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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79>

특집부
기사입력 2022.03.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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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의 소리

     

    이 동 희

    되돌아 보다 <2>

     

    박연이라는 것이었다.

    "상호군(上護軍) 박연이 신한테 말하기를, 승문원承文院의 터를 살펴본 것은 필시 호걸이 날 것을 막으려고 그런 것이리라, 하기에 신이 그 말을 듣고 상소한 것입니다.”

    박연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권도의 말을 듣고 즉각 박연을 불러서 물었다.

    박연이 어리둥절하며 엎드려 대답하였다.

    "나라 역사에 동방에 천자의 기운이 있다(東方有天子氣)라고 한 말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승문원 터를 살펴본 것을 신의 망령으로 호걸이 날 것을 의심하여 살펴본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권도에게 말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그대로 솔직히 아뢰었다.

    승문원은 외교에 관한 문서를 맡아보던 관아로 태종때 설치가 되었다.

    모두들 표정들이 굳어 있었고 임금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도 또한 서생으로서 어찌 사리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망령되게 간사한 생각을 내었단 말인가.”

    청천벽력이었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한 번도 임금을 실망시킨 일이 없었던 것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좌우간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그것이 그렇게 잘 못 된 일인지 몰랐던 것 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일이었다. 너무나 황공하고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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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의정 좌의정 여러 대신들이 도열해 박연을 바라보며 임금의 다음 하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연은 무엇보다도 맹사성 대감 앞에서 왕궁에서 질책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황공하고 면구스러웠다. 다른 대신들에게나 임금에게도 그랬지만 고불대감 앞에서 정말 몸둘 바를 몰랐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요망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게 한 죄로 벌하는 것이 마땅하나 그러나

    세종 임금은 주저 없이 말하였다. 추상 같았다.

    늙은 서생이 경중을 모르고서 망발한 것이고 또 아악雅樂을 전문으로 맡아서 공이 없지 아니하므로 다만 벼슬만을 파직하고 그대로 악학樂學에 출사出仕하도록 하라.

    임금의 말에 모두들 눈을 감았다. 다만 고불만은 박연의 거동을 연민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좀 더 잘 하라, 더욱 신중히 하라고 충고하며 안도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정말 너무나 죄스러웠다.

    임금에게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떻게 운신을 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못 다 한 일 잘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땀인지 눈물인지 비 오듯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아 누굴 볼 수도 없었다.

    "혼신을 다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물러나와 궐 밖으로 나오는 대로 무작정 걸었다. 넋이 나간 것인가 바람이 든 것인가, 한 없이 헤매다 당도한 곳은 다래가 있던 술집이었다. 거기 다래는 없었다.

    술을 스스로 따라 몇 잔 마시고 다래에 대해서 물었다. 만나기가 힘들거라고 하였다. 왕자들에게 몸이 쌓여 있다고 했다. 아리따운 기녀가 다래 대신 술을 따른다.

    "술은 내가 따를 터이니 노래나 불러봐요.”

    노래를 있는 대로 부르고 춤도 있는 대로 춘다. 용모가 뛰어나고 노래도 잘 불렀다.

    박연은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잘 춘다고 칭찬을 하였다. 그리고 거문고를 뜯을까 묻는 것을 사양하고 계속 독작을 하였다. 해가 졌는지 날이 새었는지도 몰랐다.

    계속 자작으로 술을 마시고 떡이 되어 있는데 다래가 왔다.

    "그래 왔어, 잘 있다며?”

    "선생님! 아닙니다.”

    다래는 꿇어앉아 있었다.

    "그럼 뭐여?”

    "선생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됩니다. 갈수록 수렁으로 빠집니다.”

    그녀가 꿇어앉은 채 술을 따라 두 손으로 바친다.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자 다래는 계속 그러고 있는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박연은 몸을 가누고 앉으며 술을 받아 마신다. 그리고 반배를 하며 말한다.

    "그래 하는 데까지 해 봐. 난 자네를 믿어.”

    그리고 박연은 일어나 정신을 차리며 비틀거리었다.

     

    박연은 그 말을 하러 온 것처럼 아무리 말려도 뿌리치며 비틀비틀 걸어나간다.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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