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이규진(편고재 주인)
성탄절 연휴에 집에서 TV를 돌리다 현역가왕이라는 프로를 잠시 보았다.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어서 유행가의 제목도 원래의 가수도 알 수는 없었는데 그 날은 경연에 참가한 김소유라는 가수가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노래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부를수록 먹먹해지는 그 이름 엄마’ 나는 그 구절 앞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엄마라는 그리운 이름 앞에 가슴 먹먹함 말고 또 무슨 감정이 있으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여년이 되어 온다. 밥술깨나 뜨던 집안에서 삼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어머니는 우리 집으로 시집을 오면서 고생이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일찍 전사를 하셨기 때문이었다. 당시 어머니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 위로는 연로하신 시부모님과 어린 나와 동생, 그리고 삼촌도 없는 집안에 여섯이나 되는 고모들, 어머니는 얼마나 답답하고 암담하셨을까. 그러나 어머니는 꿋꿋하게 일어서서 우리 집을 흔들림 없이 지키셨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하지만 내가 성장을 해서도 가정이 온전치 못하다 보니 어머니를 모시기는커녕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해드리지를 못했다. 그런 회한이 ‘부를수록 먹먹해지는 그 이름 엄마’라는 유행가 구절 앞에서 그만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던 것이었다.
사람이 어찌 후회가 없으랴. 살아오는 동안의 마디마디가 어찌 아픔 아닌 것이 어디 있었던가.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만은 그 마디마디가 더욱 아프고 시린 것만 같다. ‘부를수록 먹먹해지는 그 이름 엄마’ 왜 이런 노래 구절이 있어 내 마음을 울리고 또 울리려 드는가.
나는 사실 어머니뿐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물론 고모들의 사랑을 너무도 분에 넘치게 받고 자랐다. 세상에 나와서도 그런 인복(人福)이 지속된 탓인지 주변에 척을 지고 살거나 미워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내가 도편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을 것을 알고 도와주려는 지인들 또한 내게는 인복이지 안았을까. 지인으로부터 일찍 선물로 받은 분청명문접시편 또한 그런 인복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분청명문접시편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태기리(台機里)에서 지인이 직접 습득한 것을 얻은 것이다. 울주군 삼동면에는 태기리와 하잠리 분청 가마터가 있는데 이 곳은 과거 언양현에 속했던 곳으로 언양인수부(彦陽仁壽府)와 장흥고(長興庫) 등 관사명이 출토되고 있어 공납용 자기를 제작하던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분청명문접시편의 글자가 온전치 않다는 점이다. 글자는 백상감으로 양(陽)자가 분명한데 앞의 부수가 떨어져 나가고 역(易)자만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언양현 소속이었던 태기리에서 지인이 직접 습득한 것이 확실하고 보면 언양<彦陽)의 양(陽)자 중에서도 역(易)만 남았지만 언양에서 만들어 중앙 관서에 납품을 하고자 했던 공납용 자기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를수록 먹먹해지는 그 이름 엄마’ 때 아닌 유행가 가사 한 구절 때문에 잊고 지냈던 가족들의 사랑과 지인들의 관심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랴. 어느날 문득 애절한 선율 속에 가슴을 파고들던 아! 부를수록 먹먹해지는 그 이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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