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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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청 춤꾼 이동안한국무용가 정주미 춤꾼이 스승 이동안 명인에 대한 에피소드와 함께 재인청 춤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여정을 에세이집으로 출간하여 화제다. 이동안 명인은 재인청의 예맥을 이어 내린 세기의 광대로 김인호의 제자다. 명창 이동백과 근대무용의 아버지 한성준의 증언에 따르면 김인호는 구한말 순종과 함께 대청마루에서 놀았던 광대 중의 광대였던 인물이다. 저자 정주미 춤꾼은 스승 이동안과의 만남과 사사, 그리고 스승의 사후로 이어지는 관계 가치를 진솔하면서도 질곡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스승과 제자라는 사이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을 여느 무용평론가의 문장과는 현저히 다른 편안하면서도 역사적인 통찰의 눈을 보여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는 춤꾼이다. 우리 춤에도 이른바 여러 유파가 있어서 굳이 유파 속에 나를 넣는다면 ‘재인청’이라는 유파의 춤꾼이다. 그런데 재인청은 한국무용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유파가 아니다. 정리하면, 재인청은 하나의 유파인데 유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모순적 진술을 해명하기 위해” 자신의 시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저자가 현실에서 만난 날줄의 스승 이동안은 낯선 언어와의 만남이라 규정한다. 그 낯선 언어들이 해독되는 지점이 바로 역사 속에서 만난 씨줄의 스승 이동안이 날줄과 교차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이르러서야 일정한 어법이 있었음을 이해하고 드디어 스승의 정체를 파악하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읽히는 한 편의 인물론이자 무용사라 할 것이다. 저자는 스승의 정체를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지향에 선명성을 획득하고 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단은 이를 잘 보여준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쏟은 시간이 이동안 선생께서 이 땅에 쏟은 시간에 대한 보답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선생의 삶이 ‘내가 왜 재인청 춤을 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이 책이 스승 이동안 춤꾼을 향한 제자의 헌사(獻辭)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정주미 -재인청춤전승보존회회장 -재인청 이동안태평무 전승자 -국가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이수자 -경남무형문화재 제 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 -개천예술제국악경연대회 대상 -한민족예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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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성 생애구술사 첫 책 출간 ‘여성의 삶으로부터, 전통을 잇다’전통문화 계승에 수십년을 헌신한 경남 여성 8명의 삶을 담은 책이 나왔다.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은 7일 "경남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재조명하는 ‘경남여성 생애구술사’ 첫 책으로 <여성의 삶으로부터, 전통을 잇다>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이옥수(88) 거창삼베길쌈 예능보유자, 김옥연(80) 통영오광대 명예 예능보유자, 조순자(79) 가곡 예능보유자, 배순화(77) 매듭장 보유자, 김태연(75)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강옥선(71) 고성농요 전승교육사, 황둘선(62) 사천마도갈방아소리 전승교육사, 최선희(62) 밀양백중놀이 전승교육사 등 8명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재단은 경남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예술 분야에서 20년 이상 헌신한 60대 이상 여성으로서, 국가 또는 경남도 무형문화재 보유자 또는 전승교육사를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재단의 이정희 연구위원은 "전통 문화예술 분야 여성을 책 주제로 정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서편제>였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서 들은 삶의 이야기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게 남도소리를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편제>의 아버지는 영화 속 인물일 뿐이었다. 여성을 집안의 일원으로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던 시대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딸에게 도제식으로 훈련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고 덧붙였다. 책에 실린 여성 대부분은 우연히 또는 운명적으로 배운 전통 문화예술을 오랜 기간 연마하면서, 전통 문화예술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다. 8명 가운데 어릴 때부터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배운 이는 조순자 가곡 예능보유자뿐이다. 이옥수씨는 여자라면 당연히 삼베길쌈을 해야 하는 경남 거창 시골마을에서 태어났고, 70년 넘게 하다 보니 거창삼베길쌈 예능보유자가 됐다. 강옥선씨는 결혼해서 남편 고향마을에서 살았는데 고성농요가 계승되는 마을이어서 주민들과 함께 노래를 배우고 부르다 보니 고성농요 전승교육사가 된 사례다. 김태연씨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국악학교에서 춤과 악기를 배우다가 진주검무 예능보유자가 됐고, 황둘선씨는 우연히 찾아갔던 여성 농악단에서 무용·판소리·민요까지 배우면서 사천마도갈방아소리 전승교육사가 됐다. 