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제10장과 제14장은 같은 곡조, 같은 후렴을 쓴다. 이 점에서 두 작품은 최소한 선후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작사자에 대해서 전자는 서재필에 의해 "계관시인 윤치호가 지었다”고 밝혔고, 제14장은 윤치호가 작고 직전 남긴 가시지에 "1907年 尹致昊 作”이라고 밝혀 동일인의 작품이 분명하다. 이번에는 ‘찬미가’ 수록 창작 찬미가 3편의 주제의 지향성(directivity)과 가사의 응결성(cohesion)을 통해 동일 작가의 작품임을 재확인하기로 한다.
제1장은 1897년 10월 고종황제의 대한제국 선포식을 기념하여, 제10장은 조선개국 505주년을 기념하여, 제14장은 1907년 한영서원 개원과 학생들을 위해 작사했다. 이 세 작품을 작사한 10년의 기간은 윤치호에게는 애국심에 충만한 시기였다. 외무와 학무협판 같은 관직을사직하고,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주관하고, 독립신문을 운영하고, 한영서원 설립과 대성학교 교장으로 대해 분망(奔忙)했다. 국가적으로나 윤치호 개인적으로나 격동의 시기였다. 그런 만큼 이 시기 윤치호의 의식과 지향성이 세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윤치호는 이완용 등의 보수적인 인물들이 참여한 것에 비판적이었지만 관직을 떠나면서 1897년 7월부터 독립협회에 참여하였다. 서재필과 이상재 등과 만나 만민공동회 같은 대민 활동을 강화한다는 논의 등을 합의한 뒤였다. 또한 국왕에 대해서도 선정을 전제로 충군(忠君)과 애국(愛國)을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 삼아 국민통합을 염원하였다. 이는 세 작품의 배경 시기의 ‘윤치호일기’ 등에서 충군애국 의식의 일단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① "우리 왕후의 경절이다. 마음으로 성수무강하기를 빌다.”
② "마땅히 神氣를 기르고 지식을 넓혀 부모를 위하여 효도하고 군왕을 위하여 충성하고 나 라를 위하여 유용한 인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② "단군 이래 전제정치 하는 나라라 구미 가국국의 인민공화국 정치나 민주정치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전제정치하시는 대황제 폐하를 만세무궁(萬世無窮)하시도록 갈충보호 하여···”
③ "외국인에게 의부(依附)치 말고 관민(官民)이 동심합력하여 전제황권(專制皇權)을 견고케 할 사(事)”
⑤ "어진과 가친의 사진을 걸고 정초에는 부모와 군부모(君父母) 그리고 조선인민을 위해 축복을 빌곤 했다.”
③ "9시에 일용품 두 가지 사진틀 2개(70전, 30전)와 장갑(30전)을 사오다. 어진(御眞)을 벽 위에 모시고 그 밑에 가친(家親)의 사진을 걸었다.”
유학시절부터 윤치호에게는 존왕의식, 즉 충군애국의 정신이 충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은 독립협회 활동과 독립신문 운영, 지방 외직과 민권운동 현장의 체험, 그리고 한영서원 설립과 대성학교 교장직이라는 위치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확장되었다. 이러함에서 애국적 찬미가 3편의 주제는 당연히 ‘충군애국’이다. 그리고 이의 간곡한 청유(請誘)이다.
이 애소는 3편 모두에서 명확하게 확인 된다. ‘하세’라는 시어가 구문상 통일성을 갖는다는 사실에서 그런데, 3편 모두에서 특히 제14장에서 두 번이나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인 애국 맹세가 아닌, 함께 애국하자는 간절한 애소인 것이다.
‘하세’
한맘 한 뜻으로 직분하세-제1장 4절
님군과 나라를 보답하세-1장 4절
국민동락만 만세에 태평독립하세-10장 4절
괴로우나 질거우나 나라사랑하세-14장 4절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보전하세-10·14장 후렴
‘하세’라는 청유는 ‘우리’에서 동의를 얻어 힘을 갖는다. 역시 3편 모두에서 나타난다. 이는 윤치호의 민권사상이 10년 동안 저변에 유지되었음을 알게 한다. 제1장의 ‘우리 대한뎨국’(1절), 제10장 ‘우리나라 우리님군’(4절), 제14장은 ‘우리 대한만세’(1절)가 그렇다. 바로 ‘우리’는 공동체성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
우리황상 폐하-제1장 1절
우리 대한뎨국-제1장 1절
우리 황실이요-제10장 1절
우리나라 우리님군-제10장 4절
우리 대한만세-제14장 1절
우리 기상일세-제14장 2절
세 작품의 "우리 충국 애국 합시다”라는 호소는 ‘님군’과 ‘나라’에서 응결된다. 같은 작사자의 작품임을 분명히 알려주는 대목이다. 3편 모두에서 이 시어가 확인 된다. 이는 특히 각장 4절에 배치되어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응결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님군’
님군과 나라를-제1장 4절
우리 나라 우리 님군-제10장 4절
님군을 섬기며-14장 4절
‘나라’
님군과 나라를-제1장 4절
우리 나라 우리님군-제10장 4절
나라 사랑하세-제14장 4절
충군애국이라는 주제의 지향성과 각 작품의 응결성은 결정적으로 ‘하나님’(황천)에서 재확인 된다. 충군애국을 하나님의 도움(보호)까지 받아 함께하자는 결기와 간절함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어는 종교적 절대자에게 이르려는 신앙인이며 애국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
하나님 도으사 독립부강 -제1장 1절
우리나라 우리님군 황천이 도우사 -제10장 4절
하나님이 보호하사 –제14장 1절
자주독립과 임금에 충성하자는 미시구조에서, ‘애국하자’는 거시구조로 방향성을 보였다. 윤치호는 전통학문과 신학문을 체화한 인물로, 특히 기독교 신앙인으로서는 선구적인 인물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신앙적 이념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기독교 입교 후 그의 신앙고백에서 입증이 된다. 윤치호의 신앙고백은 이를 명료하게 알려준다.
"1887년 4월 3일 상하이에서 ”예수를 주로 고백"하고 세례를 받고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 개신교 신자가 되게 된 배경에는 4년여 되는 기간 동안의 개신교 연구와 수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을 통해 ‘찬미가’ 수록 3편의 창작 찬미가는 모두 윤치호의 작품임을 재확인하였다. 동일 지향성과 형식적 ‘응결성이 분명히 확인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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