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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로 들려주는 남성창극 ‘살로메’지난 2월 2~4일,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희곡 ‘살로메’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남성창극 살로메’가 대학로예술극장에 올랐다. '남성창극 살로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성 배우들만으로 꾸려진 창극이다. 김시화 연출의 창극 데뷔작으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이 공연은 예언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려냈다.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여성국극’이 유행한 적은 있어도, 기존 원작의 인물 구성을 전부 남성 배우로 바꿔 남성 소리꾼들이 여성 역할까지 모두 맡아 무대를 채워낸 남성 창극은 처음 시도되었기에 더욱 주목받은 작품이다. 인간의 광기와 집착으로 점철된 '남성창극 살로메'는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의 창작 창극을 연출한 고선웅이 날카롭고 재치 있는 문장들로 각색했고, 정은혜가 이를 소리로 만들어 작창했다. 음악은 김현섭 작곡가가 맡았다. 김현섭에 의하면 '남성창극 살로메'는 "장르와 경계, 전통과 현대 그리고 무대와 청중의 벽을 어떻게 현시대의 걸 맞는 언어로 풀어내어 생명력 짙은 작품으로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통악기 피리, 생황, 태평소, 그리고 아쟁과 가야금, 전통 타악기를 비롯해 첼로와 피아노가 다양하게 어우러지게끔 했다. 이 작품에서는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쉬지 않고 등장했는데, 각 등장인물의 배역에 걸맞은 테마 음악이나 소리의 차별성에 따른 악기의 구분, 차이 등이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무대가 열림과 동시에 괴기스러운 사운드가 귀를 울렸다. 아쟁과 피리가 얽혀 짧지만 강렬한 효과음을 만들어 냈고, 비극의 서막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 그런 기괴한 소리를 냈냐는 듯이, 곧이어 힘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악기의 조화로운 연주가 무대를 감쌌다. 이 작품의 주제곡이 연주되고, ‘빨간 달이 검은 우물 속에’라는 가사의 노래와 함께 극이 시작되었다. 이날 공연 무대에 오른 윤제원은 살로메의 광기를 온전히 분출시켜 그려냈다.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요한에게 집착하여 탐하는 살로메를 요염하게 그려내다가도 반대로 거친 변화를 주며 연기했다. 소유욕의 욕망에 사로잡힌 살로메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광기’ 그 자체였고,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일 수 있는 그 원초적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묘한 불편함과 기분 나쁜 동질감을 동시에 그려냈다. 원작의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인 살로메의 어머니 여왕 헤로디아는 소리꾼 서의철이 맡았다. 서의철은 ‘하하하!’ 하고 우렁차게 웃는 웃음소리나 우스꽝스러운 과장된 걸음걸이로 극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하며 무대의 분위기를 풀어 나가다가도, 질투에 휩싸이고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도를 더했다. 호위대장 나라보스를 연기한 정보권과 왕비의 시종 메나드 역의 김수인은 서로를 향한 어긋난 사랑과 탐욕으로 얽혀 있었다. 헤로디아는 메나드를, 메나드는 나라보스를, 나라보스는 살로메를, 살로메는 요한을 사랑하다 결국 모두가 파국을 맞게 된다. 나라보스의 죽음 이후 의붓딸인 살로메를 사랑하는 왕 헤로데 역을 맡은 유태평양은 살로메에게 춤을 춰 달라고 요구하고, 살로메는 그 대가로 요한의 목을 달라고 요구한다. 요한을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어 끝내 요한을 죽인 살로메는 은쟁반 위에 놓인 그의 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맞추다가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그런 살로메의 괴기한 모습은 집착과 광기가 가져오는 씁쓸함을 전하며 우리의 삶마저 돌아보게 했다. 몰아치는 극의 전개 속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소리에 더해, 그들의 연기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헤로데 왕 역을 맡은 유태평양의 연기가 돋보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선대왕의 망령에 사로잡혀 두려워하면서도 욕망에 눈이 먼 미친 왕의 자극적인 모습을 자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눈을 뗄 수 없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극은 남성 소리꾼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소리가 돋보임과 동시에 흔치 않은 음악적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각 악기는 그 악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물씬 드러냈는데, 첼로의 경우 서양 악기에 특화된 깊은 울림과 화성으로 소리를 풍성하게 채워주기도 하고, 하모닉스(Harmonics)를 활용해 괴기스러운 음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동시에 음을 흘러내리거나 전통 어법을 흉내 내며 한국적인 연출을 선보여 창극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첼로의 소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가야금과 아쟁은 등장인물들이 소리를 할 때 선율을 따라 연주하기도 하고, 장단 중 소리가 비는 구간을 타악기와 함께 채워 나가며 독특한 시각으로 음악을 만들어 냈다. 특히 아쟁은 첼로와 더불어 비슷한 사운드를 구현해 내다가도 과격하고 애절한 부분을 한이 서린 사운드로 연주해 내며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해 냈다. 각 악기는 독자적인 소리를 마음껏 드러내 보이다가도, 음을 분리하고 해체해 음향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악기와 소리가 서로 배려하며 균형을 맞추어 나가 하나의 온전한 극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고선웅 작가는 인터뷰에서 과도하게 서사를 주어야만 이 이야기가 원작보다 더 선명한 교훈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그가 풀어낸 직관적인 대사와 가사는 극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었는데, 어렵지 않게 풀어낸 이야기의 전개와 서사는 인간의 집착과 광기로 인한 비극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해 주었다. 극의 끝에 다다라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극단적인 분위기 속 등장인물들이 뒤틀린 욕망 때문에 모두 죽음을 맞이한 후, 감정 없이 명령대로만 움직이던 신하 나아만만이 홀로 남아 이들의 어리석음을 애석해한다. 그는 지금을 묵묵히 살아가는데 가치를 두자는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말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갖고야 말겠다는 광기 어린 마음이 불러온 집착, 그리고 파국. 이러한 욕망은 비단 무대의 인물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진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뒤틀린 욕망이 비극이 되어 빨간 달이 뜨는 순간을 맞이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종종 본인의 그런 절규 어린 감정을 마주하고 좌절한다. 