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수)
"나는 별 같은 이 밥을 먹으려고 태어났나 봐!”
함경도에서 담아온 주렁진 그리움으로
맛과 기억을 요리하다
먹고살기 위해 떠나온 지 25년,
맛과 기억을 요리하며 떠올린 아롱진 나날들
"어떻게 지내? 우리 밥 한번 먹어야지.”
때로는 건성으로 건네는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지나가는 말로, 인사치레로, 혹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우리는 ‘밥’을 핑계 삼는다. 그리고 이 말은 누군가에게 기쁨으로, 슬픔으로, 감사로, 아픔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밥 한 끼가 아쉽지 않은 풍요로운 세상에 산다. 그러나 매일의 한 끼를 위해 우리는 살아간다. 밥은 곧 삶이고, 사람이다.
저자의 고향은 함경남도 고원이다. 탈북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그에게 음식은 현실이었고, 생존의 문제였다. 굶어 죽지 않으려 두만강을 건넜고,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여전히 아프지만, 과거를 잊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해소할 수 없는 허기짐이 있다. 기억 속의 맛에 대한 욕구를 100% 충족시키기란 어렵다. 추억으로 각인된 음식은 어렴풋하지만 선명하다. 마음의 허기짐 또한 그렇다. 삶의 간절함은 이제 그리움으로 점철되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고스란히 맛과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나는 "밥 한번 먹자”고 말하며 밥으로 잃었던 모든 것을 떠올린다.
아프지만 그리운 나날을 되새기며 만난 소중한 가치
우리는 매일 음식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음식은 ‘먹을 것’이며 ‘먹을 것’의 절반은 기억이다. 원초적인 맛은 ‘어머니’의 손맛에서 시작한다. 맛은 혀를 통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오감을 동원해야 비로소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 혀끝에서 시작해 보고, 듣고, 맛보고, 씹고, 삼키면서 맛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그만의 정서가 있다. 일상에서 먹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저자는 시간에 묻힌 이야기를 꺼내어 기억을 요리한다. 이 기억의 요리는 시공간을 넘나든다. 삶을 만들어온 요리는 낯설어서 기억되지만 때로는 특별하지 않아서 안도감을 준다.
음식은 그 지역과 문화를 드러내는 강력한 매개체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념과 체제, 문화의 간격을 뛰어넘는 유일한 매개체다. 또한 ‘밥 한 끼’는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대부분이 얼어붙어 있고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색된 지금, 이토록 모두가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은 음식이다. 그리고 가난과 풍부함을 가진 스토리 있는 음식은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북한의 지역과 문화,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50가지 음식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식문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강냉이죽에서 시작해 장마당에 등장한 다양한 음식까지 북한 사회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김소월, 백석 등 문인의 시와 함께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일러스트에 그리움을 담아내었다. 각 꼭지마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덧붙여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만들어온 맛과 기억에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든, 혼자 먹는 밥이든 ‘밥’이 당신의 마음을 달래주기를, 그래서 밥 한 끼가 고달픈 이들에게도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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