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휴일의 詩] (117) 설날 아침에/ 김남주

특집부
기사입력 2023.01.21 07:30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001-3.gif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가고 이빨 빠진 옹기 그릇에도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 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뭣하러 왔나

    때때옷도 없고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형이 주녹이 들지 않도록

    사랑의 노래나 하나 남겨두고 가렴

     

    추천인:김석복(고려인 예술인)

    까치야 까치야! 설날 새해에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 못가는 우리 아우에게 이쁜 색시 하나 물아다 주렴


    경연대회

    경연대회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