최선희씨는 부녀소방대에서 오북 강연을 접하면서 북의 매력에 빠져 밀양백중놀이 전승교육사의 길을 걸었고, 배순화씨는 생계를 위해 편물점에서 배운 기술을 더 발전시켜 매듭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김옥연씨는 먹고사는 일의 괴로움을 해소하려고 춤을 배우러 갔다가 통영오광대 명예 예능보유자가 됐다. 이정희 경남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서문에서 "여성 전통문화 보유자들의 삶은 영화 ‘서편제’를 떠오르게 하지만, 실제 만나서 들은 삶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며 "여성을 집안의 일원으로 인정도 안 하고, 기본적인 교육도 안 시키는 분위기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도제식’으로 훈련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책은 재단에서 수행한 ‘여성 생애구술사 기록전문가 양성과정’ 수료생 중 필진 7명을 선발해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역 생애구술사 전문가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로부터 주제 선정부터 연구자문, 감수를 받았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은 경남여성 생애구술사 연구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며, 올해 한일합섬과 관련된 주제로 구술작업을 진행한다. 재단은 "2021년 ‘경남여성사 발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남여성 생애구술사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옛 마산과 흥망성쇠를 함께 한 여성노동자 등 한일합섬 관련 여성들을 발굴해서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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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한다] 양삼승의 장편소설 ‘다섯 판사 이야기’최근 ‘법조인’이란 말은 생활어 수준의 일상어가 된 듯하다. 그만큼 판사, 검사, 변호사가 빈번하게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소위 뒷담화의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판사, 검사, 변호사라는 법조인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 명성을 얻은 이들을 존경의 대상으로서 언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그 시절, 그 권위의 이름으로 거론 되었던 판사 다섯 명 생애를 소설로, 서사화한 작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세기 후반 불의에 저항하여 정의의 용단을 내린 판사들, 장편소설 ‘다섯 판사 이야기’에 담겨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자신을 3인칭으로 소재화한 판사 경력 25년, 변호사 경력 23년의 법조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양삼승의 첫 작품이다. 표재 옆에는 "판사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라는 카피로 주제를 암시했는데, 작가의 시각에서 비극적 사법 역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적어도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의 판사는 불의에 대해 저항한 갈등의 역정을 그려냈다. 이 기법으로 등장 시킨 판사들의 삶 전체를 서사화 하였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극적 시대(時代) 배경을 넌픽션 ‘우리나라에서 법원과 검찰 청사는 왜 나란히 있는가?’라는 논쟁적 논제(論題)를 제시했고, 미주(尾註)까지 단 것. 논증적 다큐드라마 문체로 ‘시대의 울분’과 ‘정의 시대의 안도(安堵)’를 오가게 하는 작품이다. 자신을 포함한 네 판사는 실명으로, 한 명은 이니셜로 등장시켰다. 첫 번째 주인공은 1971년 군인의 희생으로 국고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가 비자발적으로 퇴임한 양회경 대법원 판사이다. 두 번째는 1976년 고등학교 교사의 긴급조치 위반 무죄 판결을 내렸다가 좌천인사를 당하고 사임한 이영구 부장판사이다. 세 번째는 양병호 대법원 판사이다. 1980년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내란목적의 폭동이 아니라 단순 살인죄라고 소수의견을 밝혔다가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갔던 사연이다. 네 번째 판사 이야기는 저자의 사(私)소설이다. 대법관이던 부친이 ‘판결의 내용을 이유로’ 판사직에서 물러나는 법치 후진적 비극을 생생히 목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우리나라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 필요성을 통감하며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청와대, 검찰, 언론 등 사법 인접권력과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은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하며 검찰의 오만을 질타하는 글을 발표하고 용기와 소신을 담은 획기적인 판결을 내리는 용단, 결국 집요한 소수 반대파의 프레임에 휘말려 1999년 52세의 나이에 비자발적으로 사법부를 떠나는 대목으로 이야기를 전개 했다. 다섯 번째 판사 이야기는 'X. Z. Yang' 판사의 이야기로 절반 정도는 픽션화 하였다. 모두 70년 우리나라 법조사의 실재 인물들이니 실록소설이다. 작품의 행간에는 작가의 판사관(觀)이 스며있다. 그것은 사법부 구성원인 판사들은 나약한 지식인으로 생각만 있고 행동이 없었다. 연구만 있고 실천이 없었다. 지식만 있고 전략이 없었다. 