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PICK인터뷰] 원장현 명인, “산조는 우리 삶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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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인터뷰] 원장현 명인, “산조는 우리 삶의 소리”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대금산조 '긴산조 협주곡'
“관현악이 선율을 감싸주며 풍성하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대금의 깊이 있는 매력과 국악관현악의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뜻깊은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대금연주 명인 원장현 선생을 금현국악원 연습실에서 만나 이번 발표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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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 명인과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 인터뷰 모습. (사진=김동국 기자). 2024.05. 01.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작년에 뵙고 딱 1년 만에 다시 뵙게 되었네요. 곧 있을 긴산조 협주곡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A. 반갑습니다. 그간 연주자로서 연주에 매진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며 바쁘게 잘 지냈습니다. 연초부터는 동국대학교 석박사 과정 특임교수로 발령받아 강의를 나가고 있고, 공연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곧 있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에서 할 긴산조 연습에 몰두하고 있죠.

 

Q.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으로 선보여지는데요, 선생님과 이태백 선생님의 긴산조가 창작악단의 국악관현악과 만나 연주된다는 게 너무 흥미롭습니다. 이번 공연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A. 말 그대로 긴산조를 협연하는 공연으로, 이태백 선생님의 아쟁 협주곡과 제 대금 협주곡 총 두 곡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원장현류 대금산조 긴산조를 45분간 관현악단 반주에 맞추어 연주하게 될 텐데요, 전통이 근간이 되는 국립국악원이기에 이 무대가 시도될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권성택 예술감독의 오랜 바람이자 열정이기도 했고요. 특히 긴산조 협주곡은 이번에 최초로 시도되기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보통 협주곡의 경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20분 내외로 짧게 진행되는 편인데, 이번 협주곡의 경우 45분간 연주되어 산조를 아주 전문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곡이 너무 길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긴산조를 관현악 협연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 일생일대 큰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Q. 김백찬 작곡가의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은 2022년 초연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원장현류 대금산조를 가지고 만들어진 협주곡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으나, 김백찬 작곡가의 협연 곡은 2022년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때는 짧은산조로 20분 정도 짧게 연주되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긴산조의 선율을 가지고 곡을 늘려, 더욱 풍성한 곡으로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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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 명인과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 인터뷰 모습. (사진=김동국 기자). 2024.05. 01.

 

Q. 짧은산조 버전의 협주곡과 긴산조 협주곡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짧은산조는 긴산조를 축약하여 짧게 보여준 산조입니다. 긴산조는 산조 장르의 원형이자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 있죠. 짧은산조 버전의 협주곡은 20분 안으로 연주가 끝나기에 연주자로서 체력적인 소모도 덜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짧고 임팩트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긴산조 협주곡의 경우 산조의 멋을 그대로 다 느껴낼 수 있기에 긴 호흡으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네요. 지금껏 협주곡을 수없이 많이 연주해 왔지만 4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주하는 건 처음입니다. 물론 최초이기도 하고요. 좋은 무대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Q. 김백찬 작곡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곡을 준비하셨을 것 같은데요, 관현악의 경우 대금산조와 어떻게 어우러지도록 고민하셨나요? 선생님께서 연주하신 짧은산조 영상을 감상 해 보았는데, 관현악에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코드 진행이 많이 녹아있어 감성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A. 보통의 산조 협주곡은 산조답다고 해야 할까요? 독주 악기의 민속적 선법이나 선율을 따라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김백찬 작곡가의 곡은 달라요. 감성적이고 친숙한 선율이나 코드 등이 활용되어서 대중적입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관현악이 대금 선율을 감싸주며 풍성하게 만들어주니 훨씬 들을 거리가 많은 느낌이거든요. 아무리 좋은 보석도 어떻게 포장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 보이지 않겠어요? 물론 그 안에서 대금산조의 원형은 살아 있어야 하기에 나는 내 산조의 이야기를 확고하게 하며 연주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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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 명인이 애장하고 있는 대금.  (사진=김동국 기자). 2024.05.01.

  

Q. 산조 협주곡이 이렇게 길게 연주되는 시도 자체가 처음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 클래식 교향곡 전 악장 길이와도 비슷한데요, 산조가, 그리고 긴 러닝타임이 어색하고 어려운 관객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공연을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요?

 

A. 산조는 인간의 소리, 우리 삶의 소리입니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우리 음악이기에, 차분히 열린 마음으로 듣다 보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45분 동안 연주하는 저도, 그리고 듣는 관객분들도 큰 집중력이 필요하겠죠? 산조의 틀은 어떤 악기가 연주하든 같습니다. ‘산조라는 장르 안에서 악기 고유의 매력을 각각 표현하는 거죠. 그중 대금산조는 특히 대나무로부터 나오는 소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그 소리 자체에 집중하여 감상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Q. 이번 공연 이후, 올해 또 계획하고 계신 공연이나 작업이 있나요?

 

A. 8월 말이나 9월 초에 원장현류 긴산조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관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소박하고 작은 공간에서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또 국악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이 있어 곧 오사카에 가고, 진도 국악고등학교에 가서 대금산조를 잘할 수 있는 법에 대해 특강도 할 예정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연습과 후학양성도 꾸준히 할 것이고요.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분들께 한마디 해 주세요.

 

A. 국악은 우리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당하는 장르로 치부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음악을 우리나라 국민이 아끼고 사랑해 주지 않으면 그 역사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한식을 먹고, 한글을 쓰듯이 우리 음악도 생활 속에서 관심을 갖고 감상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와 닿을 것으로 생각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처럼, 국악을, 그리고 산조를 그저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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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 명인과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 인터뷰 모습. (사진=김동국 기자). 2024.05.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