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국립창극단, 호평받은 '심청가' 4년 만에 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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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호평받은 '심청가' 4년 만에 재공연

손진책 연출 X 안숙선 명창, 동시대 대표하는 거장들이 완성한 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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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은선)은 창극 '심청가'를 26일(화)부터 10월 1일(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당시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 미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은 작품으로,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을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았다.


창극 '심청가'는 ‘소리’가 주인공인 무대다. 평생 전통연희를 무대에 접목하며 ‘심청가’를 연구해온 손진책 연출가는 판소리 자체가 창극이 되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고, 수많은 창극의 작창을 맡아온 안숙선 명창도 뜻을 모았다. 국립창극단은 두 거장과 함께 판소리 사설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5시간이 넘는 전체 내용 중 핵심을 추려 2시간여의 창극으로 만들었다. 주요 대목들을 빠짐없이 배치하면서 일부 대목을 합창으로 변형시키는 등 새롭게 소리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부르는 ‘범피중류’ 장면이 백미다. 판소리에서 소리꾼 혼자 부르는 대목을 수십 명 소리꾼의 웅장한 합창으로 선보이는 데 더해, 부채를 활용한 군무로 망망대해의 일렁이는 물결을 표현해 깊고 드넓은 바다의 장중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함께해 우리 소리의 힘이 부각되도록 소리꾼의 몸짓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제작진은 창극의 바탕이자 핵심인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리 외의 모든 요소를 최소화했다. 음악감독을 맡은 아쟁 명인 이태백은 전통 국악기로만 음악을 구성, 우리 소리의 진면모를 드러낸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완성한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무대 역시 판소리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일조했다. 목재 평상과 의자, 담장 몇 개로만 이루어진 무대는 장면마다 다르게 배치되며 상여와 징검다리, 심청이 뛰어내리는 뱃머리 등으로 변화한다. 


소품도 부채가 거의 전부다. 부채는 심봉사의 지팡이부터 빨래 방망이, 뱃사공의 노, 바다의 파도까지 무한하게 활용되며 관객의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자색‧백자색 등 한국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차이킴 김영진의 의상은 소리꾼 한명 한명을 돋보이게 만들어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재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 최정상의 제작진은 세밀한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비워낸 무대를 채우는 건 오직 소리꾼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에 집중한 작품인 만큼 국립창극단원들의 소리 내공이 더욱 빛을 발한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인정받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중견 배우 김금미가 새로운 도창으로 나서 극을 이끌고, 민은경(어린심청)·이소연(황후심청)·유태평양(심봉사)·조유아(뺑덕)·김미진(곽씨부인) 등 최고의 소리꾼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공력을 다한 소리로 감동을 전한다. 심청과 심봉사의 애절한 독창부터 35명 출연진이 완성하는 풍성한 소리와 연주까지, 더욱 힘 있고 깊어진 우리 소리의 정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추석 기간에 공연되는 창극 '심청가'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도 마련된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8일부터 30일까지는 ‘추임새 클래스’가 열린다. 공연 관람 전 국립창극단원에게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과 판소리 사이사이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나 관객이 곁들이는 감탄사인 추임새를 배워볼 수 있다. 

 

창극의 바탕이자 핵심인 소리에 집중한 무대

애절한 독창부터 웅장한 합창까지, 다채로운 소리 담아내

 

국립창극단 '심청가'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 판소리 다섯 바탕 현대화작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거장 손진책과 안숙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다양한 무대를 선보여 온 국립창극단이 의기투합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춤·노래·연극이 한데 어우러진 한국식 연극인 가무악극 개척과 대중화에 일생을 바쳐온 인물로, '심청가'를 통해 판소리 자체가 창극이 되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수많은 창극의 작창을 맡아온 안숙선 명창 역시 판소리를 제대로 살린 음악극을 만들자는 방향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국립창극단이 뜻을 모아 "창극의 뿌리인 판소리 본질에 충실한 창을 완성했다. 판소리에 조예가 깊은 손진책의 연출, 안숙선명창의 구성진 작창과국립창극단 단원들의 기량이 어우러진 무대에는 관객과 평단이 이어졌다. "비워내니 오히려 꽉 들어찼다”(매일경제), "본질을 파고들자 뜻밖에 더 힘 있고 새로워졌다”(조선일보), "소리꾼의 영혼에 바쳐진 진짜 창극”(중앙선데이) "조이고 풀고, 희로애락의 변화가 백미”(국민일보)등 초연 당시 쏟아진 언론의 호평에서 창극 '심청가'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다.

창극 '심청가'는 음악적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탄탄해 유수의 명창들로부터 잘 짜인 소리라고 평가 받는 강산제 심청가를 바탕으로 한다. 원작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판소리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5시간이 넘는 전체 사설 중 핵심만 선택해 2시간여 분량으로 매끄럽게 다듬었다. ‘심봉사 내력을 시작으로 심청 인당수 빠지는 대목’ ‘심청 환생’ ‘심봉사 눈 뜨는 대목등의 중심 대목을 빠짐없이 배치하면서도 일부 대목을 합창으로 변형시키는 등 소리를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4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서는 더욱 힘 있고 깊어진 전통 소리의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판소리 심청가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다섯 바탕 중에서도 비장한 내용이 많고 예술성이 뛰어나 깊은 소리 공력을 갖추지 않으면 전 바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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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게가 실린 소리, 새로운 도창에 김금미 캐스팅

35명의 출연진이 선사하는 웅장한 소리와 연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소리’에 집중한 작품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소리꾼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창극에서 ‘도창’(導唱)은 해설자 격으로, 이야기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로 손꼽힌다. 안숙선 명창과 유수정 국립창극단 전 예술감독에 이어,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인정받는 국립창극단의 김금미가 새로운 도창으로 발탁되어 극의 무게를 잡는다. 김금미는 국립창극단 주요 작품에서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온 대표 중견 배우다. 


웹툰 원작의 화제작 창극 '정년이'에서 전설이 된 소리 천재 ‘채공선’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소리와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8월에는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에 공식 초청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트로이 왕비 ‘헤큐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소리의 깊이는 소리꾼 인생의 깊이와 무관할 수 없는 법.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늦은 나이에 소리를 시작한 만큼 더욱 치열하게 공력을 쌓아온 김금미가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심청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은경과 이소연이 나눠 연기한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목적으로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어린심청’ 역은 민은경, 다시 태어나 아버지뿐 아니라 만인의 눈을 뜨게 하는 ‘황후심청’ 역은 이소연이 맡는다. 이외에도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과 ‘곽씨부인’ 역의 김미진, ‘뺑덕’ 역의 조유아를 비롯해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구성된 국립창극단원들이 발군의 연기와 소리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35명의 출연진이 다채로운 우리 소리와 연주의 향연을 펼쳐내 깊고 유려한 전통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난 4월 부임한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소리를 잘 모르는 분도 창극 '심청가'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인 판소리의 멋과 맛을 느껴본다면 올 가을을 한층 풍성하게 채우실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추석 즈음 우리 전통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적 정체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니 기대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