소박한 현실에 안주하였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용단을 내린 판사가 분명히 있었음을 담아 낸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변(辯)에서, "50년의 터울을 두고 태어난 다섯 세대의 판사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법부 70년의 역사를 그려보려고 했다"며 "소설로 탈고한 이유는 논문에는 감동이 없지만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고 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1999년 52세 때, 비자발적으로 사법부를 떠났다. 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영산대 부총장을 지냈다. 법조인으로서의 소신을 담은 책 ‘법과 정의를 향한 여정’, ‘권력, 정의, 판사’, ‘멋진 세상, 스키로 활강하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현재는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 장편소설 ‘다섯 판사 이야기’ 발표는 2021년 제3의 인생, 작가로의 출발을 선언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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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민족성지 태화관은 어떻게 여대가 됐나올해도 격동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여러 사건들이 한 세기를 기념했다. 2019년 한민족 전반에게 ‘근대’를 깨우친 3·1운동이 100주년이 맞은 이래로, 2022년 3·1운동의 수장으로 지목됐던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 순국 100주기가 도래했다. 손병희의 사위 방정환이 제정한 어린이날이 100년이 됐다. 돈암동을 배경으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 권진규를 비롯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선우휘와 손창섭, 시인 김춘수, 건축가 김중업 등이 탄생 100년을 맞이했다. 한 세기 전 이 땅은 오늘날 삶의 모습을 탄생시킨 ‘근대’가 발화하는 혼돈과 창조의 시간이었다. 그 누구보다 세상의 절반, 여성들에게 닥친 급격한 변화는 반만년 한반도 역사에서 ‘최초’라 할 만한 일들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통해 획득한 여성참정권은 ‘남녀동권’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일대 개혁이었고, 여학교/여학생의 등장은 여성에게 공적교육이 작용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은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는 이 시기 한국여성의 삶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주인공 선자의 서툰 젓가락질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대개의 여성들에게는 밥상에 제대로 앉아 젓가락을 사용하는 법조차 가르치지 않는 시대였다.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여성이 하나의 인격으로 재탄생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하게 된 데는 여성에게 행해진 최초의 제도권 교육과 그 여파가 절대적이었다. 신간 ‘3·1 민족성지 태화관은 어떻게 여대가 됐나 ; 여성공간의 상징 태화여자관 101주년’은 한 여자대학의 묻혀버린 근원을 파헤치며 한국 여성교육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 내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아카데미가 시대와 어떻게 긴밀히 조응하는 지에 대한 통찰을 병행하고 있다. 또 여대의 존치를 두고 꾸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시대, 아직 150년도 채우지 못한 여성교육 의의와 여권의 위상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불러일으킨다. 3·1운동 발상지 태화관에서 탄생한 태화여자관이 101주년을 맞은 2022년, 작가는 3·1운동이 한국여성의 삶과 여성사에 미친 혁명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태화관을 조명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서 탄생한 태화여학교가 국내 굴지의 여자대학인 성신여대로 발전한 사실을 재발굴하고, 이 장소에서 어떻게 한국여성운동의 초석이 다져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더 나아가 개신교 첫 여성선교사가 입국한 18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여성의 공교육과 전문직업이 생긴 연원까지 헤집어내며 ‘연혁 복원’을 강력히 설파해낸다. ‘여성사가 여성이 받아야 할 권위를 되찾아준다고 확신’했던 ‘한국 최초 민간신문사 여기자 최은희’를 기리며 시작하는 이 책은 후배 여기자가 부르는 송가이기도 하다. 최은희로 시작, 김마리아, 이각경, 이숙종, 정종명, 한윤명, 이금전, 한신광, 유영준, 서대인, 앤 월리스 서 등 희미해지거나 아예 잊힌 수많은 여성인물들을 호명하며 여권을 이끌어온 진보적 여성상의 계보를 그려낸다. 동시에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당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문보도상의 에피소드와 사진들도 꼼꼼히 펼쳐놓아 대중서로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단락 하나하나를 독립된 기사로 풀어내도 될 만큼 문제의식과 자료조사가 철저한 것은 기자 출신 작가가 보여주는 최장점이다. ‘태화관’의 한자표기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은 것들은 지금까지의 역사연구가 얼마나 상투적이고 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역사를 역사책 속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들이다. 역사의 현재성을 각인시키는 방법으로서 장소성에 천착한 것도 최신 흐름에 걸 맞는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도구로서 장소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왜 태화관이 여성의 공간이 돼야하는지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존폐여부를 놓고 떠들썩한 여성가족부, 또 여성부가 2024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국립여성사박물관의 존립 방안으로까지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여성사적 의미로 새롭게 다뤄야할 3·1운동과 태화관 남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역사서술에 공을 들여왔다면 여성의 역사는 개별, 파편화되기 일쑤였다. 