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주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2023년도 공모작가 그룹전이 9월 21일(목) 베를린의 주독일 한국문화원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유럽의 예술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세 나라의 한국문화원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작가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다.
세 문화원은 지난 6월 ‘평범한 세계, Ordinary World’를 주제로 작품 공모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5명의 전시작가들을 선정했는데, 600여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응모해 120:1에 달하는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그룹전에 초대된 한국의 양하, 신정균, 박지윤, 권인경, 칠레 출신의 미겔 로자스 발보아 등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주독일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회를 가진 뒤 내년에는 런던과 파리에서 전시회를 이어가게 된다.
공모전 심사는 각 나라의 예술적 관점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오시내(독일 스프뤼스 갤러리), 지나 부엔펠드 머레이(영국 캠든 아트 센터), 마리아 룬드(프랑스 마리아 룬드 갤러리) 등 세 나라의 전문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올해 공모전의 주제인 ‘평범한 세계(Ordinary World)’는 팬데믹 이후 인간과 자연에 날을 세우는 각종 재앙과 전쟁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공동의 태도를 탐구하기 위해 선정됐다. 작가들은‘보통’이라는 개념이 일상과 특별함을 어떻게 연결하고, 예술이 새로운 길을 밝히는 데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았다. 일상적인 존재의 본질과 실재하는 보통의 세상에 대한 질문과 다양한 답변을 담고 있는 전시회가 바로 ‘평범한 세계’전이다.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양하의 작품은 2020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역사와 종교의 모순적인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작품에 담아내는데, 폭발하는 이미지를 부드러운 형태로 해석하고 단순한 붓질과 어두운 색조로 그려내 사회비판을 반영하고 있다.
신정균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서사를 엮어낸다. 그의 작품들은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재고, 미래의 안정성을 의문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칠레계 벨기에 시각예술가 미구엘 로자스 발보아는 영상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계를 더 자세히 관찰하고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아름다움과 인간성을 발견하도록 관객을 끌어들인다.
박지윤 작가의 논픽션 영화는 일상 속에서 의외의 비정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하고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여 이 세계에 대한 비전형적인 시각을 제안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일반적으로 평범하다고 인식되는 것과 비범하다고 인식되는 것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현실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권인경은 ‘집’이라는 공간 안의 상황 및 심리적 태도에 집중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개인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기억과 생각을 활용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5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작품 세계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관점과 ‘보통의 것’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을 찾은 80여 명의 관람객들은 미술계에서 꾸준히 화두가 되고 있는 ‘동시대 고찰’을 주제로 한 작품과 작가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미구엘 로자스 발보아 작가는 관람객들과 작품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베를린 베저할레 갤러리의 벤 함몬드 관장은 "독일에 처음 소개되는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양상근 문화원장은 "한국 작가의 독일 진출뿐 만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작가들을 문화원에서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활성화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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