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국악신문]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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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음악 사설(164)

농부사

  • 특집부
  • 등록 2023.10.25 07:30
  • 조회수 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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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사를 쓰다. 계묘 가을 한얼 이종선. 농부사를 쓰다. 계묘 가을 한얼이종선

 

태평만사가

농부의 마음이로다.

밭을 깊이 갈고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공이 이루어지는 것일세.

호미 들어라 호미 들어라

한결같이 앞을 향하여

아로롱 아로롱


감상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공자(孔子)에게 정사(政事)에 대해 묻자

공자가 "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 대답하였다.

"임금은 임금 노릇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 하며,

아비는 아비 노릇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 하는 것.” 이라는 것이다.

각각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면 나라는 저절로 굴러 간다는 뜻이다.

당연히 농부의 공은 제 때에 밭을 갈고 잡초를 뽑아

농사를 잘 짓는 것으로서만 이루어진다.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 때 세상은 어지럽고 백성은 정치로 패를 가른다.

요(堯)임금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백성들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는 고사도 있다.

사십 여 년 전 스위스 여행 중에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대통령 이름을 적으라 했더니 20명 중 네 명 만이 답을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직전대통령을 써 냈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온 나라가 정치로 시끄러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글자에도 저마다 직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아호가 한얼, 醉月堂이다.

한국서학회 이사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

사단법인 한국서예술협회 회장,

이즘한글서예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