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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
이규진(편고재 주인)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라고 하면 올림픽, 세계육상대회, 월드컵을 꼽는다. 올림픽은 스포츠 전 종목을 망라하는 것이니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계육상대회만 하더라도 수십 가지 종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하지만 월드컵은 축구 단일 종목으로 열리는 대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림픽이나 세계육상대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년마다 열리는 2022년 월드컵이 현재 카타르에서 진행 중이어서 온 지구촌이 뜨거운 열기로 들썩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도 포르투갈을 꺽고 16강에 진출하는 등 극적인 이변을 연출했으나 브라질이라는 거함에 막혀 안타깝게 꿈을 접어야 하는 등 긴장과 재미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하면 축구는 왜 온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경기 룰의 단순성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축구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어려울 것이 없다. 골만 넣으며 이기는 것이니 즐기면 될 뿐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공은 둥글다 보니 이변이 많이 생기는 스포츠다. 또한 공만 있으면 어디서나 운동이 가능한데다 어려서 골목 축구라도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없다 보니 경험을 통한 친숙함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래저래 축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보고 줄길 수 있는 운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래 고미술계가 침체일로요 적막강산이라고 한다. 고미술품 중의 하나인 도자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원인은 경제 불황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일반인들이 우리 도자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청자가 분청이 백자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공예품이자 문화유산이라고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지만 사실 실물에 대한 공부는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 도자기는 이름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들에게 어딘가 모르게 낯선 존재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에 대해서만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고 도처에서 떠들고 있지만 막상 이를 체계화 시켜 정리한 도자 전집 하나 없는 것이 그러한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근래 절친한 선배 한 분이 한국도자전집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추진하는 일이다 보니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것이 어찌 개인이 도전할 일인가. 도대체 문화재청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며 관련기관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도자기가 우리 자신들에게 어쩌면 낯선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도자기를 알 만한 사람들 중에도 선호도가 높지 않은 물건들이 더러 있다. 말하자면 흑유 철채 철유 석간주 등이 그것이다. 모두가 산화철이 많이 함유된 유약을 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산화철이 많이 함유된 유약을 쓰다 보니 색깔이 검거나 짙은 갈색을 보이는데 그러한 유색이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고 정겹지도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색깔이 다양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색감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의 도자기를 볼 때 이러한 것들도 소중히 보듬어 안아야 할 우리의 자산들임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전부터 가지고 있는 도편 중에 청자철채상감화문편이 한 점 있다. 청자철채상감은 그릇 전면에 철채를 한 후 문양을 백토로 상감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태토를 긁어내고 여기에 백토를 바르는 방식도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철채상감은 흔치 않아 강진에서도 사당리 7호 요지에서나 보이고 해남 진산리 요지에서 장고나 합 등에서 보이지만 양식은 조금 다르다. 여하튼 청자철채상감은 청자 중에서도 흔치 않은 방식의 도자기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청자철채상감화문편은 안쪽으로 굽은 모양인데 그대로 드러난 태토가 너무도 깔끔하다. 외면에는 철채를 한 후 백토로 칠을 한 듯한 상감을 하고 있는데 안팎이 모두 깔끔하다 보니 흡사 방금 가마에서 꺼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 쪽 모서리에 작은 청자 편이 붙어 있어 요즘 것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상감으로 새긴 문양이 역상감이라는 사실이다. 꽃잎이 네 개인 큼직한 꽃 한 송이와 일부만 남은 모란꽃 같은 문양이 역상감의 백토를 배경으로 흑갈색으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청자철채상감화문편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종류로는 드물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태토며 철채며 상감을 한 기법과 수줍은 듯한 옆에 작게 붙어 있는 비색의 청자편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틀림없는 강진의 사당리 7호 요지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앞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우리의 도자기는 중국이나 일본의 다채로은 색감에 비하면 단조로운 편이다. 그렇다고 하면 흑유나 철채 철유 석간주 등 검거나 갈색이라고 해서 등한히 할 것이 아니라 그 의미와 가치를 찾는데 더 노력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청자철채상감화문편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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