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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28)
백자철채뚜껑편

특집부
기사입력 2022.01.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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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백자철화호를 주목하는 것은


                         이규진(편고재 주인)

     

    '한국미술수선'이라는 책이 있다재일교포 이병창이 1978년 동경대학출판회에서 자비로 발행한 세 권짜리 책이다. 1권은 미술사개론 2권은 고려청자 3권은 이조백자로 꾸며져 있는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도자기 명품들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다총 2000부 한정본으로 이중 시판은 500부 한정이니 보통 귀한 책이 아니다당시로서는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도자기들을 볼 수 있는 책이나 자료가 전무한 때여서 내용도 놀랍지만 장정 또한 최상급이다각 권은 양장본에 미농지로 보호를 하고 세 권을 헝겊으로 만든 포갑에 넣은 후 이를 또 종이판지로 싼 후 다시 종이판지 상자 케이스에 넣고 있다총 116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종이 지질 또한 최고급품임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 한국미술수선을 내가 처음 본 것은 80년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평소 가깝게 지내던 답십리 고미술상을 찾아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찾아온 손님 한 분이 한국미술수선 중 고려청자편을 들고 온 것이었다책을 펼쳐보니 그야말로 별천지였다보도 듣도 못한 명품 도자기들이 그야말로 즐비한 것이 아닌가호기심이 발동해 주인과 동경대학출판회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요행이도 재고는 있었으나 값이 만만치 않아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세월이 좀 흐른 뒤의 일이다한 번은 신촌에 있는 헌책방엘 들려보니 서가 위쪽에 한국미술수선이 박스채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너무도 반가워 책은 살펴보지도 않고 값을 물어본 후 통장을 털어 구입을 해버렸다그 때의 기분은 적지 않은 책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기만 한 것이었다후일 그 헌책방을 다시 들렸더니 주인의 말이 걸작이었다책은 좋은 책 같은데 손님들이 값만 물어보고 사가지는 않아 내게는 값을 낮춰 팔았다는 이야기였다그런데 막상 내게 책을 팔고 나니 전에 보고 간 손님 중에 사러 온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었다이런 이유들 때문에 물각유주(物各有主)라고 해서 모든 물건은 임자가 따로 있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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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백자철채뚜껑편(편고재 소장) 현지름x높이 7x3Cm

     

    재일교포 이병창은 한국미술수선 책 하나만으로도 한국도자사에서 기억할만한 인물이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자기 수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그가 평생 수집한 도자기 컬렉션은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을 했는데 이를 기념해 1999년 '우아한 색 순박한 형태'라는 이름으로 도록이 발행되었다대형판 436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보면 이병창의 뛰어난 안목을 짐작할 수가 있다고려청자 초기부터 시작해 조선백자 후기까지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수집이 되어 있어 그야말로 한국도자사를 유물로 일별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이니 그 수준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이병창 컬렉션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백자철채호다높이가 30.6Cm로 제법 큰 것인데 입술이 밖으로 말리고 통통한 몸체가 밑으로 내려가며 좁아지다 안굽으로 마무리된 전형적이 초기 백자항아리의 모습이다이 백자철채호는 당당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몸체 윗부분은 백자 그대로인데 반해 아래 부분만이 철채로 되어 있는 점이다철채는 어두운 회색빛의 흑갈색으로 엷게 입혀져 있다이처럼 백색과 흑갈색으로 위와 아래를 구분한 것은 음양이나 해와 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알 수가 없다하지만 많은 이병창 컬렉션 중에서도 내가 유독 이 백자철채호를 주목하는 것은 이와 비슷한 백자철채뚜껑편이 한 점 있기 때문이다.


    백자철채뚜껑편을 언제 어디서 구했는지는 분명치 않다어느 선배로부터 양도를 받은 것도 같은데 확실치가 않은 것이다보주형의 꼭지가 달린 손잡이에 옆으로 퍼져 나간 뚜껑은 안쪽으로는 백자 그대로이고 바깥쪽으로는 철채가 되어 있다따라서 백자철채호가 위 아래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반해 이 백자철채뚜껑편은 안과 바깥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 다르다말하자면 항아리와 뚜껑이라는 기물에서 오는 차이일 뿐 그 구분 방식은 같다고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하면 같은 초기 백자임을 감안할 때 이 둘은 같은 도공의 솜씨로 같은 가마에서 만든 것은 아닐까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왜 이런 상상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한없이 즐겁고 유쾌해 지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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