이 책은 한 여자대학의 뿌리를 찾아올라가며 이를 통해 한국여성의 근대화와 여권운동의 역사를 아우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대는 여성의 영역에서 이뤄지던 일들의 연장선상에서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하나의 세계(universe, university)를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최초의 여권선언문도 1898년 ‘여학교설시통문’으로 시작됐을 만큼 여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자생적 여성운동의 시작이었다. 항일독립운동과 궤를 같이 해온 한국여성운동은 전 민족적 혁명이라 할 수 있는 3·1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여성참정권을 획득하고, 독립선언식이 이뤄진 ‘3·1운동의 발상지’ 태화관이 여성을 위한 교육·복지기관인 ‘태화여자관’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태화여자관을 배경으로 탄생, ‘여성의 지위 향상’를 노린 좌우합작 여성단체 근우회는 1930년 서울여학생만세운동을 주도한다. 한국여성들의 자발적 요구로 탄생한 태화여학교 역시 이 시위에 참여해 8명의 독립유공자가 추서된다. 1936년 여권운동가 이숙종에게 인계돼 성신여학교가 되고, 오늘날 최고학부 성신여대로 발전해 여성자신이 주축이 되는 학문적 공간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 주체성의 맥을 이어온 여대가 21세기 미투운동의 보루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3·1운동100주년, 태화관에서 기려져야했던 것은 당연히 그 핵심적 결과물인 ‘여성의 권리’였다. 서울의 중심점에서 민족성전으로, 여성운동과 여성교육의 터전으로 계승돼온 장소적 상징성이 보여주는 바는 뚜렷하다. 이중삼중으로 핍박 받던 인류의 절반이 자존을 되찾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다. ‘자유, 평등, 박애’ 같은 평화적 의미를 아우르는 구호를 담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이들은 3·1운동에서 ‘라 마르세예즈’를 불렀던 한 세기 전 여학생들보다도 진화하지 못했다. 한편 작가는 여성사와 여성주의를 결합한 글쓰기를 통해 여성에게 지워진 ‘공간의 불평등성’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 시간의 연속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장소’라는 것을 웅변하듯, 현재에도 직관할 수 있는 역사의 숨결을 따라잡기 위한 서술을 이어간다. 여성들 사이의 유대와 그것이 만들어낸 연계를 통해 1886년 또 하나의 여자대학의 싹이 움터 오르고 있었음을 논증하며 아직까지는 왜 여학교/여대가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저자 김태은 언론인 출신 작가. 일간신문 국내최초 인터넷이슈팀장을 맡아 온라인 취재영역을 개척했고, 뉴스통신사에서는 문화전문기자로 일했다. ‘김에리’라는 필명으로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등에 출연했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등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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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민족성지 '태화관'은 어떻게 여대가 됐나태화관은 대일항쟁기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식을 낭독한 장소이다. 이후 근대사를 논할때 태화관의 장소성(場所性)은 '민족의 성지'라는 접두사가 따라다닌다. 태화관이라는 장소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도구로서 장소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3·1운동이 가져온 가장 가시적 변화도 ‘여성’이라는 존재의 대두였다. 이러한 시각에서 작가는 왜 태화관이 여성의 공간이 돼야하는지를 주장하고 있다 3·1운동 발상지 태화관에서 탄생한 태화여자관이 101주년을 맞은 2022년, 작가는 3·1운동이 한국여성의 삶과 여성사에 미친 혁명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태화관을 조명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서 탄생한 태화여학교가 국내 굴지의 여자대학인 성신여대로 발전한 사실을 재발굴하고, 이 장소에서 어떻게 한국여성운동의 초석이 다져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더 나아가 개신교 첫 여성선교사가 입국한 18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여성의 공교육과 전문직업이 생긴 연원까지 헤집어내며 ‘연혁 복원’을 강력히 설파해낸다. ‘여성사가 여성이 받아야 할 권위를 되찾아준다고 확신’했던 ‘한국 최초 민간신문사 여기자 최은희’를 기리며 시작하는 이 책은 후배 여기자가 부르는 송가이기도 하다. 최은희로 시작, 김마리아, 이각경, 이숙종, 정종명, 한윤명, 이금전, 한신광, 유영준, 서대인, 앤 월리스 서 등 희미해지거나 아예 잊힌 수많은 여성인물들을 호명하며 여권을 이끌어온 진보적 여성상의 계보를 그려낸다. 동시에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당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문보도상의 에피소드와 사진들도 꼼꼼히 펼쳐놓아 대중서로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올해도 격동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여러 사건들이 한 세기를 기념했다. 2019년 한민족 전반에게 ‘근대’를 깨우친 3·1운동이 100주년이 맞은 이래로, 2022년 3·1운동의 수장으로 지목됐던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 순국 100주기가 도래했다. 손병희의 사위 방정환이 제정한 어린이날이 100년이 됐다. 