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뷰 뉴스목록
-
[리뷰] 그룹 ‘공명’, ‘강과 사람들’을 주제로 공연 성료지난 7월 2~3일에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그룹 ‘공명’이 ‘강과 사람들’을 주제로 공연하였다. 인류와 자연 간의 평화적이며 포용적인 관계에 대한 바람을 음악과 소리로 표현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공연에 여러 장치를 해놓았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폐현수막을 장구 피로 재활용하여 소, 말, 양 가죽을 대신한 것이다. 공연 주제에 따라 동물 보호에도 의미를 둔 것이 인상적이다. 팜플렛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하여 최소한의 것만 만들고 QR코드로도 곡을 안내 받을 수 있게 했다. 작품 모두 ‘자연과 인간’을 표현한 것으로, 특히 물과 관련된 소재가 많았다. 그 예로 오프닝 ‘Source(근원)’는 그 제목답게 한강의 근원지를 표현하였다. 이 곡은 멤버 임용주의 악기 음색을 즉시 조정하는 모듈러신스로 단소와 장구의 소리를 흐르는 것 같은 음색으로 바꾸는 효과를 주었다. 작품 ‘River(강)’, ‘공경도하公竟渡河’. ‘A Corner(모퉁이)’, ‘연어이야기’, ‘Circulation(순환)’ ‘With Sea(바다와 함께)’등이 물을 표현하였다. 그 중 청중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단연 공명의 창작악기 ‘스트링뱀부(string bamboo)’가 사용된 ‘Circul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우드쉐이커(Wood shaker)’를 멤버 송경근이 연주하였는데, 목재를 사용한 타악기이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연출하여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공연에서 가장 큰 성과는 멤버 박승원의 스트링뱀부 연주이다. 스트링뱀부는 스페이스뱀부(Space bamboo)라는 주제로 공연을 준비할 때 제작된 것으로, 왕대(큰 대나무)에다가 베이스기타 줄을 얹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스틱으로 소리를 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활로 연주한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는 데에 둔탁한 스틱보다 부드러운 활의 소리가 더 잘 어우러진다고 판단한 듯하다. 활로 연주한 소리는 아쟁 또는 첼로와 비슷하게 들렸다. 이 악기는 ‘Circulation’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악기의 독특한 음색은 미디 사운드와 어우러져, 곡이 끝나고 박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스트링뱀부처럼 직접 창작한 악기도 연출에 새로움을 더했지만, 서양 악기인 ‘자일로폰(실로폰)’과 호주 원주민의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didgeridoo)’, 19세기 프랑스에서 사용된 ‘하모늄(harmonium)’과 같은 세계 각지의 악기도 자연을 표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듣기에 생소한 디저리 두는 긴 관악기이며 깊고 풍부한 소리가 난다. 이 악기는 ‘Walkabout’에서 효과음의 역할을 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하모늄은 후에 하모니카, 아코디언, 멜로디언 등으로 개량된 가정용 오르간이며, 기본 음색은 오르간과 비슷하다. 이 악기도 ‘Walkabout’에서 평온한 자연의 소리를 연출하는 데에 일조했다. 25년 역사를 맞은 그룹 ‘공명’은 강선일, 송경근, 박승원, 임용주의 4인 구성으로 1997년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결성되었다. 이들은 국악을 기반으로 곡과 악기를 창작하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본,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 세계 각지에 이름을 알려왔다. 이번 공연으로 그들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독특한 음악적 견해를 표현하는 데에 성공을 거두었다. 미디 사운드와 국악기의 결합은 모듈러신스의 음색 조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창작악기의 사용으로 새로운 국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일 것이다. 청중들은 박수로 그들의 음악적 시도를 높게 평가하였다. 공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인사동에 뜬 은하수(銀河水)‘미리내’ 한복미리내 ‘은하수(銀河水)’의 '제주도' 방언. "이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더위가 한창인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인사동의 ‘미리내’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공간을 찾았다. ‘미리내’는 직물에 천연 염색을 입혀서 한복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사동의 의상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순간, 인공적 화학적 요소의 매염제를 배제한 천연염색 원료들로 물든 색감과 자연에서 가져온 옷감의 재질에서 뿜어내는 질감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깊이 있게 담백하며 명도 높은 색감에 음영만 더하여 멋스러움을 표출하는 작품부터 자연스럽게 물감을 뿌린 듯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은하수 빛 색감의 작품들까지......진열대에 걸린 의상들의 색깔과 재질은 모두 자연에서 찾아 온 작가의 고지식함이 드러낸 한복이다. 그러한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 품질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인사동의 ‘미리내’ 공간이다. 기존의 인공 염색 소재의 의복들과 대비하여 100% 자연 원료만을 고집하여 직물에 천연염색을 하는 ‘미리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인사동의 ‘미리내’에서 윤지영 선생님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윤 선생님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인사동에서 한복 의상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래는 20년 정도 해외를 돌아다니며 의류 도매로 무역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체력의 한계가 느껴짐과 동시에 언젠가는 개인 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속에 한구석에 꾸준히 품고 있었다. 해외에 의류 도매를 하는 와중에도 한복에 관하여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인사동에 들어오게 되었다.” Q. 어떻게 ‘미리내’ 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지게 되었나? A. "남편이 제주도 사람이다. 은하수를 가리키는 제주 고어 '미리내'라는 뜻도 좋고 매력 있는 이름이라서 선택하게 되었다." Q. 코로나 시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인사동에는 어떠한 변화가 찾아왔나? A. "가장 큰 변화는 대부분 한복 의상실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Q. 인사동에서 한복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A. "기다림" …… "봄에 씨앗을 뿌려서 가을에 수확하듯, 잘 만들어진 한복이 제 주인을 찾을 때까지 나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Q. ‘미리내’ 한복의 맵시(실루엣)에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A. " ‘미리내’는 어떠한 체형의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잘 맞도록 맵시를 유지하면서 주 연령대인 40-50대 여성들의 현실적인 단점은 보완하고, 편안함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Q. 천연염색만을 고집하는 ‘미리내’의 색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 A. "덜 익은 떫은 감(풋감)에 의한 염색법인 ‘감물염색법’과 쪽이란 한해살이 풀을 염재로 사용하는 식물성 염색법인 ‘쪽물염색법’ 과정을 보통 10번 이상 거치며 햇볕으로 발색시켜 원단으로 사용한다" Q. 한복에는 부드럽고 섬세한 재료들이 많이 쓰이는데 어떤 직물을 주로 사용하는가? A. ”주요 작품에는 현대적이고 저렴한 합성 섬유, 레이온, 폴리에스터로 직조된 직물이 아닌 순수하게 합성섬유가 섞이지 않는 천연 재질의 원단만을 직조하여 고집스럽게 사용한다.” Q. ‘미리내’ 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A. "특별한 날 외에도 기성복과 함께 착장 시 생활에서 자연스럽고 이질감이 없으며 실용적이라는 인식되는 작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오시는 고객분들께 작품의 품질로서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Q. 최근 들어 한복과 더불어 한국 문화에 전반적인 논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우리가 스스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엷고,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Q.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서양 복식의 형태를 본뜬 한복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A. "전통의 과도한 개량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크다. 전통 한복의 기본적 본질을 무시하는 국적불명(?) 한복들은 단순 흥미 위주로 관심만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뿐인 한복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Q. 마지막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고객들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가 정한 '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적으로 유지하며, 누구나 만족시키는 한복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리내’ 의 바람이다" 한복은 오랜 세월 수많은 외세에 억압에 저항해 온 우리 민족의 삶과 닮았다. 그래서 한복은 한민족 공동체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전통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힘을 키우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그녀의 철학이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세대를 이어 계승하는 고유한 전통이 사라지면 우리 예술과 문화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역사까지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양평 두물머리 ‘버스킹 연꽃아리랑’
-
[류기자의 시선] 여름 탈출, 국악 서적 3권과 함께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제 독서를 많이 하는 계절은 오히려 여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방학이나 휴가 기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무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기에 독서가 적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출판계의 평가다. 이 여름, 국악 도서 역시 전문 서적에서부터 대중에게 읽힐 수 있는 서적까지 다양한 형태로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7월 현재,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국악 서적 코너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적지만, 각 영역별로 해마다 꾸준히 새로운 도서가 등장하고 있었다. 이에 국악 관련 서적 중, 장단, 창작국악, 에세이 분야의 세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단 ‘한국의 장단Ⅲ’(은하출판사)는 판소리 고법, 장구 장단, 경기도 당굿 장단 등 민속악의 국악 장단을 총망라한 자료집이다. ‘한국의 장단Ⅱ’ 이후 내용의 보완과 수정을 거쳐 출간되었으며, 1년에 100여 회의 연주회와 국악 녹음을 하면서 쌓아온 현장을 바탕으로, 저자가 경험한 생각들과 연주기법들을 해설과 함께 기록했다. 대표 저자 김청만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2013년 지정)로서 어린 시절(14세)부터 악극단 생활을 시작으로 장구, 북 등을 연주하며 전국의 놀이판을 누볐던 이 시대 최고의 고수이다. 그는 스승 한일섭으로부터 북, 아쟁을 배웠고, 판소리 고법 보유자 김동준으로부터 고법을 익혔으며, 이후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기악부문 예술 감독,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초빙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후학들이 조금 더 쉽고 체계적으로 국악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시작된 이 책은 서양의 오선지음표로 표기할 수 없었던 우리의 가락 장단과 구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북의 형상으로 삼선보와 음표를 만들었으며, 이 음표는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어느 방법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저자의 평생 걸어온 길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자, 후학들을 위한 체계적 안내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국악 창작국악 작곡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정호 부산대 한국음악학과 교수의 국악관현악 작품집, ‘합창과 진도씻김굿, 국악관현악을 위한 진혼’(부산대학교 출판문화원)은 무속음악 ‘진도씻김굿’을 모티브로 하여 쓴 국악레퀴엠(국악진혼곡)이다. 라틴어로 된 가톨릭 미사의 합창 가사와 진도씻김굿 길닦음 중 ‘애소리’, ‘하적소리’, ‘재화’, ‘나무아미타불’, ‘천궁’을 차용하여 가톨릭, 불교 등 종교를 뛰어넘어선,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를 가진다. 작품집의 곡은 2017년 대구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의 의미로 초연되었으며, 같은 해 제9회 ARKO한국창작음악제 국악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곡과 작품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세월호 사고를 처음 접하고 크게 마음의 동요가 왔는데요, 그 계기로 삶과 죽음을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굿’이라는 진혼의 전통이 있었고, 삶과 죽음은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서양의 가톨릭과 동양의 불교문화를 함께 가미했습니다. 원작에서 씻김굿 부분을 개작, 추가하면서, 여러 고민과 작업 끝에 이 곡을 탈고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집으로 정리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이 곡을 듣는 동안에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주변의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을 돌아보기도 하고, 남아 있는 우리 삶의 가치를 더 깊이 있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곡처럼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는 방법을 계속 모색할 생각입니다.” 국악 에세이 기존의 도서들이 전문서적들이었다면, ‘멋과 품격이 있는 인생’(북랩)은 비전공자도 누구나 쉽게 국악을 이해하고, 국악과 친해지도록 돕는 국악 에세이이자 안내서이다. 1인 기업인인 박한철 저자는 무역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외국인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을 모색하던 중, ‘창부타령’을 시작으로 국악의 철학적, 문학적 매력에 매료되어 국악 매니아이자 풍류객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책과 술, 벗과 인생 이야기를 곁들이며, 우리의 전통 노래, 춤, 음악의 대표 작품들은 물론, 그 안에 담겨진 조상들의 삶과 철학을 쉽고 친근한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좋아하는 국악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다양한 서적, 공연들을 접했고, 판소리, 춤, 장구, 꽹과리 등을 배워왔으며, 현재 대금을 독학으로 배우고 있을 정도로 그의 국악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국악은 사람을 품격 있게 합니다. 철학이 있구요. 창부타령 같은 것 보세요. 판소리 가사에 철학이 다 담겨 있습니다. 또 실제로 들으면, 사람 소리가 아닌 것 같을 정도로 경이롭습니다. 저는 장구 소리만 들어도 (좋아서) 난리가 납니다. 사람 마음을 울리는 힘(매력)이 있어요. 제 책으로 인해 다른 분들이 국악에 취미를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좋은 경험을 모든 사람이 함께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젊은 시절에는 지금처럼 국악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제가 40대에 국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국악을 알게 되는 교육적 효과도 있기를 바랍니다. ” 또한 무관할 것 같은 사업과 국악의 관계도 명쾌하게 밝혔다. "수익과 직결되는 사업은 냉철한 현실이죠. 딱딱한 탁자에서 사업적인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저는 외국인들에게 공연을 직접 보여줍니다. 악기, 무대, 음악, 의상, 모두 그 사람들에게는 새롭죠. 다른 나라에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럼 그 분들은 감동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업에도 도움이 되죠. 그리고 우리나라를 알리게 되기도 하구요.” 저자는 국악과 삶의 이야기를 쉽게 써 내려갔지만, 그가 생각하는 국악과 우리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국악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문학에 있어서 고전이 갖고 있는 가치와 힘의 영속성처럼, 음악에 있어서는 국악이 그와 같은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국악은 우리 민족의 여러 세대가 함께 창조해 갈고 닦아 온 민족의 음악으로서, 모두가 공동으로 작사 작곡하고 춤추고 소리 부르며 연주한 동질성의 고유 음악인 것이다. 나라의 음악인 국악은 우리 민족의 혼이요 숨결인 것이다. 우리가 나라말이 있어 민족의 긍지를 자부하듯, 우리 음악 또한 항상 우리 민족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는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것이다.” 출판사 ‘북랩’의 한 관계자는 "저자께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와 국악을 알리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분의 열정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현장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대중과 공감하는 새로운 국악을 모색하며, 일반 대중을 국악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국악계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색깔로 국악계 발전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동두천에도 향토민요 '이담어러리타령'이 불렸다.
