전통가옥인 초가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4·3과 6·25 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도 그 명맥을 이어왔지만, 새롭고 편리한 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근현대를 거치며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오랜 세월 전통을 이어온 장인(匠人)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늙고 병들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제주의 가옥과 마을,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4·3에도 멀쩡하던 초가…근현대화에 사라져 40대 중반인 기자가 제주 전통 초가에서 생활한 적은 없다. 다만 어렸을 적 친할아버지·할머니가 살던 초가집에 대한 추억은 간직하고 있다. 친할아버지·할머니댁은 제주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한림읍 동명리에 위치에 있었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안채'를 뜻하는 제주어)와 밖거리(바깥채), 모커리(안거리와 밖거리 사이에 가로 높인 부속건물)가 'ㄷ'자 모양으로 된 세거리집이었다. 1938년생으로 올해 90세 가까이 된 아버지는 옛날 초가집에서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와 살던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인 고조부 이전부터 대를 이어 살았던 오래된 집이었다. 하지만 가족은 4·3 당시 군경과 무장대를 피해 세차례나 옮겨다녀야 했기 때문에 한동안 집을 비워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오랜 난리통에도 이 집은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4·3 이후 다시 고향 동네로 돌아온 아버지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9남매(이 중 3명 일찍 사망)는 안거리에서 살았고, 밖거리에는 할아버지의 어머니인 증조할머니가 홀로 생활했다. 안거리와 밖거리에 모두 정지(부엌)가 있었기 때문에 증조할머니는 직접 음식을 해드시며 독립적인 생활을 했다. 제주에선 자식이 혼인해 아이를 낳으면 부모는 안거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밖거리로 들어가 살았다. 장남이 부모를 모시며 대가족을 이루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부모와 결혼한 자식이 한 울담 안에 거주하면서도 별채에 따로 생활하며 세대별로 독립된 경제생활을 하는 독특한 가족제도를 이룬다. 부모는 자신의 손으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가급적 간섭도 하지 않는다. 안거리와 밖거리 사이 손바닥 만한 마당은 부모와 자식 세대가 '따로' 또는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준다. 초가가 대부분이었던 제주 전통가옥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 많다. 일종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우영',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인 '고팡', 집의 출입문에 해당하는 '정낭', 소의 먹이인 꼴을 저장해 두는 '눌왓' 등이다. 또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동시에 방바닥을 달구도록 설계해 취사와 난방을 일체식으로 만들었던 한반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취사와 난방을 분리해 '굴묵'이라는 난방 시설이 따로 존재했다. 이외에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가장 신기해 하는 '돗통시'가 있다. '돗'은 돼지를, '통시'는 뒷간을 뜻하는 말로 돗통시는 돼지우리와 화장실을 겸한 공간이다. 제주 사람들은 돗통시에서 볼일을 보고 그 인분을 먹여 돼지를 키웠는데, 이러한 옛 풍습으로 인해 제주 돼지에 '똥돼지'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기자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댁에 갔을 때는 돗통시에 돼지를 키우진 않았지만, 형·누나들만 해도 볼일을 보다가 돼지가 뒤(?)를 핥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듣곤 했다. 제주의 초가는 1970년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새마을운동 일환인 '농촌주택개량사업', '지붕개량사업' 등으로 인해 점차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 또 인분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거식 또는 수세식 화장실로 바꾸는 변소개량 사업도 추진됐다. 제주도심에서는 돗통시가 자취를 거의 감췄지만, 나머지 농어촌 지역에서는 돗통시와 같은 재래식 화장실이 오랜 기간 여전히 남아있었다. 행정기관은 1980년대 들어 반강제적인 개량 사업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제주에서의 1984년 전국소년체전 뿐만 아니라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됨에 따라 제주 관광객 유치에 '돗통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과거 변소개량, 지붕개량 사업을 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제주에선 집 곳곳에 신이 있었다고 믿었고 함부로 뜯어 고치면 동티(신의 노여움으로 인한 재앙)가 난다고 믿었다"며 "변소·지붕개량 사업을 할 때 공무원도, 철거인력도 동티가 날까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관명'(官命, 조정 또는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이라고 쓰고 군수 직인이 찍힌 종이를 변소 등에 붙여서 초가를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 "전통초가 새로 짓고 있지만 옛 제주 방식 아냐" 제주 초가를 짓는 방법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초가의 재료다. 다른 지역에서는 가을 추수 후 생긴 볏집을 지붕 덮는 재료로 쓰지만 제주의 경우 논이 드물어 억새풀의 일종인 새('띠'를 뜻하는 제주어)를 사용한다. 또 화산섬 제주에 지천으로 널린 현무암을 많이 사용하고, 제주의 흙을 사용해 붉으스름한 색감을 띠는 타지역 초가와 달리 제주 초가는 거무스름한 색감이 나는 등 차이가 있다. 제주 초가 공사는 토공사, 석공사, 목공사, 지붕공사로 이뤄진다. 