돈암동을 배경으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 권진규를 비롯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선우휘와 손창섭, 시인 김춘수, 건축가 김중업 등이 탄생 100년을 맞이했다. 한 세기 전 이 땅은 오늘날 삶의 모습을 탄생시킨 ‘근대’가 발화하는 혼돈과 창조의 시간이었다. 그 누구보다 세상의 절반, 여성들에게 닥친 급격한 변화는 반만년 한반도 역사에서 ‘최초’라 할 만한 일들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통해 획득한 여성참정권은 ‘남녀동권’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일대 개혁이었고, 여학교/여학생의 등장은 여성에게 공적교육이 작용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여성이 하나의 인격으로 재탄생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하게 된 데는 여성에게 행해진 최초의 제도권 교육과 그 여파가 절대적이었다. 신간 ‘3·1 민족성지 태화관은 어떻게 여대가 됐나 ; 여성공간의 상징 태화여자관 101주년’은 한 여자대학의 묻혀버린 근원을 파헤치며 한국 여성교육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 내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락 하나하나를 독립된 기사로 풀어내도 될 만큼 문제의식과 자료조사가 철저한 것은 기자 출신 작가가 보여주는 최장점이다. ‘태화관’의 한자표기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은 것들은 지금까지의 역사연구가 얼마나 상투적이고 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역사를 역사책 속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들이다. "필자의 전작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에서도 지적했듯이 집권당의 완고하고 견고한 ‘내로남불’ 권력욕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에 의한 ‘미투혁명’이었다. 이러한 여성의 힘을 잊고 있던 자칭 진보·좌파의 여성혐오는 곳곳에 드러났고, 결국 민심조차 떠나게 하는 원흉이 됐다. 태화관의 역사적 추이만 잘 살펴봐도 새롭게 ‘여성’이라는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지점은 많았다.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재발견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여성사적 흐름에만도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3·1운동100주년은 아주 새로운 계기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p51~52) 3·1운동이 가져온 가장 가시적 변화도 ‘여성’이라는 존재의 대두였다. … 여러 보도매체들에 남아있는 근대사의 증언만 봐도 역사가들에게 여성과 여성사가 얼마나 소외당하는지를 알 수 있다. 수개월간 지속된 만세운동 가운데 여성들에 의해 조직되고 주도된 평화적 행진이 많았고, 임시정부에서 여성참정권을 얻는 계기가 되지만 이에 대한 기억은 너무 쉽게 사라져버렸다. 임시정부의 적통을 계승하겠다면 한국여성의 활약상과 참정권 쟁취에 관한 부분을 반드시 한 몫으로 다뤄야할 것이다. 여성의 광범위한 독립운동은 임시정부의 여성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 남녀평등 방침이 제도화됐고, 여성과 여성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 (p58~59) 태화여자관은 교파와 이념, 정파를 떠나 ‘여성’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합동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열린 공간이었다. 그밖에도 당대 신문을 살펴보면 조선여자청년회, 경성여자청년회, 망월구락부, 직업부인협회, 가정부인협회, 경성여자소비조합 등 다양한 조직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았고, 연합영아보건회, 연합아동보건회 등도 사무소를 뒀다. 극예술연구회의 공연, 조선음악가협회 ‘음악과 강연의 밤’, 각종 간담회와 각급 행사가 열리는 등 문화예술단체들도 이곳에 사무소를 두고 판을 깔았다. . (p144~145) ‘泰和’라는 한자표기는 태화여자관을 설립한 초대관장 마이어스가 정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태화복지재단 측은 하나님의 ‘큰 평화(泰和)’를 뜻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순환이 개명한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많은데, 마이어스 취임시 바뀐 것은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다. 1921년 2월27일자에 ‘明月館支店이 太華女子舘으로’라고 썼다가 한 달 뒤 3월25일 마이어스 인터뷰기사에서 ‘泰和女子舘’이라고 바꾸어 표기했다.(p197~198) 태화관의 장소성은 서울과 근대시민의 정신을 상징하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불려도 충분한 역사적 배경을 담보하고 있다. 여기에 근대 여성사의 발판이 되는 장소성에 대한 백년사를 담은 이 책은 현재 페미니즘 관점에서도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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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팬데믹 브레인, 코로나19에 걸리면 뇌가 손상될까?독일의 노이마이어 III(Neumayer Station III) 남극 기지에 파견된 극지 탐험가들은 14개월 동안 외부와 고립된 채 지냈다. 남극에서의 생활이 끝난 후 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했더니 남극에 가기 전에 비해 기억력과 관련 있는 해마의 크기가 약 7%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마만큼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지만 해마 근처 뇌 영역들의 크기도 일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줄어든 것은 뇌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역시 줄어든 것이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뇌 신경계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물질인데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문 52~54쪽〉 2011부터 2019년까지 태어난 아기들의 인지 기능 검사 점수는 대략 98~107점 사이였고 표준 편차는 15~19점이었다. 