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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 의병의 날 '태극기 그리기대회' 개최1일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노인돌봄센터는 6월 '호국보훈의 달'과 '의병의 날'을 맞아 어르신을 대상으로 ‘태극기 색칠하기 행사’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사)고려인마을(회장:신조야)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일제강점기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했던 '의병의 후예' 고려인 선조들의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고, 광주정착 고려인동포들에게 숭고한 의병정신을 고취시키고자 마련됐다고 전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과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알고 올바른 태극기 그리기 방법을 습득해 자신들이 색칠한 태극기를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을 중앙에 조성된 홍범도공원을 찾아 장군 흉상 앞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재연행사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광주이주 고려인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 낯선 이국땅에서 조국광복을 위해 빛도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고려인 선조들의 항일정신을 몸과 마음으로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스베타(73세)씨는 "태극기를 그리는 동안 어릴 적 할아버지가 비밀리 숨겨놨던 태극기를 꺼내 펼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되살아나 슬펐다” 며 "이제 조국에 돌아와 태극기를 마음껏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고 말했다. 신조야 회장은 "오늘은 의병의 날이다. 고려인은 의병의 후예들이다. 우리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선조들의 뜨거운 의병정신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인마을은 노인돌봄센터 태극기 색칠하기 행사에 이어, 오는 5일에는 청소년문화센터외 지역아동센터 이용 자녀들을 대상으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태극기 그리기대회'를 개최해 국가의 소중함을 후손들에게 전달해 나갈 계획이다.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며, 수상작을 모아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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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의 발자취와 삶의 기록’ 사진전광주 고려인마을은 고려인강제이주 160주년을 맞아 기획한 ‘고려인의 발자취와 삶의 기록’ 사진전을 2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고 29일 밝혔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특설전시장(대나무정원)에서 개막된 이번 사진전은 6월 16일까지 진행되며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과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주관한다. 전시되는 사진은 ▲고려인 이주사 ▲생활사 ▲집단농장 현장 ▲모국어 문화기관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됐다.또 대한민국 최초·유일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인 고려인문화관과 카자흐스탄국립대 아시아연구소가 소장한 100여 장의 사진 기록물을 전시한다.특히, ‘집단농장 현장’ 사진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것으로, 강제이주 후 집단농장 시절 고려인의 생생한 삶의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토굴집 앞 어깨동무하고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 트랙터로 밭을 가는 농업기사. 감자를 수확하는 여성 조합원들, 한국 전통과 중앙아시아 문화가 어우러진 고려인 생활사·고려인 문화의 정수인 고려극장·고려일보 전성기 기록 등도 다채롭게 담겨 있다. 격변하는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고려인들이 겪은 가족사, "너희들은 우리의 제자다. 우리는 제자들을 버려둘 수 없다. 우리는 너희와 함께 가겠다." 고 말하며 1937년 강제이주열차에 탄 고려사범대학 유대인학장 보이찌크 교수의 ‘눈물겨운 휴먼 드라마’ 등 다양한 숨은 역사와 이야기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이날 개막행사에는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와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 김블라디미르 시인, 김게르만 카자흐스탄 국립대 아시아연구소장, 신유리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장, 고려인마을 전담여행사 ㈜동행투어 최창인 대표, 정진산 고려인마을해설사 회장, 고려인마을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김태완 광산구의회 의장, 고려인이주 160주년 기념사업추진회 임채완 공동대표, 김순흥 광주대 명예교수, 홍인화 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등 주요 인사 60여명이 참석해 이번 행사를 축하했다. 신조야 대표는 "고려인 선조들의 피어린 삶과 잊혀진 독립전쟁의 역사를 회복하기 위한 사진전이 개최돼 정말 기쁘다” 며 "이 행사를 위해 수고해 주신 광산구와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등에 감사하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진전은 광산구와 고려인·한인1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가 주최하고,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과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주관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협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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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루 국보 승격 기념 밀양아리랑대축제 '성황'…타지역 41만명 다녀가경남 밀양시는 정부 지정 문화관광 축제인 '제66회 밀양아리랑대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밀양강오딧세이' 무대는 국보 영남루와 밀양강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진 실경 멀티미디어 뮤지컬 쇼로 축제 기간 내내 관객들의 폭발적 눈길을 끌었다. '영남루의 꿈, 밀양아리랑의 빛'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조선 3대 누각이자 밀양의 상징인 영남루가 60년 만에 국보로 재승격한 것을 기념하려고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영남루와 밀양강 일대에서 펼쳐졌다. 축제에는 밀양시민을 비롯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민자치 위원회, 부산 수영구발전협의회 등 타지역 관광객 등 41만명이 다녀갔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국보 지정서 원본도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됐다. 특히 국악인과 뮤지컬 배우가 아리랑을 열창한 '국민대통합아리랑 공연'과 빛과 음악으로 밀양강변을 수 놓은 '밀양강 오딧세이'가 큰 호응을 얻었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동시에 세계적인 축제인 밀양아리랑 대축제에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시는 앞으로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957년 영남루 대보수 기념행사로 시작한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자원인 '로컬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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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재단, 춘향가 ‘판소리 눈대목’, ‘이태백류 아쟁산조’의 멋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이 여덟 번째 토요상설공연 무대로 판소리·산조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6월 1일 오후 3시 전통문화관 일원에서 펼쳐지는 ‘판소리 춘향가와 이태백류 아쟁산조’가 그것. 청년 국악인 주현주(판소리), 박정진(아쟁)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주현주 소리꾼은 판소리 ‘춘향가’ 중 ‘들었던 촛불을 대목’부터 결말 부분에 해당하는 ‘어사출도 대목’을 부른다. 남원정보국악고(현 남원국악예술고)를 졸업한 주 씨는 전남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이어 ‘이태백류 아쟁산조’가 울려 퍼진다. 박종선, 김일구의 영향을 받아 이태백의 창작 가락을 접목해 만든 산조로 우조, 계면조 등 아쟁산조에 잘 쓰이지 않던 평조, 경드름, 봉황조, 완자걸이 등도 활용되는 작품이다. 전남대 국악학과 및 동대학원을 수료한 박정진은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북놀이 보유자 박관용 선생의 손자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 국악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6월 8일에는 국악창작 무대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치다’가 ‘감성콘서트-우공이산’라는 주제로 찾아올 예정이다. 전통문화관 선미영 팀장은 "무등산의 녹음이 우거진 시원한 전통문화관에서 우리 옛 소리를 전하는 예인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판소리 눈대목과 아쟁 산조를 감상하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가셔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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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춤 복원해 다시 추는 기분"…김매자 '한국무용사' 재발간"예전에 제가 추었던 춤을 복원해 무대에서 다시 추는 기분입니다." '한국 창작춤 대모'로 불리는 한국무용가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집필한 '한국 무용사'(커뮤니케이션북스)가 29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다. '한국 무용사'는 김 이사장이 한국 무용사를 강의하면서 수집한 국내외 자료를 엮어 1995년 출간한 책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모교인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강의하던 중 학생들이 참고할만한 한국 무용사 관련 교재가 없는 현실을 개탄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로지 춤이 좋아서 오래오래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출간했다"며 "춤의 창조성을 획득하기 위해 춤의 근원과 역사를 규명하면서 내 춤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폈다"고 설명했다. 책에선 한국 춤의 기원부터 현대 한국 춤의 현황까지 한국 무용의 역사를 모두 망라했다. 시대별 사회적 배경과 함께 다양한 춤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각종 무보(춤 동작을 악보처럼 일정한 기호나 그림으로 기록한 것)를 실어 독자가 눈으로 춤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첫 출간 당시의 오류를 바로잡고 출간 이후 한국 무용의 새로운 정보를 넣었다. 또 부록에 한국 무용사 연표를 첨부해 근현대 한국 춤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김 이사장은 "책이 모두 절판돼 이 책을 다시는 내 인생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개정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1983년 번역 출간한 '세계 무용사'도 함께 개정판이 발간된다. 41년 만에 개정판을 내는 '세계 무용사'는 세계 무용계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이다. 세계 여러 민족의 춤을 폭넓게 다뤄 인류학적 자료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책이다. '춤 인류학자'로 불리는 쿠르트 작스가 1933년 출간했고, 1983년 김 이사장이 번역 출간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김 이사장은 "해외 공연 중 서점에서 책을 접했는데 책 속에 한국 무용인 '검무'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면서 "그 사진 한 장에 이끌려서 책을 번역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판은 현행 어문규정 표기를 적용해 재구성했다. 한국 무용사와 세계 무용사를 모두 섭렵한 김 이사장은 우리 전통춤과 세계 각국의 전통춤의 뿌리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춤의 근본적인 형태가 모두 땅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됐고,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화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아프리카 전통춤 공연을 관람하면서 우리 무속 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큰 감동을 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도, 일본도, 세계 어느 민족도 땅을 딛고 춤을 추는 모습이 유사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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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민요의 힘, ‘일노래, 삶의 노래’소박하고 향토적인 토속민요의 가치를 재탄생시킨 무대 ‘일노래, 삶의 노래’가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졌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예술감독 유지숙) 정기공연으로, 삶의 터전인 산과 들, 바다에서 울려 퍼진 보통 사람들의 일노래와 아이들의 유희요, 아낙네들의 시집살이 설움을 달래던 소리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예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우리 민족은 힘듦과 슬픔, 즐거움과 기쁨 가운데에서도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갈 힘과 원동력을 되찾았다. 그렇게 생겨난 노래는 우리의 풍습이, 그리고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토속민요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잊혀 가고 있다. 이에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은 각 지역 토속 소리의 원석을 골라내, 다듬고 매만져 재탄생시키는 작업으로 이번 무대를 꾸려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유지숙 예술감독은, 토속 소리가 가진 소박하면서도 순수하고 맑고 따뜻한 정한(情恨)을 무대 위에 펼치고 우리 민중들의 삶을 편안하게 보여주고자 이 공연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그동안 무대에서 흔히 들을 수 없었던 곡들이 대거 선곡되었다. 유지숙 예술감독은 이전부터 맥이 끊어지는 지역의 토속민요를 발굴하여 다듬고, 전승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토속민요 재현 작업을 통해 하나의 정형화된 노래로 만들어 낼 때 ‘마치 죽어있는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 꽃을 피운 것 같다’고 느낌을 전한 적 있다. 민요를 향한 그 마음을 떠올리며 공연을 감상해 보았다. 무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무대 중앙에는 반상 위에 수확한 볍씨가, 좌우에는 낮은 곳의 물을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데 사용하는 농기구인 ‘용두레’가 놓여 있었다. 얇은 샤막을 사이에 두고 민속악단 연주자들이 다 함께 ‘서곡’을 연주함으로 첫 무대를 열어냈다. 민속악의 대가 김영재 명인이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로 작곡한 곡으로, 평조로 구성되어 경쾌하고 신명나는 민속악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났다. 국악기의 풍성한 연주는 시김새나 장단이 중심이 되어 우리 음악의 진면목을 드러냈고, 앞으로 펼쳐질 선조들의 노래를 함축적인 기악곡으로 들려주었다. 공연은 ‘농사의 시작’으로부터 ‘봄·산과 들의 노래’, ‘여름·일과 마음의 노래 그리고 흥’을 지나 ‘풍요·바다의 노래’로 마무리되었다. 논과 밭, 바다에서 부르던 일노래와, 삶의 고비 고비를 넘던 삶의 노래가 흐름에 따라 나뉘어 구성된 것이다. 파트마다 어울리는 토속민요가 지역 별로 나뉘지 않고 비슷한 결이나 주제로 자연스럽게 불렸다. 