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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132) 오월/피천득

특집부
기사입력 2023.05.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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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 (사진=강희갑)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얻었도다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추천인:김경혜(화가)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푸른 신록을 바라보면 살아있는 모든 것이 봄날이다. 그리고 내 나이를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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