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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적을 평가하기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당사자의 학문적 성취도는 물론 개인적 품성까지도 소상히 알고들 있기 때문이다.
제25회 방일영국악상의 심사도 마찬가지였다. 국악 전공자들이 모여 국악계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일이었으니 첨예한 논란이 있을 수 없었다. 거론되는 대상자들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은 이미 그들을 세세히 숙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가 평가까지 내리고 있는 처지들이니 어려울 리가 없었던 것이다.
설왕설래 끝에 두 사람의 후보로 압축되었다. 한 분은 판소리 실기자였고, 한 분은 이론 분야의 학자였다. 두 분에 대한 토론 끝에, 이번에는 이론 분야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 이론이 받쳐 주지 못하는 실기는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인데, 그간 이론 분야 수상자는 고 이혜구 박사와 몇 해 전 이보형 선생 정도로 너무 소외되었다는 사실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론 분야의 수상자라면 당연히 송방송 교수일 것이라는 짐작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분의 공적은 탁월하다. 우선 방대한 저술량은 웬만한 학자들의 기를 꺾고 주눅들게 하기 십상이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출간이 됐다 하면 보통 700~800쪽이거나1천여 쪽 이상이다.
기실 오늘의 수상자가 학문계의 사표로 칭송받아 마땅한 더 깊은 속뜻은, 송 교수의 거창한 저술량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이관지 오로지 한 우물만 파며 정진하는 학자적인 자세와 식지 않는 학구열에 있다고 하겠다.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뜻을 이루던 농본사회도 아니고 얽히고설키며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 생활 속에서, 이처럼 초지일관 학문에만 침잠하여 큰 성취를 이루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송방송 교수는 그 같은 길을 의연히 걸어온 보기 드문 호학好學이다. 바로 이 같은 그의 삶의 족적은 학계 동료나 후학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크게 상찬賞讚받아 마땅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악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전통문화계의 튼실한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는 최고권위의 방일영국악상이 때마침 송 교수를 천거하여 자랑스런 영예의 월계관을 씌워 드리게 되었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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