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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숙/ 아리랑학회 연구이사
국경을 맞댄 세 나라가 노래로 독립을 쟁취했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인간띠의 노래혁명(The singing revolution of human belt)’ 행사를 축제화한 경우가 있다. 유럽 북쪽에 있는 발트해를 끼고 있는 구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세 나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다. 소비에트 연방 내에서 민족운동을 벌인 이들 3국은 유사한 역사 과정을 갖고 왔다. 중세 이후 독일, 덴마크,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 같은 5개국의 지배를 받은 것이다.
13세기 초에는 덴마크가 에스토니아 북부 지역을 장악했고, 이어 독일 주교단과 기사단이 분활점령하여 16세기 중반까지 지배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스웨덴의 침략으로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 1710년 러시아 피오트르(Piotr) 대제가 발트해에 항구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합병시켰다. 이후로 1918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발트 3국은 독립을 했다, 그리고 다시 1939년 독일과 소련의 협정으로 3개 공화국으로 편입시켰다. 이후 50년 동안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독립을 위해 투쟁해 왔다. 주변 강대국에 시달려 온 세 나라의 운명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닮은 점이 있다.
이 세 나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띠 노래’ 운동이 일어났다. 독일과 러시아가 비밀협약을 맺었던 날로부터 정확히 50년이 되는 1989년 8월 23일, 노래의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남쪽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서 시작하여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에스토니아 탈린에 이르는 620km의 200여만명이 인간띠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며 독립을 요구하였다.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이에서 나이 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합창을 하였다. 이를 ‘인간띠 노래 혁명’이라고 한다. 이 저항운동은 다양한 시위로 4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에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했다. 마침내 소련은 이들의 독립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으니, 3국을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시키게 되었다.
드디어 리투아니아는 1991년 3월 11일, 에스토니아는 8월 20일, 라트비아는 8월 21일 각각 독립을 하였다. 대부분의 혁명은 증오를 기반으로 한다. 증오는 보복을 부른다. 살인과 방화, 그리고 극단으로 치달은 증오는 다시 반혁명을 불러일으켜 급기야 전쟁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러나 발트 3국은 피 한방울 안 흘리고 희망을 노래하며 평화적으로 독립을 쟁취했다.
발트 해 지역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손꼽힌다. 특히 에스토니아에서는 유서 깊은 노래 축제를 매년 열어왔다. 이 잔치에는 전국의 에스토니아인은 물론 이웃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참여하고, 해외동포들도 찾아와 1주일간 노래의 향연을 벌였다.
1869년 에스토니아 타르투(Tartu)에서 시작된 축제는 민속의상을 입고 민요와 합창곡을 부르며 국가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로 진행된 것이다.
이 축제에서 주로 부른 노래는 에스토니아 알로 마티센(Alo Mattiisen)이라는 음악가가 작곡한 다섯 곡의 애국가이다. 1988년 5월 타르투 민속음악제에서 발표한 곡으로 참가자들은 이 노래를 합창을 했다. 이 노래가 에스토니아는 물론 이웃 발트 국가에 퍼져나간 것이다.
이 ‘발트 3국의 인간띠 노래 혁명’은 우리에게 사사하는 바가 크다. 1910년 일제의 병탄이 있게 되자 이에 저항하여 제일 먼저 시위를 벌인 이들이 기독교인들이다. 이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도 해외동포들이 아리랑 인간띠로 통일을 염원하는 문화혁명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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