-
박성기 명장, ‘난계국악기제작촌 현악기공방’ 입주[류기자의 인터뷰][류기자의 인터뷰] 충북 영동군은 국악의 3대 악성 중 한 분인 박연 선생의 출생지로서, ‘난계 박연’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전통문화 계승과 보급 및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복합 문화 체험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시설과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난계국악기제작촌’은 수십 년 외길을 걸어온 악기장들의 국악기가 탄생되는 곳이다. 박성기 명장은 영동군의 엄격한 심사기준(사업체 운영 기간, 기능공 규모, 제작기간 등)을 통과하여 ‘난계국악기제작촌 현악기공방’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명인은 가야금을 25현까지 계량하는 등 국악 연주와 창작의 폭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이러한 공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2008년)로 지정되었다 난계의 고장 영동에서 악기장의 활동은 지역과 악기장 모두에게 상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명장의 활동과 계획을 통해, 국악기의 현주소와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한 모색을 해보고자 한다. 인터뷰는 전화 통화로 이루어졌다. Q. ‘난계국악기제작촌’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A. 영동군에서 낸 ‘난계국악기제작촌 입주업체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해서 서류심사, 면접심사 받고, 여러 절차 거쳐서 입주하게 됐어요. Q. 거의 40년을 악기 제작에만 몰두하셨습니다. 어떤 어려움이었고,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A. "지금도 4-5시간씩 자요. 토요일, 일요일 없이 계속 연구해요. 남들 하는 것이 아니라 선두역할 하니까, 현재 개량된 악기 90퍼센트를 제가 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 30년 이상 재료를 말려야 합니다. 누구한테 내가 걸어왔던 이 길을 똑같이 가라고 하면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이 며칠 인지도 모르고 일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았고, 그러면 시골 논도 팔기도 했고, 더 어려운 사람들 생각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살아왔어요.” Q. 국악의 공연환경 등의 변화로 국악기도 함께 변화했고, 선생님의 악기 개량은 국악의 현대화, 대중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것은 자칫 국악의 정통성과 대립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전통악기는 전통 그 자체로 보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악이 나오면,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는 악기가 필요합니다. 연주자와는 서로 필요한 불가분의 관계에요. 60-70년대에도 미묘하게 줄 조이는 방법 등 개량하려는 흔적은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악기 구조 자체를 개량한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개발한 것이 현악기에 쓰이는 ‘개량줄’이에요. 이전에는 명주실을 썼는데, 고음 낼 때 자꾸 끊어져요. 연구하다 새로운 재질로 만들었죠. 장력이 더 세기 때문에 고음 낼 때 안 끊어져요. 처음에는 연주자들이 외면했어요. 이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제 악기를 인정해주고 찾았죠.” Q. ‘난계국악기제작촌’에서 선생님께서 특별히 계획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A. "악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면 국악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지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국악기 시장의 문제 중에 하나가 악기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쉽게 얘기해서, 해금이 500-600만원에 실제 거레되는데, 이 중에는 실제 150만원 정도 되어야 하는 것들도 있어요. 그리고 2500만원까지 하는 가야금도 있는데, 이것이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가 하는 거예요. 결국, 연주자, 대중들이 손해를 보게 되죠. 그러면, 국악은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는 거예요. 현재 전통악기 가격 거품이 많습니다. 가격을 평준화 할 수 있는 체제가 없어요. 그래서 이것을 평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른 전문가분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Q.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약 5년 전부터 공동 연구해서 이제 완성했습니다. 영동(난계국악기제작촌)에서 시작할 계획입니다. 음향기기 표준화 시스템이에요. 전자 시스템을 이용해서 악기의 음량, 재료 등을 표준화된 기준으로 측정하고, 각 등급이 나옵니다. 그러면, 악기의 가격이 책정될 수 있는 어느 정도 공신력 있는 기준이 마련되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처럼 터무니없는 가격이 나오지 못할 겁니다. 100만원 가치 악기는 100만원에, 500만원 짜리 악기는 500만원에 팔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기본적으로 악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악기가 터무니없이 비싸버리면, 사람들이 못 사죠. 악기 만드는 사람도 먹고 살 수 있으면서, 일반 사람들도 전통악기를 쉽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요. 아마 그 동안 저를 믿어준 많은 국악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 외에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으실까요? A. "종묘제례악을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초등학교 같은 곳에 보급(판매)하려고 해요. 아이들은 우리 국악기 생긴 것도, 소리도 익숙하지 않잖아요. 예를 들면, ‘편종’ 버튼 누르면, ‘편종’ 주변이 반짝거리면서 편종 소리가 나와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도 우리 악기에 대해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만들게 됐어요.” Q. 악기 제작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어떤 때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가장 큰 보람은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악기가 탄생했을 때, 그 때 보람이 가장 크죠. 국립국악관현악단 출범하고(1995년), 박범훈 단장님께서 신곡을 만들었을 때, 내가 만든 악기로 그 큰 무대에서 연주했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일하면서 음대 교수님들 많이 만나는데, 그 인연으로 몇 개 대학에 장학금도 대고, 악기 기증도 하고 그랬어요. 돈 없어서 우리 음악 못 배우고, 악기 못 사는 일 없어야 하니까요. Q. 악기 제작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요? A. "자신만의 고집 있어야 해요. 재료에 공들이고, 악기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려는 노력. 그리고 좋은 악기를 제대로 만들어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양심도 있어야 합니다. 타고난 예술성도 필요해요. 손재주나 음감 같은 거예요.” Q. 악기장이라는 직업도 쉽지 않은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젊은 악기 제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A. "돈을 보고 하면 안 되고, 자신이 연구해서 좋은 악기를 만들었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세상에 저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 많아도 그 사람들은 악기 제작은 안했잖아요. 남들 못 한 것을 해냈다는 자부심 그게 가장 커요.” Q. 악기장으로서 궁극적인 목표, 소망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요. A. "지금까지 전국에 국악기 제작하는 곳이 많이 있어요. 이 중에, 일부는 자격이 안 되는 악기들을 높은 가격에 팔아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그것을 정리하고 싶어요. 가격을 현실화하고, 거품 없는 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악기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래요. 인터뷰 내내 박성기 명인은 악기시장에서 기준 없이 책정되는 가격의 문제를 토로했고, 그 정상화를 이끌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지난 약 40년 동안, 악기연구를 그렇게 해왔듯이, 이 문제의 해결 역시, 옳은 길이고, 자신의 길이라 생각하고 쉼 없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외에도 그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 국악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난계 박연 선생의 고장,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기제작촌 현악기공방’에서 그의 활동이 대중과 국악인들, 나아가 국악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보이기를 기대한다.
