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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청려를 의지하여 지향 없이 가노라니
풍광은 예와 달라 만물이 숙연한데
해 저무는 저녁놀을 무심히 바라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온갖 것이 모다 시름뿐이라.
감상
‘斫來無影樹 憔盡水中泡’ (작래무영수 초진수중포)
그림자 없는 나무로 장작을 패고, 불로 물거품을 태우려 하다니.
지내 놓고야 헛된 줄을 아는 이 어리석음이여.
젊은 날 세속 명리를 좇다가 늙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청려지팡이에 의지하여 저녁놀을 바라보는 심정이 처연하다.
때 늦은 후회를 시전지에 섬뜩한 필치로 그렸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사단법인 한국서예술협회 회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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