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즐겁고 신나고 안복 또한
이규진(편고재 주인)
2024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극대화 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맘때만 되면 작심삼일로 공수표를 남발할망정 누구나 한 번 쫌은 일 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새롭게 다짐해 보기도 한다. 더구나 금년의 갑진(甲辰)은 육십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甲)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靑龍)의 해가 되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꿈과 희망에 가슴 부푼 한 해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은 신화와 전설, 무속과 민속, 종교와 풍습, 역사와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연관을 맺고 있다보니 그 도상(圖像)도 다양한 편이다. 그런 가운데 용은 도자기에서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특히 조선 백자에서 흔히 보이고 있는 청화로 그려진 것은 그 자체로 청룡이다 보니 갑진년 새해에 꼭 어울리는 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도자기에서 용은 백자에서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국보 제61호로 용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을 가진 청자어룡주전자(靑磁魚龍形注子)와 국보 제259호로 몸통에 용무늬를 새기고 있는 분청사기구름용무늬항아리(粉靑沙器象嵌龍文立壺)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청자나 분청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청자용머리편(靑磁龍頭片)이 내게 와 있는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러면서도 늘 궁금했던 것은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몸체는 없고 머리만 남아 있다 보니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보아도 어디에 어떻게 붙어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기존에 알려진 도자기의 용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 보이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쩍 벌어진 입과 날카로운 잇빨, 부릅뜬 눈과 작은 귀, 그리고 그 사이로 뻗어 있는 쁠 등 용머리의 모습은 확연하지만 뒤로 이어진 부분들이 잘려 나가 전체적인 윤곽을 짐작해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비색과 남아 있는 형태의 정교함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청자가 아닌 명품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자용머리편, 청자도 따지고 보면 푸른색이고 보면 청자용머리편 또한 청룡(靑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갑진년 청룡의 해에 청룡의 청자용머리편을 소개하는 뜻은 세상의 모든 분들, 특히 도자기를 사랑하고 애호하는 모든 분들이 이 세상의 온갖 시름을 내려놓고 금년 한 해만큼은 즐겁고 신나고 안복(安福) 또한 넘치게 누릴 수 있는 그런 날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뜻에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