-
[리뷰] 2022제주아리랑축제.....'탐라순력아리랑'제주아리랑보존회와 영천아리랑연구보존회 공동주최로 지난 18일 제주시 탑동 탐라공원 공연장에서 2022제주아리랑축제가 개최되었다. 주제는 '탐라순력아리랑'이다. 영천 출신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1653~1733)1653-1733)이 남긴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6호)가 보물로 지정이 되면서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영천과 제주가 아리랑판에서 만났다.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을 그린 기록 화첩 '탐라순력도'는 제주의 자연·역사·풍속·자연·문화·방어실태를 그림으로 그려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음은 문헌으로 전해지는 제주아리랑으로 불려지는 '꽃타령아리랑' 사설이다. 만화방창(萬花方暢) 방끗 만화방창 방끗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장대(帳臺)에 일등미색(一等美色) 곱다 자랑 마소 담안에 붉은 빛은 편시춘(片時春) 홍도화(紅桃花)라 1936년 김두봉 편찬의 「제주도실기」에 수록된 ‘꽃타령’, 일명 ‘제주아리랑’ 17수 중 한 수이다. 「제주도실기」에는 이 출전이나 작사자나 시기를 밝히지 않아 작품 이름 외에는 미상인 상태다. 20여년 전 이 작품을 발굴, 소개한 아리랑연구가 김연갑 선생은 이 작품의 후렴을 주목하여 본 사설의 창작년도는 아리랑 후렴의 형성 시기인 19세기 초 이전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후렴을 제외한 본 사설은 육지에서 들어온 지방관 정도의 유학자일 것이고, 시속(時俗)음악도 즐길 줄 아는 인물일 수 있다. 여기에 추정되는 인물이 「악학편고」(樂學便考)와「악학습령」(樂學拾零)이란 악서를 편찬한 제주목사 이형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는 ‘꽃타령’과 아리랑의 관계, 그 작가를 제주목사 이형상으로 추정하는 것에 의아해 하였다. 그런데 이번 20여 년이 지나 ‘탐라순력도’에 대한 자료를 살피는 과정에서 이형상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하여 1년간 화공 김남길(金南吉)을 시켜 ‘탐라순력도’라는 기록화첩을 남겼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종의 악서 중 「악학습령」은 시조·가곡을 수집 정리한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분이 경북 영천 출신임도 알게 되었다. 이번 영천아리랑보존회와 제주아리랑보존회 공동행사의 계기성과 20년 전 ‘꽃타령’의 작자를 이형상으로 추정하는 이유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결국 아리랑을 통해 18세기 제주 역사와 제주목사 이상현, 그리고 ‘탐라순력도’를 이해하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의 행사를 통해 영천의 역사 인물과 제주아리랑의 퍼즐 하나가 맞추어진다. 금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등재 10주년이라서 더욱 의미로운 일이다.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는 첫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등재 10주년을 기념하여 '제주아리랑'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계기를 찾아간다. 둘째, 제주목사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와 함께 제주아리랑을 재조명 한다. 셋째. 이형상의 고향 영천과의 연계를 소환하기 위해 영천아리랑을 제주에도 알린다. 넷째, 제주아리랑의 컨텐츠화를 시도한다. 강소빈 회장은 "지난해부터 탐라순력도에 나와있는 경로잔치를 재현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연출하여 이형상을 주인공으로 한 소극을 만들어서 무대화하였다. 그 무대에서 당연히 아름다운 기녀들이 제주아리랑 '꽃타령아리랑'을 불렀다. 영천아리랑보존회 전은석 회장은 "제주에서 영천아리랑을 처음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영천에서 제주목사로 간 이형상이 남긴 탐라순력도가 제주시의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제주에 오니 더욱 뜻깊은 행사이었다."라고 전했다. 1부에서는 제주 토속소리 '서우제소리'와 '제주아리랑', 해녀 퍼포먼스가 선보이고. 2부에서는 '영천아리랑'과 '뱃노래, 제주 허벅춤 등 다채로운 장르를 통해 제주의 소리와 제주아리랑환타지(조천아리랑. 우도아리랑, 하르방아리랑)을 알렸다. 초청 공연으로 무대에 선 서울아리랑보존회 유명옥 명창은 '애국가아리랑'과 '아미일영아리랑'이 불렸다. 특히 가파도에서 온 해녀가 해녀복을 입고 허벅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해녀의 삶을 읊어대는 1인극 퍼포먼스는 제주 여성의 고난과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휘날레에는 '아리랑 대합장'을 관객과 함께 했다.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국제적으로 문화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입증하는 새계적 유산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는 아리랑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우리나라 총체적 유산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아리랑은 우리나라 전통민요의 하나”라는 표현에서 독립 종목 또는 독립 장르 ‘아리랑’으로 가시화되기에 이르렀다. 유네스코와 문화재청이 보고서에 언급한 아리랑의 수는 2012년 이전에 불러지는 60여 종이라고 했고, 이 ‘아리랑’은 지역성과 형태를 표제화 하고 창의성, 표현의 자유, 공감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이것이 아리랑이 지닌 덕목의 하나로 누구든 지역적·역사적·장르적 변주로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해 온 것이다. 제주도아리랑을 전승하는 회원들이 제주 역사와 ‘제주아리랑’이 상호 이해하고 아리랑문화의 가시화에 기여하길 바란다. 오늘같이 제주에서 ‘영천아리랑’과 ‘제주아리랑’이 만나는 장을 마련해 준 두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
-
[류기자의 객석] KBS 국악한마당, 그 ‘마당’에 없는 것공연은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리듬과 함께 시작했고, 연이은 안숙선 명창의 무르익은 소리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세월만으로도 감동이지만, 연륜과 기교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국악 신동 김태연에서, 전통연희단 ‘난장앤판’, 걸출한 스타 국악인 박애리, 남상일까지 출연자와 야외무대는 ‘전남 영광’이라는 지역의 시원한 하늘을 품고 완벽에 가까웠다. 전남 영광의 ‘법성포 단오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10주년을 기념하는 ‘KBS 국악한마당’이 지난 6월 18일 방영되었다. TV를 통해 시청한 기자는 이 잘 차려진 밥상 같은 공연을 즐기고, 때로는 감동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작은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밴드 AUX의 오프닝 무대는 전자기타 연주에 낯선 어른들까지도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두 번째 노래 ‘까투리’는 감각적인 편곡과 작사, 태평소의 현란한 기교, 그리고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져, 우리 음악이 이렇게 세련되게 변신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TV 앞 시청자까지 어깨가 들썩일 정도라면, 현장의 객석에서는 일어나고도 남았을 분위기였을 것 같다. 하지만, 화면에 비춰진 어느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없었다. 아마 프로그램의 성격상 자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점이 매우 아쉬웠다. 우리 전통음악은 궁중음악이 아닌 이상, 민초들 사이에서 불리고, 즐겨왔던 우리의 희노애락이 담긴 노래가 아닌가. 그것이 재주꾼들을 통해서 발산되고,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라면, 관객들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한 번쯤은 일어나서 어깨춤을 춰 줘야 노래의 맛을 진정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해는 저물어 어두워지고, 화려한 조명과 그래픽은 무대를 더욱 아름답게 했다. 가끔 화면에 비치던 어르신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굴의 깊은 주름과 관람을 위해 한껏 멋을 내주신 매무새도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계셨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는 실제 시간은 아마 어느 늦은 저녁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오제’와 ‘전남 영광’이라는 지역을 지켜온 분들이 바로 이 분들이다. 그 분들을 격려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해질녘에서 늦은 저녁까지 딱딱한 의자에서 박수까지만 허용되는 객석에 앉아계셨을 것 같다. 무대의 출연자만이 주인공인 것 같고, 무대와 객석 사이 거리는 너무 멀고, 물과 기름 같은 느낌마저 들어서 안타까웠다. 공연이 너무나 훌륭하여 더욱 안타까웠다. 전통문화를 예술 그 자체로 보고, 그 자체로 즐기는 것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대중이 좀 더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무대는 그것 못지않은 양적, 질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생각한다. 옛 분들은 음악을 어떠한 방식으로 즐겼을까? 고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 공간은 여럿 우루루 모인 너른 마당에, 재주꾼 몇 명이 한바탕 판을 벌려 놀이와 춤으로, 때로는 서사를 더하여, 그네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던 애환을 공유했던 장이었을 것이다. 그 예술적, 문학적 매력으로, 역사적 가치로 인해 서민에서 양반으로, 혹은 다른 이들에게 전해져 문헌으로, 기록으로 남겨졌을지언정, 그 시작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그 노래의 주인은 단연 시대를 짊어졌던 땀 흘리는 백성들이고, 서민들이다. 명창의 소리만으로도 울림을 주었던 흥보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복 없는 놈은 계란에도 유골이라더니...”, 슬쩍 지나가는 이 익살스런 표현은 돈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슬픔마저 웃음으로 위로하는 해학이 숨어 있으니, 바로 앞에서 들었으면, 무릎을 치고,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웃음 한 줌 나왔을 대목이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은 노래 속, 사랑, 슬픔, 희망, 시대적 아픔 중, 어느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우리 부모, 조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추억하는 것은 물론, 현재 우리 삶을 이야기 하는 또 다른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난장앤판’의 공연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지만, 관객과 호흡하기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쉬웠다. 그때의 방식으로 판이 벌어지고, 노래가 불리기를 바란다. 한바탕 벌어진 놀이판은 시끌벅적하게 함께 웃고, 울고, 노래하며, 어깨를 들썩이던 이들에게 하루의 고단을 떨쳐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랬듯이 지금의 우리도, 시원하게 한바탕 판 벌어지는 무대에서, 우리네 애환이 담긴 노래 가락에 공감하고, 힘들지만 내일을 살아내는 우리를 위로하는 무대를 기대한다. 그 마당에서 민초들이 춤과 이야기와 가락으로 함께 느꼈던 그것을, 지금의 우리 역시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는 한의 정서를 가진 한민족 아니던가. 그것이 우리 전통문화 계승, 발전의 또 다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2022 찾아가는 아리랑학교' 고모산성에서 첫 수업 성료문경새재아리랑을 보급, 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리랑도시문경시민위원회(위원장: 이만유)가 문경새재아리랑의 저변 확대 및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3년 전부터 연속 추진해 온 '찾아가는 아리랑학교'가 지난 6월 18일 오후 2시 신록이 짙은 6월의 싱그러움 속에 문경을 찾아온 관광객과 시민들이 함께한 가운데 고모산성 주막거리에서 개최되었다. 주최측은 야외무대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사물놀이 공연 및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무대와 관객이 따로 없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면서 문경새재아리랑의 보급 확산이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였다고 밝혔다. 주막집 마당에서 한두리국악단(단장: 함수로) 한바탕 개막공연을 펼졌다. 이어 특별출연한 천년다례원 문청함 원장의 서예 퍼포먼스가 있었다. 박순자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한 아리랑학교는 이만유 위원장의 인사, 김연갑 아리랑학교 교장(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의 아리랑 이론 강의, 한두리국악단 반주로 문경새재아리랑 공연(이춘자, 박춘자, 안복수), 다듬이 공연 및 체험(이성자, 김금옥), 이춘자 강사가 지도한 문경새재아리랑 따라 배우기, 한바탕 어울림 마당 등의 순서로 진행하였다. 영남 전래민요 방귀타령(권인순)과 함께 상주아리랑(김영애)도 곁들여 불러 주었다. 그리고 SNS 홍보용 영상 촬영(오석윤), 안내 및 코로나 방역 활동(류시자, 최순이) 등 진행에는 최상운 사무차장을 비롯한 임원과 위원 가리지 않고 함께 합심하여 주최측과 참가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첫수업이 성료되었다. 이만유 회장은 "다음 찾아가는 아리랑학교”는 9월 17일과 9월 24일 문경새재에서 10월 8일은 에코랄라에서 오후 2시에 각각 개최된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
'KBS국악대경연', 달라진다제32회 KBS국악대경연이 올 하반기 대회를 앞두고 모집 공고와 대회일정을 발표했다. KBS가 주최하고 (주)크라운해태가 협찬하는 KBS국악대경연은 올해 전통예술의 틀 안에서, 실력과 창의력을 갖춘 젊은 국악인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 경연대회는 1990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오정해·계성원·강권순·지애리·진유림·왕기석·남상일 등 걸출한 국악인을 배출하며, 젊은 국악인들을 발굴, 육성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부터 성악, 기악, 단체 부문으로 이뤄지며, 만 18세 이상 30세 이하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단체 부문의 경우, 중학생부터 참가할 수 있으며, 창작곡으로 제한하고 있다. 결선 연주회가 달라진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방식으로 금상 수상자들끼리 겨루어 대상을 선정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본선에서 순위를 가르지 않고 통과한 각 부문의 결선 진출자들이 모두 최종 무대에 진출해 대상을 겨루게 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대회의 열띤 분위기를 공개함으로써, 젊은 국악인의 성장 과정, 노력 등을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더 많은 지원자들이 최종 무대에서 개성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보다 열린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시청자들은 지원자들의 개성 있는 무대를 보며, 대상이 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하면서 흥미로운 무대를 즐기게 될것이다”라고 밝혔다. 각 부문의 구성 역시 새롭게 조정되었다. 성악 부문은 제한을 두지 않고, 기악 부문은 ‘생황, 태평소, 양금’ 등을 추가하면서 지원 악기의 영역을 넓혔다. 연출을 맡은 정현경 PD는 그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국악 경연대회’라는 경직성을 탈피하고 지원자들에게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 부문에서 제한을 없애고, 지원 종목 악기의 영역을 넓힌 것도 이번 대회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지원자들이 ‘스승으로부터 사사하는 국악’을 이어가고 전통을 계승하는 전승자를 넘어서, 국악을 '예술'로써 대하고 자발적으로 국악을 향유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악기와 소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해 내는 미래의 아티스트로서의 국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KBS국악대경연'이 분위기를 서서히 조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 국악의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가능한 연령을 중학생으로 낮춘 단체 팀들의 활약도기대가 된다. 단체팀의 경우, 창작곡으로 제한하고 있어, 창작 국악에 어떠한 활력을 불어 넣을지 기대할 만하다. 주최측은 "모범생처럼 주어진 것만 하는 이들보다, 새로운 창의성으로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면 예선, 본선 진행 과정에서 제작진이 그들을 주목할 것입니다.”라며 국악의 참신성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결선 연주회 및 시상식은 10월(추후 변경 가능) 예정이다.
