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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 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영월 책박물관을 돌아보며
내가 영월에서 박물관을 꾸려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활의 불편함이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주위의 무관심과 냉소였다. 김삿갓 가짜 글씨 문제는 그것을 잘 보여 주었다. 의롭지 않은 것을 보고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화계와 영월군의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마을이 언젠가는 영월군민을 먹여 살릴 거라는 생각으로 영월에 박물관을 세웠다. 그것이 나의 세대에는 빛을 보기 어려우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산골 폐교에, 폐교만큼이나 옹색한 시설, 이것이 영월 책박물관이었다. 이런 곳을 어떻게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외견상으로는 맞는 얘기다. 내가 영월에서 펼친 박물관 사업은 책마을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나는 그것을 당당하게 평가받고 싶었다. 책마을의 실현 가능성은 우리 문화계와 영월군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책마을 사업에 뜻을 함께하고 동참한 이들 중에는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여럿 있었다. 열화당 이기웅 대표와 정병규 디자이너, 홍동원 디자인너, 김연갑 아리랑 연구가, 한승태 시인, 김광수 사진가, 김정 숭의여대 교수, 전경수 서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창식 세명대 교수, 교용균 변호사 등이 있었다.
이들 중에는 나처럼 전 가족이 이주하여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나는 이들을 대신해 그 가능성을 시험받은 것이다.
2010년 12월 14일.
나는 책박물관 입구에서 지인과 기자 몇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월책박물관을 폐관하면서’라는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눈이 시렸다.
전날 내린 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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