지역 간 민요의 음색이나 시김새, 어법 등이 서로 다른 만큼 비교하며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한 해 농사의 시작과 풍년을 기원하는 축원의 소리인 고축(告祝)으로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나와 평안도 사투리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했는데, 이는 농사일을 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사연을 노래로 표현하는 연희극 ‘평안도 향두계놀이’를 표현한 것이다. 그 모습이 정겹고 민속적이었다. 곧이어 풍년을 기원하는 축원을 하기 위해 당골(무당을 지칭하는 단어) 역할을 맡은 유지숙 예술감독이 등장해 ‘서도 굿 소리’를 불러냈다. 징과 북, 바라의 차분한 반주에 맞추어 단정하고 과하지 않은 서도의 음색이 무대를 차분히 감쌌다. 이어 나각의 세 번 부는 신호와 함께 손에 모를 들고나온 농사꾼과 아낙네들의 ‘모뜨는 소리/모심는 소리’가 시작됐다. 전라남도 장산도 모 뜨는 소리와 모심는 소리는 장산도 사람들의 흥과 한이 들어있는, 농사일을 할 때 부르던 노래다. 경쾌함이 주가 되어 장조 선율로 불리는 가운데 중간중간 꺾는음이 등장하여 전라도 민요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진계면처럼 슬프거나 애환이 서린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토속적인 신명이 도드라졌다. 곧이어 불린 ‘황해도 논매는 소리’는 느린 중중모리장단으로 시작하여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서도소리 특유의 얕고 탈탈거리며 떠는소리와 요성이 매력적이었다. ‘평안도 남포시 물푸는소리’는 ‘황해도 논매는소리’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단단했다. 소리꾼들이 용두레를 통해 물을 퍼내는 흉내를 내며 노래한 ‘강화도 용두레질소리’에서는 ‘하나, 둘, 서이, 너이’하며 숫자를 세고 반복적인 음으로 유쾌하게 메기고 받아내어 토속적이고 흥겨웠다. 모심기부터 시작하여 물푸는 소리까지, 새 생명이 시작하는 봄에 우리 선조들이 땀 흘리며 함께 웃고 울던 광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두 번째 파트인 ‘여름·일과 마음의 노래 그리고 흥’은 북청사자놀음에서 연주되는 퉁소 선율로 차분하게 무대가 열렸다. 달이 뜨고, 어린아이들이 나와 동요 ‘달달달’과 함경도 민요 ‘흘리리’를 불렀다. 맑고 청아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평온함과 미소를 선사해 주었다. 가야금병창 신민요 ‘김매러 가세’에 이어 ‘평안도 밭매는 소리’에서는 해금과 피리의 간드러진 수성가락이 덧입혀져 애절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다음으로 전라남도와 황해도의 ‘시집살이소리’와 평안도의 ‘신세타령소리’가 섞여 불렸다. 소리꾼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 설움도 들어보라’며 함께 웃고 울며 정겹게 노래했다. 설움과 애환을 들어주고, 서로 나누며 살아갈 힘을 얻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특히 이 곡들은 설움이 묻어있는 만큼 애달프고 슬픈 표현이 도드라졌는데, 긴 구(Phrase) 안에서 깊고 길게 떨어내는 서도와 남도제 요성에 마음이 저릿했다. 가장 민속적이고 한국적인 노래였다. 시집살이소리와 신세타령소리가 불린 후에는, 유쾌하고 신명 나는 우리 민족의 ‘흥’이 묻어난 노래들이 불렸다. 남도제지만 슬프기보다는 경쾌하고 유쾌한 ‘나니나난실타령’을 시작으로, 일상적이고 정겨운 가사와 신명 나는 악기 반주의 조화에 더해 유쾌한 추임새까지 함께한 황해도 늴리리타령까지 불리며, 점점 흥이 고조되었다. 곧이어 엿장수들이 등장하여 진도 엿타령을 불렀다. 그들은 앞줄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도 엿을 나누어주는 등 관객 친화적인 무대를 꾸려냈다. 각설이가 등장한 후에는 남녀 소리꾼이 한데 어우러지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관객들도 함께 신나게 박수치고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즐겼다. 그 웃음보가 끝날세라 객석 뒤쪽에서 풍물패의 신명 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꾼들과 풍물패가 어우러져 함께 놀기 시작했다. 연희꾼들의 버나돌리기와 상모돌리기까지 합세하여 즐거운 한 판이 벌어졌다. 이어 ‘이랴-’하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커다란 소에 관객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남동훈 연출의 연출 노트에 의하면 소탈도 직접 제작했다고 하는데, 보통 사자춤에서의 사자는 많이 봤어도 소는 많이 보지 못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때 노래는 ‘일감을 낸다’라는 뜻의 ‘감내기소리’가 불렸다. 황해도를 대표하는 일노래로, 자연스럽고 토속적인 가사가 노래라기보다는 사설을 읊는 듯 일상적이고 정겨웠다. ‘풍요·바다의 노래’는 ‘만선 축원굿’으로 시작했다. 이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서 고기를 잡으러 나가기 위해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소리이다. 뒷배경과 바닥은 모두 바닷물결로 일렁이며 바다 한복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조심스레 들어온 굿 반주 위에 무당 역을 맡은 소리꾼이 용왕께 비는 축원의 소리가 무대를 감쌌다. 중간에 심청가 중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과 비슷한 가사가 나와 계면조로 구성된 시원한 남도제 소리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이에 맞물려 불린 ‘거문도 올레소리’와 ‘인천 시선뱃노래’ 등의 민요에서는 유쾌하게 메기고 받는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무대는 배를 타고 나갔다가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온 뱃사공들과 그들을 기다린 아낙네들이 함께 노래함으로 마무리되었다. 예술감독을 맡은 유지숙 단장은 "우리 민족의 심성이 녹아있는 토속민요의 음악적 부분과 문학적 부분에서 각 지역성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한반도 북쪽에서 남쪽까지..... 서도소리 영남소리, 남도소리로 대표되는 각 지역의 다양한 음악적 토리에 집중하고, 사설에서 창자가 말하고자 하는 서사를 살리기 위해 대사도 삽입하고, 전통 농기구 물푸레나 물레 같은 전통을 재현하면서 '일의 노래, 삶의 노래'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구성된 우리 토속민요는 정겹고 아름다웠으며, 편안했다. 특히 더불어 사는 사회 속, 서로를 위하며 함께 이 세상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잘 드러났다. 개개인의 삶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고, 내 옆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치는 때도 많다. 하지만 함께 웃고 울며 서로를 위하고, 더 나은 날을 기대하며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노래를 통해, 타인을 더욱 위하고 배려하며, 사랑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토속민요를 이렇게 민속적이고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었기에 더욱 가능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무대화 작업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흥과 한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토속민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며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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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진흥법 공청회, “민속악 분야 적극 의견 개진하라”국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5월 31일(금) 오전 10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최한다. 이날은 지난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권역별 4개 지역 현장간담회의 주요 의견과 제정안의 주요쟁점을 발표한다. 그리고 패널 4인이 토론을 이어 간다. 그런데 이 토론회에 민속악 분야 전문가가 배제되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동안 오랜 시간 이 법 제정에 따른 자문을 해 온 L씨는 이런 토론회에 "그동안 자문회의나 공청회에 이 법 제정을 위해 고심해 온 이들이 배제되었다. 이는 순수 민속악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법 제정이라는 원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 아닌가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서운해 하였다. 민간단체가 수행한 위원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K교수는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 등 소속기관을 운영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악방송, 예술경영지원센터 3개의 기관을 통해 250억 원 규모(’23년 기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원 방안이다. 이 예산이 저 지방의 국악을 어떻게 보존 계승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기존의 틀거리로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민간 2개 단체가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원회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장관에게도 전달되었는데, "공식적인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문체부의 ‘국악’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당일 나와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라는 권고에 "-국민 누구나-라고 하고서 4인을 지정한 상태에서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민속악계는 이번 공청회에 적극 참여하여 나름의 국악진흥 안(案)을 제시해야 한다. 아니면 안을 공식화하여 관계 당국에 제시하여 반영시킴으로서 국악진흥에 기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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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닛산서 9주년 세븐틴, 이틀간 14만명 환호<br>"후회없이 불태웠다""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계 '캐럿'(세븐틴 팬덤)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호시) 그룹 세븐틴은 26일 오후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팔로우 어게인 투 재팬'(FOLLOW AGAIN TO JAPAN)에서 "어제도 여기에서 공연했는데,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다. 여러분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같이 벅찬 소감을 밝혔다. 멤버들은 "오늘 닛산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공연이니 후회 없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늘 몸을 사리지 않게 불태우겠다"고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세븐틴은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간 일본 최대 규모 공연장인 닛산 스타디움에서 회당 7만2천명, 총 14만4천명의 '캐럿'을 만났다. 7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압도적인 규모의 이 공연장은 크기부터 위압감을 자아냈다. 빼곡하게 찬 관객 앞으로 거대한 일(一)자형 무대와 전광판이 자리했고, 좌우로는 돌출형 무대가 마련됐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발달한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에서도 이곳은 그 크기 때문에 단독으로 무대에 오른 가수는 흔치 않다. 그래서 현지 가수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불린다. K팝 스타로는 동방신기에 이어 세븐틴이 두 번째로 이곳을 채웠다. 육중한 라이브 밴드의 반주에 맞춰 막이 올라가고 은빛 의상을 갖춰 입은 멤버들이 등장하자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7만여명이 한 번에 쏟아내는 환호는 그 크기도, 밀도도 남달랐다. 세븐틴은 우지의 "하!" 하는 일성과 함께 히트곡 '손오공'으로 이날 공연의 스타트를 끊었다. 꽉 찬 스타디움을 바라보는 우지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고, 멤버들은 이날 유독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임했다. 라이브 밴드의 '꽝꽝' 내리찍는 듯한 드럼과 질주하는 듯한 기타 사운드는 MR(반주)와는 또 다른 생동감과 몰입감을 안겼다. 세븐틴은 지난 3월 30∼31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 27∼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달 18∼19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에 이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이 이들 콘서트로 모은 관객 수는 한국 12만6천명에 일본 25만4천명까지 총 38만명에 달한다. 세븐틴은 베스트 앨범 타이틀곡 '마에스트로'(MAESTRO)를 비롯해 '박수', '울고 싶지 않아', '레프트 & 라이트'(Left & Right), 일본어 버전 '록 위드 유'(Rock with you) 등 다채로운 히트곡을 쏟아냈다. 이날은 특히 세븐틴의 데뷔 9주년 기념일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15년 5월 '아낀다'로 데뷔한 이래 13명 다인원이 빚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랩·보컬·춤 실력에 힘 입어 K팝 최정상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들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열한 번째 미니음반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은 K팝 역사상 처음으로 첫 주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조슈아는 "'캐럿' 여러분과 함께 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렇게 큰 무대에서의 추억은 정말 계속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원우는 "여러분 만나고 싶었다"며 "남은 에너지를 오늘 전부 쏟아낼 생각이다. 우리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세븐틴은 이날 메인 스테이지를 비롯해 멤버들이 공중에 매달리는 플라잉 스테이지, 관객과 더욱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세컨드 스테이지 등 다채로운 무대 구성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꽉 찬 객석 위로 응원봉 불빛을 활용해 세븐틴의 로고와 함께 'SVT ♥ CARAT' 글자가 만들어지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세븐틴은 이번 콘서트에 맞춰 공연지인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에서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 '팔로우 더 시티'(FOLLOW THE CITY)도 열었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각 도시 랜드마크와 관광지에서 팝업스토어, 팬 파티, 레스토랑, 사진전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진행됐다. 세븐틴은 이날 보컬(정한·조슈아·우지·도겸·승관), 퍼포먼스(준·호시·디에잇·디노), 힙합(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 유닛(소그룹) 무대도 꾸몄다. 이들은 열한 번째 미니음반 수록곡 '헤드라이너'(Headliner)와 히트곡 '아주 나이스(NICE)'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세븐틴은 다음 달 K팝 가수 중 처음으로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주 무대에 서며, 9월에는 독일서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 무대에도 선다. "여러분의 충전기 정한입니다. 제가 충전해 드릴게요. 오늘도 제대로 충전해 볼까요? 완벽하게 충전을 완료해주세요!" (정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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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고아가 된 심정으로 이별"…민중시인 신경림 영결식"시의 고아가 된 심정으로 우리는 신경림 시인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선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시인 고(故) 신경림의 영결식이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시인의 장례가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등 문인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이날 시인의 약력을 소개한 도종환 시인(국회의원)은 "시의 고아가 된 심정"이라면서 애통해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조사에서 "선생은 이름난 시인이 되고 난 다음에도 유명인 행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시에서 자신의 잘난 모습보다 못난 모습을 더 자주 묘사했다.