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연재소설] 흙의 소리44

특집부
기사입력 2021.07.08 07:30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흙의 소리

     

    이 동 희

     

    나무와 숲 <2>

     

    박연은 다래가 따라주는 술을 몇 잔 더 마시고는 다시 말하였다.

    "그냥 자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잘 있나 어쩌나 하고.”

    그가 여악을 금하는 상주를 올린 뒤로 다래는 궁중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그 뒤 여러 소문이 많았던 것이다.

    "호호호호…… 절 혼내주려고 오신 줄 알아요.”

    다래는 고개를 푹 떨구고 시무룩한 얼굴로 술을 계속 따랐다.

    "뭐 그렇다기 보다자네하고 한잔하고 싶어서.”

    "죄송합니다. 마음대로 잘 안되어요.

    "마음대로 되면 인생이 아니지.”

    "그런가요? 호호호호

    다래는 그러며 술을 따르고 요염하게 웃어젖히며스승에게로 바싹 다가 앉는다.

    "죄송해요. 정말 잘 할게요. 선생님 자주 못 뵈니 자꾸 허트러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그의 무릎에 앉으며 교태를 부리는 것이었다. 상채와 팔다리를 주무르기도 하고 전에 없이 더 아양을 떠는 것이었다.

    "이러면 대작을 못 하지.”

    박연은 싫지는 않았지만 아니 대단히 기분이 좋고 전신의 생기를 느꼈지만 말은 다르게 하였다.

    그녀는 계속 아양을 떨고 생글거리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극하였다. 음탕한 웃음이나 몸짓이 아니고 의녀처럼 환자를 만지고 주무르는것이었다. 어떻거나 서로가 믿고 존경하고 애틋한 시선을 마주치면서였다.

    좌우간 그동안의 쌓였던 피로가 가셔지고 활기가 돋는 것이었다. 몇 년째 하루도 영일이 없이 격무에 시달렸던 것이다.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일을 찾아서 만들어 자청을 한 것이고 거기에 대한 보상은 생각도 하지 못하던 터에 너무도 황공惶恐한 왕의 하사가 내려졌고 그 감정을 나누고자 찾은 다래에게서 또 너무도 넘치는 환대歡待를 받고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1625609298250.jpg
    [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44

     

     "왜 안 하던짓을 하고 그래야? 어서 내려앉아요.”

    "호호호호잔을 주셔야지요.”

    그래야 내려 앉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으음.”

    그러나 대뜸 그녀에게 잔을 건네지는 않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노래는 좀 늘었겠지?”

    "모르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뭘 할까요?”

    "거문고는 없지?”

    "대령하겠습니다.”

    다래는 금방 거문고를 갖다 놓고그 옆에 앉으며 뜸도 들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거문고 병창竝唱, 농부가 창부가였다.

    준비가 안 된 채 목소리를 높이니 째지고 고르지 못하였다.

    "그동안 뭘 한 거여?”

    다래는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얼굴을 붉히며 사죄를 하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소리가 굳어지면 안 돼야. 손도 그렇고. 매일 다듬어야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로 되는 게 아니여.”

    "다음 뵐 때까지 잘 다듬어 놓겠습니다.”

    박연은 한참 다래를 바라보다가 잔을 쥐여주는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얌전히 꿇어앉기를기다려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나랑 같이 며칠 지내면 어떨까?”

    너무도 의외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래는 놀라는 눈빛으로 스승을 바라보았지만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어.”

    같이 지내면서 지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대단히 단호하였다.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다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술부터 다시 따라 반배를 하였다. 연지 장죽을 지우고 두 손으로 곱게 바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어.”

    박연은 잔을 받아 들고 다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내 말을 들어줘서.”

    "선생님 말씀인데 무엇이라도 따라야지요.”

    "따르는 게 아니여. 앞서가야지.며칠 말미를 만들어 보겠네. 이왕이면 산천경개 좋은 곳으로 가서

    "? .”

    박연의 생각은 다른 데에 있었다. 물론 달래의 흐트러진소리를 다듬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그녀의 생활 태도를 바로잡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주지육림 속에 빠져 있는 기생이 아니라 고고한 명기 명창의 길을 걷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으으으.”

    경연대회

    경연대회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