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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영신 작가의 ‘혼자 가 본 장항선 장터길’ 사진집

조문호(원로 사진작가)

편집부
기사입력 2023.08.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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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정영신, 사진집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눈빛출판사’. 2023.

     

    사진가 정영신씨는 37년 동안 전국 장터만 돌아다닌 미친 여자입니다. 그녀를 만난 지가 어언 20여 년이 가까운데, 두 미친 인간이 하는 일이란, 늙은이 말처럼 밥 팔아 똥 사 먹는 일이었습니다. 돈 한푼 없는 거지가 장에만 가면 신나고 카메라만 잡으면 신이 납니다. 긴 세월 장돌뱅이로 살았으면 장삿 속도 밝을만한데, 돈 쓸줄만 알지 벌 줄은 모릅니다. 먹고 사는 것보다 찍는 대상이 먼저다 보니, 거지로 사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지요.


    사진을 위해서라면 결혼하자면 결혼하고, 이혼하자면 이혼하는 바보입니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는 바보가 착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요즘 그만한 여자 보기 힘듭니다. 작업을 위해서라면 부부면 어떻고 동지면 어떻습니까? 세상이 만든 굴레 같은 것은 이미 벗어 던진지 오래입니다. 위태로운 삶을 살지만, 서로 찍는 대상(사람)에 대한 존중감은 최고로 칩니다.


    그런데, 장돌뱅이 정동지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팬데믹으로 사람을 피해 다닌 2년 동안, 나를 따 돌리고 천안 입장장에서 서천 장항장까지 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바람을 피운 것입니다. ‘혼자 가 본 장항선 장터길’이란 책을 내려고 기차 타고 혼자 돌아다닌 것은 좋으나, 그 고생길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장꾼들처럼 버스 기다려가며 장터를 돌아다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늦은 밤 용산역으로 마중 나가면 항상 곤죽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매번 위로는 커녕 ‘사서 고생 한다’는 핀잔을 주었지만, 타고난 업이라 여겼습니다.

    정영신© ‘바재기가 없어진 장터’. 1991 전남 구례장. (사진=정영신 블로그)

     

    드디어 장항선 주변의 충청도 장 21곳의 장터 순례를 끝내고, 책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게 되었지만, 책은 누가 그냥 만들어주며, 전시는 그냥 열어 준답디까? 그렇다고 돈 잘 버는 서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려받은 유산 한푼 없는 거지가 말입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단 벌리고 보는 뱃심 하나는 존경하지만, 빚 갚을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서 쪽팔리지만 책 팔려고 매주알 고주알 약을 파는 것입니다
    어제 출판사에서 보내온 200권의 책을 보니, 책더미에 깔려 죽더라도 기분은 좋습디다. 일단 한 권을 꺼내 살펴보니, 헛고생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청도 장꾼들이 푸는 느릿느릿한 사투리의 글도 정겹지만, 사람이나 사물을 찍은 사진들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여태 흑백 장터 사진에 익숙했지만, 이번에 만든 컬러사진집은 또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장터 분위기가 마치 펄떡이는 생선처럼 살아 꿈틀거렸습니다. 역시 사진의 리얼리티는 컬러가 강합디다.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장꾼을 대하는 사진가의 시선입니다. 이만하면 책을 권해도 손해 볼 일은 없다는 확신이 들어 감히 추천합니다. 가난한 작가에게는 백 마디 인사나 술보다 한 권의 책을 사 주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정영신 장돌뱅이 사진작가가 ‘눈빛출판사’에서 사진집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을 펴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갤러리 인덱스(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층)에서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정영신 출판기념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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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원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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