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서 자신들의 감춰진 자화상을 보고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시인)은 추도사에서 "시인은 죽고 난 후 그의 시가 지상에서 사라질 때 죽는다고 한다"며 "선생의 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래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료와 후배 문인들의 조시 낭송도 이어졌다. 이근배 시인(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한 시대를 들어 올린 가난한 사랑노래 온 누리에 펼치소서'라는 조시를 낭독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정희성 시인은 '신경림 선생이 가셨다'라는 시에서 "선생은 못난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며 / 세상사 물으면 짐짓 손저어 대답하면서 / 선생은 홀로이 슬픈 낙타처럼 늙으셨다"고 나직이 읊었다. 생전에 고인을 인터뷰한 영상이 상영되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밝은 시를 쓰고 싶은데…. 밝은 세상을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밝은 세상이 돼야만 밝은 시도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생전에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고인을 위해 후배 예술인들은 그의 시에 노래를 붙인 곡들도 준비했다. 시 '돌아가리라'에 곡을 붙인 노래를 가수 정태춘 등 민중노래패 '민요연구회' 멤버들이 나와서 함께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전 창비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계 인사들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도 일부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생의 시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고 시대와 함께했다"며 "어른이 귀한 시대에 참 다정한 어른 한 분을 또 잃어서 슬프고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25일 오전 5시 30분 발인을 거쳐 고향인 충북 충주의 선영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출판사 창비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고인의 미발표 시들을 모아 유고 시집을 출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창비는 고인의 1975년 첫 시집인 '농무'와 마지막 시집인 '사진관집 이층'(2014년)을 간행하는 등 인연이 깊은 출판사다. 다만, 창비 관계자는 "(신경림 시인의) 차기작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출간 예정 리스트에 있기는 했다"면서 "유고 시집 출간은 내부 검토와 유족과의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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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22일 재개관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이창기)은 22일(수) 도심에서 예술교육을 즐길 수 있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을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은 2020년 11월에 개관, 그간 제한된 연령대의 시민에 맞춘 특화 공간으로 운영해오던 것에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시민 누구나 언제든 예술을 향유하고 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오는 22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다시 문을 연다. 22일부터 8월 중순까지 열리는 예술 체험 프로그램 '취향의 온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온도를 주제로 하여, 시민의 눈높이와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예술 상설 체험과 예술교육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음악, 문학, 시각예술 장르로 구성된 '취향의 온도'는 음악 부스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예술단체 프란츠와 협업을 통해‘음악으로 온도를 느낄 때’를 부제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온도를 클래식 음악으로 큐레이션하여 눈과 귀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 창작시 전문 출판 및 독립서점으로 알려진 아침달과 함께 ‘사랑’과 ‘여름’을 주제로 한 편 시의 간격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온도를 제시하는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이 시를 직접 읽고, 보고, 쓰고, 만지는 순간들로 잠시나마 쉬어감을 느낄 수 있다. 시각예술 부스에서 한지로 햇살과 바람, 식물을 표현하는 오마치(양지윤) 시각예술작가의 새 작품 ‘피어나는 온도’를 공간에 전시해 따뜻하게 피어나는 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오프닝 프로그램에는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바로크 고음악 공연 '음악이 마음에 닿을 때'로 공간의 문을 연다. 6월에서 8월까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최은규 음악평론가 ‧ 나성인 음악평론가 ‧ 배승혜 작곡가가 클래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음악 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둘째 주 토요일에는 유명시인인 오은‧이은규‧민구 시인과 시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삶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각예술 참여작가인 오마치(양지윤)작가가 만든 만들기 체험키트도 매일 한정 수량 배포하여 현장에서 참여가 가능하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예술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민들에게‘온도’라는 친근한 키워드로 클래식 음악과 시, 작품을 만나며 일상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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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146)<br> 분청귀얄문잔편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규진(편고재 주인) 분청덤벙이라고 하면 이제 고흥 운대리는 보성 도촌리를 뛰어넘어 확실하게 지평을 넓힌 듯한 느낌이다. 일제감점기 시절부터 일본인들이 보성고비끼라고 해 명성을 유지해 오던 그 동안의 유명세를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하긴 분청사기 가마터가 두 곳 밖에 알려져 있지 않은 보성 도촌리에 비해 고흥 운대리는 20여 곳이 넘는데다 해무리굽이 보이는 초기 청자 요지마저 서너 곳이 있다 보니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고흥 운대리는 이처럼 가마터가 대량으로 운집해 있다 보니 출토되는 종류도 상감 인화 박지 조화 덤벙 귀얄 등 모두를 망라하고 있어 분청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분청덤벙도 귀하고 더구나 덤벙에 철화가 들어간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보기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가마터를 이야기 할 때 이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분청귀얄문잔편은 고흥 운대리 산으로 근래 구입한 것이다, 운대리산 도편들을 더러 갖고 있지만 이것을 새로 구입한 것은 크기가 작은 잔인데다 깔끔한 편이어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굽에는 다섯 곳에 내화토 받침이 있으며 분은 입술 바로 아래 까지만 칠해져 있고 나머지 부분은 물레자국이 선명한 가운데 청자를 보는 듯이 녹청색을 띠고 있다. 안쪽 전체에는 귀얄을 시문하고 있는데 두껍게 칠을 하다 보니 얼뜻 보면 마치 덤벙을 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저 중앙에는 내화토 받침 흔적이 굽과 마찬 가지로 다섯 곳에서 보이고 있으며 입술 주변으로는 분 탈락 흔적도 보인다. 이 분청귀얄문잔편은 안과 밖을 함께 살펴보아야 제 맛이 나는데 따로따로 감상을 할 경우 이와는 적잖게 느낌이 감소되고 있는 듯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고흥 운대리는 80년대에 당일치기로 서너 번을 찾아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아득하다. 강남 터미널에서 첫 번째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버스로 갈아 탄 후 고흥에서 택시를 대절해 들어갔다가 되짚어 서울 집으로 돌아오면 자정 가까운 시간, 가마터를 돌아볼 시간이라고는 고작 두 서너 시간 남짓이었다. 무엇에 미쳐서 무엇에 홀려서 그처럼 그 멀고 먼 길을 뛰어다녔던 것일까. 젊음이 차고 넘치던 열정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아득한 세월을 건너 뛰어 저수지 인근의 오솔길들이 눈에 선하다. 가을이면 마른 풀을 흔들고 가던 바람소리도 귓가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듯이 고요하고 적막하고 그래서 더욱 정겹기만 하던 고흥 운대리이건만 풍문에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마터 발굴과 박물관 건립은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마땅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니 이를 어쩌면 좋으랴. TV 뉴스를 통해 본 것이어서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이렇다. 운대리 분청사기박물관에서는 전시를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중국도자기 수백 점을 사들였는지 임대를 했는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것이 모두 가짜로 판명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물관에서는 무슨 허점이 있는지 반납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보고 느끼는 것은 그 무모함과 황당함이다. 앞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고흥 운대리에는 가마터도 많고 따라서 이곳에서 출토되는 도편들만 해도 박물관 전시실을 채우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분청사기들을 사들이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분청사기박물관에서 엉뚱하게도 중국 도자기가 필요한 것이었을까. 나로서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분청사기 박물관과 중국도자라니. 이를 생각하면 이제는 그립고 아득하기만 한 고흥 운대리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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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깨끗한 바다를 위한 '토끼가 어떻게 생겼소?국립남도국악원은 오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대극장 진악당(전남 진도)에서 국악공간 서이 초청공연 바다환경보전 국악뮤지컬 '토끼가 어떻게 생겼소?'를 선보인다. 국악공간 서이는 한국 전통문화 예술과 생태문화를 융합한 국악뮤지컬을 기획, 제작하는 단체로 누구나 우리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연하는 단체이다. 이번 공연은 평화롭고 깊은 바닷속, 맛있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난 용왕님을 위해 토끼 간을 구하러 나선 자라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라는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토끼를 찾아 나서는데 무엇인가 이상한 물건을 보게 된다. 과연 그 물건을 무엇일까? '토끼가 어떻게 생겼소?'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개선과 앞으로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할 숙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국악 뮤지컬 공연이다. 공연은 무료이며, 공연 전후 진도읍사무소와 국악원, 오산초등학교(고군면) 거쳐 회동(신비의 바닷길)과 국악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또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을 위해 11월까지 공연 스탬프 쿠폰 이벤트를 진행하여 참여한 관람객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한다. 공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남도국악원 누리집, 또는 전화(061-540-4042, 장악과)로 안내받을 수 있다. 한편, 2004년 개원한 국립남도국악원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공연과 교육, 체험을 통해 더욱 풍성해진 국민의 문화쉼터가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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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이 내는 다채로운 숨, 해금 연주자 강은일 교수를 만나다[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크게 웃기도 하며 삶과 음악, 해금에 관해 이야기하는 눈이 햇살처럼 빛났다. 곧 펼쳐질 해금플러스 공연부터, 즉흥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지금껏 살아오며 느낀 다양한 감정까지, 창작음악계에 큰 획을 그은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기쁩니다.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제가 열네 살 때 처음 본 국악 공연이 해금플러스 공연이었고, 그때부터 오랜 팬이었기에 벌써 25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A. 해금플러스는 25주년이 되었고, 제가 해금을 한 지는 40년이 되었어요. 독주회는 스물아홉 번째고요. 이렇게 긴 세월 동안 해금 연주자로서 한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참 기쁘면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길을 쭉 걸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무엇보다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제 음악과 삶이 더 무르익어서, 여러분을 더욱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즈음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데, 곡을 연습한다는 개념보다는, 해금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리나 활 쓰는 법, 운지법 등 기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있게 해 나가고 있어요. 해금은 내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조절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삶에 대한 고찰도 많이 하곤 해요. 나이가 들수록 이전보다 감각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고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잘 살아내자는 마음이에요. 해금과 함께요. Q. 해금의 매력을 다양한 형태를 통해 연주하고, 대중화에 힘써 오셨기에 ‘해금의 디바(Diva)’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금을 처음 접하고, 전공하기 시작했을 때 해금, 그리고 국악의 어떤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나요? A. 소리요. 소리가 참 묘하더라고요. 전 어릴 때 바이올린을 했었는데, 해금은, 그리고 국악은 서양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나가는 소리 같다고 해야 할까요? 딱 떨어지는 음정이 아닌, 스쳐 지나가고, 흘러 내려가는 등의 다채로운 표현, 시간과 공간이 모두 함축된 듯한 그 소리의 매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이게 대체 뭐지?’하는 충격과 함께 그 소리에 꽂혀서, 자연스레 혼자 연습실에 앉아 매일 연습했어요. 이 악기가 내 영혼을 위로하고, 나 대신 이야기를 해 주며 내 미래를 밝혀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멋진 소리를 알려 주고 싶다는 마음에 불탔죠. 