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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61)

기생 월향에서 송학원 김산호주까지

특집부
기사입력 2022.10.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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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사단법인 임방울국악진흥회에서는 산호주와의 러브스토리를 임방울의 생애사로 공식화하고 있다. 임방울이 일약 스타로 등장하자 고향인 광주의 송학원에서 기관장들이 환영파티를 열었고 여기서 소년시절의 연인 김산호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요릿집 송학원은 결혼생활을 청산한 산호주가 운영하고 있었다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연정이 불타올라 두문불출 2년여를 함께 지내게 된다. 전속계약을 한 레코드사에서 난리가 났겠다. 이내 선천적인 목조차 상하게 되자 낙심한 방울은 지리산 토굴로 독공에 들어간다. 그리움에 사무친 산호주가 수소문하여 찾아가지만 방울은 만나주지 않는다. 결국 깊은 병에 든 산호주가 죽게 되어서야 만나게 되었고, 애달픈 마음으로 '추억'을 지어 불렀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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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서 명창대회를 마치고(가운데가 임방울)-천이두의 명창 임방울 중에서

     

    천이두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 이후부터 추억은 쑥대머리와 거의 유사한 빈도의 레퍼토리가 된다. 진흥회에서 공식화한 '추억'의 녹음은 1930년 콜롬비아 레코드이고, 1933년 오케 레코드에서는 추억(亡妻를 생각함)이라는 제목으로 김종기가 장고 반주를 한다. 

    최동현의 연구에 의하면 '추억'의 첫 음반은 단가 '편시춘'과 함께 1932년 10월 콜롬비아에서 발매된다(Columbia 40370). 1934년 1월 시에론(Chieron 151)에서는 '사망처(죽은 아내를 생각함)'로 발매되었고 1934년 2월 오케에서 발매한 '추억'에는 '작사 임방울'이라는 표기가 있다. 문제는 최동현의 지적처럼 '사망친난 단가'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부인의 죽음을 애달파한 이 노래가 추억과 유사하다는 것이 쟁점이다. 한편 문순태의 '팔도명인전'(전남매일신문, 1975. 12월)에 의하면 임방울이 유성준 문하에서 공부하던 시절 화순의 여섯 살 연상 월향이라는 기생과 사랑을 하게 된다. 눈치 챈 유성준에게 야단을 맞고 지리산 토굴로 들어가 독공을 하여 본인 스타일의 소리를 완성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임방울이 열네 살 무렵 스승으로 모시는 공창식의 스토리 또한 유사하다는 점이다.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 등의 서편제 소리를 계승한 공창식이 인기를 독점할 무렵, 어느 재상의 첩이던 보영이라는 여자와 불타는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의 농도가 너무 심하였던지 극도로 몸이 쇠약해진다. 

    이후 능주로 내려오게 되었고, 보영으로부터 맨발로 도망쳐 나왔다 해서 '맨발의 공선생'으로 불려졌다 한다. 모두 김산호주 스토리와 같은 구성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송학원 주인이었다는 김산호주가 어린 시절 연인이었는지 장성하여 맺은 인연인지, 본명이 아닌 기명(妓名)인지, 월향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명한 소리꾼들은 모두 망처가의 정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임방울의 여성편력을 일정한 서사에 얹어 스토리텔링한 것일까? 임방울이 유명해지자 후대의 누군가가 각색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서가 사실은 대표곡 쑥대머리와 상통한다는 점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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