-
[리뷰] 3년만에 열린 대표적 고을굿, 경산자인단오제 성료음력 5월 5일 고대의 명절인 수릿날, 즉 단오절을 맞아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 일원에서 지난 3일부터 3일간 열린 2022 경산자인단오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코로나19로 3년만에 개최된 이번 경산자인단오제는 다채로운 전통문화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지역공동체 축제이다. 경산자인단오제는 마을단위 민속축제며, 특히 단오제를 열기 전에 고을의 수호신 한장군에게 고하기 위해서 '한장군대제'(유교식)과 '단오굿'(무교식), '한장군놀이'(전통연희)를 연행하는 대표적 고을굿이다. 단오날 대한민국 대표 고을굿 축제 1번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이다. 핵심 컨텐츠는 옛날 관노들이 양반 계층의 비리를 풍자하는 탈놀이에서 유래한 '관노가면극'이다. 영남의 자인단오제의 핵심 켄텐츠는 한장군 설화에서 유래한 '여원무'이다. 한장군이 누이와 함께 꽃관을 쓰고 원을 그리며 추는 환란한 춤으로 왜구를 유인하여 물리쳤다는 전해 오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장군대제, 자인단오굿, 여원무, 팔광대의 경산자인단오제 다섯 마당, 창포 머리 감기 시연 등 풍성한 단오제 공연이 마련됐다. 특별공연으로는 김천금릉빗내농악, 봉산탈춤, 계정들소리 공연, 강강술래와 영산줄다리기 공연, 경산아리랑제, 시립극단과 평양예술단 공연 등이 이어졌다. 팔광대가면 가왕가요제와 가수들이 출연한 단오음악회, 행사기간 중 자인계정숲 씨름장에서는 경산자인단오제 대학장사 씨름대회에는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한장군놀이'는 경상북도 경산군 일대에 전래되어 오는 민속놀이로 그 역사적 유래는 분명히 밝혀 볼 수 없다. 경산군지 상면을 보면 어느때 사람인지 알수없는 한 장군으로 인하여 '여원무'라는 춤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한장군 놀이'는 여원무의 복장을 한 한장군이과 누이동생을 꾸며 앞세우고 그 뒤에 '사또'행차를 따르게 한 가장행렬이다. '여원무'는 신라와 고려 사이에서 발생하여 오늘까지 전하여 온다고 한다. 이 지방의 도천산에 있는 왜구를 유인하여 물리치기 위하여 한 장군이 여원무를 추었다고 한다. 화려한 원색의 색지로 만든 꽃으로 2개의 둥근 관을 쓰고 그의 누이와 함께 여장을 하고, 버들뚝에서 춤을 추고 광대들은 희희낙낙 연희를 하며 주위를 집중시킨다. 이때 왜구들이 산에서 내려와 구경하는 사이에 기습작전으로 섬멸하였다고 한다. 이후 고을 사람들은 한 장군의 충의를 흠모하여 신시를 건립하고 매년 단오일에 제사를 지내고 여원무를 추며 한장군의 충의정신을 기린다고 한다. 이후 단오날에는 한장군 제사 지내는 행사가 풍속화 되었다. 남자는 말달리기와 씨름을 즐기고, 여자는 그네를 뛰었다. 가장행렬에 쓰였던 화관이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 하여 다투어 얻어간다고 한다. 1971년 '한장군놀이'가 국가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되면서 '자인단오-한장군 놀이'로 개칭되어 오다가 2007년 3월 '경산자인단오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첫째날 3일은 자인단오굿, 호장장군 행렬(가장행렬)을 시작으로 호장 행렬이 한장군 위패를 모신 진중묘에 가서 한묘제(韓廟祭)를 올리고 한장군 묘를 한 바퀴 돌면서 오늘 행사의 고유제를 올린다. 이어 여원무, 자인팔광대의 ‘경산자인단오제’ 다섯 마당과 창포 머리 감기 시연 등이 진행됐다. 자인팔광대 놀이는 1936년까지 지속되다가 일제에게 한장군이 왜구를 물리쳤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고 중단되었다가 1980년이 복원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둘째날 4일에는 김천금릉빗내농악, 봉산탈춤 등 국가무형문화재 초청공연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계정들소리' 공연, 국궁 시연, 군악대 공연이 신명을 울렸다. '경산'과 '경산아리랑'을 널리 알리는 경산아리랑제와 휘날레 공연으로는 경산아리랑제 특별공연이 현장의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 날 5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강강술래'와 '영산줄다리기' 공연, 시립극단과 평양예술단 공연 등이 펼쳐졌고,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팔광대가면 가왕가요제'가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축제 마지막 프로그램인 단오음악회에서는 홍진영, 은가은, 윤수현 등 대중 가수들이 관람객의 환호 속에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며 3일간 행사의 막을 내렸다. 자인계정들소리, 자인단오굿, 한장군놀이, 여원무, 등의 다채로운 민속놀이에서 경산의 지역성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자인현 전체 주민들이 자발적 참여와 민간신앙이 응집되어 신라시대부터 전승되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어린이들이 마을 수호신 '한장군'이 되어 갑옷을 입고 말도 타보고, 왜구를 무찌를 때 머리에 썼던 아름다운 여원화를 직접 만들어 써보고서 애향. 애국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는 특별한 체험을 하였다. 어머니와 누나들은 무더위를 무탈하게 지나기를 바라며 단오선을 만들고 참포물에 머리를 감고, 아버지는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일 사회를 맡은 경산시 박해상 홍보대사(방송인)는 "2007년 제1회 경인자인단오제 행사에서는 봉산탈춤, 관노가면극, 진주검무 등 국가무형문화재 초청 공연과 더불어 외국인 장기자랑, 씨름대회 등 외국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호주, 중국 등 각국의 외교사절과 많은 외국인을 초청하여 국제적인 행사로 개최되었다. 내년에는 해외동포들과 함께 하는 단오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 최재해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현장 축제를 개최하며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시민들이 큰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내년에는 더욱 특색 있는 경산자인단오제가 되도록 빈틈없이 준비해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라시대부터 개최되는 경산자인단오제는 경산시 자인면 지역 주민들이 세대를 거쳐 전수되어 오고 있는 지역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 단오제와 달리 경산단오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외세에 대항한 한장군을 기억하자는 '충의정신'이 대주제이다. 이는 지속가능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다행스럽게 현재 지자체가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탄압으로 중지되었던 각 지역의 단오제가 다시 복원되어 전통으로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리뷰] 경산자인단오제와 함께 경산아리랑제 '아리랑데부'4일 경산자인단오제 본 무대에서 제8회 경산아리랑제 '아리랑데부(아리랑+랑데부)'가 개최되었다. 경산자인단오제 둘째날은 무형문화재 초청 공연이 펼쳐졌다.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에 이어 오후 7시에는 인류무형문화유산,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경산아리랑'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제8회 경산아리랑제가 경산아리랑보존회 주관 주최로 개최되었다. 금년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 등재 10년이 되는 해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비대면 공연을 해오면서 무대공간은 유튜브에 실시간 방송이 되면서 메타버스 시대를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현실문제를 따라가고자 공연의 장르가 작년과 다르게 'K-POP' 트랜드에 맞추고자 노력했다. 경산아리랑보존회 배경숙 회장은 2007년 경산아리랑 발표회를 하고 15여 년간 경산아리랑을 알려왔다. 한편 2003년 영남민요연구회를 창립하고, 대구, 구미. 경산에서 경산아리랑과 영남민요를 알리기 위해 힘써 왔다. 배경숙 회장은 "올해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등재 10년이 되는 해이다. 아리랑은 예로부터 살면서 괴롭고 슬픈 일 있으면 ‘아리랑’한 가락으로 풀어내고, 즐겁고 흥겨워도 ‘아리랑’으로 흥을 돋우었다. 태백산 자락 경상도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했던 수많은 아리랑 소리는 경상도 부녀자들의 눈물과 한숨, 웃음과 기쁨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소리들이다." 며 "영남인의 심성이 담긴 '영남민요'도 이제는 점차 사라져 아득히 기억 속으로 더듬듯 그 소리 한 자락 헤아리는 실정이 되었다. 그래서 '조선-POP'으로 편곡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하며춤추는 '놀이'와 함께 무대에 올렸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경산아리랑을 경산시민들 마음속에 살아 지역 공동체 결속에 기여하는 노래가 되기를 바라는 8번째 메아리를 외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산 지역 민요조사를 하고 '경산아리랑' 사설 12수를 직접 작사 작창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네 (후렴) 원효 설총 일연선사 삼성현 나신 곳/ 호국정신 꽃피우리 길이길이 만만세라 오월단오 계정숲에 흰구름 나르고/ 한장군의 넋이런가 노랑나비 춤을 추네 성암산 허리에 내린 밤안개/ 아리랑 장단에 달빛도 정다워라 남천강 푸른 물결 말없이 흘러가고/나그네 잠긴 설움 옛 추억도 떠가네 남매지 전설 오누이 눈물인가/ 남성현 높은 고개 보슬비가 흩날리네 이번 무대 하일라이트는 '조선-POP'으로 연출한 '경산아리랑+영남민요' 메들리이었다. 남녀노소가 출연한 이 작품은 마을사람들이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아낙네들이 물레도 돌리면서 시집살이의 절절한 아픔을 민요를 부르면서 고난을 치유하는 삶을 노래했다. "가요 가요 나는 가요/우리 어매 보고지고"라고 시작하는 '밭매는 소리'를 시작으로 민중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담아낸 스토리텔링에서 영남인의 심성을 녹여냈다. 선율은 동시대인이 공감하는 '조선-POP'으로 편곡하여 역동적인 신명성을 연출하였다. 경산지역에서 불리는 '상여소리'와 꽃상여까지 메고 나와서 눈물짓게 하고, 울긋불긋 색동옷을 입은 어린이들의 생동감 있는 율동과 청아한 목소리는 관객의 눈과 마음을 단숨에 훔쳐버렸다.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휘날레에서 세마치 장단으로 부른 '경산아리랑'에 이어 셔플댄스 율동과 함께 부른 셔플 리듬으로 편곡한 '경산아리랑'은 남녀노소가 하나가 되어 무한한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하는 '미래의 노래'로 형상화 하였다. 신명이 난 관객들도 함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후렴을 따라 불러주었다. 경산아리랑제 무대는 '경산아리랑'을 대주제로 하고 영남민요를 함께 전통(놀이, 노동)을 재현하는 무대이다. 실잣는 물레와 여러 농기구, 떡 찧는 절구, 대나무 바구니와 푸성귀, 꽃상여까지 등장하여 토속 민요의 신명성를 더해 주었다. 관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휘날레 끝났지만 앵콜을 2번이나 받았다. 배경숙 예술감독은 영남민요를 지키고 있는 정은하 명창에게 영남민요와 영남 지역 아리랑을 사사했다. '영남민요'를 주제로 영남대학교 한국음악학과에서 석사를 받고, '영남전래민요 연구'로 국문학 박사를 받은 민요 연구 전공자이며 실기인이다. 또한 일찌기 20대부터 전수를 받은 한국전통무용 춤사위를 근간으로 작품 구상을 하고. 연희자들에게 안무까지 가르쳐서 무대에 세우고 있다. 이론과 실기를 기반으로 시대의 트랜드에 따라서 연출까지 해내고 있다. 내년 경산아리랑제가 더욱 기대가 된다. 배예술감독은 "영남민요의 토속적 소리를 현장에 나가서 채록하여 편곡하여, 대중화 하기 위해 현대화하여, 'K-POP'과 같이 '조선-POP'으로 명명하고, 전통을 재현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 다음 해에는 '경산아리랑'을 '조선-POP'으로 연출하려고 한다. 경산시민들이 경산아리랑을 애창곡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경산아리랑보존회는 2020년부터 해외 동포들과 함께 하는 사할린아리랑제 무대에 참가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전통을 재현한 꽃상여까지 들고 가기 위해 조립식으로 만들었다고 보여주었다. 전 회원들이 매주 함께 모여서 10월 1일에 개최되는 2022년 서울아리랑페스티발 전국아리랑경연대회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경산아리랑은 2007년 첫 발표(영남대학교 인문관)한 아리랑으로 열다섯 살을 맞았다. 그동안 축제 등을 통해 경산시민들에게 아리랑의 멋과 맛을 전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 올해 경산아리랑전국경창대회도 6회를 맞이했다. 영남민요연구회는 경산아리랑, 구미아리랑, 구미의병아리랑, 팔공산아리랑을 비롯한 영남 지역 아리랑의 전승에 힘쓰고 있는 공동체로써, 아리랑의 가치와 전승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아리랑전승단체이다. 경산아리랑의 형성과 전승활동은 더욱 주목할만하다. 이 과정에서 문경시가 발행한 전국아리랑 사설 기록화 결과인 1만수 '아리랑 대장경'에 수록되어 전국과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확산될 계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5년 전 발매한 경산아리랑이 담긴 '배경숙의 아리랑' 음반도 국외동포 음악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국적이 다른 여러 버젼의 경산아리랑도 기대해 본다. 아리랑은 역사적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민중들이 공동 노력으로 창조한 결과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결속을 다지는데 기여해 오고 있다. 경산아리랑도 이에 제 값을 해야 할 것이다.(세귀)
-