뒤틀린 본성을 인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그 감정을 이겨내기 또한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형적 욕망의 끝에는 결국 허망함과 공허함만이 남을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인 동시에, 결국 그 본성을 이겨내고 사랑으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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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창극 도전부터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 담은 뮤지컬까지남자 배우들로만 무대를 채우는 남성 창극과 고전소설 '박씨전'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선보이는 작품 5편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작품 가운데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남성 창극 '살로메'는 남자 배우들로만 창극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시화 연출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며 "패션, 메이크업 등 많은 부분에서 성의 경계 허물어진 것처럼 전통공연 안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도가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고, (전통공연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페라로도 유명한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린다. 극본을 맡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고선웅이 각색을 통해 극단적인 결말로 재탄생시켰다. 김 연출은 "극 중 인물들은 욕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며 "이런 집착이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살로메'는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도 주목받는다. 오늘날 창극의 인기를 이끈 고선웅과 뮤지컬계 스타 안무가 신선호,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작품에 참여했고, '판소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7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박씨전'의 작가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윤희 연출은 "3명의 여인이 동굴 속에 숨어 살다가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쓰는 내용"이라며 "비참한 현실 속에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현실을 마주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따뜻한 감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솔 작가는 "극에서 여성들이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대와 희망이라는 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통에 기반한 음악 실험극도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파트2'는 공연단체 불세출의 신작으로 민속문화인 굿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배정찬 불세출 대표는 "동해안의 오구굿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오구굿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는 굿으로 요즘은 이런 문화가 사라져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기획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위로하는 게 굿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작품 외에도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커다란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분실을 다룬 무용 '어 다크 룸'(a dark room)이, 같은 기간 마포구 틸라그라운드에서는 소리가 발생할 때 생기는 진동과 노이즈를 새로운 감각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 공연 '언/리더블 사운드'(UN/Readable Sound)가 공연된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해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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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유태평양 스타 소리꾼,남성창극 '살로메' 선사한다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가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정보권·서의철·이정원 등 스타 소리꾼들이 총출동한 남성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남성창극 '살로메'를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2일 밝혔다. 작품은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려낸다. 극본을 맡은 고선웅이 원작을 극단적인 결말로 각색하여 재탄생시켰다. 정은혜가 소리로 만들었다. 스타 남성창극 배우들과 5명의 코러스, 7명의 라이브 연주자들이 강렬하고 극단적인 비극을 선보인다. 공연에는 '판소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를 비롯해 윤제원, 유태평양, 김수인, 정보권, 서의철, 이정원 등 창극 발전을 이끌어 온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원작의 여성 캐릭터인 공주, 왕비 등도 연기한다. 주인공 살로메는 김준수, 윤제원이 더블캐스팅 됐다. 프랑스어로 쓰인 원작 '살로메'가 창극으로 재탄생하며 선보일 매력에도 기대가 모인다. 작창가 정은혜가 극본을 바탕으로 소리를 만들었다. 정은혜는 "익숙한 창법을 조금 내려놓고 '대사에서 시작된 소리'라는 전제를 두고 작업을 했다"며 "치밀한 대사와 밀도 있고 힘 있는 어조에 선율을 얹어 극적인 상황과 인물의 정서를 표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쟁(김슬지), 첼로(이호찬), 태평소·피리·생황(차승현), 전자기타, 피아노, 타악기가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선보인다. 비슷한 비율로 구성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는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적인 사운드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낸다. 작곡은 김현섭, 음악감독은 국립극장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서울예대 교수인 이아람이 맡았다. 이 밖에 안무에는 뮤지컬계 스타 안무가 신선호가 맡았다. 의상에는 세계적인 명성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참여했다. 이상봉은 인물의 특징과 성격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동서양이 만나고, 남과 여가 하나가 된다는 콘셉트를 담은 의상을 제작했다. 김시화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모든 인물을 남성 배우로 구성한 데 대해서 "남성창극은 이전에 없던 실험적 도전"이라며 "예술적인 측면에서 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시대의 코드를 반영한 새로운 시도이고, 전통공연 창작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중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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