무엇보다, 해금을 하는 게 제게 가장 큰 행복이었어요. Q. 2005년, 해금플러스 공연에서 해금의 아름다운 선율보다도 더 충격이었던 건, 바로 연주자와 대중의 진심 어린 소통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게 공연은 관객이 일방적으로 연주자의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여겨졌었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 전 음악으로, 예술로 관객과 연주자 모두 하나 되어 서로 위로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떤 마음을 품고 무대에 오르시나요? A.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었어요. 2005년이면, 대중들에게 해금이 그렇게까지 인지도가 없을 때예요. 그때는 관객들에게 질문도 하고, 반응을 살피며 일종의 실험을 했었어요. 관객들이 해금을, 국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고, 내 이야기만 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대변해 주고 싶었거든요. 마치 무당 같은 느낌으로요. 그런 소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내가 이 연주를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일을 할 테니, 여러분도 제 연주를 듣고 더 행복하시고, 제 주변에도 좋은 일이 올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예술로 마음이 동하는 상호작용 덕분이겠죠? Q. 상호작용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이 연주자에게 주는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독일의 첼로 앙상블 살타첼로(SaltaCello)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을 때였어요. 어느 한순간 연주를 하다가, 살타첼로와 나와, 관객들이 혼연일체로 하나가 된 것을 느꼈죠. 그때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관객들은 연주자와 함께 음악에 빠져들었고, 우리는 서로 함께 바라보며 찰나의 순간을 만끽했죠. 소통,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아름다운 예술을 함께 만들어 낸 거예요. Q. 교수님이 활동하시던 시기는 지금처럼 크로스오버나 대중적인 창작 음악 시도가 일반화되지 않던 때이기에,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연주 형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따랐을 텐데, 어떻게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음악을 하게 되셨나요? A. 저는 1990년에 KBS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갔는데요, 그때도 창작 음악을 하며 고민이 많았어요. 국악은 우리나라 전통인데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등한시되던 시절이니까요. 이런 때에 우리 음악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민족음악 연구회에 들어갔어요. 그 곳에서 만난 분이 류형선 작곡가예요. 류형선 작곡가와 함께 해금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깨닫게 된 것은, 해금에는 동시대성이 없다는 거였어요. 해금은 그 시절 전통음악만 연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으니까요. 그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신관웅 선생님과 함께 재즈 연주를 하게 됐어요. 재즈를 연주하고 나니 국악계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고, 은사님들께 불려 다니며 다시는 그런 음악을 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 시선을 탈피하는데 아주 긴 시간과 고통이 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재즈를 연주하고 났더니, "해금으로도 재즈가 되네? 그런데 내가 재즈를 하는 연주자인가? 그건 아닌데, 그렇다면 내가 해금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입혀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금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일념 아래 나온 음반이 바로 류형선 작곡가와 함께한 ‘오래된 미래’입니다. 그렇게, 대중들에게 해금의 진짜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저만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Q. 즉흥음악도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많이 해 오셨죠. 사실 지금 국악계에서 즉흥 음악 분야는 뜨거운 감자인데요,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음악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진짜 자유로운 즉흥음악이란 무엇일까요? 즉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어떤 마음으로 연주에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1989년도에 김덕수 사물놀이 대회에서 꽹과리로 앉은반상을 탄 적이 있어요. 그때 상에 캘리그래피처럼 글을 새겨주신 분이, 쌀알에 반야심경을 새긴 김대환 선생님이세요. 김대환 선생님은 동시에 타악기 연주자이기도 한데요, 선생님이 저를 부르셔서 함께 연습실에서 연주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직접 만든 북채를 들고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북을 치셨는데, 소리를 조합하고, 리듬을 만들어 하나의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이셨죠. 그때 저는, 어릴 때부터 받아온 음악교육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즉흥’ 수업을 받았어요. 좋아하는 곡을 선정한 후 나만의 호흡에 맞추어, 박과 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했더니, 지금껏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 언어들이 생겨났어요. 모든 것에 열려있는 즉흥음악이요. 사실 우리의 삶도 하루하루가 다르고, 매일이 즉흥이잖아요? 그런 내 삶처럼, 오늘 내 감정처럼 나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대하며 표현하는 것이 바로 즉흥음악이에요. 즉흥은 아름다운 걸 찾기 위해 하는 것이기에, 평소에도 무수히 많이 연습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연습을 통해 찾아낸 몇 가지가 무대에서의 즉흥 소재로 나오게 돼요. 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균형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명료하게 표현하는 훈련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Q. 해금플러스는 해금과 동서양의 여러 악기, 여러 장르의 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우리 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려냅니다. 이번 해금플러스+ 공연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이번 공연은 해금의 빼는 활(│)과 넣는 활(⎯)이 만나 플러스(+)를 노래하는 공연이에요. 총 3부로, 1부는 빼는 활, 2부는 넣는 활, 3부는 플러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금은 관악기인가요, 현악기인가요? 음악상으로는 관악기, 재료상으로는 현악기죠. 모호하기도 하지만, 관악과 현악 둘 다 아우를 수 있는 악기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1부에서는 기타, 가야금, 콘트라베이스 등의 현악기, 생황, 대금, 피리, 타악기로 구성된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와 함께 나누어 연주할 예정이에요. 2부는 새로운 음악으로 구성되는데요, 콜롬비아 국립대학교 음대학장인 작곡가 모세 베르트란(Moises Bertran)의 해금과 피아노 2중주 곡, 해금과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Sitar), 타블라(Tabla)가 함께 하는 곡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지금까지 사랑받아 온 해금플러스 곡들을 연주할 거예요. 다채로운 무대를 위해 서른두 명의 연주자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이번 공연은 특히 해금플러스의 25주년 기념 공연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며 음악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도 슬럼프가 있으셨나요? A. 그럼요. 특히 학생 때나 어릴 때 많이 왔었죠. 그 당시를 돌아보면, 괜히 자신 없고 두려우니까 회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나의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슬럼프는 상대적으로 덜 오지 않을까 싶어요. 늘 당장 무언가 이루어 내야 한다고, 잘 해내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기 때문에 슬럼프가 오는 게 아닐까요? 저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잘 인지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를 바로 마주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딱 그만큼만 행복하게. 이루면 좋고, 못 이뤄도 어쩔 수 없고요. Q.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요? A. 팻 메스니(Pat Metheny)가 내한했을 때 같이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를 처음 보는 순간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김대환 선생님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요. 예술에 삶을 바쳐 사는 예술가들을 마주했을 때의 벅차오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살아있길 잘했다고, 행복하다고 느끼죠.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만났을 때 기쁘고, 행복한 사람, 그런 연주자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해금을 연주하고, 연구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해금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인도부터 시작하여 동아시아와 전 세계의 다양한 찰현악기를 찾아보게 되었죠. 그렇게 세계 찰현악기 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내가 해 왔던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는 동시에, 찰현악기 영역을 확대하고,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해금이 가진 기원성을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동안, 강은일 교수님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진 울창하고 푸른 나무를 이따금 바라봤다. 이 자연의 무수히 많은 것들조차 같은 것이 하나도 없지 않냐며, 음악도 늘 그렇게 항상 새롭고 다르다고 교수님은 감탄하며 말했다. 40년간 해금을 연주하며 느꼈을 수많은 감정의 다채로움이 지금 그의 음악에 온전히 묻어있다.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하는 해금연주자의 그 소리가 앞으로 들려줄 오래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강은일 연주자가 들려 줄 우리 찰현악기의 숨결을 함께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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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21일 정기연주회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의 제30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1일 KBS춘천방송총국 공개홀서 열린다. 김창환 신임 예술감독의 취임 이후 처음 무대에 오르는 도립국악관현악단. ‘전통 그리고 화합’이라는 주제 아래 도립국악관현악단은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릴 다채로운 무대를 준비했다. 판소리 춘향가의 ‘어사출두’부터 창극 리어의 ‘눈물을 거두소서’, 산조협주곡 ‘시절풍류’까지 전통음악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동시대성을 갖춘 다양한 창작곡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이 함께 올라 ‘강선영류 태평무’를 선보인다. 강원 전통예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무대는 티켓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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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의식주(衣食住).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히 '식'과 '주'에는 많은 신경을 쓴다. '주'는 또 어떤가. 우리는 '어디에'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간다. 그에 반해 '의'는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일 24시간 '의'를 몸에 걸치고 있지만, 이 옷이 과연 나에게 유해한지 무해한지는 알 길이 없다. 거의 24시간 항상 내 몸과 붙어있는 이 '의'에 우리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너무나 아무런 생각 없이 옷을 대하는 우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전 세계적으로 2조5천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패션업계는 이런 문제를 철저히 피해오고 있다. 화장품이나 세제, 포장 식품의 라벨에는 성분 목록이 표시된다. 그렇지만 패션 제품은 우리가 취급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화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다. 먹고 바르는 것에 예민한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늘고 있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천연 화장품과 세제를 쓰고, 각종 생활용품의 원산지와 성분을 꼼꼼하게 따진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나 라돈 침대 같은 뉴스를 접할 때면 한층 까다로운 눈길로 장바구니를 점검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품목이 있다. 바로 옷이다.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24시간 몸을 감싸는 옷의 성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옷은 과연 안전한가.옷의 라벨을 확인했다고? 중국산에 면 50퍼센트, 폴리에스테르 30퍼센트, 나일론 20퍼센트라고? 안타깝게도 그 라벨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패션 제품은 우리가 취급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화학적 프로필을 지닌다. 옷 한 벌에 때로는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이것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내분비 교란, 통증, 알레르기, 불임, 심지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풀풀 날리는 바지, 중금속을 함유한 아기 신발, 발암성 아조염료가 든 포근한 스웨터, 프탈레이트로 범벅이 된 화려한 슬리퍼… 새 옷을 입고 나서 어딘가 가렵거나 피로한 느낌이 든 적 있다면, 당신이 너무 민감해서가 아니라 옷이 문제일지 모른다.이 책은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 숨겨진 이러한 끔찍한 진실을 밝히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이 유독한 시스템을 어떻게 함께 바꿔 나가야 할지를. 저자는 폴리염화비닐, 폴리에스테르, 폴리아미드, 폴리우레탄처럼 '폴리'로 시작하는 재료와 나일론, 아크릴 등을 피하고 실크, 캐시미어, 린넨, 양모, 알파카 등 천연 소재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또 오코텍스, 블루사인 등 안전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를 인증하는 단체들이 공인한 제품인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채도가 높거나 지나치게 밝은색 옷을 피하고 새 옷을 사면 입기 전에 무향 세제로 세탁하는 것도 위험도를 낮추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중고 옷을 입는 것도 건강에 해로운 화학 물질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는다. 1장 위급 상황: 하늘에서 울리는 독성 경보섬유업계에서는 각각의 화학물질 단독으로 사용 한도를 정해 놓았다. 개별 물질이 권장 한도 미만으로 들어 있다면, 여러 물질을 혼합한 결과 유해성이 해당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그들 기준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사용량에 따라 독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업계의 통념이다. 