지방선거, ‘전통문화 정책’도 있다지방선거에서 전통문화 관련 정책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의 보존과 발전은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과업이다. 이에, 본지 ‘국악신문’은 주요 후보들의 공약 중, 전통문화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며, 그 결과 적지 않은 전통문화정책 공약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민주당) ‘연등회 등 전통문화 콘텐츠 지원강화로 K-불교의 세계화에 기여 지원’, 오세훈 후보는(국민의 힘) ‘풍납동 역사문화 중심도시 개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는(민주당) ‘조선왕조문화역사공원 설립 추진(구리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민주당)는 ‘고려평화민속촌(강화군)’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는(민주당) ‘대통령 역사박물관 건립,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서구)’을,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민주당) ‘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약속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1995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이래 선사시대 생활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유적으로서, 국내외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가지고 있으나, 생활 수로 확보와 문화재 보존과 상충하는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구, 구미시 등 인근 지역의 협조로 그 해결책이 열리게 되어, 천전리 암각화와 더불어 202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는(민주당) ‘국립 민속박물관 이전’, 최민호 후보는(국민의 힘) ‘한글사관학교 건립과 한글문화수도 건설’을,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는(국민의 힘) ‘공주, 부여, 청양을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복합단지 조성’을 계획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후보는(민주당)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무주)’, ‘백제 한류 전통문화 체험단지 조성(익산)’, ‘가야문화 중심지 조성(장수)’,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는(국민의 힘) ‘신라왕경, 세계문화유산 등 경북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발표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국민의 힘)는 역사유적 복원 및 유물 전시관 조성’ 등을,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는(국민의 힘) ‘해녀의 전당 건립’을 약속했다. 특히,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2016년)에 등재되었고, ‘해녀’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132호(2017)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의미는 이미 검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지역적, 문화적 거리로 인해 여전히 낯선 문화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세명대학교 인문대학장 이창식 교수는 "주요 후보들의 전통문화 관련 공약은 대부분 정치 경제 이슈에 가려 노출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후보자가 당선 후 공약을 실천하는데도 영향을 준다. 그동안 문화 분야의 공약은 대개 밀리고 물려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유권자가 당선자의 공약 실천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바로 언론이 보도를 통해 후보자(당선자)와 유권자의 관계 설정을 도와 줘야 한다.”고 하였다. 각각의 공약들은 지역발전이라는 맥락에서, 각 후보들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그 실천을 지켜보는 것 역시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리의 뿌리를 지키고 공유하는 일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며,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다.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한 후에도,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천되고 있는지, 발전과 개발의 그늘에서 우리의 뿌리가 훼손되지는 않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유권자의 자세가 요구된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내가 국악에 꽂힌 이유는…"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열악한 국악 영재 육성을 위해 '아트 경영'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원자재 값 급등으로 식품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산에 해태제과가 대규모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며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린 제1회 영재 한음회에서 "국악 영재들이 세계무대 공연에 나서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한음 영재 후원자 모임을 만들었고, 이 후원자들이 직접 한음 영재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영재 한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윤 회장은 '국악'의 애칭으로 '전통 한국 음악'의 줄임말인 '한음'을 쓰고 있다.윤 회장은 "우리 전통 음악을 어떻게 하면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할까 고민하다가 일반인들에게 후원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 후원이 우리 국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영재 한음회 공연도 일반인이 아닌 국악 영재들을 직접 후원하는 후원자들을 초청해 진행했다.윤 회장은 "기존 크라운해태제과가 운영하던 영재 국악회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한번 걸러 영재 한음회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 영재 한음회를 통해 국악 영재들이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쌓으면 앞으도 더 큰 세계 무대에서도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윤 회장은 "영재 한음회를 통해 적립한 기부금은 해외 공연에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 전통 음악을 보전하고 오래 지속하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라고 강조했다.영재 국악회는 지난 2015년 처음 시작해 143회 공연을 진행했다. 이 음악회는 매우 일요일 남산 국악당에서 국악 꿈나무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해 국악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윤 회장의 든든한 지원 속에 크라운해태제과가 국악에 쏟는 열정은 한 둘이 아니다. 매주 개최하는 영재 국악회에서 뛰어난 영재를 발굴하고, 이 영재들은 두 달에 한번씩 영재 한음회 공연에 나선다.지난 달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최고 명인·명창들의 공연인 '제1회 한음회'도 개최했다. 일찌감치 2007년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락음국악단'을 창단했고, 2010년부터 '대보름 명인전'을 매년 개최하며, 누적 공연만 1500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 남산 국악당도 윤 회장의 후원으로 2017년부터 '크라운해태홀'로 현대화 해 운영 중이다. 윤 회장은 자신이 국악에 꽂힌 이유가 '힐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기업 경영이 너무 어려웠을 때 우연히 산에 올랐다가 대금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심취하게 됐다"며 "이후 국악인들을 만났는데 공연 기회가 많지 않아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 자연스럽게 공연 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이후 크라운해태제과는 국악 등 문화 예술을 경영에 접목한 '아트 경영'의 창시자가 됐다. 윤 회장은 국악 외에 조각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다. '크라운해태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조각가들과 다양한 교류를 맺고, 각종 조각 전시회 후원에도 앞 장 서고 있다.윤 회장은 국악과 조각 행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바로 '아트 경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은 더 좋은 삶을 위한 공기와 같다"며 "문화 예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이 아트 경영이고, 이를 통해 고객 감성을 자극하면 크라운해태제과만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윤 회장은 아트 경영을 반영한 제품으로 '쿠크다스'를 꼽았다. 그는 "쿠크다스의 S라인은 과자에 예술을 접목한 대표 사례"라며 "단순히 초코선을 넣는 것이 아니라 S자 형태로 선의 굵기가 얇아졌다 넓어졌다 하는데 과자에 이런 율동감과 볼륨감을 넣은 것은 쿠크다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이런 쿠크다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예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최근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식품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해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제과업체가 고객에게 건강과 기쁨, 2가지를 줄 수 있다면 계속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은 "제과 업계가 가야 하는 길은 건강과 기쁨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쁨을 줄 수 있는 과자를 만들면 그 어떤 위기도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그러나 크라운해태제과는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다.그는 "고객에게 건강과 기쁨을 주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며 "과자의 맛 같은 본질은 물론 포장재 하나 하나에도 고객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윤 회장은 올 하반기 본격 가동 예정인 해태제과 아산공장이 기업 경영의 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해태제과는 제대로 된 공장이 없었는데 올 하반기 충남 아산에 완전히 혁신적인 공장을 가동한다"며 "이 공장으로 더 날렵해진 조직을 만들어 어떤 위기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
[리뷰] 제주의 소리는 다르다, 제주해녀의 아리랑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이 주최하는 제주 대표축제 2022선문대할망페스티발 무대에 제주도아리랑연구회(회장:장경숙)가 주관하는 제1회 제주도아리랑 발표회가 18일 오후 2시 제주돌문화공원 본무대에서 개최된다. 공연명은 '제주의 소리는 다르다'이고, 주제는 '제주해녀의 아리랑'이다. 작품의 핵심은 제주해녀의 굴곡진 삶과 저항의 역사를 ‘역사의 노래’ 아리랑에 실어 무대화 한다.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는 첫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를 주제로 하여 제주 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 '아리랑'으로 형상화 한다. 둘째, 일제강점기 반일반제의 항일운동을 전개한 해녀항쟁운동을 재조명 한다. 셋째.인류무형문화 ‘제주해녀문화’와 ‘제주아리랑’의 컨텐츠화를 시도한다. 넷째,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을 통해 제주도민의 공동체 결속에 기여한다. ‘제주해녀문화’는 제주도 해녀가 지닌 기술 및 문화로, 2016년 11월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제주해녀문화’는 우리가 후대에 전승해야 하는 지속가능한 인류 보편 가치를 지닌 문화라는 것을 알리고,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과 연계하여 ‘제주아리랑도 가시화 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녀, 또는 잠녀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는 없는 직업이다. 왕조시대 제주가 당해야 했던 수탈은 제주가 가진 천혜의 가치만큼이나 컸다. 일제강점기 해녀는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제주 특유의 공동체 정서를 바탕으로 반일반제의 항일운동을 전개한다. 섬을 떠나 달아났던 남성들과는 달리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섬을 지켰다. 우리나라의 해녀들은 모두 제주에서 출가한 뒤,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지역에 출가했다가 일제의 억압과 수탈을 피해 한반도를 떠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극동 러시아 사할린 등 국외로 바깥 물질을 나갔다. 이를 ‘출향 해녀’라 부른다. 그들이 불렀던 지역의 아리랑을 무대에 올린다. 장회장은 "1937년 기준 경상·전라·함경도 등에 2,801명, 일본의 도쿄·쓰시마·시즈오카 등에 1,601명의 제주 해녀가 출향 지역에 정착해 물질을 전수하였다. 출향해녀들이 조국을 떠나서 타국에서 디아스포라 한인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제주해녀의 백년사를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으로 형상화 하려고 한다"며, "국외로 나간 출향해녀들이 일본과 오키나와. 사할린에서 접했던 '사할린아리랑'을 제주에서 최초로 소개한다"라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제1부 제주의 아리랑. 제2부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3부 고개의 노래, 제주아리랑으로 구성된다. 해설이 있는 렉처아리랑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해설은 아리랑학회 기미양 연구이사가 진행한다. 제1부에서는 조천아리랑, 우도아리랑, 서우젯소리, 송악산아리랑이 선보인다. 2부에서는 사할린아리랑, 탄광아리랑, 진도아리랑. 해주아리랑, 1인극 모노드라로 꾸민 '이어도로 간 해녀', 연꽃아리랑, 양산도방아타령.경복궁타령, 3부에서는 왕십리아리랑, 제주아리랑과 함께하는 가무악, 휘날레에는 아리랑대합장으로 관객과 함께 한다. 이번 행사에 초청공연 위촉을 받은 단체는 서귀포아리랑보존회(유재희), 왕십리아리랑보존회(이혜솔).황실예술단(김화숙)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장경숙(1951년생, 제주 출생) 회장은 제주시 최남단 대정읍 보성리에 태어나서 제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교육자이다. 대정여자교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후 '자운당문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시아버지가 물려주신 고풍스런 자택이 문화도시 서귀포 마을문화라운지 지정(2021년)되면서 옛스러운 제주의 정서를 진하게 풍기는 '자운당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회장은 초등학교부터 전통춤을 배우면서 늘 우리 춤사위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2018년 은퇴후 세계적 무용가 홍신자가 운영하는 제주시니어무용단 단장으로 활동해 왔다. 김기인춤문화재단 써클댄스동아리, 정기발표회, 현대무용 '아우라' 동아리 활동, 제주 돌문화공원 즉흥춤 축제에도 참여해 왔다. 이렇게 마을공동체 리더 활동을 하던 중, 2016년부터 제주도아리랑보존회 강소빈 회장에게 제주아리랑을 전수받고, 2019년 10월 1일 '아리랑의 날'을 기점으로 '제주아리랑연구회'를 결성했다. 이후 아리랑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제3회 사할린아리랑제 참가후 본격적으로 제주아리랑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에 매달 정기 후원을 해오고 있다. 장회장은 그동안 배운 한국 전통춤사위 및 모던댄스와 제주아리랑을 제재로 하여, 1인극 모노드라마 '이어도로 간 해녀'작품을 처음으로 발표한다. 이 작품은 제3회 사할린아리랑제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사할린에 살고 있는 제주 출신 동포들에게 공감을 받고 돌아와서 확장시킨 작품이다. 내용은 제주해녀가 여자로써 격어내야만 한 지옥같은 고난을 '이어도'라는 지도에도 없는 섬을 통해 환타지라는 서사를 만들어 현실의 역경을 넘으려고 했다. 이러한 서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제주민요와 제주신화, 제주아리랑을 부르고 몸짓으로 형상화하는 1인극이다. 기존 공연에서는 몸짓으로만 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도 치고 몸짓으로 이어지는 환타지를 선사하는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1인극전국대회에도 나가려고 준비한 작품을 이번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고 전한다.