검사 점수가 평균 100점, 표준 편차는 15점으로 표준화되었기 때문에 2020년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은 예상 범위 내의 검사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2020년과 2021년에 태어난 아기들은 같은 검사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20년 출생아는 평균 86점, 2021년 출생아는 78.9점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남아의 점수가 여아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중략) 흥미로운 사실은 2020년 직전에 태어난 아기들의 검사 점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아기들은 얼마 안 되는 생애의 대부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2020년 이후 태어난 아기들만 인지 기능 검사 점수가 낮은 것을 보면, 팬데믹 기간에 아직 엄마 배 속에 있었거나 태어난 직후였던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본문 86~87쪽〉 깨끗한 피부, 좌우 대칭, 평균에 가까운 모습 등의 특징은 생물학적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비대칭성이나 매력적이지 않은 특징이 가려지기 때문에 외모가 더 나아 보이는 것이다. (중략) 마스크를 쓴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뇌의 해석 때문이다. 얼굴의 일부가 가려지면 우리 뇌는 가려진 정보가 무엇인지 예측하려 든다. 아는 사람의 얼굴이라면 뇌는 기억하는 정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 가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려진 얼굴을 예측하기 위해 뇌는 입, 코, 얼굴형 등을 가정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얼굴을 그리게 된다. 즉, 매력도가 낮은 얼굴의 일부 대신 매력도가 높은 평균적인 얼굴을 추정하여 전체 얼굴을 평가하는 것이다. -〈본문 115~117쪽〉 코로나19 팬데믹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일상 복귀와 엔데믹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강제로 참여하게 된 사상 최대의 사회적 고립 실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코로나19에 걸리면 정말 우리 뇌가 손상될까? 완치 후 후유증은 얼마나 오래갈까?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신생아들, 마스크 쓴 얼굴이 익숙하고 비대면 수업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의 인지 발달은 괜찮을까? 팬데믹 때문에 저하된 뇌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까?당신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뇌와 인지 기능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망자의 뇌를 검사했더니 마치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앓은 사람의 뇌처럼 손상을 입었고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 세포들이 망가진 것이 확인됐다.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엔데믹과 ‘롱 코비드’에 대해 궁금하거나 걱정하는 주제를 심리학·뇌 과학·신경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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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6.25 전쟁과 초근목피 삶의 생생한 증언”......... ‘김기성 자서전’김기성 씨는 1946년 당시 북한 통제 아래 있던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132번지에서 태어나 폭발물로 두 손가락을 잃고 피란을 나와 구걸,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화전민으로 자라나 가난을 이기기 위해 척박한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하며 살아왔다. 자신의 생애를 다룬 김기성 씨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김기성 자서전’은 김씨가 77세 희수를 맞아 6.25 전쟁 73주년 앞둔 시점에 펴내 전쟁의 참혹함과 부모 세대들의 고생스러움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세상에 이런 인생이 또 있을까 싶다. 이렇게도 기구한 인생이 있을까 싶다. 전쟁으로 손가락 두 개를 잃고 평생 장애인으로 어려운 삶을 헤쳐 나온 김씨의 자서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씨 가족은 지긋지긋한 김일성 치하 공산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택한 뒤 6.25 전쟁 직후 밥 동냥으로 연명한다. 그리고 경기도 가평 명지산 기슭에 움막을 짓고 정착, 억새로 엮은 비가 줄줄 새는 풀집을 지으며 화전민으로 살게 된다. 그러니 무슨 학교에 보낼 여력이 있었겠는가? 그렇게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산속에서 화전민으로 보내고 그는 상경해 170㎝가 채 안 되는 왜소한 키와 60㎏도 안 되는 몸무게로 쌀 배달 일을 시작한다. 왜소한 몸으로 쌀가마니 80㎏을 혼자 어깨에 메고 12층 계단을 몇 번씩 올라가 쌀을 배달했고, 복사 트럭으로 쌀 100가마니를 혼자 어깨로 져 날라다 가게에다 15개씩 쌓았다는 대목에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일곱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1951년 4월, 아버지가 미군이 흘린 폭발물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두 개가 날아가고 말았을 때 한 번 죽을 뻔했고, 1951년 5월 피란 중 장마에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며 죽을 뻔하며, 1968년 쌀가게에서 자전거로 배달을 하다가 제1한강교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다. 