세부 공정을 살펴보면 초가가 세워질 터에 바위와 큰 돌을 골라내고 바닥을 견고하고 평평하게 다지는 '기반 다지기', 기둥이 세워질 곳을 약간 판 뒤 그 자리에 주춧돌을 놓는 '주춧돌 놓기', 잘 건조된 둥근 목재를 다듬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는 '기둥 세우기' 작업을 차례로 진행한다. 이어 '지붕 서까래 엮기',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외벽과 내벽을 만드는 '벽체 돌 쌓기', '구들(방)에 돌 쌓기', 지붕을 올리기 전에 서까래 위에 전체적으로 대발을 까는 '대나무 살대 깔기', 흙과 새풀을 섞어 만든 바름흙을 대발과 벽체 안팎, 구들바닥, 천정 안팎 등에 꼼꼼히 바르는 '바름흙 바르기', '마루널 깔기', '문·창호 만들기', '초가지붕 잇기', 화덕·정낭 등 만들기, 돌담 쌓기 등 순서로 공사가 이뤄진다. 제주 서귀포시 성읍리 성읍민속마을에는 실제로 제주 초가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있다. 토공(土工) 김권엽(84) 선생, 석공(石工) 강창석(83) 선생, 모공(茅工, 지붕잇기 장인) 강임용(76) 선생, 목공(木工) 홍원표(66) 선생 등 4명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 4월 18일 초가를 짓기 위한 각 공정의 전문가를 도 무형문화재 '초가장'으로 지정하고, 기술 보유단체로 성읍민속마을 보존회를 지정해 전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잇는 데는 애로사항이 많다. 네명의 초가 장인들 중 한 명인 지붕잇기 장인 강임용(76) 선생은 "현재 초가장 석공 부문에는 전승교육사(옛 명칭 '전수교육조교')가 있다. 하지만 나머지 3개 부문에는 보유자를 이어갈 전승교육사가 없는 상태"라며 "20~30년간 같이 일을 한 이수자들이 아직도 전승교육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무형문화재와 달리 초가장은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일이 매우 고되다. 나이가 80세 가까이 됐고, 다른 보유자들도 나이가 많아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이제 은퇴해 명예퇴직하고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8년 전인 지난 2016년 목공 장인이었던 현남인 선생이 89세의 나이로 작고한 바 있다. 무형문화재 전승체계는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기·예능 보유자'와 보유자의 전수교육을 보조하는 '전승교육사', 보유자 등이 실시하는 전수교육과정(3년 이상)을 수료하고 이수심사를 통과한 '이수자', 전수교육을 6개월 이상 받은 사람 중 심사를 거쳐 장학생 자격을 얻은 '전수장학생' 등이 있다. 강 선생은 제주만의 특성이 없는 육지식 초가가 새로 지어지는 현 실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해마다 성읍민속마을 내 오래된 초가를 고치거나 못쓰게 된 집을 헐어 새로 짓는다. 하지만 이때 초가장을 활용하지 않고 입찰을 통해 들어온 외지 업체들에 일을 맡기기 때문에 우리들이 전수 활동할 수도 없고, 옛날 제주 전통방식의 초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육지식 초가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선생은 "축담을 쌓는 것부터 옛날 제주방식으로 하지 않고 전부 기계로 다 깎아 매끈하게 만든다. 또 거무스름한 제주 화산회토를 발라야 하는데 업체들은 제주에 없는 황토를 가져다 발라 초가가 빨간집이 돼 버렸다. 초가 자체가 옛날 제주 것이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법률과 실제 현장과 괴리가 있는 부분"이라며 "현재 법률상 문화재 수리 자격을 갖춘 업체, 기술자들이 문화재 보수를 할 수 있는데 이때 장인분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재청장이 인정해 주는 일부 무형문화재에 대해 장인들이 문화재 수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우리 세계유산본부에서도 문화재청에 초가장을 인정해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이수자들이 전승교육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수자가 된 후 전승교육사가 되려면 5년 이상 경력이 돼야 인정받는다. 20∼30년 함께 일하셨지만, 그분들이 지난해 이수자 신청을 해서 같은 해 9월에야 인정받아 현재로서는 규정상 자격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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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하면 매 공연이 만원사례…연극 관객 사로잡은 '할배파워''고도를 기다리며'의 신구와 박근형, '리어왕'의 이순재…. 젊은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극계 '할배들'이 뜨면 연극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한다. 노배우들이 보여주는 에너지에 젊은 관객도,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중년 관객도 마음을 빼앗긴다.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신구, 박근형, 이순재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노배우들이 모든 연령대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오는 18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신구, 박근형, 박정자 등 노배우의 활약에 힘입어 총 50회차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는 기록을 썼다. 사무엘 베케트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는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실체 없는 인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내용의 부조리극이다. 국내에서 1969년 초연한 이래로 이미 1천500회 넘게 무대에 오른 고전 중 고전이다. 익숙한 작품으로 새로운 요소를 찾기 쉽지 않았지만, 작년 10월 캐스팅이 공개되면서 주목받았다. 백전노장 배우들이 뭉친다는 점에서다. 87세 신구가 '최고령 에스트라공'으로 나섰고, 블라디미르 역을 맡은 박근형이 연극무대에서 신구와 호흡을 처음으로 맞췄다. 박정자는 남성 배우가 맡아왔던 짐꾼 럭키 역할로 출연했다. 국내 무대에서 여성 배우가 럭키를 연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180년 가까운 세 배우의 연기 공력이 뿜어진 무대는 압도적이었다. 