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안창호 작사설'의 발단은 전기소설 ‘도산 안창호’에서 비롯되었다. 임시정부와 그 요인들, 특히 안창호나 김구, 이승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춘원 이광수는 이미 작사자가 윤치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실제 저자 이광수로서는 '안창호 작사'임을 시사하는 내용을 기술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는 저자 이광수라는 이름을 빼고 안창호 작사설을 가필하여 끼워 넣었다. 이 사실을 ‘도산 안창호’ 각 판을 대비하여 가필 사실을 밝힌 필자는 제6회 전기소설 ‘도산 안창호의 내용 불신’에서 "안창호설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 바가 있다.
이런 저간의 사실을 모르는 독자들이나 특히, 1955년 문교부나 국사편찬위원회 같은 곳에서는 이 책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여 혼란을 야기했다. 대표적 사례가 1955년 미국 출판사의 문의에 문교부가 "안익태 작곡 안창호 작사”로 답하려 했다는 사실과 국사편찬위원회가 ‘애국가작사자조사자료’에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한 것들이다. 큰 해악을 일으킨 책이다. 이번에는 이에서 확대된 문제, 즉 ‘애국가작사자조사자료’에 수록된 이광수 가족과 윤치호 가족 간의 주장을 살피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주장은 근본적으로 이 책의 임시정부 시절 안창호의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인도 하지 않았다”라는 기록에서 야기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1955년 5월 13일 국사편찬위원회는 애국가 작사자 조사위원회 회의 참고자료로 ‘愛國歌作詞者調査資料'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는 ‘도산 안창호’에서 인용한, 또는 관련한 사항이 네 곳에 이른다. 또한 윤치호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 중에는 안창호 대(對) 윤치호 두 가족이 ‘도산 안창호’의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분명하게 대척되는 대목이다.
‘안창호 작사설’은 8쪽에서 11쪽에 기술되었다. 이 중에 문제가 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춘원이 도산 전기에 애국가의 작사자를 도산이라고 쓴 것에 대해 윤치호 씨의 자제가 문의했을 때 춘원이 그 유래를 설명하자 납득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도산 안창호’를 보고 찾아온 윤치호 자제에게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許英肅, 1897~1975)이 하였다는 말이다. 부연하면 "이 노래가 널리 불려서 국가를 대신하게 되어 도산은 그것을 자기의 작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다. ‘애국가는 선생이 지으셨다는데’하고 물으면, 도산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부인도 아니 하였다.”는 등의 대목이 있어 윤치호 자제(3녀 문희로 추정됨)가 문제를 삼자 이광수가 설명하자 이해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전후 맥락을 짚어 구체화하면 이런 문제가 부각되기에 이른다. 즉, 1945년 해방이 된지 2개월 후쯤이고, 작고 2개월 전에 딸 문희가 부친을 만난 자리에서 다르게 불리는 부분이 있어 고치고, 친필로 가사를 친필로 받은 바가 있다. 곧 ‘자필 가사지’를 말한다. 3녀 문희와 2녀 보희(이화여대 음대 교수)와 함께 1970년대까지 부친이 작사자임을 증언한 장본인이다. 이런 사실을 대입할 때 과연 봉선사에 있던 1947년 1월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5월에 출간한 이후, 이광수는 1949년 1월 반민특위 조사, 수감 등을 거처 1950년 7월 12일 납북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내왕하여 따졌다는 것이니 믿기가 어렵다. 특히 이 책이 발간되기 전인 1946년 5월 허영숙과 이혼을 한 상황인데, 이후 허영숙이 말했다는 것을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다음 인용문은 ‘愛國歌作詞者調査資料' 18쪽에 있는 주영환의 서면 답변 일부이다.
"이광수의 도산 전기에 애국가 작사자를 안창호 씨라고 한 것은 이광수의 실책이다. 안영자 씨를 통해 정정할 기회를 만들기로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납득’과 ‘정정’이란 상반된 주장을 한 것임을 확인 한 것이다. "작사자를 안창호씨라고 한 것은 이광수의 실책이다”, "정정할 기회를 만들기로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이광수가 1950년 7월 12일 납북을 당한 상황이니 1947년 6월부터 방문하여 따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1948년 중반부터 반민특위(反民特委)에 시달리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 방문 기간은 더 단축되어 의심이 든다.
이런 상황이기에 양측 주장 모두 증거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들의 증언은 영원한 평행선일 수밖에 없다.(그러므로 기록 자료가 아닌 가족들의 구술 자료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두 주장의 내용 자체도 구체적이거나 논증적이지 않아 각 주장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다.
‘애국가작사자조사' 10쪽의 허영숙 주장과 ‘애국가작사자조사자료' 18쪽의 주영환의 주장은 모두 신뢰를 할 수 없다. 가족이나 인척의 주장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한 보고서에 상치되는 주장이기에 상쇄되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애국가작사자조사자료’에는 윤치호 작사설은 존재하지만 안창호는 ‘설(說)’은 없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작사자 조사’라는 소란은 근원적으로 문제를 야기한 ‘도산 안창호’의 해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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