그러다 보니 각 화학물질의 안전 한도를 확인하고 사용량을 한도 아래로 유지하는 술수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지침에 따르면 적어도 테스트한 화학물질과 관련해서 유니폼은 완벽하게 괜찮아 보인다.(50쪽)2장 옷장 속의 살인자: 과학자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그동안 승무원들과 엄마들, 화학물질 민감증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여성이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으면 몸이 아프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에 독성이 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말이 옳았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혹은 폴리우레탄 옷감 자체가 아니라면? 옷감에 붙어 있는 염료가 문제라면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걸까?(86쪽)3장 멋지고 편리한 것들의 배신: 유행은 짧고 부작용은 길다섬유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성 성분을 방출할 수 있다. 다림질이 필요 없는 바지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나 염색된 셔츠에 든 아민 성분은 의류 노동자의 독성 물질 중독을 불러오고 지역사회를 오염시킨다. 그런 다음 무해한 기능성 물질로 우리 옷에 잠시 머물렀다가, 매일매일 호흡과 피부를 통해 조금씩 인체에 흡수되어 본 모습을 드러낸다.(124쪽)4장 치명적인 컬러: 중금속 그린에서 타르 염료까지패션에서 화학물질의 핵심 역할을 소비자들에게 이렇게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감출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스웨터나 청바지, 양말 또는 속옷의 표면에 보이지 않는 수십 가지 인공 석유화학 물질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평범한 사람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화학 공정을 거쳐 화석연료로 만든 물질이 면 티셔츠에 들어 있다고? 말도 안 돼!말이 되는 일이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화학은 그저 패션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패션 덕분에 존재하게 되었다. 화학이 곧 패션이고, 패션이 곧 화학이다.(163쪽) 5장 도둑맞은 생식능력: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프탈레이트, BPA, 납, 중금속 등 우리가 이야기한 대표적인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체내에 축적됩니다. 음식에서 조금 흡수하고, 옷에서 조금 흡수하고, 위생용품에서 또 조금 흡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상가 효과로 인한 증상과 문제가 발생하기에 충분하다고 장담합니다. 사실 우리는 그 영향을 이미 일상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피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던가요?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나 무언가에 대한 천식 반응은 어떤가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아, 나는 가끔 호흡이 가빠지곤 해 하고 마는 건 아닌가요?”(182쪽)6장 당신이 너무 민감한 탓이야: 화학물질 민감증이라는 미스터리"어떤 사람은 더 이상 옷을 입을 수 없는 정도라 집에서 벌거벗고 있습니다. 증상이 진짜 심한 사람들은 흰색이나 베이지색 옷만 입지요. 색이 강한 옷에는 염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을 테니까요.” 습진이 있는 한 고객은 옷에 2퍼센트 함유된 스판덱스 성분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새 옷을 사서 햇빛과 빗속에 몇 달 동안 걸어 두거나 압력솥에 넣어 두거나, 분유와 식초 혼합물에 담가 두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화를 사서 언젠가는 신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3년 동안 밖에 둔다고도 했다.(202~203쪽)7장 내 몸이 나를 공격한다: 자가면역질환의 유행페어웨더와 이야기하면서, 옷 때문에 누군가의 삶이 망가진 무서운 이야기의 시작이 왜 항상 발진이나 두드러기였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발진이나 두드러기는 일종의 경고등이자 조난 신호였으며 도와달라는 울부짖음이었다. "음식 알레르기 문제로 찾아온 모든 사람에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살면서 언젠가 만성질환으로 나타나게 될 거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가 말했다.(223쪽)우리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는 화학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화학 기술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특히 아무런 동의나 충분한 지식 없이 만들어져 우리가 입는 옷에 적용되는 화학 기술을 거부할 수 있다면, 최상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224쪽)8장 아주 위험한 곳: 해외 섬유 공장의 현실전적으로 생산에 집중해 문제를 볼 것인가, 아니면 특권층이라 할 수 있는 서구 소비자에 관심을 집중시킬 것인가? 그러나 양자택일의 상황이 아니었다. 그럴 수 없었다. 특히 화학물질에 관해서라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티루푸르의 의류 노동자와 미국의 소비자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을지라도, 피를 나눈 자매라 할 수 있다. 같은 옷에서 나온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같은 핏속에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254~255쪽) 9장 신뢰하되 검증하라: 친환경 인증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오코텍스 인증이 엄격할수록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브랜드들은 인증에 수십만 달러를 쓰고 있다. 그러니 거기서 어떤 가치를 얻어야 한다. 성실하고 친환경적인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거나, 제품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재정적,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누군가 자신들이 만든 옷에 문제 반응을 보이거나 옷에서 유독 물질이 발견된다면 오코텍스 인증을 가리키며 씽스의 CEO와 델타항공, 랜즈 엔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개인의 민감성이 문제입니다. 당사 제품은 업계에서 최고로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293~294쪽)10장 해독의 시간: 더 깨끗한 옷장과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많은 소비자가 천연 소재 제품을 사면 안전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흰색 면 블라우스를 만들 때에는 얼룩 방지용 과불화화합물이나 주름 방지 마감 처리 등 매우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만일 이 블라우스를 뒤뜰에 파묻는다면 유기농 정원에 유독 물질을 뿌리는 꼴이 될 것이다.(301쪽) 승무원들은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같은 옷을 계속 입고 생활하므로 그로 인한 증상을 판별하기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만약 일반인이 옷의 독성 때문에 피로, 불안, 불임 같은 문제를 겪는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증명하기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되지 않은 산업용 화학물질이 미국에서만 4만에서 6만 개에 이르는데, 그중 어떤 것이 옷에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조차 안 되고 있다. 실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옷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판매하는 브랜드조차 제대로 모른다. 화학 회사가 이를 일종의 영업 비밀로 삼기 때문이다. 옷은 먹는 게 아니니 괜찮다는 착각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제조사는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리콜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유아복이 아기에게 발진을 일으켰다고 수백 명의 부모가 신고했으나 카터스는 테스트 결과 제품에 이상이 없다며 일부 민감한 아기들의 문제라고 일축했고, 빅토리아 시크릿은 브래지어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가 워낙 미미한 수준이라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피해 여성들과의 소송에서 승리했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나 규제 기관에서 알아서 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미국에는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화학물질 사용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EU에서조차 규정를 무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패션 제품에 든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 업계에서는 이 빈틈을 이용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당신이 옷을 먹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듀크대학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124가구의 집 먼지를 분석했더니, 모든 집에서 아조 분산염료가 발견되었다. 합성섬유 염색에 쓰이는 아조 분산염료는 피부 박테리아와 접촉해 아민이라는 화합물을 방출하는데, 아민은 암을 유발하고 인간 세포에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염료가 집 먼지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옷을 먹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옷에서 떨어져 나와 집 안 곳곳에 존재하는 이 유독 성분을 매일 들이마시고 삼킨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바닥을 기어다니고 손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성인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먼지를 흡입한다. 미국인 99.7%와 남극 동물의 혈액에도 흐르는 독성 물질자동차나 가전제품도 아니고 고작 티셔츠나 속옷에 생명을 위협하는 화학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지 모르나, 패션과 화학이 손을 맞잡고 끔찍한 일들을 벌여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책의 2부는 르네상스 시대의 독 묻은 향수 장갑에서 19세기 모자 제조업계에 만연했던 수은 중독, 유럽 패션계에 유행과 죽음을 동시에 몰고 온 합성염료, 도시 전체를 오염시키고 주민들을 병들게 한 가죽 산업의 흥망성쇠까지, 그 유독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살인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표 악당 중 하나인 과불화화합물은 알고 보면 우리 모두에게 아주 친숙한 존재다. 1940년대에 3M이 발명해 듀폰에 판매한 PFOA(과불화옥탄산)는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었다. 영화 〈다크 워터스〉가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처럼, 두 회사는 PFOA에 노출되면 각종 암과 선천성 결함, DNA 손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반세기 넘게 이를 숨긴 채 이익 추구에 나섰다. 2000년이 돼서야 3M은 PFOA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패션 산업은 이미 PFOA에 푹 빠진 상태였다. 과불화화합물로 처리한 옷감은 방수, 방오 기능이 탁월해 등산화부터 스키복, 수영복까지 온갖 것에 쓰이게 되었다. 그 결과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지녀 ‘영구적 화학물질’로 불리는 PFOA는 오늘날 미국인 99.7퍼센트와 남극 동물의 혈액은 물론, 빗물에도 흐르고 있다.화학물질을 온몸에 두른 채 난임 병원을 찾는 사람들‘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 듀폰이 지난 세기에 내세웠던 이 슬로건처럼, 화학은 우리 삶을 많은 면에서 더 낫게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이 책의 3부에서 합성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현대인에게 초래하는 대표적 건강 문제로 꼽은 세 가지는 불임, 자가면역질환, 화학물질 민감증이다.남성의 정자 수가 40년 동안 50퍼센트 이상 급감했으며, 2050년까지 남성의 51퍼센트가 불임을 겪게 될 거라고 한다. 과거보다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데 말이다. 샤나 H. 스완 박사는 그 원인으로 "현대 사회에 교묘하게 퍼져” "우리 몸의 자연적인 호르몬 활동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지목한다. 바로 내분비교란물질, 흔히 말하는 환경호르몬이다. 그리고 패션업계가 즐겨 쓰는 성분인 과불화화합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분비교란물질은 아이를 가지려는 커플이나 부부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녀들은 예전보다 일찍 생리를 시작하고,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이 점점 흔해지며, 수많은 사람이 면역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각종 자가면역질환을 앓는다. 1형 당뇨병, 크론병, 자가면역성 갑성선염 등 80가지가 넘는 자가면역질환의 공통된 특성은 무언가에 의해 활동이 촉발된 면역계가 자기 몸을 공격한다는 데 있다. 최근 10년간 과학자들은 그 무언가가 우리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독소라는 데 동의했다.물론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가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그저 ‘소수의 너무 민감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여기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응답자의 20퍼센트 이상에게 화학적 민감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학자 클라우디아 밀러 박사에 따르면, 이는 우리 몸이 아직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에 대응하도록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 검증에서 내돈내산 성분 테스트까지옷장 속 살인범을 추적하는 이 책의 4부는 말 그대로 ‘현장 검증’이다. 저자는 인도 티루푸르의 공장을 방문해 옷감을 염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조사하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검사소에 가서 해외 배송 패션 제품의 유해 물질 검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직접 구매한 제품의 성분 테스트를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 기관인 오코텍스에 의뢰하는 데 이 책의 선인세를 털어 넣기까지 한다. 준비 과정부터 심상치 않았던 테스트의 결과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24시간 우리 몸을 감싸는 옷은 과연 안전할까? 저자가 패션의 유해성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새 유니폼을 입은 뒤 단체로 두드러기, 발진, 천식, 탈모 등을 겪고 집단 소송을 제기한 사건 때문이었다. 어떤 승무원은 며칠 만에 호흡 곤란을 일으켜 응급실에 갔고, 또 어떤 승무원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직장을 잃고 인생이 무너졌다. 문제가 된 유니폼들에는 방수, 오염 방지, 구김 방지, 냄새 방지 같은 각종 기능과 채도 높은 색상이 적용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즉, 거의 모든 최신 화학 공정이 옷에 층층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승무원들은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같은 옷을 계속 입고 생활하므로 그로 인한 증상을 판별하기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만약 일반인이 옷의 독성 때문에 피로, 불안, 불임 같은 문제를 겪는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증명하기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되지 않은 산업용 화학물질이 미국에서만 4만에서 6만 개에 이르는데, 그중 어떤 것이 옷에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조차 안 되고 있다. 실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옷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판매하는 브랜드조차 제대로 모른다. 화학 회사가 이를 일종의 영업 비밀로 삼기 때문이다. 