공연 관계자는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에 관객들이 매 공연 기립박수로 화답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신구와 박근형의 연기에 감명받았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한 관객은 "배우들의 에너지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배우들 역시 대중적인 관심을 등에 업고 더욱 힘을 내 무대에 올랐다. 박근형은 "연극을 하면서 전 회차 만원사례를 받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 작품으로 소원을 성취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좋다"며 "늘 극장에 와서 객석을 채워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극 무대에서 선 '할배들'은 연극 흥행의 일등 공신이었다. 신구는 지난해 7∼9월 출연한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16일 예스24가 공개한 2023년 티켓 판매 자료에 따르면 '라스트 세션'은 예스24 티켓 판매 기준 지난해 연극 분야에서 세 번째로 높은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순재가 출연한 '갈매기'와 '리어왕' 역시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두 작품은 연극 분야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신구, 이순재 등 노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은 모든 연령대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영화, TV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스타 배우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작품의 예매자 연령 분포를 보면 특정 연령대에 쏠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의 주 소비 연령대인 20·30대 젊은 관객을 포함해 중년 관객들도 노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17일 인터파크 홈페이지 기준 '고도를 기다리며'는 40대 예매자의 비중이 24.7%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가 24.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고 50대가 21.7%, 20대는 18.4%의 비중을 차지했다. '라스트 세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30대 관객 비중이 28.9%로 가장 높았고 40대 관객 비중이 28.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연극계가 스타 배우들을 무대에 세워 대중성을 잡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연극이 대중성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 연극계에서는 검증된 배우를 내세워 대중성을 잡는 마케팅 방식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며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배우의 무대를 꾸미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것이 결정적인 흥행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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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 전시공간도 뚫은 K-문화…보스턴미술관서 '한류특별전'(종합)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보스턴미술관이 한류에 대한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보스턴미술관은 다음 달 24일부터 7월28일까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란 이름의 전시를 진행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함경아 작가 등 현대미술 작품도 전시되지만, 전시회의 뼈대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다. 관객들은 한국 패션디자이너의 의상과 영화 소품, 포스터 등 250점의 물품을 접하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 실험미술 등 한국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회가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70년에 설립된 보스턴미술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시카고 미술관과 함께 수준 높은 전시물을 소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꼽힌다. 보스턴미술관은 지난 2022년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 기획한 한류 전시회의 전시품을 중심으로 자체 소장품인 달항아리와 불교 경전함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특히 보스턴미술관은 전시와는 별개로 5월 초까지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특별 강좌도 준비했다. 한국이 6·25 이후 70년 만에 문화강국이 됐다는 역사적 흐름을 소개하는 '잿더미에서 문화강국으로'를 시작으로 K팝과 한국 영화, 한국 패션, 한국 순수미술 등 6개의 유료 강좌가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다. 이와 함께 보스턴미술관은 보스턴을 근거로 활동하는 한국 아쟁연주자 김유나와 미국의 블루스 기타 연주자 로만 바튼-셔먼의 '한국음악과 델타블루스'라는 특별공연도 미술관 내에서 개최키로 했다. 전시 외에도 강좌와 공연 등을 통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람자의 이해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관람객 유치를 위해 1년에 여러 차례 열리는 특별전시에 각종 부대행사를 준비하는 미국 미술관의 일반적인 운영 방식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례적으로 입체적인 기획이라는 것이 미술계의 평가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을 공동 기획한 강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시니어 큐레이터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자체적으로 문화적 가치들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서구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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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지휘자 이든 "지휘봉 들면 성악가도 되고 연주자도 되죠"오페라는 클래식 공연 가운데서도 성악, 관현악, 연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종합예술로 꼽힌다. 