그리고 1974년 새로 마련한 가게에서는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을 고비를 넘긴다. 1980년 4월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버스와 부딪쳐 죽을 뻔하고, 같은 해 6월에는 서울 대연각호텔 앞 회현동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택시와 부딪쳐 죽을 고비를 넘긴다. 마지막으로 2010년 10월 65세 때 1톤 트럭을 운전하다 졸음운전으로 버스와 정면으로 부딪쳐 교통사고로 트럭이 종잇장처럼 부서져 세 번째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온 그는 ‘책을 펴내며’에서 "내가 뭘 배운 게 있다고, 뭘 자랑할 게 있다고 자서전을 내겠느냐. 그런데 생각해보니 잘난 사람들만 자서전 낼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고생한 사람도 자서전을 내서 그때 우리 같은 서민이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를 들려주는 것도 자식들이나 후세 사람들한테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라며 "나는 쌀 한 톨이 아까운데, 밥을 며칠씩 굶어가며 살았던 생각을 하면 요즘 사람들 음식 귀한 줄 모르는 게 가슴이 미어진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니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같이 눈물도 흘려주시고 ‘김기성, 당신 정말 열심히 사셨군요. 박수 쳐 드립니다’라는 격려도 해주길 바란다”고 자서전을 펴내게 된 소감을 밝힌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김기성 선생이 살아온 이야기를 읽고 이렇게도 어처구니없고 무지막지하게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 부딪혀야만 하는 인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성 선생은 다섯 살 때 6·25 동란이 터지고 미군 폭발물을 두 개를 주어와 해체하려는 과정에서 터져 두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이 된다. 게다가 미국이 집을 폭격해 피란을 나온다”며 "그리고 경기도 가평군 서파 등지에서 살다가 명지산 자락에서 화전민으로 궁핍한 삶을 살게 되면서 초등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라지만 상경해 쌀장사로 성공하고, 독학으로 서울에서 통장을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나이가 들어 포천시 이동면에 귀향한다. 김 선생의 자서전은 우리 민족의 수난이라는 크나큰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난파선 같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펴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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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이 책에는 격동의 20세기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던 25명의 모험가 및 소동꾼이 소환됐다. 그들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격동과 전환의 20세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선도자와 지도자가 한국을 수놓았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던져놓고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규칙과 리듬, 삶의 태도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모험가와 소동꾼의 존재이다. 그들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걸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 억압의 역사에서 불꽃처럼 일어나서 우리 가슴에 작은 불씨를 던지고 사라졌다. "무엇이 그들을 싸우게 만들었는가”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또 수없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뀔 때, 자연스럽게 휩쓸리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좇거나 발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성공과 풍요가 절로 따라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치트키를 쓰지 않고도 인생을 하얗게 불태우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싸운 존재들도 있다. 그들은 비록 쉽게 잊혔지만 누구보다 격동의 세계와 맞선 고난의 길을 걸었다. 20세기 한국사에서 이들 존재는 숨겨졌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거대한 세계 질서에서 빗겨나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고 체제를 비판·위협·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근현대 한국 사회에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 책은 말한다, 이들의 행보를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20세기 한국사 빈칸에 채워 넣을 시간이라고 말이다. 