옷은 먹는 게 아니니 괜찮다는 착각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제조사는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리콜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유아복이 아기에게 발진을 일으켰다고 수백 명의 부모가 신고했으나 카터스는 테스트 결과 제품에 이상이 없다며 일부 민감한 아기들의 문제라고 일축했고, 빅토리아 시크릿은 브래지어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가 워낙 미미한 수준이라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피해 여성들과의 소송에서 승리했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나 규제 기관에서 알아서 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미국에는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화학물질 사용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EU에서조차 규정를 무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패션 제품에 든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 업계에서는 이 빈틈을 이용한다.한 업계 전문가는 "당신이 옷을 먹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듀크대학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124가구의 집 먼지를 분석했더니, 모든 집에서 아조 분산염료가 발견되었다. 합성섬유 염색에 쓰이는 아조 분산염료는 피부 박테리아와 접촉해 아민이라는 화합물을 방출하는데, 아민은 암을 유발하고 인간 세포에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염료가 집 먼지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옷을 먹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옷에서 떨어져 나와 집 안 곳곳에 존재하는 이 유독 성분을 매일 들이마시고 삼킨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바닥을 기어다니고 손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성인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먼지를 흡입한다.미국인 99.7%와 남극 동물의 혈액에도 흐르는 독성 물질자동차나 가전제품도 아니고 고작 티셔츠나 속옷에 생명을 위협하는 화학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지 모르나, 패션과 화학이 손을 맞잡고 끔찍한 일들을 벌여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책의 2부는 르네상스 시대의 독 묻은 향수 장갑에서 19세기 모자 제조업계에 만연했던 수은 중독, 유럽 패션계에 유행과 죽음을 동시에 몰고 온 합성염료, 도시 전체를 오염시키고 주민들을 병들게 한 가죽 산업의 흥망성쇠까지, 그 유독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살인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표 악당 중 하나인 과불화화합물은 알고 보면 우리 모두에게 아주 친숙한 존재다. 1940년대에 3M이 발명해 듀폰에 판매한 PFOA(과불화옥탄산)는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었다. 영화 〈다크 워터스〉가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처럼, 두 회사는 PFOA에 노출되면 각종 암과 선천성 결함, DNA 손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반세기 넘게 이를 숨긴 채 이익 추구에 나섰다. 2000년이 돼서야 3M은 PFOA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패션 산업은 이미 PFOA에 푹 빠진 상태였다. 과불화화합물로 처리한 옷감은 방수, 방오 기능이 탁월해 등산화부터 스키복, 수영복까지 온갖 것에 쓰이게 되었다. 그 결과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지녀 ‘영구적 화학물질’로 불리는 PFOA는 오늘날 미국인 99.7퍼센트와 남극 동물의 혈액은 물론, 빗물에도 흐르고 있다. 화학물질을 온몸에 두른 채 난임 병원을 찾는 사람들‘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 듀폰이 지난 세기에 내세웠던 이 슬로건처럼, 화학은 우리 삶을 많은 면에서 더 낫게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이 책의 3부에서 합성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현대인에게 초래하는 대표적 건강 문제로 꼽은 세 가지는 불임, 자가면역질환, 화학물질 민감증이다.남성의 정자 수가 40년 동안 50퍼센트 이상 급감했으며, 2050년까지 남성의 51퍼센트가 불임을 겪게 될 거라고 한다. 과거보다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데 말이다. 샤나 H. 스완 박사는 그 원인으로 "현대 사회에 교묘하게 퍼져” "우리 몸의 자연적인 호르몬 활동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지목한다. 바로 내분비교란물질, 흔히 말하는 환경호르몬이다. 그리고 패션업계가 즐겨 쓰는 성분인 과불화화합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분비교란물질은 아이를 가지려는 커플이나 부부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녀들은 예전보다 일찍 생리를 시작하고,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이 점점 흔해지며, 수많은 사람이 면역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각종 자가면역질환을 앓는다. 1형 당뇨병, 크론병, 자가면역성 갑성선염 등 80가지가 넘는 자가면역질환의 공통된 특성은 무언가에 의해 활동이 촉발된 면역계가 자기 몸을 공격한다는 데 있다. 최근 10년간 과학자들은 그 무언가가 우리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독소라는 데 동의했다.물론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가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그저 ‘소수의 너무 민감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여기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응답자의 20퍼센트 이상에게 화학적 민감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학자 클라우디아 밀러 박사에 따르면, 이는 우리 몸이 아직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에 대응하도록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현장 검증에서 내돈내산 성분 테스트까지옷장 속 살인범을 추적하는 이 책의 4부는 말 그대로 ‘현장 검증’이다. 저자는 인도 티루푸르의 공장을 방문해 옷감을 염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조사하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검사소에 가서 해외 배송 패션 제품의 유해 물질 검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직접 구매한 제품의 성분 테스트를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 기관인 오코텍스에 의뢰하는 데 이 책의 선인세를 털어 넣기까지 한다. 준비 과정부터 심상치 않았던 테스트의 결과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5부는 저자가 숱하게 들었던 "그래서 무엇을 사라는 이야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누구나 안전한 패션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제안도 담겼다. 인간에게도 지구에도 안전한 옷을 만들고 입는 세상을 향해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독성 패션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였다. 이 문제의 한쪽 끝에 서구나 한국의 소비자들이 있다면, 다른 한쪽 끝에는 인도나 중국의 의류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인도와 중국의 섬유 공장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이 안 되긴 했지만 우리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옷에 든 화학물질에 관한 이야기는 염색 공장 뒤뜰에 버려진 폐기물 더미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옷장과 피부, 우리가 쓰는 세탁기에까지 이어진다. 이 광대한 화학물질의 연결망 앞에서, 여느 환경 문제에 그러하듯 걱정하고 분노하다 무력감에 빠질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보다 더한 충격과 낙담을 경험했을 저자는 그럼에도 여전히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의 힘을 믿는다”는 말로 독자들을 일으켜 세운다. 책 속에는 충격적이고 암담한 내용이 많지만, 그 사이로 희망의 단서들 또한 존재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유해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기업 대표에게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3년 만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만드는 작은 변화가 내일이나 모레, 또 그 이후에 차이를 가져올 것임을 잊지 말자. '침묵의 봄'을 출간하여 처음 DDT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린 레이첼 카슨은 당시 수많은 반발과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이제 그의 주장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고, 그의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저자 올든 위커는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 대해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메시지가 널리 퍼져, 인간에게도 지구에게도 안전한 옷을 입고 만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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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들려준 산조의 정수, ‘긴산조 협주곡’[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무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이태백 명인과 원장현 명인이 직접 협연하였다. 이전에 연주되던 보통의 산조 협주곡들은 12분 내외의 짧은 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산조의 원형, 정수라 불리는 긴산조를 국악관현악과 함께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조는 1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으로, 느린 장단으로부터 빠른 장단으로 연주하는 민속음악의 한 갈래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 속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3∼6개의 장단으로 구성되며 반드시 장구 반주가 따른다. 이에 이번 무대에서도 고수 김태영과 고수 윤재영이 독주자들과 함께 자리하여 반주하였다. 또 이정호 작곡가와 김백찬 작곡가가 각각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맡아 위촉하여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이태백 명인이 스승 박종선 명인과 김일구 명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체로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 녹여낸 결과물이다. 각각의 아쟁 산조가 지닌 색채가 독특하고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태백류 아쟁산조. 그 가락을 위해 만들어진 ‘이태백류 아쟁산조 협주곡’이 첫 무대로 열렸다. 화려한 타악기와 태평소 소리의 웅장함과 함께 관현악의 힘 있는 합주 안에서 진양조장단이 시작됐다. 이태백 명인의 애절하고도 힘 있는 선율에 맞추어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발현악기가 마치 장단으로 반주하듯 효과를 주었고, 다른 악기들도 아쟁 독주에 방해되지 않게 서서히 연주되기 시작했다. 악기군별로 나뉘어 관악기와 현악기가 각각 따로 연주된 구간이 특히 많았는데, 이를 통해 국악기의 특색있는 사운드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태백 명인의 아쟁산조는 단정하고, 깔끔했다. 길게 음을 뻗어 내거나 농현을 할 때에 흔들리지 않는 활의 길이 명확했고, 그 안에서 공력이 묻어났다. 보통의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산조가 더 많이 연주되기에 긴산조를 들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익숙지 않은 아름다운 아쟁 선율을 다양하게, 그리고 길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긴산조에는 힘 있게 뻗어내고, 높은음을 연주하는 구간이 많았다. 이때 국악 관현악이 극적이고 다이내믹한 효과를 함께 반주해 주어 더 효과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계면조의 엇청(본청의 4도 위 음)이나 꺾는음 등이 도드라지는 진계면 구간에서의 관현악은 서정적인 베이스라인과 함께 감정적인 효과를 내는 데 일조했다. 또 반음계를 반복하거나, 상·하행 진행을 활용하여 음악을 발전시키고 극적으로 그려낸 구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쟁 산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분위기만을 자아내, 산조의 틀을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아쟁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이정호 작곡가는 작품의 구성에 대해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초기 산조 협주곡 양식을 비중 있게 도입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며, 산조를 방해하지 않고 산조 특유의 시김새와 호흡을 그대고 갈 수 있도록 산조의 배경처럼 받쳐주었다고 전했다. 아쟁 산조의 원형을 깨뜨리지 않고 산조 뒤의 배경이 되어주려는 작곡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높은 청에서 진계면으로 연주된 산조의 구간은 굉장히 애잔하고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더 이상 울 힘도 없어 눈물도 나지 않고 헛헛한 신음만 나올 정도로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흐트러짐 없고 연륜이 묻어나는 깔끔한 아쟁 산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진양조는 대부분 계면조로 이루어졌지만, 중모리장단부터는 힘 있고 거침없는 평우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깔끔했고, 동시에 단단했다. 중중모리장단에 이르자 힘 있는 활의 길은 더욱 탄탄해졌고, 장단이 빨라져도 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고했다. 급하지 않고 힘 있으면서도 평온한 여유가 이태백 명인의 연주에 묻어났다. 관객들은 숨죽여 그의 완성도 높은 연주와 풍성한 관현악에 숨을 멎은 채로 흠뻑 빠져 있다가, 푸는 가락에 이르러 탄성과 추임새를 내뱉었다. 흡입력 있고 빛나는 무대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15분간의 휴식 후,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원장현 명인이 판소리와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한일섭 명인에게 구음으로 사사한 대금산조 가락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체화해 만들어졌다. 아쟁의 낮고 힘 있는 소리에 이어 관현악의 날카롭고 웅장한 합주로 무대가 시작됐다. 앞서 연주되었던 아쟁 협주곡의 관현악은 깔끔하고 민속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대금 협주곡은 화려하고 대중적이었다. 마치 오페라의 서곡(Overture)이 연상되듯 극적이었으며, 다이내믹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반복적으로 연주되었다. 마치 영화 음악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금의 진양조장단이 시작되었다. 아쟁의 베이스라인이 중심이 되어 어두우면서도 웅장한 이미지를 연출해 냈고, 대금의 편안하고 견고한 소리가 아름답게 얹혔다.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김백찬 작곡가는 작품에 대해 "독주 선율에 내재한 감성과 표현을 최대한 원곡의 느낌으로 잘 살려 표현해 보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한 장단 한 장단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리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 덕분인지 대금 산조가 입체감 있는 하나의 시각적 예술처럼 어떠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듯했다. 중모리장단에서의 도입부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관현악의 선율이 마치 한 편의 사극 같았고, 그 위에 대금 산조가 얹어지니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색채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관현악 선율과 코드 진행이 곡을 끌어가다 보니, 대금 산조의 선율이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고 묻혔다는 점이다. 