-
KBS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50년 공개방송 ‘행복한 동행’KBS한민족방송은 21일 저녁 6시 KBS아트홀에서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50년 기념 특별방송 ‘행복한 동행’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러시아 사할린·중국 만주3성, 일본 등의 동포를 청취자로 하는 KBS라디오 한민족 방송(사회공헌방송부 박천기 부장)의 간판 프로그램인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개시 50주년을 맞아서 유명 가수와 초청 인사들과 함께 하였다. 참석자 중에는 KBS한민족방송 체험수기 공모전 역대 수상자 등이 참석하여 뜻을 더했다.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진행자인 이소연과 작곡가이자 가수인 이호섭이 사회를 본 이날 공개방송에는 사할린 한국교육원 이병일 원장을 비롯해 사할린동포들의 귀환운동을 펼친 박노학 씨 아들인 박창규 씨, 前 사할린 유즈노사하린스크 14번 고등학교 백하득 교장, 前 사할린 한국교육원 김주환 원장, 사할린 한국어교육협회 공노원 부회장, 사할린아리랑축제추진단 단장인 ㈜국악신문사 기미양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국으로 영주귀국해서 안산, 인천, 김포, 파주, 남양주 등에 거주하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 그리고 아리랑 명창 이혜솔, 김화숙. 중국동포, 고려인, 청취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동포들과 인연이 깊은 가수 설운도, 김국환, 나태주, 설하윤, 소리꾼 박애리, 남상일 등이 출연해 50주년 축하 무대를 꾸몄다. 사할린에서 위문공연을 펼치기도 한 작곡가이자 가수 이호섭이 ‘사할린’을 부를 때 관객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는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징용됐다가 일본 패망 후 귀국길이 막히고 억류되어 남아있던 동포들이 가족 찾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1972년 4월 3일 생긴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사할린 동포에게’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당시 이 방송은 수많은 사할린 한인들이 고국의 가족과 생사여부를 전하는 동아줄 역할을 하였다. 중국 동포 보낸 26만 여 통 편지 DB로 구축 이후 1974년부터 중국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과 연해주로도 청취 권역을 확대해 중국 동포들의 가족 찾기 사연도 소개했다. 특히 중국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이 편지를 보내와서 가족 재회 1만 4000여 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992년까지 중국동포들이 보낸 편지만 해도 26만 여 통에 이르며. KBS 한민족방송은 이 편지를 DB로 구축했다. 박천기 KBS 한민족방송 부장은 "한중 수교가 되던 1992년까지 중국동포들이 보내온 편지가 26만여 통에 이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가족을 찾아준 사례가 1만 4천여 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방송에는 사할린 한인 영주귀국 추진 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고 박노학 씨의 아들 박창규 씨도 참석했다. 박 씨는 "아버님이 KBS에 제안해서 만들어진 방송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당시 사할린동포들은 한국으로 직접 편지를 보낼 수가 없어서 일본을 거쳐서 편지를 보냈는데 KBS 한민족방송을 듣기 위해 몰래 숨어서 방송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수진 前 사할린이산가족협회 회장은 "사할린 사람들은 수십 년간 방송을 들으며 고국 땅을 밟게 되기를 학수고대했다. 이렇게 와서 공개방송을 듣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KBS 한민족방송은 사할린 동포들이 잃어버린 수많은 가족을 찾아줬고, 또 책과 달력을 보내주고 노래자랑대회과 위문공연도 실시했다”며 "KBS 한민족방송은 사할린 동포들을 잊지 않고 늘 함께 해왔다. 50주년을 축하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영상 편지를 남기는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축사를 전했다. 대한고려인협회 노알렉산드라 회장은 "50년 동안 동포들과 함께 해 오면서 한민족동포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는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앞으로도 한민족 문화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애청자인 재한동포문인협회 김경애 회장은 "중국에 있을 때부터 이 방송을 들었는데 중국동포들 중에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람들도 많고, KBS 덕분에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동포들이 많다. 또 KBS 한민족방송이 중국동포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고려인협회 채예진 부회장은 "50년 동안 동포들과 함께 해 오면서 한민족동포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는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민족 문화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가족 찾기에서 시작된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는 통일부와 협력해 올해부터 남북이산가족 찾기를 다시 시작해 동포들의 가족 찾기를 이어가고 있다. 첫번째 무대에서는 전 사할린국립대학 박승의 교수와 사할린 전 새고려신문 안춘대 사장이 사할린 동포들의 ‘디아스포라’와 ‘이중징용’에 대한 아픔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하고, 2년에 걸쳐 KBS한민족방송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사할린 동포들이 3대에 걸친 가족사 이야기로 대상을 수상한 감동을 전했다. 초대가수의 노래에 눈물 이어서 수차례 사할린 공연에 다녀온 가수 설운도가 첫 막을 올렸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다룬 '잃어버린 30년'을 부른 가수 설운도는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노래로 위안을 줄 수 있어서 그 어떤 무대보다 뜻깊었다"고 말했다. 사할린을 작곡한 이호섭이 부른 '사할린'은 또 한 세대를 넘어가는 '이산의 이산'이 남긴 아픔이 고스란히 가슴과 가슴으로 전해졌다. 두번째 무대에서는 방송 덕분에 가족을 찾았던 이승희·박동찬 중국동포이 무대에 올라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에 동네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기뻐했고, 방송에서 한국 가족의 편지를 들을 때면 모두 눈물을 흘리며 만나는 날을 고대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 편지들을 분석한 동덕여자대학교 문형진 교수는 "이 편지에는 동포들이 한반도에서 연해주 지역으로 어떻게 이주를 했는지 동포들의 이주사를 엿볼 수 있고. 생활상과 문화도 알 수 있어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나태주가 '힘내라 대한민국'을 부르면서 태권도 발차기를 하면서 공중회전을 하자 객석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설하윤은 K-뮤직의 아우라와 댄서들의 특급 퍼포먼스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세번째 무대에서는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네번째 무대에서는 1세 부모가 가고 2세와 3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다시 시작된 이산가족찾기'에 대한 문의가 오고간다고 전했다. 이어서 판소리 명창 남상일과 박애리사 ‘춘향가‘로 신명을 높였다. 휘날레에는 관객과 함께 뜨거운 가슴을 담아 아리랑으로 대합창을 했다. 이날 공개방송을 연출한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프로그램 김경희 피디는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한민족 동포들과 50년을 함께 해 왔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동포들과 함께 하면서 동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최연소 방청객으로 온 사할린 4세 신아리나(9세)와 신마이아(14세)는 "한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다. 사할린 동포와 중국 동포들이 가족찾기 편지를 보내고, 왜 이제야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공개방송을 연출한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김경희 피디는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한민족 동포들과 50년을 함께 해 왔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동포들과 함께 하면서 동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공개방송이 끝나고, 2020년 KBS한민족상(체험수기)을 수상한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 공노원 부회장은 "오늘 50주년 공개방송은 그야말로 사할린의 날이다. 우리 가족 3대가 함께 왔다. 며느리와 손녀들이 사할린 한인의 역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 뜻 깊었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딸과 사할린에서 친구들이 이 방송을 언제 볼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국내 영주 귀국한 김포, 양주 친구들이 며칠 전 갑자기 코로나로 못 와서 너무 아쉬웠다. 50주년을 축하하고 최장수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50주년 특집 공개방송 ‘행복한 동행’은 오는 4월 2~3일 오전 7시~8시 KBS 한민족방송(AM 972Khz)에서 방송된다. KBS 한민족방송 유튜브 채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행사장을 나오는 한 참석자의 말이 귀에 감돈다. "나 60년 행사 때 초청하면 꼭 올랍니다.” 속으로 답해 드렸다. "예 그러셔야죠. 저도 오겠습니다.”
