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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 37

특집부
기사입력 2021.05.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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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의 소리

     

     

     

    이 동 희

     

     

    <6>

     

    박연의 같은 날 이어진 상서였다.

     

    "제후諸侯는 상시로 제사지내는 법이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이를 사용하였으니 예가 아니었고 또 그 때 쓰는 음악도 당상과 당하에서 모두 대주궁만을 사용했으니 전혀 그릇된 것이었습니다. 지난 영락 병신년 조용趙庸이 예조판서가 되어 이를 개정하여 제사는 기우제로 바꾸고 노래는 운한편雲漢篇을 사용하되 음악은 아래서는 황종을 연주하고 위에서는 대려를 노래하며 주나라의 육합六合 제도를 회복하였습니다.”

     

    운한편은 주나라 선왕宣王을 찬미한 부이다. 倬彼雲漢 昭回於天 밝은 저 운하여! 빛이 하늘에서 돌도다! 선왕을 보좌한 신하 잉숙仍叔이 지은 첫 절이다. 시경 대아大雅에 있다. 운한은 은하수 천하天河를 뜻한다. 가뭄에 대한 걱정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충정이 담겨 있다.

    박연은 그런 고사를 줄줄이 다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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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37

     

      "황종과 대려는 곧 자와 축이므로 음과 양이 합한 것으로서 선왕先王이 천신天神에게 제사지내는 것이니 그 율려가 소리를 합하는 법은 이미 그 당시에 쓰임으로 원단의 의식이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다만 다른 제사의 음악에 편입編入되지 못한 것이 유감된 일입니다. 이제 신이 어명을 받들어 모두 다 개정한 것은 진실로 아무런 증험證驗도 없이 감히 이같은 억설臆說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농先農과 선잠先蠶의 음악은 앞서는 당상과 당하에서 모두 대주궁을 사용했으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옛 제도를 써서 아래에서는 고선을 연주하고 위에서는 남려를 노래하여 석전의 음악과 같이 했습니다. 이는 곧 진과 유의 합으로 옛 사람이 성현에게 제사지내던 음악인 것입니다. 풍운뇌우風雲雷雨의 음악은 모두 대려궁을 사용했는데 이는 순수한 음뿐이었은즉 천신에게 제사하면서 순수히 음률을 사용한 것은 더 마땅치 않습니다. 이제 옛 제도에 의거하여 아래에서는 황종을 연주하고 위에서는 대려를 노래하여 원단의 음악과 같이 했습니다. 이는 곧 자와 축을 합한 것으로서 선왕이 천신에게만 제사지내는 음악인 것입니다. 산천의 음악은 유빈蕤賓을 연주하고 함종函鍾을 노래하는 것이 바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무예제洪武禮制 주현州縣의 의식을 의거하여 풍운뇌우와 단을 같이 하여 제사지내기 때문에 천신에게만 제사하는 황종 대려의 궁만 사용하게 되니 두 편을 다 같이 높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사雩祀(기우제)의 음악은 앞서는 당상과 당하에서 다 같이 대주궁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완전한 잘못입니다. 옛 제도를 찾아보아도 어떤 율을 사용했다는 글귀는 없으나 이는 여섯 위의 신을 제사하는 것입니다. 문헌통고文獻通考와 공자가어孔子家語 등의 글에 보면 구망句芒 욕수蓐收 현명玄冥은 소호少皞씨의 아들이요 축융祝融은 전욱顓頊씨의 아들이요 후토后土는 공공共工씨의 아들인 구룡句龍이며 후직后稷은 주나라의 시조이니, 이 여섯 분은 살아서 상공上公이 되고 죽어서 귀한 신령이 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근본을 살펴보면 상세上世의 성현의 신은 반드시 석전과 선농의 예와 같이 고선 남려의 율을 사용하여야 할 것인데 다만 진양陳暘의 악현도樂懸圖 중에는 고는 영고靈鼓를 사용한다고 하여 마치 땅의 신에 지내는 제사(地祇)와 비슷하게 하니 의심스럽습니다. 지기 제례로 한다면 반드시 대주와 응종의 율을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영신迎神의 음악은 각기 그 소속된 바가 있으니 천신에게 하는 제사에는 환종궁圜鍾宮을 사용하여 여섯 번 변하니 주관周官, 그 음악이 여섯 번 변하면 천신이 모두 내려와서 예를 올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기에게 하는 제사에는 함종궁을 사용하여 여덟 번 변하니, 그 음악이 여덟 번 변하게 되면 땅의 신이 모두 나와서 예를 올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 귀신에게 하는 제사에는 황종궁을 사용하여 아홉 번 변하니, 그 음악이 아홉 번 변하게 되면 사람 귀신에게 예를 올 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영신의 음악은 소속되는 음율을 가리지 않고 다만 응안凝安 경안景安 등의 곡명으로 나타나 있을 뿐이고 또 여섯 번 여덟 본 아홉 번 변하는 법을 알지 못하여 매양 제사에 신을 맞이할 때에는 모두 황종 일궁一宮만을 연주하여 삼성三聲으로 그치는데, 어떤 때는 이성二聲으로 그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성一聲으로 집례의 말에 따라 그치기도 합니다.”

     

    고사와 전적典籍에 대하여 다 얘기하지 못한다. 밥보다 고추장이 많아서라기보다 주종主從을 추슬러야 하겠다.

    어떻든 박연은 선왕의 제도에 의거하여 모두 개정하여 조목별로 아뢰었다. 그의 꿈은 그의 일이었고 그 속에 번득이는 예지와 실천의 의지였다.

    어쩌면 그것마저 의식하지 못하는 투지였던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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