또 산조의 기본이 되는 ‘조’의 음계나 색채가 서양 음악적 코드 진행의 여파로 그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대중적이고 입체감 있던 분위기는 좋았으나, 대금산조의 원형과 고유한 매력에 집중하여 민속악적 색채를 더욱 보여주었더라면 더욱 균형감 있는 곡이 되었을 것 같다. 중중모리장단이 시작되고 연주된 화려한 태평소와 타악기들의 강하고 화려한 소리는 행진곡을 방불케 했다. 특히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소리가 국악관현악과 묻어나니 신선한 느낌을 자아냈다. 리듬 형태는 중중모리장단에 맞추면서도 독자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연주되어 독특하게 느껴졌다. 대금 연주는 장단이 빨라질수록 더욱 힘 있고 견고해졌다. 청이 높든, 낮든 어느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주한 원장현 명인의 소리에는 오랜 세월 대금과 함께한 깊은 공력이 묻어났다. 호방하고 유려한 청소리와 푸는 가락에서의 깊이 있는 표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긴산조’는 모든 장단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산조의 원형이자 민속음악의 꽃이다. 이번 창작악단 기획 공연으로 진행된 ‘긴산조 협주곡’에서는 오랜 시간 국악의 가계에서 자라나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두 명인의 산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국악 관현악이 채워주는 색다른 풍성함이 곁들여지고, 장단의 변화에 맞추어 긴 호흡으로 연주되었기에,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흐름 속에 흠뻑 빠져 우리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는 상기된 표정으로 ‘참 좋았다’며 이야기하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혹여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산조가 관객들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무대였다. 이번 새로운 시도를 계기로 산조의 뿌리가 더욱 깊게, 그리고 멀리 뻗어져 나가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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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145)<br> 분청철화어문병편쏘가리 문양은 문양인데 이규진(편고재 주인) 생선회 중에서 비싸기로 말하자면 쏘가리회를 배놓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 탓인지 나이가 들도록 그동안 한 번도 시식을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여름 지인의 지인되는 분의 안내로 난생 처음 바로 그 유명한 쏘가리회를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충주에서 단양 쪽으로 가다 남한강 강변에 위치한 어느 민가였는데 간판도 없는 곳이었지만 쏘가리 전문점으로는 너무도 유명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 맛본 쏘가리회와 매운탕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회는 비린내도 나지 않고 꼬들꼬들해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쏘가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계룡산 분청철화중에는 물고기 문양이 더러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코 쏘가리 문양이라고 할 수 있다. 몇 줄의 날카로운 선으로 그려내는 쏘가리 문양은 그야말로 극대화 된 추상무늬의 대표를 보는 듯한 느낌인 것이다. 쏘가리는 한자로 궐어(鱖魚)라고 하는데 궐(鱖)자가 대궐의 궐(闕)자와 음이 같아 잉어와 마찬 가지로 출세 또는 고귀한 신분에 대한 꿈과 바람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상징적 문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신동국여지승람>에는 공주목 특산으로 쏘가리를 기록하고 있어 계룡산 분청철화에 쏘가리 문양이 보이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늘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나는 물고기 문양이 들어간 도편을 꽤 여러 점 갖고 있다. 청자도 있고 분청도 있고 백자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계룡산 분청철화 중에서도 쏘가리 문양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무언가 화룡점정 중에서도 눈알이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근래 계룡산 분청철화에 쏘가리 문양아 들어간 도편을 한 점 구했다. 와, 그렇다고 하면 평소의 한과 원을 푼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쏘가리 문양은 문양인데 온전치가 않은 것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제대로 살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머리와 몸체는 없고 뒷지느러미와 꼬리 부분만 살아 있어 쏘가리 문양 자체로도 불완전품인 것이다. 하지만 두텁게 바른 백토 분장이며 먹빛에 가까운 쏘가리 문양이며 조각이 난 병편이라고는 하지만 온전했을 당시의 정취랄까 여운을 느끼기에는 충분해 아쉬운 대로 감사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듯싶기도 하다. 계룡산 분청철화 쏘가리 문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무더운 여름날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민가에 앉아 쏘가리회와 매운탕으로 입맛을 다시던 일이 어제 일 같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당시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해주었던 지인의 지인이 되는 분을 그 후 한번도 뵙지를 못해 지금까지도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서울의 어느 맛집에 앉아 회포라도 풀며 지난번에 있었던 배려와 고마움을 되갚을 기회가 있어야 할텐데 그런 기회가 졸연히 없을 것 같아 이 또한 숙제 중의 숙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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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춘향제 , 15일 글로벌 춘향선발대회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전통축제인 전북 남원 '춘향제'가 지난 10일 개막해 오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춘향제의 백미를 장식할 '글로벌 춘향선발대회'가 15일 펼쳐진다.남원시는 '춘향, 컬러애(COLOR愛) 반하다'를 주제로 열린 올해 '제94회 춘향제'의 춘향선발대회가 기존 보다 참가자 범위를 넓혀 '글로벌 춘향선발대회'로 변모했다며 15일 오후 7시30분 메인 특설무대에서 열린다고 14일 밝혔다. 남원시 광한루원에서 열리는 '남원 춘향제'는 남원시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축제로 올해 94회째를 맞이했다. 5월 15일 저녁에 예정된 글로벌 춘향 선발 대회 축하무대에는 비와이, 온리원오브, 이봉근, 이찬원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출연할 예정이다. 글로벌대회답게 올해 춘향선발대회에는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 84명의 미인들이 지원했고 이 중 5명이 본선에 진출 국내 본선진출자 27명과 함께 미스 춘향의 얼과 정신을 겸비한 당대 가장 아름다운 춘향을 선발하는 뜨거운 글로벌 경쟁을 펼친다. 15일 오후 6시부터 예루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보이는 이동스튜디오 – 춘향제편(‘왓츠 업 춘향 남원 유니버스- HIP파티’)도 눈여겨볼 프로그램이다. 도시발전의 강력한 경쟁력’이란 명제 아래 ‘K컬쳐의 중심인 더 글로벌해지고, 힙해진 춘향제’의 오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新개념 정책토크 콘서트로 이 자리는 시민, 관광객들과 호쾌한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이 대회는 1956년부터 시작돼 '춘향다움'이라는 춘향의 가치를 알리며 한국의 전통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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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연구회, '고향의 봄' 국악한마당 개최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주최, 한국전통문화연구회(이사장 황승옥) 주관으로 오는 24일 6시 광주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 '고향의 봄' 주제로 국악한마당을 무대에 올린다. 첫 순서로 민요 김매기노래.꽃타령.봄노래.본조아리랑으로 첫막을 연다. 김매기노래는 논이나 밭의 김을 매며 부르는 노동요이다. 김매기노래에 이어 화창한 봄날에 어울리는 꽃타령과 봄노래, 본조아리랑까지 이어서 노래한다. 이경진, 김유빈, 고혜수, 최현희, 이다은, 이하랑, 반가연, 김하영, 박라우, 주아린이 무대에 오른다. 장단 김태영 두번째는 정선옥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를 선사한다.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는 죽파 김난초에서 한성기 등으로 전승된 가락을 담고 있다.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세산조시로 구성되었다. 세번째는 고혜수의 판소리 춘향전의 눈대목 '쑥대머리'를 선사한다. 퓨전국악 쑥대머리는 뮤지컬 'Kiss The 춘향'의 OST로 국창 임임방이 즐겨부르던 사랑가 중 쑥대머리 대목을 재탄생시켰다. 파이노 선율과 애절한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네번째는 '시나위합주'를 선사한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으로부터 유래된 우리나라 전통기악곡으로 남도민요 선율을 기본으로 각종 악기가 허튼가락을 연주하는 곡이다. 악기구성은 피리,젓대,해금,장구,징이 기본이나 다른 악기도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해금,아쟁,대금,피리,거문고,가야금등 다양한 악기가 참여하여 더욱 풍성하고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인다. 해금 임관하, 아쟁 황승주 ,대금 손한별,피리 위재영, 거문고 위은영, 가야금 정선옥, 장단 김태영. 다섯번째는 한명선의 '진도북춤'을 선사한다. 진도북춤은 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발생된 춤으로 진도북을 매고 양손에 북채를 쥐고 연주하며 춤춘다. 풍물의 흥겨움과 신명과 더불어 아름다운 춤사위은 진도북춤의 큰 특징이다. 여섯번째는 조통달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 중 '좌우나졸'을 선보인다. 고수 김태영 조통달 명창은 세습예인 출신으로서 평생을 국악과 판소리에 대한 남다른 에술적열정과 애정으로 국악발전에 크게 이바지 해 온 인물이다. 시원스런 발성과 우렁찬 성음 관객을 사로잡는 걸출한 재담으로 수궁가 중 좌우나졸 대목을 선보인다. 휘날레에는 남도민요의 꽃 '육자배기'가 선사된다. 육자배기는 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한 남도민요이다. 남도민요 특유의 꺾는 목, 떠는 목을 다양하게 구사하여 한스럽고 서정적임과 동시에 강인함과 구성짐이 느껴지는 남도민요를 대표하는 곡이다. 소리에는 황승옥, 이경진, 김유빈, 고혜수, 최현희, 이다은, 연주에는 해금 임관하, 아쟁 황승주,대금 손한별, 피리 위재영,거문고 위은영,가야금 정선옥, 고수 김태영. 예술감독을 맡은 황승옥(광주광역시 무형문화유산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이사장은 "예향의 고장 광주에서 남도민요, 판소리, 진도북춤 등 남도지역에서 향유하고 있는 대표적 민속예술을 선정하여 이번 무대에 올린다. 마치 오랜만에 그리운 고향길을 가는 것처럼 남도민의 정서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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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과 이태백 긴산조 협주곡, “보셨습니까?”"어제 두 양반 긴 산조 그거 굉장합디다, 봤지요?” 어제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자칭 귀명창이라고 하시는 국악애호가 한 분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야 국악신문이 뭐 하는 거야! 이런 굉장한 소식 국악인들에게 전하지 않고”라는 호통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부리나케 어제 로비에서 만남 몇몇 분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최경만(피리 명인) 선생 "최고였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연주 아니지요. 내력에 공력이 쌓인 결과지요” 최민(동국대 박사과정 퉁소 연주자) "두 분의 오리지널 한 성음이 빛나는 연주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긴 호흡으로 구성한 것을 관현악과 같이 간다는 것은 아마 이 연주를 따를 것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유지숙(국립국악원 민속악단예술감독) "기승전결의 가락 장단, 즉흥성, 거기에 관현악의 풍만함을 다 보여준 연주였습니다. 보배로운 분들의 공연, 성악하시는 분들께 오늘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재옥(한연련회 회장) "긴 산조라 지루하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나 흡인력이 있던지 재미있는 판소리 눈대목 듣는 듯이 장단이 다 그려져 만족했습니다. 산조와 관현악의 맛을 만끽했습니다.” 어제 9일 첫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이태백류 아쟁긴산조’와 ‘원장현류 대금긴산조’ 공연에 대한 평이다. 말 그대로 격찬이다. 기존 13분 내외의 산조를 4, 50분으로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곡한 관현악과의 협주 연주이었다. 두 연주자 모두 이 분야의 가계에서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긴 산조를 초연한 것이다. 산조의 본령 "느린 장단에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진행되며 음악적 긴장과 이완 속에 다양한 감정을 담은 기악곡”에 두 연주자의 특징적이고 즉흥적인 공력과 기교가 더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부산대 이정호 교수가 작곡한 ‘이태백류 아쟁긴산조’는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그렸고, 후반부로 가면서 현대적인 흡인력 있게 표현했다. 김백찬 작곡가의 ’원장현류 대금긴산조‘는 진양과 중모리에서 대금 선율의 서정성 잘 담아냈고, 중중모리장단과 자진모리에서 박력 있고 활기찬 느낌을 주어 지루하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오늘 7시 반,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두 번째 공연, "안보시면 후회하실 것입니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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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세중과 전위예술(10) <BR>극단 '민족' 발기 취지문(1971년)이 땅에 신파 내지 신극이란 이름으로 서구 근대극의 물결이 발을 들여는 것이 일제의 상륙과 같이 힘 부끄러움의 첫 발자욱이었다. 그동안 숱한 민족적 수난들을 겪어오면서 연극 예술은 그때 그때의 정세와 숨박꼭질하며 어렵게 명매 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명맥속에 담아야 할 의지들이 정직하지 못하였고 그 지표마저 불투명하였음 전통극에 대한 의식적인 외면과 몰이해, 그리고 전문화될 수 없는 연극취향의 무분별한 상황속에서 방황 음을 보아왔다. 그 하나는 소위 신파라하여 대중의 비위를 긁어주거나 마무려버렸던 흥행적 연극과 다른 하나는 연어 인의 입맛과 말초감각에 기생하여 안일한 작업으로 경주하여온 귀족적 연극들이 바로 그렇다. 그런점에서 극단 '민족」은 다시금 이와 같은 경위와 과정을 반복할 수는 없을뿐 아니라 응당 있어야 제시의 어려운 역을 자청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증이 바라고 요구하는 절실한 생활과 그 구체적당 에 접근하여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항상 역사의 눈금이어야겠다는 점에서 우리의 작업은 활의 무대이며 사회비판의 광장으로서의 매개체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이제 연극은 종합예술의 안일성에서 탈피하여 행동예술, 참여예술, 메디아예술의 본질적인 전진으로 같은 방향과 입장을 밝히면서 극단 민족」은 출발을 기하고저 한다. 첫째, 본 극단은 보다 큰 차원에서 민족극 수립을 목표로 하는 바 바야흐로 닥친 시대적 자각과 사명 위하여 전통문화의 유산인 우리 전통극을 젊은 세대에 이어주고 점진적으로 민속극의 무대화에 총력한 둘째, 민속극 전수로 수련된 연기와 함께 우리 민속극에 내포된 모든 탁월한 연극예술적 부분(때이 즘 : 연출, 연기, 창법, 무대, 화술, 의상, 가면, 조명 등)을 재현 모든 창작극과 번역극에 접목하며 세째, 되도록 창작극(번역극도 포함)은 사회 문제극(쏘시알 풀레이)과 음악무용극(뮤지칼 드리 격을 띠는 것으로서 서사적인 극형식을 취하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과 같이 호흡, 비판하고 넷째, 모든 번역극도 되도록 번안극으로 편하여 우리의 몸짓과 율동과 생활감정에 맞도록 할 것이며 다섯째, 이상과 같은 방향을 재검토하기 위하여 본 극단은 민족극연구회라는 연구체를 두어 이 방 둔 연구가나 관심있는 사람들을 초빙, 수시로 쎄미나를 열어 충분한 연구를 거듭하고 사전에 제작을 토리도 심의 검토하며 또한 사회 각계 각층과의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서 극단 주체의 기획진과 제작진 자료를 제시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도록 한다. 