-
안주영 ‘코트’ 대표, ‘시간의 마음’을 읽고 ‘땅의 지문’을 지키는 문화 독립 전사종로 2가에서 인사동으로 진입하는 초입 왼편에 복합 문화공간이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정작 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자도 서울 시내를 거의 꿰듯이 돌아다니는 편이지만, 이 공간은 생소했다. 60년 묵은 5층 건물 해봉빌딩을 ‘ㄱ’ 자 모양의 본관과 별관이 병풍처럼 두른 형상이다. 50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 1000평의 규모이다. 이 공간 안에 카페, 전시실, 창작 랩, 서재, 커피숍, 숙박시설, 와인바 등이 들어있다. 다음달에는 음식점도 들어선다. 아티스트들과 창작인 수십 명이 이 공간을 쓰고 있다. 공간의 이름은 ‘코트'(KOTE)이다. ‘꽃’과 ‘뜰’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명이다. 멀쩡해 보이는 이 공간은 겉모습과는 달리 치열한 전투를 겪고 있다. 서울시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이미 뜯겨나간 피맛골에 이어 철거 위기를 맞고 있는 까닭이다.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땅의 지문’에 맞게 문화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코트’ 대표 안주영(1968~ )씨를 만나 현황과 포부를 들어봤다. 안 대표는 남다른 세계관을 가진 문화 전사이다. 2022년 3월 19일 오전 10시 인사동 ‘코트 랩’에서. Q. 여기서 구체적으로 무얼 시도하시는 건가요? A. "‘공정 무역’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Q. 공정 무역? A."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의 자유를 구현하게끔 도우려는 거지요. 아티스트들이 돈 걱정 않고 창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들에게 창작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려는 겁니다.” 인터뷰 현장인 ‘코트 랩’은 본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아티스트마다 넓찍한 책상 두 개가 있는 공간을 사용한다. 자기 사무실을 가질 여력이 안 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임대료는 월 30만 원으로 싼 편이다. Q.어떤 아티스트들이 입주해 있나요? A."다양합니다. 사진작가, 현대 무용가, 패브릭 디자이너, 연극영화 연출가, 광고 기획자, 잡지 편집자, 다큐멘터리스트, 작곡가, 메타버스 개발자, 셰프 등이에요. 모두가 사막에서 샘을 찾듯이 오신 분들이죠.” 2백 평 넓이의 ‘코트 랩’에는 여러 분야의 창작인들이 열정을 쏟아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가 소통하며 영감을 주고받기도 한다. Q.가난한 창작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군요. 이런 생각을 그전부터 가졌던 건가요? A."제가 2013년에 ‘명동성당 지하 신자 공간 만들기 1898’ 운동 기획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명동성당을 1898년 축성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둔 프로젝트였죠. 화장품과 중국인의 공간이 되어버린 명동에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도심 재생 운동과 지향점을 맞췄어요. 2014년에 완공됐는데, 천 평의 지하 공간에는 신자 지원시설을 집중 배치했어요. 지하의 중앙에 광장을 두고 사방으로 꽃집, 서점, 화랑, 커피숍,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전시장, 간이 공연장, 수도원 물품 직판장 등을 마련했죠.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저는 이런 인식을 터득하게 됐어요. ‘공간은 마땅히 사용자가 그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녀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북 안동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한글판 ‘타임 연구’지 편집장을 시작으로 영어 통역사, 사모 펀드, 투자자문, 자산운용, 뉴욕호텔 인수 프로젝트, 도심 재생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의 업무를 거쳤다.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 그나마 지금의 일과 관련성이 있을 뿐, 그전의 일들은 지금 작업과 전혀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인다. Q.어떤 계기로 이 공간과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A."제가 명동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골목 안쪽에 서 있는 오동나무를 보았는데 그 오동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이야기 즉슨 이랬다. 그녀는 2016년 ‘승동교회와 피맛골이 교차하는 지점’인 이곳 뒷마당에서 늙은 오동나무를 발견하고선 부둥켜안고 울었다. 유서 깊은 두 문화공간 가운데서 백여 년을 버텨온 나무였다. 그녀는 오동이 "건물에 포위당한 채 죽어가고 있다”라고 느꼈다. 피맛골 자리는 깡그리 헐리고 있었고, ‘코트’ 구역도 개발 국면에 처해 있었다. 그 가운데 선 오동은 머리 부분이 이미 잘려나간 채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주영 씨는 나무의 영혼을 감지하며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나?’ 안타까워했다. ‘예전 자기 집 마당에 서 있던 오동이 생각이 나서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생면부지의 나무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건 여간 섬세한 감성이 아니다. 일반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감정선이다. 필자는 그녀가 오동에게서 ‘시간의 마음’을 읽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오규원 시인의 언급처럼 "시간에게도 다양한 감정이 있는” 까닭이다. 이 오동과의 첫 대면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서 그녀는 결심했다. ‘이 오동나무를 살려야겠다’ Q.계기치고는 대단히 특별하군요. 그 정도면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A."확실히 그렇습니다. 다들 ‘죽었다’며 베려 하는데 저만 살려야겠다고 달려들었으니까요. ‘미친 여자’ 소리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오동을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선 존재로 여기죠. 그야말로 ‘경계에 핀 꽃’인 거죠. 살릴 결심을 한 뒤 이 주변을 공부를 해보니 대단히 유서 깊은 곳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죠. 삼일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을 한 호해여관과 1920년대 최초로 연극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활동사진을 틀었던 조선극장이 바로 이 터에 있었더군요. 이웃에는 학생들이 삼일 만세운동을 도모했던 승동교회와 탑골공원이 있고요.” 오동나무와 조우하면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그녀는 ‘공간을 통한 나눔’의 실현을 소명으로 삼았다. 이 공간이 예사 터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맞섰다. ‘땅의 지문’을 읽은 것이다. 오랜 시간 이 터에 뿌리내려 깊이 박힌 ‘땅의 지문’을 이어가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남다르고 당찬 모습이다. 그녀의 우직함을 읽게 하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조선극장 터를 표시한 표지석이 다른 지번에 세워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계기관을 찾아가 자료를 제시하며 정정할 것을 요청해 공무원을 당황하게 만든 해프닝이다. 안 대표는 ‘코트’ 터에 조선극장의 문화 지문을 잇기 위해서는 오동부터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물의 지붕을 뚫고 서 있던 오동나무를 보던 날 ‘오동나무를 중심으로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잘릴 위기에 처한 오동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기를 들어야 했다. 오동나무를 지켜 중정을 만드는 방안으로 공간 재배치에 나섰다.오동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허물고 주 건물 3개 동은 남겨 리모델링을 거친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2021년불법철거로 일부가 부서진 별관은, ‘코트’ 사태를 자신의 일처럼 함께 견디어 준 코트 커뮤니티와 예술가들 덕분에 지킬 수 있었고 보수공사를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온몸으로 막아 부서진 돌 틈에서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 ‘코트’ 사태를 다룬 전시의 한 제목처럼, ‘깨어진 틈 사이로 피는 꽃’이 구현되고 있다. Q. 이제 오동나무를 베려 들지는 않는 것 같군요. 이 나무로 ‘코트’의 상징으로 삼으실 건가요? A."네. 이제는 살았어요.(웃음) 별관 뒤편 오동이 자리 잡은 마당을 유럽식 중정(中庭) 모양의 공간으로 살리려고 해요. 그러면 이태리나 스페인의 도시들을 걷다가 골목 속에서 반갑게 만나게 되는 중정이 인사동에도 들어서게 되는 거죠. 휴식과 소통, 축제의 공간이 될 수 있어요. 벌써 그럴 가능성을 보였어요. 2021년 6월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프렌치 커뮤니티들이 이 중정 공간에서 프랑스의 음악축제를 열어 즐겼고, 10월에는 벨기에 대사관이 주관하는 벨기에 페스티벌이 열렸어요. 지난 3월 18일에는 매 학기마다 나라를 옮겨가며 유목민처럼 수업하는 미국 미네르바(Minerva) 대학 학생들이 이번 학기를 서울에서 지내면서 이곳에서 축제를 즐겼죠. 모두가 서울 속에서 익숙한 풍경을 찾아낸 겁니다. 저는 이 공간으로 끌리듯 들어선 모든 이들을 "이 공간이 초대한 사람”이라고 여겨요.(웃음) 그 사람들한테서 정말 동지애 같은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안 대표의 유일한 난제는 동업자와의 관계이다.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 펜스’에서 ‘달’은 꿈을, ‘6펜스’는 현실을 상징한다. 안 대표가 ‘달’을 꿈꾼다면, 동업자는 ‘6펜스’를 쫓는다. 철학이 다르다 보니 동업자는 공격적이다. 개발지상주의자답게 처음에는 오동을 베어버리려 한 데 이어 호시탐탐 별관을 철거하려 하고,주차 공간을 만들 생각을 한다. ‘땡처리’ 업체들을 유치해 더 많은 임대료를 받고 싶어 한다. 개발이익을 최대화하려 함이다. 그동안 오동나무 앞 별관 건물을 파괴하려 포클레인을 동원하고, 고압수를 대포처럼 쏘고, 수시로 ‘용역’을 동원해 영업을 못 하게 막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 대표는 건물 파괴에 저항하다 물 대포를 맞아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용역’들의 갖은 횡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해 왔다. 그렇게 맞서다 보니 그녀는 갑자기 문화 지킴이이자 전사가 돼버렸다. 그렇지만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같은 배를 탄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공동운명체 사이라 공존을 바라는데 쉽지 않은 탓이다. A."2016년 말 지분 20%로 참여했어요. 그러다 ‘디자인 하우스’라는 유명 잡지사를 유치해 사업이 안정되자 동업자가 저를 ‘아웃’시켜버리더군요. 그랬는데 2019년 말에 동업자가 급하게 연락을 해와서는 ‘사기를 당해 20억 적자를 지고 임대료도 6개월 연체돼 명도 당할 상황에 처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 공간에 대한 미련 때문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죠. 동업자가 진 적자를 10억으로 해 떠안고 지분을 50:50으로 나누고 제가 건물의 관리 운영권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는 조건으로 다시 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런데 그뿐이었어요. 명도는 모면했지만, 동업자는 저와의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었던 거죠. 특히 본관 1층 전면 90평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제가 전차 계약을 체결한 공간인데도 막무가내입니다.” 별관에는 한때 ‘독립 뇨리점’을 입점시켜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분위기와 메뉴를 앞세워 명소로 만들려 시도했으나, 더 높은 임대료를 받으려는 동업자의 훼방으로 무산됐다. 자신이 직접 임차한 해봉빌딩에 입점시키려는 시도도 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당시 해봉빌딩은 5층 전체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지하에는 물이 찬 상태였는데 거금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빼내고 고치면서까지 유치하고 싶어 했다. 창의적이면서 터의 지문과도 잘 맞아 무릎을 쳤던 까닭이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인사동에 꽤 괜찮은 관광 콘텐츠가 하나 등장할 뻔했다. 올 3월 초에는 루이비통 트렁크전시회를 개최하기로 기획했다가 또다시 방해를 받았다. 고민 끝에 동업자 요구를 받아들여 ‘땡처리’ 전시장 개장을 수락했다. 공격을 받으면 몸통을 지키기 위해 꼬리를 잘라주고 달아나는 도마뱀처럼 그도 창작의 산실인 ‘코트 랩’을 지키기 위해 전시공간을 양보한 것이다. 공존을 원치 않는 그들의 훼방이 있을 때마다 공허함을 느끼는 안 대표에게 친구들은 큰 힘이 된다. 특히 이곳에서 축제를 가졌던 프랑스 커뮤니티와 외국인 아티스트들 그리고 소식을 접한 미네르바 대학생 수십 명이 이 공간에 머무르며 ‘코트’를 지원했다. 그들은 지금도 저항 문구를 만들고, 인터넷에 실상을 올리고, 사진전을 열어 대중에 알리고, 노숙을 하며 ‘용역’의 침입에 맞서고, 피케팅을 하며 시위에 동참한다. 꽃을 꽃으로 존재하게끔 도우려는 마음들의 결집이다. 안 대표는 그들에게 감사하며, 토니 쉐이 ‘자포스Zappos’ 신발 CEO의 신념이 옳았음을 확인하곤 한다. 토니 쉐이는 라스베이거스에 창작 공간을 만들면서 "여러 예술혼들이 모이면 기적이 발생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기적은 창작뿐 아니라 예술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도 적용될 터이다. Q.‘공정 무역’ 실현을 위해서는 열정과 사명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켜 줄 돈 만들기, 그 셋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텐데 수익 창출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요? A."네. 