막이 오르면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건 무대 아래 깊이 파인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지휘봉을 든 지휘자다. 객석에서는 뒤통수만 빼꼼히 보이는 오페라 지휘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비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을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 촘촘하게 조율해야 한다. 일찍이 '오페라 지휘자'로 커리어를 굳힌 이든(36)은 이런 오페라 지휘 체계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든은 "감사하게도 제 지휘가 편하다고들 해주신다"며 웃었다. 이든은 오는 22∼25일 국립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으로 국내 전막 오페라 데뷔 무대를 치른다. 021년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하며 이름을 알린 이든은 지휘에 앞서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했다. 중학교 진학 시기에 "음악을 하고 싶다"며 훌쩍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면서 음악 인생이 시작됐다.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했고, 2012년 미국으로 건너가 매네스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테너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도 가졌지만, 음악가로서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종착지는 지휘자였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지휘자로 발을 내디뎠고, 다시 베르디 음악원으로 돌아가 지휘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든은 "성악가가 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슬럼프가 왔고 '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지휘를 제대로 공부했는데, 공부할 게 너무 많은데도 마냥 좋았다"고 회상했다. 지금까지 15개 안팎의 오페라 전막을 지휘한 이든은 지난해에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역량을 증명했다. 오페라를 지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지휘를 지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프라노가 노래할 때는 저도 소프라노가 된 것 같고, 합창할 때는 합창단 단원이 된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는 그 악기 중 하나가 된 것 같고요. 매일매일 같은 작품을 해도 흥미롭고,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든은 오페라 지휘자로서 자신의 강점이 뭐냐는 질문엔 "과거 무대 위에 섰던 사람으로서 성악가들이 어떤 고충을 겪는지 안다"고 답했다. 그는 "공연마다 성악가의 호흡과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을 유기적인 의미나 내용을 갖는 악구로 구분하는 일)이 다르다"라며 "이런 부분을 공연 때 바로바로 캐치하고 지휘에 반영하다 보니 제 지휘가 편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페라에서 성악가들은 연기를 하면서 노래하다 보니 리허설 때와는 달리 실제 무대에서 호흡이 딸리거나 프레이징이 짧아질 때가 있다. 반대로 공연 날 컨디션이 좋아 고음을 더 오래 끌 때도 있다. 이런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미리 계산해 놓은 대로 지휘하면 '노래 따로, 오케스트라 따로'가 된다는 것이다. "간혹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가 맞지 않는 공연이 있어요. 예를 들면 무대에서 성악가가 턴을 다 못했는데 '이 부분은 5초로 연습했어'라며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 버리는 식이죠. 그래서 공연 때는 오케스트라도 성악가도 서로 편의를 봐줘야 해요. 이걸 조율하는 게 지휘자고요." 지휘자라고 하면 백발의 나이 지긋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클래식계에서 이든은 30대 지휘자로도 주목받는다.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는 음악가로서 지금도 1년에 한 번은 스승인 핀란드의 거장 지휘자 요르마 파눌라를 찾아가 점검받는다. 이든은 나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30대 중반을 젊은 지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나이가 많다고 경험이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경력이 많은)분들보다 뭘 더 해야 할지 생각하면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일궈나가야 해요.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포디움에 설 때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이든이 향해가고 있는 지휘자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흉내 내지 않는 지휘자"라고 답했다. "남을 따라 하는 지휘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젊은 지휘자 중에서는 종종 누군가의 지휘를 흉내 내는 경우가 있어요. 또래 지휘자들끼리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너 그 선생님처럼 하더라?', '오늘은 (전설적인 지휘자) 아바도?'라면서요. 그러면서 고쳐나가기도 하죠. 저만의 지휘를 하고 싶어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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