이제 닥칠 통일의 문턱에서 우리는 연극이라는 참된 메디아를 통하여 우리의 염원, 의지 그리고 방 우는 민족예술의 시련대가 되 1971년 2월 김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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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주역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의 '2024 토요국악나들이'는 토요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만날 수 있는 주말기획 공연으로, 오는 5월 18일에는 창극단의 주역 소리꾼 4명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을 만난다. 이번 공연의 출연자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재직하고 있는 젊은 단원들로 국립민속국악원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극 주역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눈대목을 만나는 특별한 무대이다. 첫 번째 감상할 판소리는 최광균이 들려줄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부터 흥보 첫째 박 타는 대목이다. 이어서 양혜원의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과 강길원의 판소리 '적벽가' 중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윤영진이 들려줄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탄식 대목부터 방아타령 대목까지 총 80여 분의 시간동안 판소리 대표 눈대목을 연창한다. '2024 토요국악나들이'는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과 카카오톡 채널(국립민속국악원 친구추가) 및 전화(063-620-2329)를 통해 예약 및 공연 소식을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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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은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를 5월 24일(금) 오전 11시와 25일(토) 오후 3시,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악 입문 맛집’으로 정평이 난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청소년들이 우리 음악을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연이다. 2021년 초연했으며, 관객의 열렬한 반응과 호평에 힘입어 2022년 재연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많은 청소년 음악회가 악기 소개나 교과서 음악 등 교육 정보 전달에 치중했다면 <소소 음악회>는 주인공인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두루 갖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웅장한 국악 오케스트라 연주에 스펙터클한 조명과 영상이 더해져 낯설고 경직된 공연장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고도 화려한 한 편의 ‘국악 콘서트’를 선사한다. 공연은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감성을 깨울 수 있는 다양한 국악관현악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국악관현악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정통 국악관현악곡으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에서 위촉 초연한 최지혜 작곡가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 중 3악장과 이정호 작곡가의 국악관현악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을 선정했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케이팝이나 게임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편곡한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우주’와 국민 레이싱 게임으로도 불렸던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 BGM을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만나본다. ‘소우주’는 미러볼을 활용해 달오름극장 객석과 무대 전체를 별빛으로 수놓으며 시각적인 연출 효과까지 극대화했고 ‘카트라이더’ BGM은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 스크린에 영상이 더해져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성장기 청소년의 관심사와 예민한 감수성을 담은 창작곡 ‘잔소리’ ‘설움타령’은 그동안 '소소 음악회'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곡이다. 작곡가가 자녀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잔소리’, 청소년들의 고민을 유쾌하고 현실감 넘치는 가사에 얹어 우리 소리로 풀어낸 ‘설움타령’은 많은 청소년들의 웃음과 공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작곡가 원일의 ‘신뱃놀이’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축구공‧뿅망치‧부부젤라 등 다양한 장난감들을 악기로 활용해 강렬한 합주를 선보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지휘는 2023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정됐으며, 최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부지휘자로 임용된 김지수가 맡았다. 2021년 '소소 음악회' 초연부터 함께 해온 천재현이 올해도 연출을 맡았으며, 2022년 공연의 영상 디자인을 맡았던 김혜민도 합류했다. 연출가 천재현은 연출 방향에 대해 "‘국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의식해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 오히려 편견 없는 관객들의 접근을 막는 것 같다”며 "음악의 올곧은 힘을 믿고 정성껏 연주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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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향연 ‘안산국제거리극축제’서 패션쇼 공연모델코리아가 5월 4일 도심을 화려하게 수놓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패션쇼 공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거리극축제는 처음으로 패션쇼 공연을 진행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거리 패션쇼 공연은 ‘모델코리아 블랙팀’이 선보인 것으로, 블랙팀의 독특한 스타일은 한 편의 뮤지컬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산의 거리를 런웨이로 만들어 낸 그들의 공연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블랙수트를 착용한 40여 명의 패션 모델들이 길거리 횡단보도를 런웨이 삼아 패션쇼 공연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패션의 향연을 즐기며 거리를 누비는 모델들의 모습은 도시의 활력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안산 고잔동에서 온 한 시민은 ‘길거리에서 이렇게 멋진 패션쇼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는 이번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시민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증거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도시의 다채로운 매력을 세계에 알리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시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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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144)<br>거문도 인어 '신지끼' 신격의 계보는 어떻게 될까거문도의 인어 신지끼 "안개 있는 날에 백도와 무인도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출몰 바위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기도 벼랑위에서 돌 던지기도 한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 위험 경고 사람들을 쫓을 요량이었을 것" 그날따라 짙은 해무가 끼었다. 여수 백도의 물목, 바로 앞에 있는 매바위가 보일 듯 말 듯 지척이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안개였다. 지상의 눈 달린 생물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닌 듯했다. 천길 물속도 안개가 스몄던 모양이다. 길 잃은 물고기들이 방황하다 벼릿줄을 보지 못하고 그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물의 멸치는 만선하고도 넘칠 만큼 풍족하였다. 아들은 신이 났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 손에 힘이 넘쳤다. 그런데 이물칸에서 백도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불안한 듯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물을 거두어라! 돌아가야겠다." 아들은 영문을 모르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다시 아버지가 외쳤다. "서둘러라. 뭐하느냐!"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평생을 멸치잡이로 잔뼈가 굵은 아버지의 명이렷다. 아들은 그 많은 멸치를 포기하고 그물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오래된 수상 엔진이 통통통 거친 숨을 내뿜으며 거문도를 향했다. 얼마쯤이나 왔을까? 뒤를 돌아보니 갑자기 백도쪽에서 돌풍이 일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시에 솟아오른 파도는 물 위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듯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서도와 우도 사이 노인암이 희끄무레 보이기 시작했다. 무사히 거문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들이 물었다. "돌풍이 일어날 줄 어찌 아신 거예요?"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신지끼를 보았다." "신지끼요?" "그래, 니가 정신없이 그물 내리던 그때, 촛대바우 옆에 말이다. 신지끼가 나타나 손짓을 하더란 말이다." "아, 그래서…." 아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끼는 왜 나타날까?인어 신지끼를 보았다는 거문도 사람들이 많다. 백도는 물론 거문도의 무인도며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신지끼가 출몰하였다. 주로 안개가 있는 날이었다. 한번은 서도마을 벼랑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가 허겁지겁 물가로 나왔다. 동료들도 덩달아 헤엄을 쳤다. "신지끼를 봤는가?" 다급한 물음에 먼저 나온 해녀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물속 깊은 곳에서 신지끼가 손을 뻗어 나를 잡았다네." 신지끼는 물 밖과 물 안을 구분하지 않고 나타났다. 때때로 바위에 앉아 있기도 하고 물 위를 헤엄치기도 했다. 벼랑 위에서 돌을 던지기도 했다. 사람들을 쫓을 요량이었을 것이다. 마치 일군의 도깨비들이 산에서 돌을 집어 던지듯이 말이다. 일종의 도깨비일까? 거문도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이구동성 인어의 형상을 묘사하며 설명한다. 상체는 예쁜 여성의 모습, 하체는 물고기다. 물개나 물고기를 잘 못 본 거 아닐까?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왜 신지끼라고 하는 걸까? 모두 고개를 흔든다.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거문도에서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퇴임한 마광헌씨는 이 이름이 흰쥐에서 나왔다고 한다. 신지끼가 커다란 흰쥐처럼 생겨서 흰쥐, 힌지끼, 신지끼로 발음되었다는 것이다. 그럴까? 희끗희끗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도 한다. 혹은 신지께라고도 한다. 이진오가 그의 논문 에서 관련 분석을 잘해 두었다. 여수엑스포 관련하여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콘텐츠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유몽인의 인어에서 마조(媽祖), 관음(觀音)까지유몽인의 에 나오는 인어는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얼굴이 아름답고 고우며 콧대가 우뚝 솟아 있다. 귓바퀴가 뚜렷하고 수염은 누렇긴 하나 검은 머리털이 이마를 덮었다. 흑백의 눈이 빛나고 눈동자는 노랗다. 몸뚱이의 어떤 부분은 붉은색이고 어떤 부분은 백색이다. 등에는 희미하게 검은 무늬가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물갈퀴가 있다. 재주가 많은 이라면 이 정도 설명만 듣고도 훌륭한 인어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문도의 인어 신지끼는 구전이든 목격담이든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어렴풋한 인어의 형상으로 묘사될 뿐이다. 살결이 곱거나 흰색을 표방하는 캐릭터 정도라고나 할까. 인어공주 이야기는 세계적인 동화이기도 하지만, 거문도를 비롯해 부산 동백섬, 인천 장봉도 등 거론되는 지역들이 몇 군데 있다. 인어를 수식하는 형용으로 늘 '아가씨'를 붙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소녀 혹은 살결 고운 여성 캐릭터라는 점은 세계가 공통적인 듯하다.주목할 것은 신지끼의 출몰 이유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의 위험을 경고하거나 대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거문도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장차 닥칠 해난사고를 막는 선한 신격이다. 진도 벽파마을의 당할아버지도 유사한 기능을 한다. 안개 짙은 날 출항하려던 어부에게 나타나 해난사고를 예방해주었다. 이런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신격이 중국의 마조와 불교의 관음보살이다. 마조(媽祖)는 타이완과 중국 내륙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마조도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로 그려진다. 나는 일찍이 마조 신앙에 흥미를 갖고 산동반도에서 해안을 따라 말레이시아까지 사묘와 축제 현장을 추적 답사했다. 특히 송나라의 복건상인들에 의해 세계 도처로 퍼져나간 신앙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직접 상륙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불교의 관음은 광범위하게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중국, 베트남을 비롯해 수월관음, 백의관음 등은 해난사고 예방과 풍어기원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거문도의 신지끼가 갖는 신격의 계보다. 영국군이 주둔할 만큼 중요한 물길의 요새였던 거문도의 위상이라면, 틀림없이 신지끼 인어설화 또한 동아시아 물길을 관통하는 어떤 계보가 있을 것이다. 거문도 녹산등대공원에 세워진 신지끼 인어상 옆에 서서 동아시아의 인어 캐릭터와 이들의 네트워크를 상상해 본다. 거문도(巨文島)지명에 대하여나는 거문도를 흑조(黑潮, 크로시오 해류)와 관련하여 해석하고 있다. 흑산도를 흑조의 끝으로 설명해 왔던 이유와 동일하다. '검은도'여서 거문도다. 일찍이 거문도의 정신적 상징이라고 하는 김유가 학문하는(文)이가 많은(巨) 섬으로 해석한 것도 본래의 호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지면을 할애해야 하기에, 우선 15에 나온 거문도 지명에 대한 설명을 붙여두어 참고자료로 삼는다. 동도, 서도, 고도의 3섬으로 되었으므로 삼도(三島), 또는 삼산도라 했다. 또는 큰 맷돌처럼 생겼다 해서 거마도(巨磨島), 도는 지형이 큰 문처럼 생겼다 해서 거문도(巨門島)라 했다. 여수시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이 되어 군사상 요충지가 되므로 임란 때에 왜적이 침범한 것을 충무공 이순신이 쫓아내고 별장을 두어 방비하였다. 고종 22년(1885) 3월 1일 영국 동양함대가 침입하여 온갖 군사 시설을 하는 것을 북양대신 이홍장의 주선으로 정부에서 엄세영과 목인덕(뮐렌도르프)이 청나라 북양수사제독 정여창과 함께 거문도에 가서 항의하고, 외부독판 어윤중의 주선으로 마침내 1887년 2월 27일 영군이 물러가고, 그 다음 달에 거문진을 설치하였다가 1895년 5월 지방 관제에 의해 진을 폐하고 삼산면이 되었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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