여러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을 위한 공유공간 임대, 전시 대관, 이벤트 공연, 음악연주회, 파티, 출판기념회, 전시 오프닝과 클로징 행사, 광고나 드라마 촬영, 브랜드 팝업과 론칭 행사, 세미나와 콘퍼런스 유치, 파티 유치, 스몰웨딩 장소 제공, 마켓 유치, 이색 음식점 입점 등 문화 관련 사업들을 수익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트’의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여러 조짐들이 보인다. 광고회사들이 레트로 감성을 좇아 이 공간에서 CF를 촬영한 사례가 안 대표에게 예상 못한 힘을 실어주었다. 갤럭시와 아이폰 두 경쟁 휴대폰 회사가 차례로 이곳에서 촬영을 한 일은 이 공간의 가능성을 대변한다. 스포츠용품 업체가 BTS를 홍보모델로 삼아 진행한 사은 행사는 직원 실수로문제가 생겼었으나 결과적으로 BTS 팬클럽‘아미’와 인연을 맺어주고, 그들이 ‘코트랩’의 첫 번째 입주자가 되는 전화위복의 행운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귀국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 공간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디지털 로봇비서RPA 기반의 업무자동화기업, 스마트 로봇을 활용하는 주얼리 공작소, 편집숍들이 들어오고 있다. 안 대표는 코트의 취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티스트들로 구성한 예술인 연대 성격의 ‘예술 학교’ 프로그램도 모색하고 있다. ‘코트 랩’이 이들로 채워지면, 천군만마의 동지들이 생기게 될 터이다. 모두가 문화로서 문화를 지키고 살리려는 계획이다. ‘땅의 지문’을 매개로 경계를 허물고 사람을 이어 예술혼을 살리려는 안 대표의 뜻을 ‘시간의 마음’이 따뜻하게 품을 것이라 예상한다. Q.마음 고생이 심할 텐데 후회가 든 적은 없었는지요? A."오동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이 공간이 제게 왔어요. 평생 모은 돈을 이곳에 쏟아부었죠. 건물주가 나가라면 언제든 나가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다 해도 후회는 없어요. 운명처럼 제게 온 이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든 이 공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세상의 소리가 아닌 제 마음의 소리에 따라 하루를 살아도 영원히 사는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는 욕망이 자기 삶을 어떻게 삼키고, 욕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망가트리는지 모르는 부류들에게 순수와 환희로 피어나는 꽃의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 A."참 신기하게도 지금은 오동이 저를 지켜줘요. 지칠 때 오동나무를 안으면 뒤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저를 가만히 감싸주는 느낌을 받거든요.” 기자는 안주영 대표의 오동이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1921~86)의 떡갈나무처럼 전설이 되기를 바란다. 전위 예술가인 보이스는 1982년 독일 중부 카셀(Kassel) 시에 7천 점의 비석을 세우고 그 끝에 떡갈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선 하나씩 하나씩 비석을 치우고 그 자리에 떡갈나무를 심어나가 마침내 5년 후 7천 그루가 들어선 녹색공간을 만들었다. "주차 공간도 비좁은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라고 비난하던 목소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문화운동가 한 사람의 통찰력만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요제프 보이스가 떡갈나무로 시의 면모를 푸르게 바꾸었듯이, 안주영의 오동도 이 땅의 지문을 살리고 시간의 마음을 담는 인식 전환의 모티브로 역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 탓에 빗나간 것처럼 보이는 화살들마저도 모두가 과녁을 향했다는 사실을 알아 안 대표가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면, 웃으며 옛이야기를 할 날이 반드시 올 터이다.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도 앞으로 틈날 때마다 인사동 ‘코트’ 2층의 ‘내면의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뒤져보거나 ‘조선 살롱’에서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하고 싶어졌다. 꽃이 피는 터인 ‘코트’에서 영혼이 아름다운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꽃인 양 행세하고 싶어졌다.
-
2차도 국립극장장 인선 파행, “너무 의아스럽다”국립극장장 자리가 두 번의 공모에서 합격자를 내지 못해 다시 3차 공모를 하게 되었다. 1차 공모는 지난해 6월 공고, 11월에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합격자 3인이 통과되어 역량평가시험에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S매체가 3인에 대해 "적임자 없다”고 보도한 후 인사혁신처가 "적격자 없음”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초 재공모에 들어갔다. 그런데 같은 과정으로 3인을 통과시킨 상태에서 1월 27일 C일보가 "A급이 없다”라는 부정적인 보도를 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2월 25일 문광부 내부 심사위원회는 3월 중 재재공모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본보가 2월 3일자 "언론이 자격 없다고 보도하면, 또 재공모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바 그대로 되었다. 이에 대해 ‘1차 서류심사, 2차 대면면접 심사를 통과하고, 3차 역량평가시험을 준비하던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교수와 27일 오전 이메일 인터뷰를 보내고 오늘 28일 답변을 받았다. 이를 통해 국립극장장 인선 파행의 대강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문광부 "3명 모두 부적격자로 판명”, 전화로 통보 국악신문: 이번 2차 공모, 최종 절차를 남긴 상태에서 적격자가 없어 재재공모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언제, 어떤 경로로 듣게 되었나 박상진(전 동국대 교수): 2월 25일 오후 4시 30분 경 문화체육관광부 OO과 직원 OO라고 하면서 휴대폰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Q. 재재공모 이유가 무엇이라고 들었나. 구체적으로 밝혀준다면? A.직원은 재재공모에 관한 특별한 이유(3명 모두 부적격자로 판명이 나서, 등) 나 설명 없이 3월 중에 재재공모를 하기로 했다고만 알려줬다. 그래서 내가 세 번 심사 중 두 번을 마쳤고 아직 역량평가 한 번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심사위원회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Q.그동안 1차와 같이 2차 공모 절차 중에 C일보 보도도 있었고, 종로 국악님들 사이에 불쾌한 소문도 돌았다. 이번 상황에 대해 문광부나 인사혁신처에 대한 응시자로서의 입장은 무엇인가? A. 인사혁신처에서 1차 시험인 서류심사에서 5명이 합격되고, 2차 면접심사에서 3명이 합격됐다. 그 심사과정은 공정하게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2차 면접심사 과정에서의 심사 내용은 심층면접으로 국립극장장의 역할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그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과 내용이 무시된 결론이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의아스럽다. Q. 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소동 이후, 개방형 공모제도가 보편화 한 듯한데, 응모 경험자로서 이번의 인사 방식에 대해서 장단점을 알게 되었으리라고 본다.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정부 기관장의 개방형 공모제도는 ‘과거 제도’와 같은 것이다. 특정지역, 특정인도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묵묵히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인재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블라인드 면접을 하는 것이지 않나, 오랜 시간 동안 장단점을 보완해서 만들어진 현 제도의 취지에 맞게 오히려 정부에서 더욱 공정하고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잡음과 소문만 무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Q.기관의 특수성과 위상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립극장장이란 자리를 어떻게 보는가? A. 국립극장은 국내 유일의 제작 극장이다. 국립극장장의 당면 과제는 전통예술에 기반을 둔 공연작품을 개발하는 것이고, 타 장르와의 융복합을 통한 세계무대 진출이다. 극장장에 대해서는 전통예술을 전공하고, 그에 기반한 창작품을 제작한 경력의 소유자, 그리고 서양예술 등 기타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융복합을 통한 창작경험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한류의 원형자산은 전통예술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립극장에는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전통예술 3단체가 있는데, 적어도 이 세 단체의 성격이라도 알아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이 세 단체가 융복합하여 만들 수 있는 창극, 무용극, 음악극 등 총체극을 제작한 경험은 국립극장장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소양이라고 본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창조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수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극장장의 다양한 리더십 즉, 행정적 역량도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역량평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응모한 40여명, ‘부적격 블랙리스트’? Q. 제도상 다음 3차 공모에 응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시 응할 의향이 있는가?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미. 1차 공모, 2차 공모를 통해서 ‘적격자 없음’으로 탈락된 예술인들이 40여 명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서 본의 아니게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분이다. ‘적격자’로 모든 분들이 보완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본인은 더 생각해 보겠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의견이 있다면? A. 우리나라 유일의 제작 극장인 국립극장장의 자리는 최고의 전문성을 요구받는 자리이다. 세계 무대 진출로 한류문화 확산을 도모함으로써 국립극장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세계 속에 국립극장의 위상을 제고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훌륭한 극장장이 선발되기를 기원한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박상진 교수께 감사를 표한다.(편집부)
-
[김기자의 객석에서] 찬란한 궁중문화의 품격, ‘종묘제례악’의 감동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종묘제례악의 장쾌함과 마주했다. 조선왕실의 품격과 장중함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22일 송년 공연으로 종묘제례악을 예악당 무대에서 올렸다. 한국적인 송년 공연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 되어 24일까지 진행 중인 특집 프로그램이다.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200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어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하였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의 건국 이념과 철학을 담아낸 찬란한 궁중문화다. 조선왕조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국가 제례 행사로 치러진다. 이때 사용되는 음악이 종묘제례악이다. 음악은 악(樂), 가(歌), 무(舞)가 연행되는 전통예술로 조선왕실 최고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세종이 만들어 아들인 세조가 제례 절차에 맞도록 수정하여 종묘제례악으로 제정했다. 역대 제왕의 문덕과 무공을 찬양하는 보태평 11곡, 정대업 11곡이다. 음악과 함께 의식무용이 수반된다. 줄지어 서서 추는 일무로 가로세로 여덟 줄로 64명의 무용수가 춤을 춘다. 문덕을 찬양하는 문무는 오른손에 꿩의 깃털로 장식한 적과 왼손에는 대나무로 만든 약을 들고 춘다. 무공을 찬양하는 무무는 오른손에 창과 칼을 들고 춤을 춘다. 종묘제례는 음악도 조선시대에는 국가 음악전문 기관인 장악원이 담당하였고, 오늘날에는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송연 공연에서 실내 공간의 장점을 살려 양질의 풍부한 음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야외 공간에서는 감상하기 어려운 섬세한 선율과 음색으로 프롤로그에서는 연주에 미디어를 입혀 몰입감을 높였다. 이날 무대는 일무를 앞쪽에 배치하여 궁중 의식무용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일무원의 복식은 2005년 종묘의궤 기록을 통한 고증 작업으로, 일무를 추는 동작 등을 고려하여 파란 남주의를 착용하였다. 종묘제례악은 한국 궁중예술의 정수로써 악무와 복식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종묘제례악은 조선 의례의 정점에 위치하며, 조선왕실 최고의 품격과 위엄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을 무대화한 콘텐츠로 의미 있는 송년의 시간을 선사해드리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새해를 기다리며~
-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 나라’ 특별전 개막
많이본뉴스
많이 본 뉴스
- 1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93)<br>강원도아리랑
- 2제6회 시흥갯골국악대제전(06/22)
- 3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 대상에 이소영씨
- 4제3회 대구풍물큰잔치 ,19일 디아크문화관광장
- 5유튜브 아리랑 채널 운영자 정창관 선생 따님 시집 보내는 날
- 6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새로운 얼굴 찾아요”
- 7이무성 화백의 춤새(91)<br> 춤꾼 한지윤의 '전통굿거리춤' 춤사위
- 8(43) 조선민요합창곡집 제1집
- 9무세중과 전위예술(12) <BR> 극단 민족 제2회 공연 '목소리' (1971년)
- 10유인촌 장관 ‘연극배우 고 김동원 흉상 제막식’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