부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이들 잊힌 사람에게서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안을 얻길 바란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고공투쟁 노동자 강주룡을 비롯해 ‘조선공산당 여성 트로이카’ 그리고 위안부 참상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등의 이야기가 우리를 반긴다. 2부에서는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비행사 서왈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비롯해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했던 박열이나 바이러스 퇴치 역사의 전설 이호왕의 이름이 눈에 띈다. 3부에서는 시대와 불화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1960년대 문학소녀의 대명사’ 전혜린,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김수근, ‘한국 문학의 찬란한 별’ 김승옥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바, 이들은 명성을 드날렸으나 시대와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방황했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인물들의 삶에서 약간의 힌트 또는 실마리 정도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을 읽고 세상을 한바탕 휘젓고 활개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엿본 독자들이 조그만 용기와 마음의 위안을 얻길 기대한다. 이 책은 힘차게 도전하고 세상에 맞서 싸운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지만, '잊힌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과 격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자 강부원은 지식 채널 ‘아홉시’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매주 새로운 글을 연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성균관대, 한양대, 방송대 등지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 문학·문화와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인문학협동조합원으로서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며,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오랜 시간 학교와 광장을 가리지 않고 학생과 시민들을 만나왔다. 오래된 신문과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공저), 『기계비평들』(공저), 『진격의 독학자들』(공저) 등이 있다. 최근 저서로는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믹스커피, 2022.05.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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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지고 노력하면 할수록 달아나는 것이 잠이다. 생각에서 떨쳐내야 이룰 수 있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이처럼 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태가 불면증이다. 습관성 불면 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더군다나 불면증은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창백한 안색, 퀭한 눈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는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기 쉽지 않다.영국 작가 마리나 벤저민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마시멜로)은 불면증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문학, 미술, 신화학, 역사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잠과 불면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불면증에 대해 가장 사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다. 저자는 솔직하고 내밀한 고백과 잠과 불면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었다.불면증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룬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만사 걱정이 없이 늘 순수함을 유지한 아버지와 걱정거리를 달고 산 어머니를 비교함으로써, 순진무구함이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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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두 주먹 불끈 어퍼컷 이렇게 탄생...'윤석열의 길'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과정 253일을 사진으로 담은 책이 나왔다.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그의 캠프에서 전속 사진가로 참여했던 김용위 미디어 총괄팀장이 사진집 '윤석열의 길'(엘컴퍼니)을 펴냈다. 저자는 제20대 대선 기간 국민의힘 전속 사진가이자 영상 미디어 국장으로 참여했으며 청와대 홍보 수석실 4급 서기관을 역임했다.총 5장으로 구성된 사진집은 '약속의 길'을 시작으로 '역사의 길', '함께 걷는 길', '희망의 길', '미래의 길'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선보인다. 수십만 장의 사진 중 167장을 골라 윤 대통령의 주요 발언과 함께 옮겼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사진도 포함됐다.윤 대통령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그의 연설보다 소탈한 국밥집의 농담을, 싸움꾼의 패기보다 시장 할머니 손을 잡고 눈물 글썽이는 모습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자는 이 사진집을 통해 '인간 윤석열'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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