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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 49

특집부
기사입력 2021.08.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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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의 소리

     

     

    이 동 희

     

     

    유랑 <2>

    나무도 보고 숲도 보면서 한참 더 걸었다. 낮잠을 자다 깬 다래는 억지로 박연이 끄는 대로 따라 걸었다. 그러나 얼마를 더 안 가서 샛길로 접어들었다. 독산성 보적사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거기서 다시 한참 산길을 걸어서 산사에 이르렀다. 멀리 많은 인가가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이었다. 지금의 오산시 독산성로(지곶동) 세마산이다.

    "불공을 드리게요?”

    "그러지 뭐. 좀 쉬기도 하고.”

    박연은 주변을 돌아보다가 절로 들어섰다. 오래 된 낡은 절이었다.

    두 사람은 세 부처를 모셔 놓은 법당으로 들어가 꿇어 엎드려 절을 두 번 세 번 하였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박연은 다래가 헛된 욕정의 굴레를 벗고 가인으로 대성하길 빌었다. 그리고 지금 가는 길, 무사히 잘 갔다 오길 축원하였다. 그다음으로 아버지 어머니 묘소가 잘 보존되고 또 그리고 명계에서 잘 계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였다. 박연은 다래가 먼저였다. 지금으로선 솔직히 그랬다.

    다래도 뭘 빌었는지 엎드려 절을 하며 한동안 중얼중얼 하였다.

    법당을 나오다가 주지로 보이는 노스님을 만났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다가 나무관세음보살합장을 하는 스님과 절 앞 뒤를 돌아보았다. 백제 때(아신왕 10)에 나라에서 창건했다고 하고 저쪽 뒤로 있는 독산성禿山城을 쌓을 때 지은 것으로 안다고 하였다. 절 이름을 어디에 써놓은 데도 없고 다만 전설 한 자루를 들려준다.

    어느 춘궁기에 먹을 것이 쌀 한 되밖에 되지 않던 노부부가 그 쌀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집에 돌아갔더니 곳간에 쌀이 가득하였다. 이를 부처의 은혜로 알고 부부는 그 후로 열심히 공양하였다. 여기에서 보적사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뒤에 있는 옛 독산성으로 올라갔다. 아늑한 분지, 동네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라왔다.

     

    난계-흙의소리49회.JPG
    [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49

     

    "야아아 좋다! 정말 제격이네.”

    박연은 두 팔을 벌리고 감탄하며 소리를 질렀다.

    "정말 시원하고 좋네요.”

    다래도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제격은 뭔가요?”

    "하하하하하그렇게 맞출 수가 없네.”

    "뭐가요? 뭐가 그래요?”

    박연은 한참 더 너털 웃음을 웃다가 앉음새가 좋은 풀밭에 편안하게 앉는다. 그리고 다래도 그 옆으로 앉으라고 손바닥을 두드린다.

    다래가 그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그제서야 말뜻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알았어요, 선생님. 호호호호

    "허허허허

    "선생님은 천상 선생님이셔요.”

    "그래서 어쨌다는 기여?”

    "꼼짝을 할 수가 없다는 기지요. 호호호호

    "그리여? 하하하하

    다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목청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일어선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해는 중천에 떠 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새들은 소리를 다 죽이었다.

    네가 나를 볼 양이면 심양강 건너와서 연화분蓮花盆에 심었던

    화초 삼색도화三色桃花 피었더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郞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다래가 목청을 돋우어 달거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정월이라 십오일에 망월望月하는 소년들아

    망월도 하려니와 부모봉양 생각세라

    이 신구 저 신구는 후렴이었다. 23월로 이어지는 월령가月令歌와 남녀간의 애정과 자연 풍광을 노래한 잡가이다.

    적수단신赤手單身 이내 몸이 나래 돋힌 학이나 되면 훨훨 수루루룽 가련마는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경상도 태백산太白山은 상주尙州 낙동강이 둘러있고

    전라도 지리산智異山은 두치강豆治江이 둘러있고

    충청도 계룡산은 공주公州 금강錦江이 다 둘렀다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나아하에 지루에도 후렴이었다.

    박연은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봇짐 속에서 피리를 꺼내어 불기 시작했다.

    다래는 레퍼토리를 바꾸었다. 태평가太平歌였다.

    (이랴도) 태평성대太平聖代

    저랴도 태평성대로다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경연대회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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