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국악신문]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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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70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자아를 깨닫는 예술교육이어야”

  • 특집부
  • 등록 2023.11.21 07:30
  • 조회수 8,932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국악진흥법’은 제9조 ‘국악 향유 문화 활성화 부분’의 ②항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국민에게 국악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국악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 보급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제5조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 등 ②항 기본계획의 3.호에 국악 교육 및 국악향유 증진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위의 ‘국악진흥법’의 사항을 뒷받침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1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다음달 12월 1일까지 에스펙토리와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를 공유하고 확대하기 위해 열리는 전국 단위 축제로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교육을 더 가까이, 더 깊게'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개막식 환영사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에서의 역할이 뭔지 눈 뜨고 서로의 관계를 알아가도록 하는데 예술교육의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예술 교육을 하는 건 아이들을 연극배우, 음악가, 무용가가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연합뉴스 기사 참조)

 

유 장관은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자아를 깨닫도록 하는 예술 교육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던 2006년 '서울형 지역예술 교육 TA'(Teaching Artist·교육예술가) 사업을 시작하고, 2008년 문체부 장관으로 재임해 예술강사 지원 사업을 도입한 기억을 떠올렸다.

 

유 장관은 "처음 예술강사를 파견했을 때 선생님과 부모님이 반대했다"라고 말하며 "대학 가는 게 훨씬 중요하니 쓸데없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굉장히 컸다."며, ”지금은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지지만, 아직도 우린 입시의 문턱에 딱 걸려서 중고등학교 예술 · 체육 교육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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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1월 1일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축제' 개막행사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그러면서 "결국 초등학교에서라도 집중해보자고 시작해 예술강사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쭉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많이 좋아졌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재교육, 예술 교육에 대한 방법론적인 교육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예술교육 부분도 예산이 삭감됐을 텐데, 뒷바라지를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의 말에 적극 공감을 표한다. 그런데 필자가 유 장관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이유는 행사의 주제 표어인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교육을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말과 유인촌 장관의 말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행사 주제 표어의 의미는 교육을 통해서 문화예술을 활성화하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 장관의 말은 창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통해서 자아를 깨닫도록 하는 예술교육이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전자(前者)인 행사 주제의 내용과 후자(後者)인 유장관의 말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180도 다른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교육을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말이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골고루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했다는 것인지, 그래서 앞으로 더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주제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보여주기식 표어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활체육’과 혼돈하는 것은 아닌가. 논리가 맞지 않는다. 차라리 ‘교육’자를 떼어버리고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을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표현은 그래도 두리뭉실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누가 누구를 교육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문화예술’ 분야를 말이다. K컬처에 해당되는 분야가 세계화되는데 있어서 누가 교육해서 이루어진 성과라고 생각하는가. 특히 K컬처의 대표인 K팝은 어떤 특별한 공교육을 통해서 세계를 들썩이게 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국민성(國民性)인 ‘흥과 끼’로 무장한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 장관의 "많이 좋아졌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재교육, 예술 교육에 대한 방법론적인 교육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는 말은 그래서 공감할 수 있고 신뢰감이 생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장을 모르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악 예술강사들이 교육하는 초등학교 현장을 3개월 동안 모니터링해본 적이 있다.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과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고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교과과정과 교과목의 내용 등 용어조차도 통일되어 있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원과 감독 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유소년 시기부터 예술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대학까지 연계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은 ‘인성교육’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라는 것을 유인촌 장관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커리큘럼이 가장 핵심이다.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많이 양성했으나 일관되고 대중화할 수 있는 커리큘럼의 부재는 새로운 방법론적 교육과 연구를 요구받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국악의 경우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국악진흥법’ 제5조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을 통해서 실현되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