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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완으로서는 규격품에 해당
이규진(편고재 주인)
바다 저편에 우뚝 솟아 절경을 이루고 있는 바위섬으로는 홍도와 백도가 쌍벽을 이루며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섬 모두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뛰어난 가운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80년대 중반 나도 홍도는 한 번 찾아보았지만 백도는 아직까지 실견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홍도를 찾았을 때는 유람선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본 후 흑산도로 나오는 일정이었지만 풍랑을 만나는 바람에 오갈 데 없는 작은 섬에서 이틀 저녁을 묵을 수밖에 없었다. 백도 관광도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8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되는데 휴가철을 이용해 여수에서 거문도까지는 들어갔으나 여기서도 풍랑을 만나는 바람에 포기를 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정이 틀어지는 바람에 귀로에 대안으로 찾아 본 것이 보성 도촌리 분청사기 요지였다.
분청 중에는 덤벙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기물 전체를 빠짐없이 백토로 분장한 것을 말하는데 가마터로는 보성 도촌리와 고흥 운대리가 알려져 있다. 요즘에야 분청덤벙이라고 하면 고흥 운대리를 떠올리지만 원조는 보성 도촌리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일본인들이 분청덤벙을 두고 보성 고비끼라고 할 정도로 그 연원이 깊은 것이다 사실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요지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80년대 들어와서 부터의 일이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마터의 수나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보니 요즘에는 조심스럽게 그 중심이 고흥 운대리로 옮겨지고 있는 느낌이다.
보성 도촌리에는 분청사기 요지가 두 곳 있다. 학동 분청사기 1호와 가장 분청사기 2호가 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성 도촌리를 찾았을 때는 이런 구분 자체가 없을 때였는데 택시 기사의 안내를 받아 찾아 갔던 곳은 학동 분청사기 요지로 생각된다. 가마터는 저수지 뚝이 있는 곳에서 좌측 산기슭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편은 많지 않았지만 보이는 것은 거의 분청덤벙편들이었다. 이때 인연을 맺은 것이 분청덤벙다완편이다.
고려다완 중에서 이도다완 등에 비견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분청덤벙다완은 일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다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 것은 다른 다완에 비해 비교적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데다 분장 기법으로 인해 오래 사용을 하다보면 찻물이 배어들어 변화하는 경색의 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하튼 인기가 있는 다완 중의 하나이다보니 분청덤벙의 요지가 있는 고흥 운대리에는 일본인들이 단체로 몰려와 가마터를 헤집고 다닌 적도 있었다고 한다.
보성 도촌리에서 만난 분청덤벙다완편은 다완으로서는 규격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완은 입지름이 15Cm 내외가 선호되고 있는데 이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굽은 죽절굽에 모래빚음받침이 여섯 곳 있는데 내저에는 다섯 군데에 받침 흔적이 있다. 백토 분장은 좀 거친 편으로 이는 비교적 곱게 입혀지는 운대리 것과 비교되는 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분청덤벙다완편은 그래도 소장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는 손상이 있다고는 해도 가장 다완으로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내가 아끼는 도편 중의 하나다. 분청덤벙다완편을 보고 있노라면 백도를 향하다 풍랑을 만나 포기를 하고 대안으로 도촌리를 찾았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새삼스럽기만 하다. 무더위와 함께 휴가철은 또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어디 몸이나 풀러 백도나 한 번 찾아볼까. 풍랑을 만나 실패를 하면 옛날처럼 또 행로를 보성으로 바꾸어 도촌리를 찾아보면 되지 걱정할 일이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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